11.3~11.5 짐바브웨 여행 2~4일차

11.7 리우로 가는 에미리트항공 비행기 안에서 작성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들은 늦게 합류한 독일인 사샤Scacha와 커스틴Kirsten이다. 사샤는 수학을 전공하고 IT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여행 1/3지점인 스와콥문트에서 합류했다. 약간 수학덕후..의 느낌이 나고 항상 수학 수식이나 물리 수식이 써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데, 성격이 좋아서 늦게 합류했는데도 사람들이랑 쉽게 어울렸다. 커스틴은 독일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30살 때 넘어가 19년째 뉴욕에 사는 뉴요커로, 2/3 지점인 빈트훅에서 합류했는데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지지 못하고 따로 다녔다.

 

 빅토리아 폭포에서의 둘째날과 셋째날은 액티비티를 하면서 보냈다. 여기서는 래프팅, 번지점프, 번지 스윙, 집라인, 헬리콥터 비행, 사자와 함께 걷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둘째 날 가장 유명한 래프팅을 하고, 셋째 날은 다리에서 번지점프(!)를 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기에 돈을 아껴놓고 있었다. 래프팅이 130달러, 번지점프+스윙+집라인 콤보가 170달러로 30만원이나 한꺼번에 써버렸지만, 끝나고 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먼저 한 것은 래프팅.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흐르는 잠베지 강을 따라 19개의 급류를 따라 3시간정도 31km의 래프팅을 하는데, 물살이 강하고 난이도가 높은 급류가 많아 최고의 래프팅 장소로 꼽힌다고 한다

장비 준비 중. 처음에 설명을 들을 때는 보트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해서 그냥 만약을 대비한 주의사항인가보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트가 뒤집히는 일은 다반사였다. 우리 보트도 두 번 뒤집혔는데, 물 깊이가 20m가 넘기 때문에 구명조끼만 튼튼하다면 바위에 부딪히거나 악어밥이 되는 일은 없이 모두 무사히 래프팅을 마칠 수 있었다.

 

래프팅 사진 몇 장. 

래프팅 사진 몇 장. 







사진 보면 위험해 보이는데.. 정말 재밌었다! 래프팅을 많이 해 보진 않았지만 왜 이곳이 최고로 꼽히는 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음에 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은 1순위!

 

 

오후 세시쯤 숙소로 돌아와 남은 시간동안 시내 구경을 하고 숙소에서 쉬었다. 여기서 가장 놀란 점은 물가가 말도 안되게 비싸다는 것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제일 못산다는 말이 믿기지 않게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마 여행자 지역이라 그런 것 같다. 액티비티에서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먹는 걸 좀 아꼈다.

 

 





셋째 날은 번지점프 + 번지스윙 + 집라인을 하는 날. 번지가 135달러인데 세 개 합친 콤보가 170달러라 주저없이 콤보를 선택했다. 번지스윙은 번지점프처럼 높은 곳에서 점프하지만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 계곡 쪽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고, 집라인은 계곡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와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번지점프와 번지스윙을 하는 다리.


다리 높이가 128m나 되니 실제로 보면 아찔하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다리 위에서 5,4,3,2,1 번지!

 

동영상으로 다 찍어놓아서 사진이 없다. 사진이랑 비디오도 따로 파는데 턱없이 비싸서 사지 않았다.

 

저 위에 서 있을 때는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번지 마스터(직원)은 미처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점프하기 전에는 무서웠지만, 하고 나니 그 짜릿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역시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날.

아침에 탄자니아/케냐로 계속 여행을 이어나가는 일행을 배웅했다. 15명 중에 7명은 계속 가고, 나머지 5명은 전날 떠나서 나, 수잔, 레아 셋이 배웅했다. 우리 셋은 배웅한 다음 바로 공항으로 가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탄다.



3주간 정든, 이제는 가족같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려니 금세 눈물바다가 되었다.. 7명은 이제 새로 만난 일행들과 또 3주 동안 뜻 깊은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 나중에 유럽에 가게 되면 꼭 다시 연락해서 만나고 싶다. 이 사람들은 서로 가까워서 만나기 쉽지만 나는 멀리 있으니..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배웅을 마치고 공항으로 떠난다. 빅토리아 폭포 공항은 게이트가 2개 밖에 안 되는 미니 공항이다.

비행기가 두 시간 정도 지연되었지만, 전체 일정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여행 내내 마셔서 기억에 남는 아마룰라. 깔루아랑 비슷한 아프리카 전통 술.

 

이제

빅토리아 폭포 요하네스버그 2시간

요하네스버그 두바이 7시간 반

두바이 26시간 경유

두바이 리우 데 자네이루 13시간

이나 되는 아프리카에서 브라질로의 긴 이동을 시작한다.

 



인도에서 힌두 문화를 느꼈다면, 아프리카에서 4주동안 느낀 것은 자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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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짐바브웨 여행 1일차 (트럭투어 19일차) in 빅토리아 폭포

11.7 리우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

 

크리스텐슨(Christensson) 가족은 스웨덴에서 왔다. 어머니와 두 딸 예니Jenny, 율리아Julia가 어머니의 50세 생일을 맞아 같이 아프리카로 여행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재밌는 사람들이었다.

 

트럭투어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국경을 넘어 투어의 종착지인 빅토리아 폭포로 향한다. 공식적으로는 20일차 아침에 투어가 끝나지만, 20일차 아침에 따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곧바로 헤어지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이삼일정도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액티비티들을 하기 때문에 며칠동안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정든 텐트에서의 마지막 사진. 텐트가 그새 많이 더러워졌다.


 

짐바브웨(Zimbabwe)는 돌의 땅(?) 이라는 뜻으로, 짐바브웨에 있는 한 유명한 유적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천 불이 조금 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로, 2008년에 끔찍한 인플레이션을 겪어 화폐가 붕괴되어 공식 화폐가 미국 달러여서 ATM에서 돈을 뽑으면 달러가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관광이나 다이아몬드 산업으로 달러가 꾸준히 유입되어서 달러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책에서만 보던 인플레이션을 이렇게 직접 경험하게 되다니,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나중에 알아보아야겠다. 실제로 50억 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기념품으로 파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는 폭포 이름이자 이 마을의 이름으로, 빅토리아 폭포에 여행 온 여행자들을 위한 마을이라 여행관련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간단히 마을을 둘러보고 다음날 할 액티비티들을 예약한 뒤 빅토리아 폭포로 향한다. 빅토리아 폭포는 이 곳을 처음 발견한 서양인인 영국인 리빙스턴 경이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 붙인 것으로, 원주민 들은 모시-오아-툰야, 구름과 번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거금 30달러를 주고 입장.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가자 번개가 치는듯한 물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물보라와 함께 웅장한 빅토리아 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로 보면 하나의 폭포가 아니라 2km에 거쳐 몇 개의 다른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데, 지금이 건기의 끝이라 물이 적어 그런 것이고 물이 많을 때에는 폭포들이 이어져서 하나의 거대한 폭포를 이룬다고 한다.


작은 폭포

메인 폭포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가까이 가면 폭포가 만들어내는 물보라 때문에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쉽지 않다.

 

생각보다 폭포의 물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다음 이과수 폭포에서 더 많은 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 3대 폭포를 비교해 보면, 유량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낙차는 빅토리아 폭포가, 길이는 이과수 폭포가 가장 크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른 빅토리아 호텔은 스와콥문트나 빈트훅과 달리 하룻밤에 10만원도 넘는 것 같은 호화로운 호텔이었다. 원래 둘이 한 방을 써야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혼자 큰 방을 차지해서 좋았다.


수영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바.

여행을 기념하는 기념 티셔츠를 받았다. (사실은 25달러를 주고 샀다. 울며 겨자먹기로 안 살수가 없는 티셔츠..) 5700km면 서울부산을 15번 정도 왕복한 셈이니까, 진짜 멀리도 왔다.

 

투어의 마지막 저녁은 호화로운 만찬이었다. 남은 15명의 일행 중 7명은 이틀을 쉬고 다시 이동해 탄자니아 혹은 케냐까지 가고, 8명만이 떠나서 완전히 해산하는 건 아니었지만, 정든 가이드랑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이 자리를 뜻 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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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보츠와나 여행 6일차 (투어 18일차)

11.7 두바이에서 리우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

 

리즈Liz 레아Rea는 영국사람이다. 리즈는 호주에서 이년간 일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투어에 참여했고, 레아는 휴가를 내고 이 곳에 왔다. 둘 다 영국 억양이 강하고, 단 걸 엄청 좋아해서 계속 뭔가를 먹고 다닌다.

 

 

여행도 벌써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늘 보츠와나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 빅토리아 폭포로 이동하면 19 20일간의 여행이 끝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언제 20일을 다 채우나 했는데 벌써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어제와 오늘은 힘이 빠진 기분이었다. 단지 더워서 그런 것 만이 아니라, 바쁜 일정이 계속되니 지치기도 하고 집 생각도 났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는 꿈을 몇 번 꾸었는데, 예를 들면 브라질 가는 비행기를 잘못 타서 서울로 가는 꿈 같은 것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여행이 가고 싶었으면서 집을 두 달 밖에(?) 안 떠나 있었는데 집 생각이 나다니..하면서 나 자신한테 화도 났지만, 다행히 빅토리아 폭포에 도착한 뒤에는 괜찮아졌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고 싶다기 보다는 편한 것이 그리웠던 것 같다.

 

오늘의 일정은 초베(Chobe) 국립공원에서의 보트 크루즈가 전부이다. 오전에 이동해 오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세시쯤 보트에 탑승. 초베 강을 따라 상류로 이동하면서 동물들을 관찰한다.

 

초베에서 동물을 많이 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초베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동물들이 바글바글했다! 세시간 동안 하마, 버팔로, 코끼리, 악어를 가까이, 그리고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에토샤나 오카방고에서 이 동물들을 찾아 헤맸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초베에 동물이 많으면 미리 얘기해주거나 초베에서 좀 오래 머무르지! 하고 원망도 해 봤지만, 오히려 짧은 시간만 있어도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으니까 몇 시간만 초베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혼자 추측해본다.


저 멀리 하마와 코끼리들이 보이고,


악어는 라코스테 상표처럼 입을 벌리고 쉬고 있다.


풀을 뜯는 하마들. 멀리서 보면 귀엽다. 이곳 동물들은 사람냄새에 익숙한 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멀리 코끼리 무리가 보이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물을 마시는 코끼리. 나중엔 코끼리 가족이 수영하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코끼리는 물을 좋아해서 의외로 수영을 즐긴다고 한다.

 

버팔로 발견. 버팔로는 매일 많은 물을 먹기 때문에 건조한 에토샤나 오카방고에는 별로 없고 초베에 많이 몰려있다고 한다.여행의 마지막까지 함께한 가족들과 단체사진. 이제 이틀 뒤면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쉽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

오늘 밤은 텐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고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호텔에서 잔다), 빈센트가 해주는 마지막 만찬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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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31 보츠와나 여행 3~5일차 (투어 15~17일차) in 오카방고 델타

11.7 두바이에서 리우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

 

니나Nina와 올리비아Olivia는 스위스에서 온 간호사이다. 대학교 때 만나서 같이 케이프타운에서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둘 다 활발한 성격이라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많이 했다.

 

보츠와나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오카방고 삼각주에서의 23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초원을 흐르는 강이 만들어낸 내륙 한가운데의 삼각주 안으로, 모코로(전통 배)에 짐을 싣고 이동해 23일간 문명세계와 단절된 채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처음 이 일정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 정글을 헤치고 다니는 타잔을 생각했지만, 실제 생활은 역시 상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침대와 음식, 의자 등을 싣고 삼각주 입구의 한 마을로 이동.

이 마을 부족은 삼각주 투어가 주업인 것 같다. 삼각주로 들어서니 풀과 나무들이 커져서 정글 느낌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모코로는 이렇게 생겼다. 아크릴로 만든 긴 배(원래는 나무였으나 벌목이 금지되어 아크릴로 대체)를 한 명의 폴러(Poler)가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밀어내면서 움직인다. 수심이 깊지 않아 가능한 이동수단이다. 나중에 막대기로 모코로 움직이는 방법을 배웠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보내기가 쉽지는 않다.

모코로만 한 시간 정도 타고 들어와 열 시쯤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화장실은 캠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삽을 파서 구멍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 때부터 나의 환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고 다음 일정에 대해 들었는데, 무려 6시간을 쉬고 다섯시 반에 동물들을 보러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6시간이라니..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힘들고 동물들도 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쉬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었다. 바로 정글탐험을 떠날 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프리카의 35도는 되는 것 같은 폭염에 선풍기랑 에어컨 없이 그늘에만 의지해 있다 보니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10~11월이 건기 중 가장 더울 때라 여행하기 그리 좋은 때는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지내면서 선풍기와 에어컨은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위먹어서 죽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찌는 더위에 자려고 누우면 땀에 젖어 잘 수도 없고, 책을 읽기도 힘들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 캠핑장이 강에 바로 붙어있고 수심도 별로 깊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 딱 좋았고, 더워서 못 참을 때마다 수영장에 가서 쉬었다.

 

오카방고 델타를 기점으로 우리 여행그룹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5명정도 되는 그룹이 친한 사람들끼리 나눠지게 된 것이다. 그 전에도 친한 그룹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해 알고싶어 하는 기본적인 것들(직업, 전공, 출신지역, 여행동기, 여행경로, 여행경험 등등)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룹의 구분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는데, 델타에서 별다른 하는일 없이 대화만 주구장창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어 기본적인 대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점점 모코로를 탈 때나, 수영을 하러 갈 때 점점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움직이게 되었고, 이는 델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섯시간의 휴식을 간신히 보내고 다섯시 반에 드디어 기대하던 주변산책을 시작했다. 이곳에 많이 산다는 하마를 보는 것이 주된 목표였지만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

 

한 시간 반 동안 새 몇 마리를 빼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탐험한 곳은 정글이 아니라 초원에 가까웠다. 동물들이 더워서 낮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밤에만 다녀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동물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거나 밤에 다니면 되지 않냐 싶지만, 여기 사는 동물들은 야생이고 별다른 무기가 없는 사람에게 동물은 위협이 된다. 이 부분이 가장 내 상상과 달랐던 것 같다. 야생이면 동물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동물들이 숨은 수풀을 헤치고 다니거나 밤에 다니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것이었고 동물들도 사람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불가능 했다.


동물이 없나 살펴보는 가이드

동물은 못 봤지만, 초원의 풍경과 큰 나무들 너머로 지는 석양을 관찰하며 대신 위안삼았다.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뜨자마자 다시 주변 산책에 나선다. 동물들이 더워서 숨기 전에 빨리 찾아나서야 했다. 그리고 이번엔 운 좋게 몇몇 야생동물을 볼 수 있었다.




먼저 기린 가족 발견! 기린을 열심히 따라가 봤지만 500m정도 이내로 접근하면 도망가서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기린 세 마리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드디어 하마도 발견했다. 호수 윗부분에 까만 점이 네 개 정도 보이는 게 바로 수영하는 하마의 머리다. 하마는 육식을 하진 않지만 성격이 더러운(?) 동물이기 때문에 이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모코로를 탔다간 집으로 영원히 못 돌아가게 될 수 있다. 하마가 물을 뿜거나 소리를 내는 것만 듣고 가까이서 보지 못해 아쉬웠다. 하마도 역시 더워서 낮에는 수영만 하고 밤에 주로 움직인다고 한다.


 하마의 생태에 대해 들은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하마 무리는 수컷 한 마리가 거느리는데 새끼를 낳았을 때 수컷이면 우두머리 수컷이 자기 새끼를 죽인다고 한다. 그래서 암컷 하마는 수컷 새끼를 몰래 숨겨놓아 자라기 전까지 들키지 않게 하고, 새끼 하마가 자라면 자기 아버지를 몰아내고 무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마에게 낳아준 부모님에 대한 효도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코끼리가 나무껍질을 먹은 흔적

버팔로(?)의 뼈


 

이번 산책에서는 수확이 있어서 지난 저녁보다는 만족할 수 있었다. 6부터 10까지 네 시간이나 걸어다녔기 때문에 다들 피곤에 쩔었다. 역시 오후에는 전날과 같이 6시간정도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 보트 크루즈를 떠난다.


우리의 수영장은 이렇게 생겼다.

 

다섯시에 보트 크루즈를 떠났는데,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모코로를 타고 석양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가는 길에 악어를 보았는데, 우리가 수영하던 곳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 섬뜩했다. 만약 저 악어가 수영하는 곳에 오기라도 했다면.. 하마터면 수영하다가 악어밥이 될 뻔 했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름다웠다. 아프리카에 와서 거의 매일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항상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저녁엔 저녁식사와 함께 마시멜로를 구워먹었다.

 

다음날 아침 9시쯤 정든 캠핑장을 떠나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왔다. 9 되어도 햇살이 강해 덥게 느껴진다.




 

가이드들과 사진을 찍고 마무리. 이틀간 샤워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샤워는 한밤중이나 되어야 할 수 있었다. 하필 중간에 또 타이어가 펑크나서 세시간 정도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3일만의 꿀 같은 샤워를 마치고 지친 채로 잠이 들었다.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자연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오카방고 델타에서의 2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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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10.28 보츠와나 여행 1,2일차

11.1 카사네로 향하는 트럭 안에서 작성

 

독일에서 온 수잔Susanne은 나처럼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다가 반복되는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직장을 그만둔 다음 8개월정도 여행을 하려고 하고,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네팔, 인도네시아, 호주 등을 거쳐 돌아간다고 한다. 수잔과는 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특별히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는 없다.

 

10일간의 나미비아 여행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보츠와나로 들어왔다. 보츠와나는 66년까지 영국 식민지였고 전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최빈국 중 하나였으나, 남쪽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고 정부에서 다이아몬드로 번 돈을 기간시설 및 사회복지에 쓴 덕분에 지금은 국민소득 만 불이 넘는 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주 산업은 다이아몬드, /축산업 그리고 관광이다. 나미비아에서 사막과 초원을 경험했다면 보츠와나에서는 6일동안 강이 흐르는 지역에서 강과 습지 등을 둘러볼 예정이고, 첫 날과 둘째 날은 보츠와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오카방고 델타로 이동하기 위한 드라이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쓸 것이 많지 않다.

 


국경을 넘기 전 잠시 잔디밭에서 점심 겸 휴식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의 여권,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한민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여권이다. 스위스 여권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첫 날에는 간지라는 도시에서 머물렀는데, 우리가 머무르는 숙소는 부시맨 컨셉으로 디자인 되어 있어서 저녁에는 부시맨 춤을 관람하고, 아침에는 부시맨을 따라 부시맨의 삶을 관찰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녁에 부시맨들이 춤을 추는 모습. 부시맨은 사실 정식 명칭이 아니라 서양사람들이 붙인 것이기 때문에 원래 이름인 산(San) 부족으로 불러야겠다. 산 부족 사람들은 발에 긴 발찌를 감아 발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악기 소리를 내고, 대부분의 춤과 노래는 동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 부족은 말할 때 쯧쯧거리는 소리나 똑딱거리는 소리를 동시에 내는데, 이런 소리가 단어랑 어떻게 같이 나오는 지 신기했다. 나한테 발음해보라고 시켜서 몇 개 시도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산 부족을 따라 그들의 삶을 관찰하러 갔다. 나는 산 부족이 원래 이 지역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사실 이 사람들은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는 남쪽으로 100km정도 떨어진 동물이 많은 지역에서 살았지만, 그 지역이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수렵을 하는 산 부족들이 강제로 쫓겨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었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여러 부족이 합쳐져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힘 없는 부족들은 의견을 못 내고 삶의 터전을 잃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산 부족 옷을 입은 사람들과 오른쪽의 통역사. 산 부족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오른쪽 사람이 통역을 해 준다


주로 산 부족 사람들이 어떤 약초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약초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약들이 약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방법이 다를 뿐 어느 한 쪽을 우월하다고 보면 안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건초와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한 시간여의 짧은 투어가 끝났다. 산 부족의 슬픈 역사와, 내가 낸 10달러 중 과연 얼마나 이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길거리에서 거북이를 발견해 설명해주고 있는 우리의 가이드 드완다.

오카방고 델타의 관문인 마운으로 가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가 나 버렸고, 그래서 타이어를 고치는 동안 급하게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도 타이어 갈아본 적 없는데 아프리카에서 타이어를 갈아보다니..

 

마운에 도착해선 델타에 필요한 물이나 음료수 등을 사고, 2 3일간 문명에서 떨어져 야생에서 지낼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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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나미비아 여행 10일차 (트럭투어 12일차) in 빈트훅

10.27 오전 보츠와나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작성

 



네덜란드에서 온 코코Coco(사진 오른쪽) 21살로 우리 일행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나이에 비해 자립심이 강한 친구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돈을 모았고, 대학생활 내내 부모님 돈 안 빌리고 레스토랑 일이나 블로그를 써서 돈을 벌어 아프리카까지 왔다. 노마드투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긴 투어인 56일짜리 남부/동부 아프리카 일주를 선택한 Coco는 아직도 갈 길이 많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돈을 받지 않은 건지, 아니면 네덜란드 문화가 그런건지 몰라도 부모님 돈을 받아 쓰는데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다. 한 번은 포르투갈에서 온 Ana랑 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Coco는 성인이 되었으면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Ana는 포르투갈에선 그럴만한 일자리도 없고 급여가 낮아 혼자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 하고 했다. 내 생각엔 Coco가 아직 가난한 나라에 여행을 못 다녀봐서 그런지, 가난하거나 경제가 안 좋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오늘은 550km를 이동해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훅으로 왔다. 별다른 일정은 없지만 일행 중 10명이 여기서 일정을 마치기 때문에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스위스에서 온 클라우디오와 우스마, 네덜란드 부부인 코&카를라, 포르투갈에서 온 클레멘테 가족, 브라질 사람 프란치스카, 독일에서 온 샤닌, 그리고 영국인 로버트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클라우디오와 우스마가 5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에토샤에서 새벽같이 나와서 한시 쯤 빈트훅에 도착했다. 수도라고는 하지만 인구 40만의 수도치고는 작은 도시라, 일요일에는 거리와 상점이 텅텅 비어있었다..



 

여기서 40분 정도 기념품 쇼핑을 하고, 우리 숙소에 머무르지 않는 몇몇 일행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숙소로 이동. 스와콥문트에서도 그랬듯이 도시에서 머무를 때면 텐트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방이 제공되어서 적응이 쉽게 되지 않는다.



세시쯤 도착해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오랜만의 인터넷을 즐기다가, 저녁에 다같이 마지막 식사를 한 뒤, 남은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다 열한시 반쯤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 트럭이 허전할 것 같다. 작별은 항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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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10.25 나미비아 여행 8&9일차(트럭투어 10&11일차) in 에토샤 국립공원

10.27 오전 보츠와나로 가는 트럭 안에서 작성

 

20대 후반의 네덜란드 커플 미누Minou와 윌프리드Wilfried는 케이프타운에서 탄자니아까지 여행한다. 미누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윌리(편의상 다들 윌리라고 부른다)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커플이 아프리카에 오게 된 이유는 윌리가 몇 년 전 암에 걸려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떤 암인지는 모르겠지만, 4년 전 윌리는 암에 때문에 얼굴의 오른쪽 절반이 거의 녹아내렸고, 병원에 1년도 넘게 있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얼굴도 많이 돌아오고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그 이후로 하고싶은 일을 뒤로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프리카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커플답게 둘 다 키가 크고(미누는 170, 윌리는 190) 운동을 좋아하고, 여행내내 점점 더 친해져가고 있다.


 

이번 일정은 투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에토샤 국립공원이다. 여기서는 동물들을 찾아게임 드라이브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럭을 타고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과 달리 국립공원의 크기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만 하고 동물들이 전부 다 야생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희귀한 동물을 보거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법한 장면들을 볼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얼룩말이나 영양을 보게 되는 게 전부이다. 국립공원에 들어간 이후 이틀동안 계속 게임 드라이브를 했고, 주로 동물들이 많이 모이는 작은 호수를 찾아다녔다. 게임 드라이브의 주된 목적은 Big 5인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팔로를 찾는 것인데, 에토샤는 건조한 곳이라 버팔로가 살지 않고 나머지 Big 4를 찾아나섰다.
 

처음 만난 동물은 스프링복springbok과 쿠두kudu. 스프링복은 스프링처럼 뛰어다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고, 쿠두는 우리나라에선 영양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숨어있는 쿠두

스프링복. 처음엔 신기했지만 어디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이라 나중엔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독수리 발견!

첫 번째로 우리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사자였다. 처음 다니는 사람들은 저렇게 나무아래 숨어있는 동물들을 관찰하기 힘들지만, 숙련된 가이드들은 금방 알아보고 차를 세운다. 망원경이나 좋은 카메라로만 사자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Big 5라서 다들 창문에 달라붙어 사진찍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밖에 나가면 동물이 공격할 수도 있고 자연이 훼손되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제외하곤 밖에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좋은 카메라를 안 가져온 것을 조금 후회하면서 계속 드라이브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 물가에 도착! 스프링복과 쿠두가 바글바글하다

여기선 코끼리를 만나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는데, 코끼리는 덩치가 크고 엄청난 양의 물을 한 번에 먹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물가에 머물러 있어 찾기가 쉬운 동물이었다. 사실 동물이 물을 먹는 게 별로 특별하지 않아 보일수도 있지만, 저 코끼리들이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하니 코끼리의 동작과 몸짓 하나하나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기린도 덩치가 커서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린은 부끄럼이 많은지 물가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을 먹었다.

 

기린 타조 코끼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프링복들. 한낮에는 너무 더워 동물들이 다들 그늘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나가다가 운 좋게도 치타를 발견했다! 저 사진 속에 치타가 있지만..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고 망원경으로 봐야 간신히 보여서 다들 아쉬워했다. 치타는 낮잠을 자느라 사람한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 에토샤의 동물들이 다 나와있는 가이드북을 하나 사서 보이는 동물마다 체크를 하고 다녔는데, 마치 포켓몬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근처의 물가에서 조용히 동물들을 관찰한다. 소리를 내면 동물들이 도망가기 때문에 다들 숨죽이고 야생동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코뿔소 등장! 하루에 Big 5중 셋을 보다니 운이 좋은 날이다

 

코뿔소는 이렇게 서로 만나면 얼굴을 갖다 대서 자기 가족인지 냄새로 확인을 하는데, 만약 다른 가족이라면 서로 밀어내고 싸운다고 한다. 아쉽게도(?) 같은 가족인지 두 코뿔소끼리 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에토샤에서의 첫날은 마무리..




 

둘째 날은 새벽부터 드라이브를 나간다. 더워지기 전에 동물들이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찍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일찍 서두른 덕분에 운 좋게 수컷 사자를 두 마리나 발견할 수 있었다! 길 양쪽에 잘 보면 수컷 사자들이 보인다. 초원에만 있으니 눈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


 

늠름한 사자의 모습. 하지만 졸린지 앉아서 자고 있었다.. 수컷 사자는 하루의 20시간 이상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거나 쉰다고 하니, 사자가 움직이는 걸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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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발견해서 기쁜 스웨덴 원숭이와 영국 원숭이 ㅋㅋ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있으면 동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게 된다. 동물을 찾아나서는 것부터, 동물에 접근하고, 원하는 장면을 얻기까지 상상 이상의 노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사자는 4~5일에 한번 정도 사냥을 하는데, 그 말은 한번 사냥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선 사자 근처에서 4~5일을 기다려야 된다는 말이다.

에토샤 Pan을 둘러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곳은 에토샤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는 2만제곱km정도 되는 거대한 평원(?)인데, 예전에 호수였지만 지금은 말라버려 흰 사막 같은 모습이다. 에토샤라는 이름 자체가 거대한 흰 판이라는 뜻으로 바로 이곳에서 유래한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바닥에 있는 돌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짭짤하다. 마치 나중에 가게 될 우유니 사막 같아 사진을 많이 찍어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단체사진만 몇 개 찍고 다시 움직였다. ��.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죽은 코끼리를 본 것이었다. 지나가다가 차들이 잔뜩 몰려있어서 가보니 코끼리가 죽어있고 매들이 하나둘 씩 몰려들고 있었다. 외상의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자연사 한 것 같았다. 매가 코끼리 위에서 원을 그리면서 천천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매로서는 다른 매들을 불러모으려는 것이겠지만 마치 코끼리의 장례식을 치루어주는 것 같았다.



혹시 하이에나가 올까 기다렸지만 아직 냄새를 못 맡았는지 하이에나는 볼 수 없었다.

 

밤에는 또다시 맥주를 사들고 물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동물을 관찰한다. 일행 중 몇 명은 침낭을 가져와서 물가 옆에서 자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피곤했다.


 

처음에는 코끼리만 보였지만, 나중에는 코뿔소와 사자(!)도 와서 물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에 사자, 코끼리, 코뿔소가 같이 있다. 왼쪽에 사자 세 마리, 가운데 오른쪽에 코끼리, 오른쪽에 코뿔소


 

내 카메라로는 이렇게 사자의 실루엣만 간신히 포착할 수 있었다.

 

 

결국 3일 내내 표범은 보지 못했지만(표범이 제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 야생동물을 이틀내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인 에토샤 국립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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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나미비아 여행 7일차 (트럭투어 9일차)

10.26 아침 빈트훅으로 가는 트럭에서 작성

 

브라질에서 온 프란시스카Francisca는 우리 일행 중 가장 독특한 사람이다. 가이드의 설명은 전혀 듣지 않고 항상 어디론가 사라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만, 신기하게도 약속시간에 늦진 않는다. 아마존 지역 츨신인데, 얼마나 많이 공부했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영어도 제법 할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남미구석구석, 인도까지 여행을 많이 다닌 신기한 인물이다. 본인 말로는 돈이 쌓일 때마다 저축 안하고 여행에 다 쓴다고는 하지만, 브라질의 생활수준을 감안하면 잘사는 것이 틀림없다. 난 그녀가 혹시나 돌발행동을 할까봐 투어내내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우려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미비아에서의 일곱번째 날은 500km나 되는 긴 드라이브가 전부라 헤레로 부족 여인들이 운영하는 기념품점에 들리는 것과 힘바부족을 만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코끼리 조심!



헤레로 부족 여인들은 위 사진처럼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 뿔처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길거리의 기념품 가게에 잠시 들려 사진만 몇 장 찍고 왔다.

 

힘바 부족은 전통문화를 고수하며 살고 있는 아프리카의 부족으로, 물이 없어 샤워나 목욕을 하지 않고 대신 진흙을 바르거나 향을 태워 연기를 몸에 쏘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움막을 짓고 가축을 기르며 살아가는 힘바 부족은 원래는 유목민족이지만 일부가 이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 내 생각엔 관광객들이 주 수입원인 것 같다. 한시간 반 투어하는데 인당 25000원이니, 평균 생활수준을 감안하면 매일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선물로 줄 밀가루, 설탕, 사탕, 식용유등을 사들고 방문했다.

 

힘바족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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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바족 여인들. 윗옷을 입지 않고, 머리에 진흙을 발라 땋는다.

 

투어하는 동안 주로 힘바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여인들 몸의 장신구는 무슨 의미인지, 몸은 어떻게 깨끗이 하고 마을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등의 설명을 들었다.

 

투어를 하는 동안 한가지 윤리적인 고민이 들었다. 이렇게 돈을 내고 부족을 방문하는 것이 동물원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동물을 관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였다. 이 고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 힘바 부족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마치 사람사진을 찍으면 동물원에서 동물 사진을 찍는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힘바 부족은 관광객들을 자신들의 의지로 선택해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고, 동물원의 동물들은 강제로 옮겨진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미 투어는 끝난 뒤였다.

 



짧은 힘바부족 투어를 마치고 에토샤 국립공원 근처의 마을로 이동해 어제 못한 샤워를 하고 수영장에서 몸을 풀었다운좋게 인터넷이 되서 서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그룹을 만들어 투어 이후에도 계속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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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나미비아 여행 6일차 in 스피츠코프 (트럭투어 8일차)

10.26 아침 빈트훅으로 가는 트럭에서 작성

 

로버트Robert는 잉글랜드에서 왔다. 잉글랜드 사람답게 술과 축구를 좋아한다. 같은 영국사람인 닐처럼 항상 맥주가 손에 들려있고, 크리스탈 팰리스의 팬이다. Rob은 닐과 달리 말수가 없고 과묵한 스타일이라 얘기를 많이 해 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많이 다녀서 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남미여행도 다녀왔고, 인도여행도 다녀와서 그 부분에선 얘깃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와콥문트에서의 이틀 간 휴식 이후 다시 트럭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천천히 일어나서 쇼핑을 한 뒤 점심을 먹고 스피츠코프로 출발했다. 스피츠코프는 거대한 바위산으로, 해발 1700m에 지상으로부터 700m나 솟아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스피츠코프 산이고, 오른쪽에 비슷한 작은 바위산들이 보인다.




물이 없는 곳이라 푸세식 화장실(Long Drop Toilet이라고 부른다) 외에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하루만에 고급 숙소에서 샤워기도 없는 맨바닥으로 바뀌어버렸다.

 

근처에 동굴이 있어서 동굴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숙소 뒤에 있는 바위산을 오른다

 

바위산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라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쉬고, 저녁을 먹기 전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또 다른 바위산을 보러 갔다


마치 키스하는 듯한 바위 그림자



바위산을 구경하면서 풍경에 감탄하느라 생각한 것이 별로 없어서 쓸 말이 없다.

 

해가 진 뒤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드완다의 별자리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금은 봄이라 여름별자리나 겨울별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아 전갈자리만 확실히 찾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부족 문화 (특히 드완다가 속한 짐바브웨의 부족) 에 대한 몇 가지 설명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퍼져 있는 많은 부족들은 중앙아프리카에서 반투Bantu언어를 쓰던 부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부족이 커지면 둘셋으로 갈라져 작은 부족이 되는데, 부족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나무가 가지를 치듯 계속 갈라져 서로 다른 부족이 되고 다른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족간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백인들에 의해 강제로 같은 나라에 살게 되니 몇몇 국가에서 부족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다른 부족끼리는 영어나 그 나라의 공용어를 사용하는데, 남부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영어, 서아프리카에서는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한다.


- 우리의 가이드 드완다와 빈센트가 자란 짐바브웨 부족에서는 독특한 결혼 풍습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외부 사람이 보기에 독특한 문화일 뿐이다). 아마 다른 아프리카 부족에서도 비슷한 풍습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혼인을 하려면 먼저 아버지들이 만나 혼인과 지참금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지참금은 신랑측에서 지급하며, 주로 소나 염소를 준다고 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신부 아버지의 여자형제, 즉 신부의 고모가 신부에게 혼인 의사를 묻고, 신랑은 신랑 아버지가 혼인 의사를 묻는다. 양쪽 다 승낙하게 되면 혼인 성립모든 과정에서 신랑과 신부 어머니가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어머니는 같은 부족사람으로 안 치기 때문일까..


- 신부가 이른 나이에 죽게 되면 신랑은 부족 외부의 사람과 다시 재혼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의 여동생 중 하나를 골라 재혼을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신부가 예전 신부(새로운 신부의 언니)의 자식들을 제 자식처럼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우리가 생각하기엔 엄청 이상하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나름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참금은 따로 지급하지 않는데, 그것은 이미 지참금을 지급해 거래(?)가 완료되었기 때문이란다. 얘기를 듣고있으면 마치 여자를 거래의 대상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신랑이 일찍 죽어도 마찬가지로 신부가 신랑의 남자형제들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


- 부부가 임신을 못하게 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데, 신랑을 일주일도 넘게 일을 하러 내보낸 뒤, 신랑의 남자형제중 한 명을 신랑대신 신부와 자게 한다! 그래서 만약 임신이 된다면 신랑의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신랑은 전혀 그것을 모르고 형제의 자식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게 된다. 만약 그렇게 해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신부가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신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지참금을 회수한다. 우리가 듣기엔 엽기적인 행각이지만 자식낳는 것과 핏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서 이런 풍습이 생긴 게 아닐까..

 

물론 다른 나라처럼 아프리카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옛 관습을 따르지 않고 연애결혼을 하고 부인을 여럿 두지 않는다. 변화의 바람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겠다.

 

드완다의 긴 강의?가 끝나고, 잠들기가 아쉬워 꺼져가는 불로 불장난을 치다가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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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21 나미비아 여행 4~5일차 (투어 6~7일차) in 스와콥문트

10.25 오후 에토샤 국립공원 오코쾨오 로지에서 작성

 

클라우디오Claudio와 우스마Uzma는 스위스에서 온 20대 후반의 부부이다. Claudio는 치과의사이고 Uzma는 외과의사인 의사커플인데, 독특한 점은 둘 다 아랍계라는 것이다. Claudio는 어머니가 이라크, 아버지가 독일-이탈리아계이고, Uzma는 부모님 중 한 분이 파키스탄에서 온 것 같다. 이 부부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지상낙원인 줄만 알았던 스위스를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 스위스 남성은 34세 전까지 290일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한 번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년에 20~30일 정도를 매년 채워나간다. 좋은 장비가 지급되고 군복무기간 동안 근무를 못하는데 대한 보상도 있지만, 스위스 남성들에게는 스트레스인게 분명하다.

 

- 민주주의가 오남용 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로 잘 알려져 있고, 5만명의 서명만 받으면 어떤 안건이든 투표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잘못 쓰이게 되면 Claudio Uzma가 불평하는 것처럼 우익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곤 한다. 주로 우익단체들에 의해 이민자 추방이나 인종차별 같은 어이없는 법안이 통과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최근에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금지하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법안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아랍계인 이 부부로서는 이런 우익단체들의 활동이 달갑지만은 않은 듯.

 

- 최저임금이 없다. 스위스가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라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부자들이 탈세를 위해 많이 이민을 와서 평균이 높아진 것이지 실제로는 워킹푸어의 비중이 30%도 넘는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휴가기간이 긴 것이랑, 노동시간이 급여에 비해 적은 점 등은 여전히 부러웠다.

 

Claudio는 특히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어머니가 이라크 출신이라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80년대에 몇 번 한국에도 사업차 다녀가셨다는데, KAL기 격추사건때 격추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 뻔 했다가 다행히 다음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한다. 어쩄든 이 두 부부와는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지만, 이 둘은 다시 일을 하러 가야해서 빈트훅에서 떠나보낸다.

 

 

바쁜 하루가 지나고 이틀동안은 사막 속의 해안도시 스와콥문트에서 이틀동안의 꿀 같은 휴식을 보냈다. 일주일만에 제대로 된 도시 같은 곳에서 텐트가 아닌 침대에서 자고, 쇼핑도 하고, 레스토랑도 갈 수 있었다. (첫 날 SD 카드를 잃어버려서 첫 날 사진이 없어서 글로만 설명.. 다행히 이전 사진들은 복구해놓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차 타고 오는 길에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 카프리콘 별자리에서 태양이 돌아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과 플라밍고 군락지에서 사진을 찍고 스와콥문트에 도착했다. 로지 도착 전 두 번째 날 할 액티비티들을 예약했는데 스카이다이빙, 쿼드바이킹, 샌드보딩 중 다음날 할 샌드보딩을 예약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는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다음에..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랑 파스타, 햄버거를 먹었는데 일반적인 고기가 아닌 오릭스, 스프링복 같은 여기서 사는 동물들의 고기로 만들어서 특이했다.

 

저녁을 먹고 옆에 있는 댄스 바를 갔다.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위화감도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유럽사람들과 계속 같이 다니면서 딱히 위화감을 느낀 적은 없는데, 바에서 같이 춤을 추다가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유럽노래가 나올 때마다 약간 어색해져서 민망했다. 쓰고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의 민망함이란

 

 




바에서 돌아와서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을 자고, 둘째날 아침에 샌드보딩을 하러 갔다. 샌드보딩이란 말 그대로 모래위에서 스노보드 장비로 보딩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타 보니 모래가 눈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스노보드랑 큰 차이는 없고 재미있었다.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출발지점까지 매번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것ㅠㅠ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서 리프트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탈 때마다 체력이 떨어져서 여러 번 탈 수가 없었고, 세 번 타고서는 보딩이 아닌 나무판을 깔고 슬라이딩을 하면서 내려왔다. 카메라를 가지고 탈 수 없어 사진이 많진 않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특히 점프는 스노보딩에서도 못 해봤는데, 모래는 넘어져도 안 아파서 용기내서 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카메라를 고치려고 했다. 케이프타운에서 못 고친 걸 여기선 고치나 했지만 카메라 샵에선 당연히 안 된다고 하고, 나 혼자 드라이버 사서 뜯어보려고도 했지만 그러면 더 악화될 거라고 해서 오후내내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덕분에 시내구경만 잔뜩.



 

저녁으로 생선이랑 독일식 면(?) Spitzle을 먹고 남아공 술인 아마룰라(Amarula, 코끼리도 먹고 취하게 만드는 아마룰라 열매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일 익힌 고기만 먹다보니 싱싱한 생선이 먹고 싶었지만, 스시는 너무 비싸고 생선구이로 대신..


스와콥문트에서의 짧은 충전(?)이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캠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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