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31 보츠와나 여행 3~5일차 (투어 15~17일차) in 오카방고 델타
11.7 두바이에서 리우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
니나Nina와 올리비아Olivia는 스위스에서 온 간호사이다. 대학교 때 만나서 같이 케이프타운에서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둘 다 활발한 성격이라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많이 했다.
보츠와나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오카방고 삼각주에서의 2박3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초원을 흐르는 강이 만들어낸 내륙 한가운데의 삼각주 안으로, 모코로(전통 배)에 짐을 싣고 이동해 2박3일간 문명세계와 단절된 채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처음 이 일정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 정글을 헤치고 다니는 타잔을 생각했지만, 실제 생활은 역시 상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침대와 음식, 의자 등을 싣고 삼각주 입구의 한 마을로 이동.
이 마을 부족은 삼각주 투어가 주업인 것 같다. 삼각주로 들어서니 풀과 나무들이 커져서 정글 느낌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모코로는 이렇게 생겼다. 아크릴로 만든 긴 배(원래는 나무였으나 벌목이 금지되어 아크릴로 대체)를 한 명의 폴러(Poler)가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밀어내면서 움직인다. 수심이 깊지 않아 가능한 이동수단이다. 나중에 막대기로 모코로 움직이는 방법을 배웠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보내기가 쉽지는 않다.
모코로만 한 시간 정도 타고 들어와 열 시쯤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화장실은 캠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삽을 파서 구멍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 때부터 나의 환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고 다음 일정에 대해 들었는데, 무려 6시간을 쉬고 다섯시 반에 동물들을 보러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6시간이라니..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힘들고 동물들도 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쉬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었다. 바로 정글탐험을 떠날 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프리카의 35도는 되는 것 같은 폭염에 선풍기랑 에어컨 없이 그늘에만 의지해 있다 보니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10월~11월이 건기 중 가장 더울 때라 여행하기 그리 좋은 때는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지내면서 선풍기와 에어컨은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위먹어서 죽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찌는 더위에 자려고 누우면 땀에 젖어 잘 수도 없고, 책을 읽기도 힘들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 캠핑장이 강에 바로 붙어있고 수심도 별로 깊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 딱 좋았고, 더워서 못 참을 때마다 수영장에 가서 쉬었다.
오카방고 델타를 기점으로 우리 여행그룹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5명정도 되는 그룹이 친한 사람들끼리 나눠지게 된 것이다. 그 전에도 친한 그룹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해 알고싶어 하는 기본적인 것들(직업, 전공, 출신지역, 여행동기, 여행경로, 여행경험 등등)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룹의 구분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는데, 델타에서 별다른 하는일 없이 대화만 주구장창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어 기본적인 대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점점 모코로를 탈 때나, 수영을 하러 갈 때 점점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움직이게 되었고, 이는 델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섯시간의 휴식을 간신히 보내고 다섯시 반에 드디어 기대하던 주변산책을 시작했다. 이곳에 많이 산다는 하마를 보는 것이 주된 목표였지만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
한 시간 반 동안 새 몇 마리를 빼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탐험한 곳은 정글이 아니라 초원에 가까웠다. 동물들이 더워서 낮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밤에만 다녀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동물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거나 밤에 다니면 되지 않냐 싶지만, 여기 사는 동물들은 야생이고 별다른 무기가 없는 사람에게 동물은 위협이 된다. 이 부분이 가장 내 상상과 달랐던 것 같다. 야생이면 동물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동물들이 숨은 수풀을 헤치고 다니거나 밤에 다니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것이었고 동물들도 사람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불가능 했다.
동물이 없나 살펴보는
가이드
동물은 못 봤지만, 초원의 풍경과 큰 나무들 너머로 지는 석양을 관찰하며 대신 위안삼았다.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뜨자마자 다시 주변 산책에 나선다. 동물들이 더워서 숨기 전에 빨리 찾아나서야 했다. 그리고 이번엔 운 좋게 몇몇 야생동물을 볼 수 있었다.
먼저 기린 가족 발견! 기린을 열심히 따라가 봤지만 500m정도 이내로 접근하면 도망가서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기린 세 마리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드디어 하마도 발견했다. 호수 윗부분에 까만 점이 네 개 정도 보이는 게 바로 수영하는 하마의 머리다. 하마는 육식을 하진 않지만 성격이 더러운(?) 동물이기 때문에 이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모코로를 탔다간 집으로 영원히 못 돌아가게 될 수 있다. 하마가 물을 뿜거나 소리를 내는 것만 듣고 가까이서 보지 못해 아쉬웠다. 하마도 역시 더워서 낮에는 수영만 하고 밤에 주로 움직인다고 한다.
하마의 생태에 대해 들은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하마 무리는 수컷 한 마리가 거느리는데 새끼를 낳았을 때 수컷이면 우두머리 수컷이 자기 새끼를 죽인다고 한다. 그래서 암컷 하마는 수컷 새끼를 몰래 숨겨놓아 자라기 전까지 들키지 않게 하고, 새끼 하마가 자라면 자기 아버지를 몰아내고 무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마에게 낳아준 부모님에 대한 효도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코끼리가 나무껍질을 먹은 흔적
버팔로(?)의 뼈
이번 산책에서는 수확이 있어서 지난 저녁보다는 만족할 수 있었다.
우리의 수영장은 이렇게 생겼다.
다섯시에 보트 크루즈를 떠났는데,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모코로를 타고 석양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가는 길에 악어를 보았는데, 우리가 수영하던 곳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 섬뜩했다. 만약 저 악어가 수영하는 곳에 오기라도 했다면.. 하마터면 수영하다가 악어밥이 될 뻔 했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름다웠다. 아프리카에 와서 거의 매일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항상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저녁엔 저녁식사와 함께 마시멜로를 구워먹었다.
다음날 아침 9시쯤 정든 캠핑장을 떠나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왔다.
가이드들과 사진을 찍고 마무리. 이틀간 샤워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샤워는 한밤중이나 되어야 할 수 있었다. 하필 중간에 또 타이어가 펑크나서 세시간 정도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3일만의 꿀 같은 샤워를 마치고 지친 채로 잠이 들었다.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자연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오카방고 델타에서의 2박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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