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10.25 나미비아 여행 8&9일차(트럭투어 10&11일차) in 에토샤 국립공원

10.27 오전 보츠와나로 가는 트럭 안에서 작성

 

20대 후반의 네덜란드 커플 미누Minou와 윌프리드Wilfried는 케이프타운에서 탄자니아까지 여행한다. 미누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윌리(편의상 다들 윌리라고 부른다)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커플이 아프리카에 오게 된 이유는 윌리가 몇 년 전 암에 걸려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떤 암인지는 모르겠지만, 4년 전 윌리는 암에 때문에 얼굴의 오른쪽 절반이 거의 녹아내렸고, 병원에 1년도 넘게 있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얼굴도 많이 돌아오고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그 이후로 하고싶은 일을 뒤로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프리카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커플답게 둘 다 키가 크고(미누는 170, 윌리는 190) 운동을 좋아하고, 여행내내 점점 더 친해져가고 있다.


 

이번 일정은 투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에토샤 국립공원이다. 여기서는 동물들을 찾아게임 드라이브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럭을 타고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과 달리 국립공원의 크기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만 하고 동물들이 전부 다 야생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희귀한 동물을 보거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법한 장면들을 볼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얼룩말이나 영양을 보게 되는 게 전부이다. 국립공원에 들어간 이후 이틀동안 계속 게임 드라이브를 했고, 주로 동물들이 많이 모이는 작은 호수를 찾아다녔다. 게임 드라이브의 주된 목적은 Big 5인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팔로를 찾는 것인데, 에토샤는 건조한 곳이라 버팔로가 살지 않고 나머지 Big 4를 찾아나섰다.
 

처음 만난 동물은 스프링복springbok과 쿠두kudu. 스프링복은 스프링처럼 뛰어다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고, 쿠두는 우리나라에선 영양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숨어있는 쿠두

스프링복. 처음엔 신기했지만 어디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이라 나중엔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독수리 발견!

첫 번째로 우리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사자였다. 처음 다니는 사람들은 저렇게 나무아래 숨어있는 동물들을 관찰하기 힘들지만, 숙련된 가이드들은 금방 알아보고 차를 세운다. 망원경이나 좋은 카메라로만 사자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Big 5라서 다들 창문에 달라붙어 사진찍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밖에 나가면 동물이 공격할 수도 있고 자연이 훼손되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제외하곤 밖에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좋은 카메라를 안 가져온 것을 조금 후회하면서 계속 드라이브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 물가에 도착! 스프링복과 쿠두가 바글바글하다

여기선 코끼리를 만나서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는데, 코끼리는 덩치가 크고 엄청난 양의 물을 한 번에 먹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물가에 머물러 있어 찾기가 쉬운 동물이었다. 사실 동물이 물을 먹는 게 별로 특별하지 않아 보일수도 있지만, 저 코끼리들이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하니 코끼리의 동작과 몸짓 하나하나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기린도 덩치가 커서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린은 부끄럼이 많은지 물가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을 먹었다.

 

기린 타조 코끼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프링복들. 한낮에는 너무 더워 동물들이 다들 그늘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나가다가 운 좋게도 치타를 발견했다! 저 사진 속에 치타가 있지만..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고 망원경으로 봐야 간신히 보여서 다들 아쉬워했다. 치타는 낮잠을 자느라 사람한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 에토샤의 동물들이 다 나와있는 가이드북을 하나 사서 보이는 동물마다 체크를 하고 다녔는데, 마치 포켓몬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근처의 물가에서 조용히 동물들을 관찰한다. 소리를 내면 동물들이 도망가기 때문에 다들 숨죽이고 야생동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코뿔소 등장! 하루에 Big 5중 셋을 보다니 운이 좋은 날이다

 

코뿔소는 이렇게 서로 만나면 얼굴을 갖다 대서 자기 가족인지 냄새로 확인을 하는데, 만약 다른 가족이라면 서로 밀어내고 싸운다고 한다. 아쉽게도(?) 같은 가족인지 두 코뿔소끼리 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에토샤에서의 첫날은 마무리..




 

둘째 날은 새벽부터 드라이브를 나간다. 더워지기 전에 동물들이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찍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일찍 서두른 덕분에 운 좋게 수컷 사자를 두 마리나 발견할 수 있었다! 길 양쪽에 잘 보면 수컷 사자들이 보인다. 초원에만 있으니 눈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


 

늠름한 사자의 모습. 하지만 졸린지 앉아서 자고 있었다.. 수컷 사자는 하루의 20시간 이상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거나 쉰다고 하니, 사자가 움직이는 걸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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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발견해서 기쁜 스웨덴 원숭이와 영국 원숭이 ㅋㅋ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있으면 동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게 된다. 동물을 찾아나서는 것부터, 동물에 접근하고, 원하는 장면을 얻기까지 상상 이상의 노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사자는 4~5일에 한번 정도 사냥을 하는데, 그 말은 한번 사냥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선 사자 근처에서 4~5일을 기다려야 된다는 말이다.

에토샤 Pan을 둘러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곳은 에토샤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는 2만제곱km정도 되는 거대한 평원(?)인데, 예전에 호수였지만 지금은 말라버려 흰 사막 같은 모습이다. 에토샤라는 이름 자체가 거대한 흰 판이라는 뜻으로 바로 이곳에서 유래한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바닥에 있는 돌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짭짤하다. 마치 나중에 가게 될 우유니 사막 같아 사진을 많이 찍어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단체사진만 몇 개 찍고 다시 움직였다. ��.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죽은 코끼리를 본 것이었다. 지나가다가 차들이 잔뜩 몰려있어서 가보니 코끼리가 죽어있고 매들이 하나둘 씩 몰려들고 있었다. 외상의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자연사 한 것 같았다. 매가 코끼리 위에서 원을 그리면서 천천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매로서는 다른 매들을 불러모으려는 것이겠지만 마치 코끼리의 장례식을 치루어주는 것 같았다.



혹시 하이에나가 올까 기다렸지만 아직 냄새를 못 맡았는지 하이에나는 볼 수 없었다.

 

밤에는 또다시 맥주를 사들고 물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동물을 관찰한다. 일행 중 몇 명은 침낭을 가져와서 물가 옆에서 자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피곤했다.


 

처음에는 코끼리만 보였지만, 나중에는 코뿔소와 사자(!)도 와서 물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에 사자, 코끼리, 코뿔소가 같이 있다. 왼쪽에 사자 세 마리, 가운데 오른쪽에 코끼리, 오른쪽에 코뿔소


 

내 카메라로는 이렇게 사자의 실루엣만 간신히 포착할 수 있었다.

 

 

결국 3일 내내 표범은 보지 못했지만(표범이 제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 야생동물을 이틀내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인 에토샤 국립공원이었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