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21 나미비아 여행 4~5일차 (투어 6~7일차) in 스와콥문트

10.25 오후 에토샤 국립공원 오코쾨오 로지에서 작성

 

클라우디오Claudio와 우스마Uzma는 스위스에서 온 20대 후반의 부부이다. Claudio는 치과의사이고 Uzma는 외과의사인 의사커플인데, 독특한 점은 둘 다 아랍계라는 것이다. Claudio는 어머니가 이라크, 아버지가 독일-이탈리아계이고, Uzma는 부모님 중 한 분이 파키스탄에서 온 것 같다. 이 부부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지상낙원인 줄만 알았던 스위스를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 스위스 남성은 34세 전까지 290일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한 번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년에 20~30일 정도를 매년 채워나간다. 좋은 장비가 지급되고 군복무기간 동안 근무를 못하는데 대한 보상도 있지만, 스위스 남성들에게는 스트레스인게 분명하다.

 

- 민주주의가 오남용 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로 잘 알려져 있고, 5만명의 서명만 받으면 어떤 안건이든 투표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잘못 쓰이게 되면 Claudio Uzma가 불평하는 것처럼 우익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곤 한다. 주로 우익단체들에 의해 이민자 추방이나 인종차별 같은 어이없는 법안이 통과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최근에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금지하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법안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아랍계인 이 부부로서는 이런 우익단체들의 활동이 달갑지만은 않은 듯.

 

- 최저임금이 없다. 스위스가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라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부자들이 탈세를 위해 많이 이민을 와서 평균이 높아진 것이지 실제로는 워킹푸어의 비중이 30%도 넘는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휴가기간이 긴 것이랑, 노동시간이 급여에 비해 적은 점 등은 여전히 부러웠다.

 

Claudio는 특히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어머니가 이라크 출신이라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80년대에 몇 번 한국에도 사업차 다녀가셨다는데, KAL기 격추사건때 격추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 뻔 했다가 다행히 다음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한다. 어쩄든 이 두 부부와는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지만, 이 둘은 다시 일을 하러 가야해서 빈트훅에서 떠나보낸다.

 

 

바쁜 하루가 지나고 이틀동안은 사막 속의 해안도시 스와콥문트에서 이틀동안의 꿀 같은 휴식을 보냈다. 일주일만에 제대로 된 도시 같은 곳에서 텐트가 아닌 침대에서 자고, 쇼핑도 하고, 레스토랑도 갈 수 있었다. (첫 날 SD 카드를 잃어버려서 첫 날 사진이 없어서 글로만 설명.. 다행히 이전 사진들은 복구해놓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차 타고 오는 길에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 카프리콘 별자리에서 태양이 돌아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과 플라밍고 군락지에서 사진을 찍고 스와콥문트에 도착했다. 로지 도착 전 두 번째 날 할 액티비티들을 예약했는데 스카이다이빙, 쿼드바이킹, 샌드보딩 중 다음날 할 샌드보딩을 예약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는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다음에..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랑 파스타, 햄버거를 먹었는데 일반적인 고기가 아닌 오릭스, 스프링복 같은 여기서 사는 동물들의 고기로 만들어서 특이했다.

 

저녁을 먹고 옆에 있는 댄스 바를 갔다.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위화감도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유럽사람들과 계속 같이 다니면서 딱히 위화감을 느낀 적은 없는데, 바에서 같이 춤을 추다가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유럽노래가 나올 때마다 약간 어색해져서 민망했다. 쓰고보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의 민망함이란

 

 




바에서 돌아와서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을 자고, 둘째날 아침에 샌드보딩을 하러 갔다. 샌드보딩이란 말 그대로 모래위에서 스노보드 장비로 보딩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타 보니 모래가 눈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스노보드랑 큰 차이는 없고 재미있었다.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출발지점까지 매번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것ㅠㅠ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서 리프트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탈 때마다 체력이 떨어져서 여러 번 탈 수가 없었고, 세 번 타고서는 보딩이 아닌 나무판을 깔고 슬라이딩을 하면서 내려왔다. 카메라를 가지고 탈 수 없어 사진이 많진 않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특히 점프는 스노보딩에서도 못 해봤는데, 모래는 넘어져도 안 아파서 용기내서 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카메라를 고치려고 했다. 케이프타운에서 못 고친 걸 여기선 고치나 했지만 카메라 샵에선 당연히 안 된다고 하고, 나 혼자 드라이버 사서 뜯어보려고도 했지만 그러면 더 악화될 거라고 해서 오후내내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덕분에 시내구경만 잔뜩.



 

저녁으로 생선이랑 독일식 면(?) Spitzle을 먹고 남아공 술인 아마룰라(Amarula, 코끼리도 먹고 취하게 만드는 아마룰라 열매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일 익힌 고기만 먹다보니 싱싱한 생선이 먹고 싶었지만, 스시는 너무 비싸고 생선구이로 대신..


스와콥문트에서의 짧은 충전(?)이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캠핑 시작.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