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1:05

3.19 유콘여행 8일차

 

드디어 정든 유콘을 떠나는 날.

 

 

차는 밤새 얼어붙어서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 무사히 공항에 도착! 렌터카 업체사람이 바로 조사할 줄 알고 시간많이두고 여유롭게 왔는데, 무인반납함만 있다 -.- 일찍 일어난게 무안해짐

 

 

애증의 에어캐나다. 이번엔 제발 수화물이 나랑 같이 비행기 타고 오기를..

 

 

북쪽 나라를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풍경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밴쿠버공항에서는 의외로 모든게 순조로웠다. 출국수속도 없고, 짐 검사도 금방 끝나서 30분만에 환승이 끝나버린 것이다. 1시간 반이 남아 여유롭게 남은 돈으로 햄버거 하나 먹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도착!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

 

 

이번 유콘 여행에서는 '자연'과 '느림'을 찾아 왔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여름에 다시 와야지!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1:03

 

3.18 유콘 여행 7일차

3.19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작성

 

밤새 눈이 엄청나게 왔다. 아침에도 계속 눈이 오고 있었고 하루 종일 눈이 왔다. 내 차는 반쯤 눈에 파묻혀있었고, 그것은 오늘 계획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의미였다. 원래는 오늘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가서 동물을 보고, 근처 타키니 온천에 들른 뒤 헤인스 정션까지 드라이브를 해 클루에인 국립공원의 전경을 담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노타이어가 없는 내 차는 눈이 치워진 큰 길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고, 헤인스 정션까지 간다 해도 눈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침. 베이글이 질려서 크림스프와 샐러드로 대신했다.

 

 

눈이 5cm는 넘게 쌓였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이정도 눈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 어쩌면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눈을 안 맞은 게 운이 좋은 걸수도 있다. 눈이 왔다면 오로라도 못보고 드라이브도 못 했을 거니까.

 

 

어쨌든 난 한국에서도 안해본 눈길운전을 여기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것도 체인 없이. 우선 시내에 가서 기념품을 샀다. 시내까지 가는 길은 눈을 다 치워놔서 문제가 없다.

 

메인 스트리트에 차를 세우고, 티셔츠와 메이플 시럽,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들을 좀 샀다. 그리고 차를 타러 갔는데, 차에 무슨 종이 한 장이 붙어있네..? 주차딱지다. 주차요금을 내야 되는데 내가 기계에 돈을 안 넣은 것이었다. 오마이갓. 아니 이렇게 빈 땅이 많은데 왜 주차요금을 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영주차장? 같은 빈 공터에도 보니 주차구역마다 시간을 재는 기계가 있는데, 기계는 수십 개지만 차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어쨌든 벌금을 안내면 다음에 캐나다에 들어올 때 공항에서 잡힐 지도 모르니 시청에 벌금을 내러 간다. 그 와중에 사진찍는 나도 참.. 블로그병이 도졌나보다. 시청 직원은 마치 슈퍼마켓 직원처럼 쿨하게 응 벌금 내러왔네? 10달러야! 하면서 경쾌하게 내 돈을 받아간다. 진짜 한국에서 안 해본 것들 여기서 많이 해본다.

 

 

찝찝한 기분을 안고 켄의 집으로 간다. 켄의 집에 가는 길에 결국 눈길에 막혀 중간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했다.

 

 

눈이 많으니 신나긴 하다.

 

 

지나가다 만난 스노바이크 타는 사람.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켄의 집에 다시 간 이유는 이틀간의 환대에 보답을 해 주기 위해서다. 나는 저녁으로 불고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대신 카드를 한 장 써 드렸다. 한국어로 이름도 적어드리고. 그렇게 나는 두분의 한국 아들이 되고, 두분은 나의 캐나다 부모가 되었다. 금새 정이 들어 이 집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는데 이별할 시간이 되다니 너무 아쉽다.

 

 

집 창문. 래나 아주머니는 장식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집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페인트칠도 직접 하셨다고 하니 보통 미적 감각이 아니다.

 

 

념사진을 찍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을 나온다.

 

 

시내에 가서 선물로 가져갈 아이스와인을 사고, 가보고 싶었던 Baked Bakery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시내에 스타벅스 말고 제대로 된 커피숍은 여기밖에 없음. 

 

 

 

마지막 저녁을 먹기 위해 Burnt Toast Cafe에 갔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니 완전 단골이 되었다.

 

 

 

혼자 파스타도 먹고 와인도 마시면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줬는데, 다행히 혼자 밥먹으러 온 사람이 많아 민망함이 덜했다.

 

 

쿨하게 샐러드를 드시는 혼밥족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스충전도 했다. 캐나다에서 가스가 나오는데도 왜 우리나라랑 가격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하루동안 눈길운전을 무사하게 마친 데 감사하면서 집에 다 왔을 때, 결국 방심해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ㅠㅠ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마을로 들어가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우회전을 했는데, 그대로 미끄러져서 흙더미에 박아버린 것이다. 집에 다왔다고 방심해서 미리 속도를 안 줄인게 화근이었다. 차가 말을 듣지 않아 미끄러지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나마 흙더미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돌이나 나무, 혹은 구덩이가 있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져서 견인차를 불러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다. 앞범퍼 오른쪽이 완전히 부서지긴 했지만 나도 멀쩡하고, 차에 다른 부분에는 이상이 없었다. 지나가던 다른 차가 도와준 덕분에 차도 무사히 빼내서 집까지 갈 수 있었다. 다시는 눈길 운전 함부로 하지 않을거다.

    

 

놀란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짐을 쌌다. 공항까지는 500m 밖에 안 되는 직진코스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다.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깊게 깨닫고 일찍 잠이 들었다.

 

뜻대로 되지 않은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지나고 나면 다 여행의 추억으로 남겠지?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0:52

3.17 유콘 여행 6일차.

3.19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작성

 

유콘의 여름은 해가지지 않는다. 백야현상에 대해 배울 때는 그냥 신기하구나~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아침은 해가 뜨고 저녁은 해가 진다라는 당연한 진리가 틀리다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감하게 된다. 해가지지 않으니 하루 종일 야외활동을 할 수 있고, 해가 몇 달동안 따뜻한 빛을 쏘아주니 극지방인데도 온도가 20도가 넘게 올라가 반팔을 입고 다닌다. 잠을 자려면 두꺼운 커튼을 치고 밤처럼 해놓아야 한다.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꼭 여름에 와서 직접 느껴봐야겠다. 

 

 

 

 

 

파멜라의 집 거실. 아늑하다. 이렇게 넓은 집에 뒷마당 앞마당 차고 다 갖추고 사는 집 보면 부럽기만 하다.

 

 

오늘과 내일은 차를 빌려서 드라이브를 다닌다. 편한 이동을 위해선 여행기간 내내 차를 빌리는 것이 좋겠지만, 보험료 포함 하루 100달러(9만원)이나 되는 가격에 놀라서 딱 이틀만 빌렸다. 여기에 하루 200km 이상 달리면 추가비용을 내야되고, 가스충전도 내 돈으로 해야되니 완전 바가지 쓴 기분이다. 이 동네에선 옆 도시만 다녀와도 왕복 300km인데, 하루 200km라니 장난하나?

 

 

 

우선 렌터카 회사에 갔다. 차는 주행거리 10000km가 갓 넘은 새 차인데 스노우타이어가 아니라 약간 불안하다. 스노우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 차가 없다는데 그렇다고 차를 안 빌릴 수는 없으니 큰 길로만 다니기로 했다. 보험이 하루에 25달러라 들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보험 안 들고 운전한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아 보험을 신청했고,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보험 아니었으면 돈 엄청 물어줄 뻔 했다.

 

오늘의 드라이브코스는 남쪽으로 내려가 클론다이크 고속도로를 따라 카크로스를 지나 미국 국경을 넘어 알래스카의 스캐그웨이Skagway까지 가는 180km 코스로, 예전에 금과 나무를 실어나르던 역사깊은 도로이다. 원래는 금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눈보라가 치면 도로가 막힐 수 있으니 미리 다녀오라는 켄의 조언에 따라 오늘 가기로 했다.

 

 

 

운전을 하니 드디어 이동의 자유를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슬슬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를 따라 카크로스까지 달린다. 차가 없고 길이 일직선으로 되어있어서 차랑 부딪힐 걱정은 없는데 속도 조절이 안 된다. 110km로 달려도 느리게 가는 것 같은 기분. 가는 길은 정말 산과 물이 어우러진 절경중의 절경이라서 입이 딱 벌어진다(영어로도 Jaw-dropping이라고 하더라)‘는 표현이 딱 맞다. 몇 번이나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갔다. 얼어붙고 눈이 쌓여도 이정도인데 여름엔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본다.

 

 

 

 

 

 

 

원래 계획은 카크로스에 가서 커피 한잔 하고가려고 했는데, 유콘루트 열차가 다니지 않는 겨울의 카크로스는 단 하나의 가게도 연 곳이 없었다. 정말 단 하나도. 우체국과 관광안내소도 문을 닫았다. 주차되어 있는 차가 있으니 누군가 살고 있긴 한데 뭐하면서 사는걸까? 적막한 마을에서 사람이 많을 여름을 상상하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휴게소에서 커피와 정직한 핫도그(진짜 햄이랑 빵만 있음)를 먹고, 계속 남쪽으로 향한다.

 

 

 

 

 

 

 

 

 

산 위로 점점 올라가면서 눈이 내렸는데, 만년설이 쌓인 산과 구름 낀 하늘이 구분되지 않아 눈앞이 순백이 되었다. 온통 하얀 풍경 속에서 검은색 도로만이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데, 신비로우면서도 무섭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지나가는 차를 못 본지 20분쯤 되어서 인기척이 그리워질 때 쯤, 산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국경이 나타났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니 반갑기만 하다. 이 사람들은 일년 내내 여기서 근무하려면 엄청 심심하겠지.. 미국 세관에서 까다롭게 검사할까봐 걱정했는데, 세관 아저씨가 갑자기 내 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미군출신으로 일년동안 한국에서 카추사로 근무했다던데, 이런 데에서 만나게 되다니 참 세상이 좁다. 어쨌든 이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국경을 통과했다. 

 

 

산을 내려가니 눈이 그치고 저 멀리 태평양이 보인다. 목적지인 알래스카 스캐그웨이에 도착한 것이다. 국경선을 보면 미국 알래스카 주 영토가 캐나다 해안선을 따라 내려와 있어서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아마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지어주는 대가로 캐나다에게 해안선을 달라는 요구를 해서 지금과 같은 국경선이 그어진 것 같다. 캐나다는 도로를 얻고 미국은 전쟁과 물류를 위한 해안기지를 얻는 윈윈 협상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국경선을 잘 살펴보면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스캐그웨이는 골드러시 때 생긴 마을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는 원주민어 스카구아Skagua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금은 텅 빈 거대한 항구와 공항을 보면서 골드러시와 전쟁 때 사람들로 가득했을 100년 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카크로스보다는 큰 이 마을에도 역시 문 연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지키는 개도 쓸쓸하다.

 

 

 

  마을에서 간신히 발견한 카페. 유일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에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지만, 오후 두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해서 바로 나와야 했다. 이 사람들은 겨울동안 집에서 뭐하고 사는걸까..? 아니면 겨울엔 다른데 가서 사나?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마을을 뒤진 끝에 네시까지 영업하는 커피숍을 발견했다! 이런 세련된 커피숍이 있다니! 시골마을에서 스타벅스를 만난 것 같은 어색함이다. 커피의 위대함을 느끼며 잠시 노트북을 꺼내 시간을 보낸.

 

 

 

 

 

  놀러온 마을 아이들. 심심해서 어떻게 살까? 학교는 있겠지?

 

 

돌아가는 길에 골드러시 공동묘지가 있어 잠시 들렀다. 골드러시때 왔다가 죽은 사람들이 묻힌 곳이다.

 

 

 

이 사람들은 머나먼 알래스카까지 와서 묻힐거라고 생각했을까? 이 사람들의 죽음은 행복한 죽음이었을까? 비석이 세워진 큰 무덤의 주인은 성공한 삶을 살았겠지만,

 

 

 

 

UNKNOWN이라고 적힌 나무팻말 아래 묻힌 사람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왔다가 불행하게 죽어갔을 것이다. 숙연한 마음으로 혼자 공동묘지를 걸어다니다가,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 곧바로 차에 탔다.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캐나다 국경에서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눈이 좀 그쳐 이제 하늘이랑 땅이 구분이 간다.

 

 

켄의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 6시까지 가기로 했지만 가는 길에 사건이 하나 터지고 말았다. 캠핑카가 모인 캠핑존에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나오는 길에 그만 캠핑카 하나를 후진하다가 들이받고 만 것이다. ㅡㅡ 한국에서는 사고낸 적 없는데 여기서 접촉사고를 내다니.. 뒤에 차가 있을거라고 생각 안하고 백미러를 안 본 내 잘못이었다.

 

 

문제의 캠핑카.

 

 

   다행히 튼튼한 캠핑카는 흠집 하나 안 나고, 내 뒷 범퍼와 백라이트만 살짝 금이 갔다. 보험 들어놓길 천만 다행이다. 차에 내려서 캠핑카 주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캠핑카 주인이 심심했는지 맥주 한 캔 마시고 가란다. ? 이게 뭐지? 하면서도 디스 이즈 어드벤처!를 속으로 외치며 기꺼이 맥주를 받아마신다. 캠핑카 주인아저씨는 아들과 사위까지 셋이 캠핑카와 스노모빌을 끌고와서 3일째 맥주 + 고기 + 스노모빌 파티를 즐기고 있었는데, 셋만 있기 지루해질 때쯤 마침 내가 와서 차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뜻밖의 환대에 나는 엄청 당황했고, 손님이 와서 신난 아저씨는 나한테 자기네가 맥주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바비큐를 어떻게 구웠는지, 스노모빌이 얼마나 재밌는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난 민망해서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지만 얼떨결에 아들이 스노모빌을 태워줘서 생각 안하던 스노모빌까지 타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맥주도 주고 스노모빌도 태워준 것이다. 캐나다의 후한 인심이란...

 

여기서 같이 자고가라는 부탁을 뿌리치고 다시 화이트호스로 향했다. 아직 이 당황스러운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7시 반이 되어서야 켄의 집에 도착했는데, 안에는 켄 부부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켄의 다른 집에서 세들어 살고있는 사스Sas와 메리Mary, 그리고 켄 부부의 아들의 친구로 보이는 남자까지 6명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라자냐를 배터지게 먹고 나서 켄 아저씨가 늑대를 잡은 얘기, 그리고 켄 아저씨가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살아나온 얘기를 들었다. 이 아저씨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다. 영화에 나올만한 사건의 주인공이었다니. 하지만 아저씨가 말이 너무 많아서 다들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난 중간쯤부터 영어듣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아예 멍때리고 있었다. 영어에 계속 집중하자니 너무 피곤하다.

 

 

 

 

  켄 아저씨가 자기가 나온 잡지를 직접 보여주셨다. 이 아저씨 알고보니 유명인이었다.

 

 

  30m 크레바스에 빠졌는데 정말 천운으로 살아나왔다고.

 

그렇게 만찬을 마치고 열시 쯤 집에 돌아왔다. 오늘이 성 패트릭 데이라면서 시내 펍에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했지만 운전을 오래해서 피곤한데다 왠지 어색할 것 같아서 안 갔다.

 

내일의 드라이브를 기대하며 조금 일찍 잠이 들었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0:06

 

3.16 Day 5 유콘여행 5일차

3.19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작성

 

유콘에서의 생활도 절반이 지났다. 유콘의 느림에 점점 적응해가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여유롭고, 겨울스포츠를 즐기고, 그리고 친절하다.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고(Hello, how are you?) 길을 건너가려고 서 있으면 알아서 차를 세워준다. 이런 여유와 친절이 시골의 매력이 아닐까? 

 

 

 

오늘은 정든 Beez Kneez를 떠나 숙소를 옮긴다.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위해 한 스키 팀이 게스트하우스 전체를 빌려서 자리가 없다고 한다. 아침에 작별인사를 하고 나온다. 새로운 숙소는 시내 저렴한 호텔로 정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되면 밥을 다 사 먹어야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나간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시 외곽에 사는 파멜라Pamela라는 사람 집에서 3일을 머무르기로 했다. 공항이랑 가깝고 가격도 저렴해서 맘에 든다. Pamela가 저녁때 집에 온다고 해서 일단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 크리스티나가 머무르는 집에 맡겨놓고 저녁때 가지러가기로 했다. 첫 에어비앤비 이용이라 떨린다.

 

오늘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도전한다. 10시에는 도착하려고 했는데 어제 오로라 보느라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에서 10시 넘어서야 나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시간이 남아 역사박물관인 맥브라이드McBride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 찾아온 지 세 번 만에 드디어 입장 성공. 별 기대는 안했는데 유콘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에 대해 생각보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놀랐다.

 

 

 

유콘의 역사를 요약하자면 1800년대 후반 탐험가들이 찾아오기 전에는 원주민들만이 살고 있었고, 1897(?) 금이 발견되면서 1차 전성기를 맞는다. 그때 거주인원이 35000명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금과 나무를 나르기 위해 바닷가인 알래스카 Skagway부터 화이트호스까지 200km의 철도가 건설된다. 금이 다 떨어지면서 사람들도 많이 빠져나갔지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2차 전성기를 맞는다. 일본의 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이 미국 서부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지으면서 교통이 좋아졌다고 한다. 지금은 셰일가스, 철광석과 같은 자원과 관광이 주 소득원인 것 같은데, 자꾸 사람이 빠져나가서 캐나다 정부에서는 유콘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세금도 깎아주고, 혜택을 많이 준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고 크로스컨트리 스키 클럽으로 간다.

 

 

 

리프트가 늘어서 있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우리나라 스키장을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동네 뒷산의 둘레길같은 느낌? 작은 건물이 하나 있고, 언덕 주변으로 여러갈래의 길이 나 있었다. 운영시간도 따로 없고, 스키가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가져와서 타면 된다.

 

 

처음 코스를 보았을 때는 리프트도 없는데 어떻게 스키를 타고 경사로를 올라가지? 생각했지만 이건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의 착각이었다. 크로스컨트리는 스키 종류도 다르고 타는 방식도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일단 스키가 더 길고, 뒤꿈치가 스키에 고정되어있지 않아 걸어가듯이 스키를 타야 한다. 알파인 스키에서는 스키 폴이 거의 안쓰이지만, 크로스컨트리에서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스키를 한번도 안 타본 사람인 것이다

 

 

어떻게 타야하는지 이론적인 설명은 들었지만 적응하는데 한참 걸렸다. 코스에는 편하게 갈 수 있게 11자로 파 놓은 길이 있는데, 처음에는 괜한 자존심에 그냥 가보려다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11자 홈에 스키를 붙여놓고 앞으로만 갔다. 그렇게 가도 땀이 뻘뻘 났다. 크로스컨트리는 전신운동이었던 것이다.

 

 

역시 주변의 풍경이 좋다

 

 

나중에는 요령이 조금 생겨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평일 오후의 초보자 코스라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동네 뒷산에 마실가듯이 스키타러 오는 걸 보고 캐나다가 왜 겨울스포츠 강국인지 실감했다.

 

 

두시간을 타고 오니 힘들어서 더 탈 수가 없었다. 처음에 스키를 세 시간만 빌려주길래 왜이렇게 짧은지 의아해했는데 알파인처럼 하루종일 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6시 반까지 숙소에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어떻게 보낼까 하는 걱정으로 바뀌었고, 시내에서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다.

 

 

 

 

기념품 구경좀 하고 Burnt Toast Cafe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 어제 브루어리 투어에서 맛있었던 유콘 레드를 주문해 본다.   

 

 

저녁메뉴를 고민하다가 엘크고기로 만든 소시지가 있어서 시켜봤는데 꿀맛이었다. 역시 맛집! 정직한 소시지와 매쉬드 포테이토의 조합이 좋다. 저녁타임 시작시간인 4시 반에 와서 손님이 나 혼자였는데, 웨이터가 심심했는지 자꾸 말을 걸어서 말동무좀 해 주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 평범한 가정집이다. 숙소 주인 파멜라Pamela는 파크 레인저Park Ranger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원 관리인? 파멜라 집에는 나 말고도 칠레에서 이사온(!) 헤럴드가 살고 있었다. 어떤 사정으로 이 멀리까지 이사왔는지는 너무 복잡할 것 같아서 차마 못 물어봤다.

 

 

  방이 아늑해서 좋다. 혼자쓰는 방인데 4만원도 안하다니!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크리스티나의 숙소로 갔는데, 거기서 이번 여행 최고의 인연을 만났다. 바로 집 주인 부부인 켄Ken과 래나Lana. 60대 부부는 그냥 짐만 찾으러온 나보고 저녁을 먹으러 가라면서 따뜻하게 맞아줬다. 그래서 나는 얼떨떨하게 60대 부부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60대 부부의 친구아들과 다섯이서 마치 오래 알고지낸 사람처럼 앉아서 타코를 먹게 되었다.

 

 

  두 분은 너무 좋고,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나를 마치 어렸을때부터 알고지낸 사람처럼 대해주셔서 오히려 손님인 내가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북극곰처럼 생긴 켄 아저씨는 경찰로 일하다가 은퇴해서 요즘은 여름에만 레인저로 일하는데, 사냥과 술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유콘 사람이다. 두 부부는 아들이 있었는데 10년도 전에 사고로 아들을 잃고 지금 집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은퇴한 뒤에는 일상이 지루해져서 하숙생을 들이기로 했고, 그 첫 번째 하숙생이 크리스티나가 된 것이었다.

 

 

 

켄은 사냥을 좋아해 집에 곰, 늑대 가죽이 있었고, 내가 주저하다가 사진을 찍고싶다고 했더니 나보다 더 들떠하시면서 어떤 포즈를 찍어야되는지 조언까지 해 주시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더 재밌는 것은, 내 숙소 주인인 파멜라가 켄의 상사라는 것이었다! 내가 파멜라 얘기를 하면서 레인저라고 했더니 켄이 응? 나도 레인저인데? 하다가 알게 된 것이다.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이었다. 타코에 위스키, 차까지 마시고 꼭 다시 오라는 환대를 받으며 켄의 차를 타고 파멜라의 집까지 갔고, 나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켄과 파멜라는 위스키를 마셔가며 신나게 얘기를 나누었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얘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에어비앤비가 여행객과 호스트를 연결시켜주면서 중개수수료로 겨우 1~2달러만 떼어간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적어도 20%는 떼어갈줄 알았는데 2달러라니! 10% 떼어가도 뭐라할 사람 없을텐데..15%씩 떼어가는 부킹닷컴과 비교되는 멋진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켄도 파멜라가 적극 추천해줘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신청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화이트호스 시에서는 부족한 여름숙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신청하면 집 인테리어비를 제공해준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파멜라네 집에 사는 개. 나보고 틈만나면 놀아달라고 방에 와서 날 빤히 쳐다본다.    

 

 

오늘 밤에도 오로라가 떴다. 지금 숙소가 시골이라 집 앞마당에서도 오로라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틀 연속 강렬한 오로라를 보고나니 오늘은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에 괜히 시큰둥했다. 어제보다 약하기도 했고, 오늘은 그냥 좀 쉬고 싶었다. 벌써 질려버린 건 아니겠지?

 

 

 

 

짧은 시간에 많은 인연을 만난 오늘 저녁이었다. 역시 인연은 우연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맞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3. 23:04

3.15 유콘여행 4일차
3.19 아침 화이트호스 공항에서 작성

 

 

<화이트호스 여행 정보>


이곳에선 여름/겨울에 할 수 있는 레포츠의 차이가 크다.

 

- 겨울

개썰매 : Muktuk Adventures(www.muktuk.com)이 제일 유명하다. 어쩌면 여기서만 운영하는것일 수도 있다. 반일199$ 전일 299(279?)$. 2인1조로 6마리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얼어붙은 강 위를 달리는 코스. 반일로 신청하면 두시간정도 달린다.

 

오로라투어 : Aurora Borealis & Northern Lights Yukon (www.auroraborealisyukon.com)이 제일 유명하다. 10-2시 네시간 투어에 125$. 밴을 타고 불빛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오로라를 본다. 신청하기 전에 날씨와 오로라 예보 체크 필수.

 

스노모빌 : 안 해봐서 어디가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가격 반일 199$ 전일 299$

 

스키 : 크로스컨트리스키는 whitehorse cross country ski club에 가면 할 수 있다. 시내버스로도 갈 수 있음. 일일이용권 15$ 렌탈3시간 15$ 전일 20$

 

 

- 여름
카누/카약 : 시내 강변에서 카누/카약을 탈 수 있다. www.kanoepeople.com.


White Pass & Yukon Route : 화이트호스에서 출발해 카크로스를 거쳐 미국 Skagway까지 약 200km를 달리는 관광열차. 산속으로 기차길을 뚫어놔서 끝내주는 경관을 볼 수 있다.

 

각종 트레일 : 산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트레일 코스가 있다. 제일 좋은 건 밤에도 해가 안지기 때문에 24시간 언제든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카크로스 근방에서 출발해 Skagway까지 가는 Chilkoot Trail이 유명한 코스인 것 같다.

 

클루에인 국립공원 : 화이트호스에서 서쪽으로 170km 정도 달리면 유콘의 자랑 클루에인Kluane 국립공원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고, 카누, 캠핑, 등산 등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음. 겨울에는 일부분만 개방되고, 관광안내소도 운영 안한다. Haines Junction이라는 도시가 베이스캠프.

 

 

- 공통

타키니 온천(Takhini Hotsprings) 시내에서 북쪽으로 20km정도 떨어진 온천. 12시 - 밤10시까지 운영하고, 10시부터 새벽1시까지는 온천 풀을 대여할 수 있다. 야외온천이라 겨울에 오면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입장료 10달러.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Takhini Wildlife Preserve) :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 운영시간은 시즌별로 다르며 12시와 2시에 버스투어가 있다. 입장료 15$ / 버스투어를 신청하면 22$

 

드라이브 : 드라이브하면서 보는 풍경 자체도 멋있어서 하나의 관광코스로 넣어도 된다. 화이트호스 – 카크로스 – Skagway로 이어지는 Klondike Highway가 추천코스.

 

 

 


여행 4일차인 오늘은 오전에 개썰매를 탄다. 전날 오로라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8시 50분에 픽업차를 타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투어장소로 이동!

 

15분정도 달려 도착하니, 멀리서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개가 몇 마리 없을 줄 알았더니 100마리나 있다! 말 그대로 개판. 묶여있는 개들은 천성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애들이라 잠시도 쉬질 않고 좀 꺼내달라고 짖어댄다. 경주용 개 100마리가 스테레오로 짖어대니 서로 대화가 잘 안 될 정도. 개랑 별로 안 친한 나는 좀 당황했지만 개 매니아들은 엄청 좋아한다.

     

 

우선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방한복이라고 껴입고 온 건 여기선 그저 봄옷일 뿐이었다. 가이드는 내 옷을 보더니 당장 갈아입으라면서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두꺼운 패딩과 장갑을 건네준다.

 

 

오늘의 동행은 일본인 셋과 캐나다인 셋. 일본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일본인 가이드가 상주하고 있고 일본어로 된 서류도 준비되어 있을 정도이다. 아니면 일본사람들이 영어를 못해서 그런가..?

 

개썰매 하나당 여섯 마리가 붙는데, 그것도 아무나 붙이는 게 아니라 친한 개들끼리 붙인다고 한다. 사이 안 좋은 애들끼리 붙이면 싸움난다고. 개들을 줄에 연결하고 정렬시키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잠깐만 시선을 떼고 있어도 지들끼리 싸우고 엉키고 난장판이다.

 

 

간신히 썰매 세 개를 다 세팅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출발! 개들이 신기하게 옆으로 안 새고 정해진 길을 따라 달린다. 냄새를 따라가는걸까? 썰매에 한명은 눕고 한명은 서서 드라이브(?)를 하는데 의외로 신경쓸게 많다. 개들이 너무 빨리 달리면 지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조절도 해야되고, 개 줄이 엉키면 멈춰서 줄도 풀어줘야 되고, 개가 변을 보고싶어하면 멈춰서 편하게 변을 볼 수 있게 도와줘야한다. 만약 변을 보고 싶어하는데도 그냥 갔다가는...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잠시 쉬는 중. 이렇게 중간중간 쉬어가야 한다

 

 

얼어붙은 강을 따라 한시간정도 달리고 똑같은 길을 돌아오는데, 속도감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보이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겨울이란 이런거구나!! 격하게 느끼면서 계속 썰매를 몰았다.

 

 

 

동영상으로 봐야 제맛!

 

 

멋진 풍경

 

 

 

계속 달린다.

 

 

개셀카

 

 

주변 풍경이 너무 멋지다

 

 

슬슬 지루해질 때 쯤 썰매투어는 끝. 하루종일 하면 지루할 뻔 했다. 처음엔 199달러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달려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력추천 !!

 

 

 

다음일정은 시 외곽에 있는 유콘 브루어리 컴퍼니, 맥주공장 투어다. 지역맥주를 만드는 곳인데 맥주 제조방법이 궁금해서라기보다 맥주 7종류를 다 맛볼수 있다고 해서 투어를 신청했다. 점심은 간단히 근처 월마트에서 맥도날드로 때움. 맥도날드에는 딱 봐도 돈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만드는 8가지 종류의 맥주. 이름과 디자인이 특색있다.

 

 

30분정도 공장을 돌면서 설명을 해 주는데, 축구장 반정도 밖에 안되는 소규모 공장이라 별로 설명할 것이 없고, 가이드도 이미 사람들이 투어보다는 시음에 더 관심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간단히 진행한다.

 

 

 

드디어 맥주를 마셔볼 시간! 라거, 에일, 페일에일, 커피를 넣은 맥주까지 다양하다. 가이드는 아까와 달리 맥주 하나하나 따라주면서 각 맥주의 제조법, 특징, 판매량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완전 만족! 여기 살았으면 피처로 잔뜩 사갈텐데 아쉽다.

 

 

숙소에서 해먹은 저녁. 전의 파스타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 계란이랑 샐러드도 넣음(+스프라이트) 

 

 

좀 쉬다가 새로온 스위스인 일행 두명과 함께 다섯명이 오로라를 보러 나간다. 오늘은 구름은 좀 꼈지만 오로라가 센 날이라고 해서 반신반의하고 나갔다. 숙소에서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어제보다는 약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오로라가 안 보인다... 실망..

  

근처에서 누군가 피워놓은 불을 발견해서 좀 놀다가기로 한다. 아마 누군가 오로라를 기다리다가 그냥 떠났나보다.

 

 

불 근처에서 놀고있는데, 저 멀리 희미한 오로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인지 오로라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카메라로 찍어보면 오로라가 확실하다.

 

산 위에 걸쳐있던 희미한 오로라는 점점 커지면서 밝아지기 시작하고,

 

마지막엔 우리 머리위까지 와서 밝게 비춘다. 오로라 쇼 시작!

 

 

 

어제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속도도 빠르고,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어제와는 다른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어제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불붙은 나뭇가지로 여러 컨셉사진을 찍어본다. 카메라랑 삼각대를 가져온게 천만 다행이었다.

 

 

 

 

 

 

 

 

 

불이 사그라들면서 손발이 얼어갈 때 쯤 오로라도 끝났다. 집에 돌아가라는 메시지일까?

 

 

 

 

 오늘도 만족스러운 오로라 관측이었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19. 10:39

3.14일 밤 유콘여행 3.5일차

3.18 오후 화이트호스 Baked Bakery에서 작성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오로라를 셋째날 밤에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난 막연하게 여기 오면 당연히 오로라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로라를 만나는 건 전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3일동안 머무르면 오로라를 볼 확률이 95%라는데, 정확히 말하면 3일동안 카메라로 오로라를 찍을 수 있는 확률이 95%인 것 같다. 무슨 얘기인지는 아래에 설명하겠음. 

 

<오로라를 보려면?>

 

오로라(여기선 Northern Lights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를 보기 위해선 두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한다.

1. 날씨가 맑아야 하고

2. 오로라가 강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둘 다 맞는 날이 일주일에 며칠이나 될 지 생각해보면 오로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로라 세기라는 건 날씨와 같아서 불규칙적이고,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매 시간 그 세기가 변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지켜봐야 한다. (오로라 예보는 구글에 aurora forecast + 지역명을 검색하면 나온다)

 

만약 오로라가 센 날이어도 구름이 많이 끼면 당연히 볼 수 없고, 날씨가 맑아도 세기가 약하면 맨 눈으로는 구름인지 오로라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라서 카메라로 찍어야만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결론은 오로라를 맨눈으로 보려면 날씨가 맑고 오로라가 강한 날을 찾아 추운 밤에 바깥에서 기다리거나,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로라가 뜨면 재빨리 불빛이 없는 것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오로라 투어를 꼭 해야 할까?>

 

화이트호스에서는 오로라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Aurora Borealis & Northern Lights Yukon (http://www.auroraborealisyukon.com/) 회사가 제일 유명하다. (이 회사 하나만 있을지도..?)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대부분 이 회사로 보내는 것 같다. 오로라 투어를 하면 10시쯤 픽업하러 와서 시내에서 먼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 장소에는 추우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가이드가 오로라를 어떻게 촬영하는지 설명해준다. 그렇게 3~4시간정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는 일정이다.

 

 장점은 편리함이다. 혼자 보려면 숙소에서 오로라 뜨기를 기다렸다가 알람이 뜨면 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서 보거나, 아니면 미리 가서 추위에 떨면서 기다려야하는데 투어를 신청하면 편안한게 볼 수 있다.

 단점 : 비싸다. 4시간 투어에 125 캐나다 달러(약 11만원).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비싼 가격이었다.

 

각자의 경제사정에 맞춰 알아서 선택하길 바람. 여행을 촉박한 스케줄(3일이내)로 왔다면 투어를 추천한다. 맨눈으로 못 보더라도 카메라에는 제대로 된 오로라가 찍히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투어를 하지 않았고, 대신 호스텔 사람들과 같이 마을 주변의 조용한 언덕으로 가기로 했다. 호스텔 매니저 낸시 말로는 오로라 투어는 돈낭비라면서, 차가 없으면 자기가 태워다줄테니 투어에 쓸 돈 다른데 쓰라고 한다. 그 친절함에 또 한번 감동.. 오늘이 바로 오로라가 센 날이면서 날씨도 구름이 적당히 있다고 해서 여유롭게 밤 11시쯤 나가려고 했다.

 

  네브로스가 자꾸 호들갑을 떨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빨리 나가야한다고 보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때까진 그냥 시큰둥했다. 날씨가 좋으면 좀 이따 나가서 보면되지.. 그때 크리스티나가 자기 친구가 지금 오로라를 봤다면서 같이 나가보자고 해서 다들 나갔는데, 앞 집 굴뚝 위로 선명한 오로라가 딱!! 

 

 

   카메라때문에 과장된 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보였다! 마을에서 불빛 위로 저렇게 보일정도면 어마어마한 오로라다! 우리는  119가 출동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빨리 준비했다. 방에 두꺼운 옷으로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차에 올라타고 낸시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까지 달린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오로라를 제대로 마주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무지개처럼 한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초록 띠가 이어져있었다. 하얀 은하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초록 띠가 있는 것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워낙 밝아서 카메라를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도 없이 그냥 찍으면 됐다.

 

 

카메라 고급기능을 이용했더니 오로라가 더 밝게 나와서, 오로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처음에 무지개처럼 아치를 그렸던 오로라는 계속 밝기와 모양이 변했다. 좌우로 흔들리기도 하고, 새로운 선이 생기기도 하고, 오로라가 한쪽에서 떠서 하늘을 가로질러서 반대편으로 가기도 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초록가루를 뿌린 것처럼. 계속 모양이 변하니 지루할 새가 없다.

 

 여기 사는 사람들 말로는 날마다 모양이 다르고, 가끔 노란빛이나 핑크빛이 나올 때도 있고, 움직이는 속도도 달라서 매번 볼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그 사이 모양이 변했다.

 

 

  여긴 반대편 하늘. 이건 보정안하고 찍은 사진이다.

 

 

 

  이랬던 오로라가

 

 

  1~2분 지나니 이렇게 모양이 변했다.

 

 

 

  한 시간쯤 보고 나니 오로라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사람들이 몇몇 왔는데, 처음만큼 강한 오로라는 못 봤을 거다. 계속 밖에 서있다보니 추워서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주 운이 좋았고 오로라 관측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유콘까지 온 보람이 있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18. 16:12

3.14 유콘 여행 3일차

3.17 알래스카 Skagway의 한 카페에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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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화물 지연 처리방법 및 보상받기 모르고 있으면 손해!>

 

1. 공항 Baggage Claim에서 공식적으로 지연신고를 한다. 신고를 하면 신고번호를 주는데, 이 신고번호가 있으면 WorldTracer라는 사이트나 각 항공사 사이트에서 그 수화물이 어디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 신고하면서 OPE(Out of Pocket Expenses)를 요구한다. 이는 항공기 지연에 대한 보상비로, 현금을 일시금으로 주거나 생필품 키트를 주기도 한다.

 

3. 수화물이 오기 전까지 구매한 필수품 (, 세면도구 등) 은 영수증을 챙겨두면 항공사와 보험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옷이 없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옷을 산 다음 나중에 보상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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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갑자기 잠이 깼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잠이 안와서 한참동안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10시여서 정신없이 나왔다.

 

 

 

유심을 사서 인터넷과 전화가 되게 한 뒤 공항에 가려는 계획이었지만 통신사에 갔더니 유심카드는 안 판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발급한 운전면허나 여권, 시민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ㅡㅡ 뭐 이런 경우가... 유심을 못 살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했는데 한방 먹었다. 역시 뜻대로 다 되면 여행이 아니지!

 

 

  심란한 채로 일단 배라도 채우려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여행중엔 현지음식을 고집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도저히 빵을 먹을수가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건 따끈한 국물이었다. 국수 한사발 들이키고 나니 기분이 훨씬 낫다. 이제 결전의 장소(?) 인 공항으로 갈 시간.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간다. 이 동네에 시내버스가 있을 거라곤 기대도 안했는데 노선이 6개나 있고 한시간에 한번이나 다닌다. 시내버스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공항에 갔더니... 카운터에 직원이 없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을 불러 이래저래 설명했더니 나보고 이름과 수화물 번호, 캐리어 모양, 항공편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난 짐이 없으니 신고하려고 하는구나..생각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에서 내 캐리어를 꺼내왔다!! 내린지 44시간만에 내 짐과 다시 만나는 감격적인 순간 ㅠㅠㅠ

 

 

 왜 늦게 왔는지 알아보니, 일단 나는 처리방법 1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내가 밴쿠버공항에서 신고한 것은 분실신고서가 아니라 세관신고서였던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나는 항공사에 분실을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짐 추적도 안 되고 항공사에서 보상비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밴쿠버 공항직원이 분실신고서를 쓰라고 알려줬으면 이런 일 없었을텐테 -_- 그리고 짐을 확인해보니 내 이름이 붙은 태그가 뜯어져있었다.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 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누가 뜯어낸걸까?

 

어쨌든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옷도 갈아입고, 샤워도 제대로 하고, 충전기도 여러 개 꽂고 나니 여행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기쁜 마음에 주말에 닫혀있던 박물관들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니 마을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관광안내소, Klondike , 역사박물관 세 곳을 보러 나갔지만 Klondike호는 아예 겨울에 문을 닫고, 역사박물관은 오늘도 안 한다. 혼자 온 나를 위해 영상을 틀어준 친절한 관광안내소 덕분에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

 

 

 

썰렁한 관광안내소

 

 

이 큰 상영관에서 나 혼자 영상을 봤다.

 

 

 

 

 마을의 토템. 무슨 의미일까?

 

 

 

늦은 점심은 호스텔 매니저에게 추천받은 Burnt Toast Cafe라는 곳에서 먹었다. 화이트호스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맛집이 별로 없다는 것. 다른 레스토랑들은 별로 끌리는 곳이 없다. 여기는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맘에 쏙 드는 곳! 한번 더 와야지.

   

 

 

 이름이랑 컵받침부터 넘쳐나는 센스

 

 

 

  파니니와 샐러드의 궁합!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좋았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아 마을 구석에 있는 도서관과 콴린 던Kwanlin Dun이라는 이름의 문화센터에 갔다.

 

 

별로 기대 안하고 갔는데 캐나다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곳이어서 놀랐다. 도서관은 크기는 작았지만 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나같은 이방인이 들어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지역사회에 기본적인 신뢰가 깔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밤 9시까지 문을 연다는 게 놀라웠다. 화이트호스에서 9시까지 운영이라니! 운영시간에서부터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문화센터는 Kwanlin Dun이라는 전통부족(여기서는 First Nations라고 부른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었다. ‘흐르는 강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부족은 예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개척 초기에 캐나다 탐험가들과 부족 대표가 서로 도와주며 살기로 협약을 맺어서 유혈충돌 없이 공존에 성공했다고 한다. 시내에서 가끔 마주치던 아시아계 사람들이 사실은 이곳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난 항상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학살하면서 서부로 진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형태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도 환경이 너무 열악해 원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자기 할머니가 이 센터를 세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원주민 직원을 보면서 인디언을 피해자로만 바라봤던 것이 내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 문양. 왠지모를 신비감을 주는 게 맘에 들었다. 기념품으로 사려고 찾아봤는데 아직 못 찾음.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오고 짐도 찾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남은 4일을 어떻게 보낼지 본격적으로 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이 없는 게 너무 아쉽다. 가이드북이 없는 게 이렇게 번거로울 줄이야..가이드북 만드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가지며 여행정보를 하나하나씩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화요일은 개썰매, 수요일은 스키, 목금엔 차를 빌려서 목요일은 클루아인 국립공원방문, 금요일은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화이트호스 남부의 카크로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화요일 개썰매 투어까지 예약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아직 렌트카와 다음 숙소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그건 내일 결정하기로 한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다음 편에서..

 

 

 

저녁으로는 기쁜 마음에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나름 그럴듯하게 차려먹으려고 하니 사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갔다...^^ 그래도 뭔가 뿌듯.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니, 이래서 여행이 좋다.

 

 

 

유콘의 지역맥주. 호기심에 하나 구해봤는데 맛있다.

 

  저녁을 먹고나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저녁에 읽으려고 책도 가져왔지만 며칠내내 사람들과 얘기하느라 책은 한 페이지도 안 읽었다. 여행자 한명 한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기 때문에 안 들을 수가 없다. 미국 뉴욕에서 산 차를 끌고 2년 넘게 여행해 여기까지 온 일본 커플,네 달째 일하다 여행하다를 반복하는 독일사람 Nevros, 시애틀부터 알래스카까지 차로 여행하고있는 스위스 친구 둘, 서로의 인생얘기나 여행경험 애기를 나누다 보면 가보지 않은 곳도 갔다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한곳에 모여앉아 세계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게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유다. 

 

  얘기가 끝나고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오로라가 뜬다는 소식에 다들 들떠서 나갈 준비를 한다. 오로라 얘기는 길어서 다음 편에 따로 적어야겠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17. 01:13

 

3.13 유콘 여행 2일차

3.15 저녁 화이트호스 Beez Kneez Backpackers에서 씀

 

  둘째 날은 일요일이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첫날도 조용했지만 일요일은 더 고요했다. 일요일이면 밖에 나와서 다닐 만도 한데, 다들 집이나 교회에만 틀어박혀 있나보다. 여행사가 일요일이라고 전화를 안 받으니 투어예약도 못하고, 핸드폰 배터리는 떨어져 가는데 짐이 안 와서 충전도 못하고, 충전기를 챙겨온 노트북은 와이파이가 안 잡히고... 갈수록 엉망이다.

 

 

  시차 적응이 안 돼서 6시에 일어났다. 거실에 나와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본다. 내가 첫 4일동안 묵는 Beez Kneez Backpackers는 이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다. 거실도 넓고, 소파도 푹신하고, 부엌시설도 좋고, 매니저도 친절한 게 맘에 든다. 지금까지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 탑3 안에 들어가는 듯. 새벽 빛 맞으며 이국적인 바깥풍경을 구경하면서 낯선 북쪽마을에 적응해간다.

 

 

 

 

  얘는 매니저가 키우는 개 버사Bertha. 알래스카 지역답게 여긴 집집마다 하나씩 큰 개를 키우는 것 같다.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서 처음엔 좀 놀랐는데, 훈련이 잘 되어서 고기를 앞에 놓고도 먹지 않는다. 버사는 개썰매를 위해 훈련받았는데 이제는 은퇴해서 개팔자 상팔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처음으로 만든 아침. 내일은 계란을 추가해야겠다.

 

 

  뜻밖에 한국사람의 흔적을 만났다. 2008년에 다녀간 사람이 그려주고 간 그림이라는데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매니저가 신나서 보여줬다. ㅎㅎ 먼 곳에서 익숙한 것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다.

 

  오늘은 짐을 받는게 제1목표이기 때문에 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짐이 와야 맘놓고 이것저것 알아볼 수 있다. 네시 15분에 비행기가 도착하기 때문에 그때쯤 올 거라고 기대해 본다.

 

 일단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산책이나 하려고 천천히 나왔다. 내복도 없는 청바지 하나와 반스 신발로는 이 눈밭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이 배는 이 마을의 마스코트로 100년도 전에 사람과 나무를 실어나르던 배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보면 좋은데 일요일이라 역시 폐장.

 

 

 

 마을 한 구석에는 대회가 끝난 뒤 방치된 얼음 조각상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펭귄들.

 

 

  마을을 벗어나 산책로에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카메라만 갖다대면 작품사진이 나온다.

 

 

 

 

 강 주변이 저렇게 얼어붙었다. 1,2월에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갈땐 다 얼어붙어있었는데 그나마 좀 녹은거라고 한다.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사는걸까? 밖에 제대로 다닐 순 있을까?

 

 

 

 

  유콘 홍보영상에는 깊은 푸른빛의 호수로 나오던데, 여긴 호수 전체가 얼어버렸다. 어마어마한 스케일.

  유콘은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극명한 곳이다. 11월-3월까지는 밤이 길고 날씨가 추워 낮에는 스키, 개썰매, 스노모빌, 얼음낚시 같이 눈과 얼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곳이고, 밤에는 오로라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완전 다른 나라가 된다. 영상 20도가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카누, 카약, 등산, 캠핑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신 백야현상 때문에 밤에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여름에 오면 또 색다른 느낌이겠지? 5월-8월에는 독일에서 직항편이 오기 때문에 독일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사진 한방 찍고 다시 숙소로. 긴 코스도 있는데 더 이상은 추워서 못 가겠다.

 

 

 

  다람쥐, 여우나 늑대를 봤으면 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겨울잠에서 깬 곰(!)이 나타나기도 한다던데.. 영화 레버넌트에서 곰에게 물어뜯기는 디카프리오를 떠올리며 빨리 마을로 돌아왔다. 이 동네에선 야생동물에 당한 사람들 뉴스가 가끔 나오는데, 어제는 산책하다가 코요테한테 물린 사람이 지역신문 1면에 실렸다. 몇 년 전에는 야생곰이 민가를 습격해 창문을 깨고 들어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그 얘기 들은 다음부턴 혼자 숲속 가기가 무섭다. 

 

 

  산책을 끝내고 스타벅스에 왔다. 노트북도 쓰고 혹시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왔는데, 정말 한국 사람이 있었다! 두 명을 만났는데, 여행온 건 아니고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지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에 한국인 워홀러가 6명이나 있다니.. 호주만 가는 줄 알았는데 캐나다로도 많이 오나보다. 캐나다 친구 말로는 시급이 12~15달러정도 된다고 하니 적은 금액은 아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나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워킹 홀리데이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한국어도 배우고 돈도 벌어가세요! 라고 모집하면 외국인들이 잔뜩 몰려올까? 만약 아니라면, 그건 우리나라가 매력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파워가 약해서일까? 생각해 볼 문제들이 많다. 확실한 건, 이 나라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동네는 스타벅스도 6시에 문을 닫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짐이 도착했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집에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렀는데, 미소랑 김치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이런곳에 김치가?

 

 

  태양초 고추장?!

 

 

  불고기 소스까지! 한국식당도 없고 한국사람도 적은데 누구를 위해 갖다놓은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숙소에 왔는데,,,... 짐이 없다.. 네시 15분에 도착한 비행기면 지금쯤 와있어야 하는건데.. 점점 불안이 엄습해온다. 불안해서 에어캐나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짐이 어딨냐고 하니까, 신고번호를 달라고 한다. 난 그런 번호 받은 적이 없는데?? 그러면 항공편이랑 날짜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더니, 내 짐에 대한 정보가 없단다...ㅎㅎㅎ 점점 머리가 복잡해져 간다. 어떻게 된거지? 만약 짐이 안오면 보상은 되나? 일주일을 버티려면 뭘 사야되지? 짐이 아예 없어지면 어떡하지?

 

  에어캐나다 두번째 비행기가 8시 반에 도착하니까 그 비행기에는 짐이 타고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마음은 불안해도 신기하게 배는 고파서 저녁으로는 베이컨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었다. 파스타가 많아 일주일 내내 파스타를 먹어야 할 지도 모른다. 여긴 1인가구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어서 모든걸 대용량으로 팔기 때문이다. 어쨌든 맛은 있었음.

 

   밥 먹고나서 다시 짐을 기다린다. 8시..지금쯤 도착했겠지.. 9시.. 이제 짐 찾고 있겠지.. 9시반.. 왜 연락이 없지? 짐이 늦게나오나..? 10시.. ????

 

  이제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에어캐나다 서비스센터는 계속 내 짐을 못찾겠다고 하고, 화이트호스 공항엔 일요일 밤이라 연락이 안된다. 똑같은바지를 비행기까지 합치면 18+28=46시간을 입고 있었다. 양말은 40시간이 넘어가자 도저히 신을 수 없어서 호스텔 매니저한테 양말을 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후..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내일 공항에 직접 찾아가는 것. 짐을 찾던지, 짐이 어디있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오던지,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14. 09:38

3.12 유콘 여행 첫째 날

3.13 오후 화이트호스 스타벅스에서 작성

 

  5일 휴가를 운 좋게 쓰게 되었다. 주말을 끼면 8박9일이 되는데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태국? 러시아? 쿠바? 인도?

시원한 곳을 가고 싶어서 몽골이나 러시아 바이칼 호를 알아봤더니, 3월에 갔다간 시원한 게 아니라 얼어죽겠더라.

 

  캐나다중에서도 머나먼 유콘 주까지 오게 된 것은 티비에서 우연히 본 '걸어서 세계속으로' 덕분이었다.

유콘 주 기행이 나왔는데, 때묻지 않은 대자연에 골드러시 시대의 건물들, 겨울스포츠, 오로라까지 보자마자 꽂혀버렸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닌 것 같지만 완전 내 취향저격!

그렇게 북위 60도, 캐나다 서북쪽 유콘 주의 수도인 화이트호스에서만 꼬박 한 주를 보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에 패기있게 출발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비행기는 내가 타본 항공편중에서 가장 험난했다. ㅠㅠ 빨리 간다고 환승시간을 짧게 잡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인천에서 화이트호스까지 비행기를 세 번을 탔는데(인천-베이징-밴쿠버-화이트호스), 베이징에서 국제선 환승을 한시간 15분, 밴쿠버에서 국내선으로 환승을 한시간 반 안에 끝내야 했다.

 

일단 인천에서 15분 늦게 출발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스튜어디스에게 말해서 제일 먼저 내리긴 했는데, 공항 직원이 환승급한사람 모아서 간다고 날 잡는 바람에 10분 대기(이때 그냥 무시하고 갔어야했다). 간신히 짐 검사하러 내려갔더니 짐 검사는 왜 이렇게 느리고 깐깐한지 간신히 출발 시간에 탔다. 미리 발권 안했으면 큰일날 뻔.. 그래도 늦은 승객을 위해 출발 안하고 기다려 준 데에서 중국의 만만디 정신을 느끼고 간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기내식 라면 한사발

 

  밴쿠버 공항에서는 한시간 반이라 여유있을 줄 알았는데 상황이 더 안좋았다. 국내선으로 환승이라 입국수속도 밟아야 하고 짐을 찾고 다시 부치기까지 해야했기 때문이다. 상큼하게 내려서 입국수속까진 무사히 밟았는데... 짐이 안나온다.. 내 짐은 분명히 제일 먼저 꺼내달라는 태그가 붙어있는데.... 짐 나오는 곳 앞에 서서 30분도 넘게 기다렸다. 점점 불안해지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짐이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못 탔단다 ㅎㅎ 이때부터 멘탈이 슬슬 나가기 시작. 간신히 멘탈을 붙잡고 짐 못찾았다는 신고서를 쓴 때가 출발 20분 전이었다.

 

 

  하지만 아직 짐 검사가 남아있었으니... 열심히 달려서 공항직원에 사정사정해 짐 검사 줄로 들어갔다. 15분 전. 그 줄 안에서도 앞 사람들한테 양해구해가면서 제일 앞줄에 섰다. 그런데 앞에서 짐검사 받고 있는 아줌마 가방에서 액체류가 계속 나온다...ㅠㅠ 나좀 빨리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10분 전... 내 짐은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더니 면세품으로 산 로션을 안 뜯어보면 되는데굳이 뜯어보겠다며 뜯어 테스트까지 하고 스티커를 붙이려는데 스티커가 없어서 창고에 스티커를 가지러 갔다오신다 ...ㅎㅎㅎ 한가닥 남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출발 5분 전에 전속력으로 게이트까지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출발 안 했더라.

 

  게이트가 바로 보안검색대 앞이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달리다가 떨어진 내 표를 주워준 한국사람이 아니었다면 난 첫날 밤을 밴쿠버에서 보냈을 것이다. 밴쿠버에 사시는 이름모를 한국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이 풍경을 보고 드디어 왔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짐은 중간에 걸렸어도 나는 제대로 도착한 것이다.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화이트호스에 도착했을 때는 312일 오후 네시였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훅 느껴지는 찬바람이 도착을 실감나게 한다. 일단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호스텔로 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천원이면 갈 거리인데 여기선 2만원이다. ㅠㅠ 택시 무지 비쌈

   

 

시골 터미널 같은 공항

 

 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아직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당장 급하게  

1. 식재료 (조식제공이 안된다) 2. 입을 옷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티셔츠가 땀에 절어 있었다) 3. 샴푸와 바디워시를 사야해서, 한 시간도 안되서 방을 나왔다. 옷을 못 갈아입으니 누워있기가 너무 찝찝하더라. 그나마 겨울 외투를 짐에 안부치고 혹시 몰라서 들고 온 게 신의 한수였다.

 

   

 아직 진정되지 못한 내 마음과 다르게 화이트호스 시내는 정말 조용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한가했다. 토요일 오후라 상점들은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사람들도 드문드문 지나간다. 건물들은 듬성듬성 있고, 공터도 많다. 괜히 지나가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진다. 서울과 정반대되는 풍경에 낯설지만, 천천히 익숙해지기로 한다.

 

 

 

 

 

 

 

  썰렁한 건물들을 지나 좀 더 걸어가니 은행도 나오고, 레스토랑도 나오고, 스타벅스도 나온다. 하지만 '다운타운'이라는 곳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만도 못하다. 시간이 있으면 좀 여유롭게 구경하려고 했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6시에 문 닫는 곳이 많아 마음이 급하다. 이럴 땐 해가 져도 밤 늦게까지 하는 서울의 상점들이 그립다. 기념품 샵에 가서 티셔츠 하나 사고, 마트에서 먹을 것과 씻을 것을 좀 산 다음 서브웨이에서 저녁까지 사서 돌아왔다. 기대도 안했는데 시내버스도 있었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그나마 살 것 같다. 저녁 먹으면서 백팩커즈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좀 나누었다. 밴쿠버에서 일주일 여행 온 엄마와 아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긴 여행을 온 커플,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온 여자, 손님이 별로 없어서 썰렁하다. 밀린 피로와 못잔 잠이 몰려와서 투어에 대해 검색 좀 하다가 바로 잤다.

 

 

 

냉장고 한 칸에 쌓아놓은 식량

 

 

전쟁같은 첫날은 이렇게 간신히 마무리.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