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1:03

 

3.18 유콘 여행 7일차

3.19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작성

 

밤새 눈이 엄청나게 왔다. 아침에도 계속 눈이 오고 있었고 하루 종일 눈이 왔다. 내 차는 반쯤 눈에 파묻혀있었고, 그것은 오늘 계획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의미였다. 원래는 오늘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가서 동물을 보고, 근처 타키니 온천에 들른 뒤 헤인스 정션까지 드라이브를 해 클루에인 국립공원의 전경을 담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노타이어가 없는 내 차는 눈이 치워진 큰 길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고, 헤인스 정션까지 간다 해도 눈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침. 베이글이 질려서 크림스프와 샐러드로 대신했다.

 

 

눈이 5cm는 넘게 쌓였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이정도 눈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 어쩌면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눈을 안 맞은 게 운이 좋은 걸수도 있다. 눈이 왔다면 오로라도 못보고 드라이브도 못 했을 거니까.

 

 

어쨌든 난 한국에서도 안해본 눈길운전을 여기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것도 체인 없이. 우선 시내에 가서 기념품을 샀다. 시내까지 가는 길은 눈을 다 치워놔서 문제가 없다.

 

메인 스트리트에 차를 세우고, 티셔츠와 메이플 시럽,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들을 좀 샀다. 그리고 차를 타러 갔는데, 차에 무슨 종이 한 장이 붙어있네..? 주차딱지다. 주차요금을 내야 되는데 내가 기계에 돈을 안 넣은 것이었다. 오마이갓. 아니 이렇게 빈 땅이 많은데 왜 주차요금을 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영주차장? 같은 빈 공터에도 보니 주차구역마다 시간을 재는 기계가 있는데, 기계는 수십 개지만 차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어쨌든 벌금을 안내면 다음에 캐나다에 들어올 때 공항에서 잡힐 지도 모르니 시청에 벌금을 내러 간다. 그 와중에 사진찍는 나도 참.. 블로그병이 도졌나보다. 시청 직원은 마치 슈퍼마켓 직원처럼 쿨하게 응 벌금 내러왔네? 10달러야! 하면서 경쾌하게 내 돈을 받아간다. 진짜 한국에서 안 해본 것들 여기서 많이 해본다.

 

 

찝찝한 기분을 안고 켄의 집으로 간다. 켄의 집에 가는 길에 결국 눈길에 막혀 중간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했다.

 

 

눈이 많으니 신나긴 하다.

 

 

지나가다 만난 스노바이크 타는 사람.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켄의 집에 다시 간 이유는 이틀간의 환대에 보답을 해 주기 위해서다. 나는 저녁으로 불고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대신 카드를 한 장 써 드렸다. 한국어로 이름도 적어드리고. 그렇게 나는 두분의 한국 아들이 되고, 두분은 나의 캐나다 부모가 되었다. 금새 정이 들어 이 집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는데 이별할 시간이 되다니 너무 아쉽다.

 

 

집 창문. 래나 아주머니는 장식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집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페인트칠도 직접 하셨다고 하니 보통 미적 감각이 아니다.

 

 

념사진을 찍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을 나온다.

 

 

시내에 가서 선물로 가져갈 아이스와인을 사고, 가보고 싶었던 Baked Bakery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시내에 스타벅스 말고 제대로 된 커피숍은 여기밖에 없음. 

 

 

 

마지막 저녁을 먹기 위해 Burnt Toast Cafe에 갔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니 완전 단골이 되었다.

 

 

 

혼자 파스타도 먹고 와인도 마시면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줬는데, 다행히 혼자 밥먹으러 온 사람이 많아 민망함이 덜했다.

 

 

쿨하게 샐러드를 드시는 혼밥족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스충전도 했다. 캐나다에서 가스가 나오는데도 왜 우리나라랑 가격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하루동안 눈길운전을 무사하게 마친 데 감사하면서 집에 다 왔을 때, 결국 방심해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ㅠㅠ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마을로 들어가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우회전을 했는데, 그대로 미끄러져서 흙더미에 박아버린 것이다. 집에 다왔다고 방심해서 미리 속도를 안 줄인게 화근이었다. 차가 말을 듣지 않아 미끄러지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나마 흙더미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돌이나 나무, 혹은 구덩이가 있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져서 견인차를 불러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다. 앞범퍼 오른쪽이 완전히 부서지긴 했지만 나도 멀쩡하고, 차에 다른 부분에는 이상이 없었다. 지나가던 다른 차가 도와준 덕분에 차도 무사히 빼내서 집까지 갈 수 있었다. 다시는 눈길 운전 함부로 하지 않을거다.

    

 

놀란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짐을 쌌다. 공항까지는 500m 밖에 안 되는 직진코스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다.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깊게 깨닫고 일찍 잠이 들었다.

 

뜻대로 되지 않은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지나고 나면 다 여행의 추억으로 남겠지?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