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6 Yukon2016. 3. 17. 01:13

 

3.13 유콘 여행 2일차

3.15 저녁 화이트호스 Beez Kneez Backpackers에서 씀

 

  둘째 날은 일요일이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첫날도 조용했지만 일요일은 더 고요했다. 일요일이면 밖에 나와서 다닐 만도 한데, 다들 집이나 교회에만 틀어박혀 있나보다. 여행사가 일요일이라고 전화를 안 받으니 투어예약도 못하고, 핸드폰 배터리는 떨어져 가는데 짐이 안 와서 충전도 못하고, 충전기를 챙겨온 노트북은 와이파이가 안 잡히고... 갈수록 엉망이다.

 

 

  시차 적응이 안 돼서 6시에 일어났다. 거실에 나와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본다. 내가 첫 4일동안 묵는 Beez Kneez Backpackers는 이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다. 거실도 넓고, 소파도 푹신하고, 부엌시설도 좋고, 매니저도 친절한 게 맘에 든다. 지금까지 가본 게스트하우스 중 탑3 안에 들어가는 듯. 새벽 빛 맞으며 이국적인 바깥풍경을 구경하면서 낯선 북쪽마을에 적응해간다.

 

 

 

 

  얘는 매니저가 키우는 개 버사Bertha. 알래스카 지역답게 여긴 집집마다 하나씩 큰 개를 키우는 것 같다.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서 처음엔 좀 놀랐는데, 훈련이 잘 되어서 고기를 앞에 놓고도 먹지 않는다. 버사는 개썰매를 위해 훈련받았는데 이제는 은퇴해서 개팔자 상팔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처음으로 만든 아침. 내일은 계란을 추가해야겠다.

 

 

  뜻밖에 한국사람의 흔적을 만났다. 2008년에 다녀간 사람이 그려주고 간 그림이라는데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매니저가 신나서 보여줬다. ㅎㅎ 먼 곳에서 익숙한 것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다.

 

  오늘은 짐을 받는게 제1목표이기 때문에 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짐이 와야 맘놓고 이것저것 알아볼 수 있다. 네시 15분에 비행기가 도착하기 때문에 그때쯤 올 거라고 기대해 본다.

 

 일단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산책이나 하려고 천천히 나왔다. 내복도 없는 청바지 하나와 반스 신발로는 이 눈밭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이 배는 이 마을의 마스코트로 100년도 전에 사람과 나무를 실어나르던 배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보면 좋은데 일요일이라 역시 폐장.

 

 

 

 마을 한 구석에는 대회가 끝난 뒤 방치된 얼음 조각상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펭귄들.

 

 

  마을을 벗어나 산책로에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카메라만 갖다대면 작품사진이 나온다.

 

 

 

 

 강 주변이 저렇게 얼어붙었다. 1,2월에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갈땐 다 얼어붙어있었는데 그나마 좀 녹은거라고 한다.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사는걸까? 밖에 제대로 다닐 순 있을까?

 

 

 

 

  유콘 홍보영상에는 깊은 푸른빛의 호수로 나오던데, 여긴 호수 전체가 얼어버렸다. 어마어마한 스케일.

  유콘은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극명한 곳이다. 11월-3월까지는 밤이 길고 날씨가 추워 낮에는 스키, 개썰매, 스노모빌, 얼음낚시 같이 눈과 얼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곳이고, 밤에는 오로라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완전 다른 나라가 된다. 영상 20도가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카누, 카약, 등산, 캠핑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신 백야현상 때문에 밤에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여름에 오면 또 색다른 느낌이겠지? 5월-8월에는 독일에서 직항편이 오기 때문에 독일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사진 한방 찍고 다시 숙소로. 긴 코스도 있는데 더 이상은 추워서 못 가겠다.

 

 

 

  다람쥐, 여우나 늑대를 봤으면 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겨울잠에서 깬 곰(!)이 나타나기도 한다던데.. 영화 레버넌트에서 곰에게 물어뜯기는 디카프리오를 떠올리며 빨리 마을로 돌아왔다. 이 동네에선 야생동물에 당한 사람들 뉴스가 가끔 나오는데, 어제는 산책하다가 코요테한테 물린 사람이 지역신문 1면에 실렸다. 몇 년 전에는 야생곰이 민가를 습격해 창문을 깨고 들어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그 얘기 들은 다음부턴 혼자 숲속 가기가 무섭다. 

 

 

  산책을 끝내고 스타벅스에 왔다. 노트북도 쓰고 혹시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왔는데, 정말 한국 사람이 있었다! 두 명을 만났는데, 여행온 건 아니고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지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에 한국인 워홀러가 6명이나 있다니.. 호주만 가는 줄 알았는데 캐나다로도 많이 오나보다. 캐나다 친구 말로는 시급이 12~15달러정도 된다고 하니 적은 금액은 아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나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워킹 홀리데이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한국어도 배우고 돈도 벌어가세요! 라고 모집하면 외국인들이 잔뜩 몰려올까? 만약 아니라면, 그건 우리나라가 매력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파워가 약해서일까? 생각해 볼 문제들이 많다. 확실한 건, 이 나라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동네는 스타벅스도 6시에 문을 닫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짐이 도착했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집에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렀는데, 미소랑 김치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이런곳에 김치가?

 

 

  태양초 고추장?!

 

 

  불고기 소스까지! 한국식당도 없고 한국사람도 적은데 누구를 위해 갖다놓은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숙소에 왔는데,,,... 짐이 없다.. 네시 15분에 도착한 비행기면 지금쯤 와있어야 하는건데.. 점점 불안이 엄습해온다. 불안해서 에어캐나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짐이 어딨냐고 하니까, 신고번호를 달라고 한다. 난 그런 번호 받은 적이 없는데?? 그러면 항공편이랑 날짜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더니, 내 짐에 대한 정보가 없단다...ㅎㅎㅎ 점점 머리가 복잡해져 간다. 어떻게 된거지? 만약 짐이 안오면 보상은 되나? 일주일을 버티려면 뭘 사야되지? 짐이 아예 없어지면 어떡하지?

 

  에어캐나다 두번째 비행기가 8시 반에 도착하니까 그 비행기에는 짐이 타고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마음은 불안해도 신기하게 배는 고파서 저녁으로는 베이컨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었다. 파스타가 많아 일주일 내내 파스타를 먹어야 할 지도 모른다. 여긴 1인가구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어서 모든걸 대용량으로 팔기 때문이다. 어쨌든 맛은 있었음.

 

   밥 먹고나서 다시 짐을 기다린다. 8시..지금쯤 도착했겠지.. 9시.. 이제 짐 찾고 있겠지.. 9시반.. 왜 연락이 없지? 짐이 늦게나오나..? 10시.. ????

 

  이제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에어캐나다 서비스센터는 계속 내 짐을 못찾겠다고 하고, 화이트호스 공항엔 일요일 밤이라 연락이 안된다. 똑같은바지를 비행기까지 합치면 18+28=46시간을 입고 있었다. 양말은 40시간이 넘어가자 도저히 신을 수 없어서 호스텔 매니저한테 양말을 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후..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내일 공항에 직접 찾아가는 것. 짐을 찾던지, 짐이 어디있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오던지,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