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일 밤 유콘여행 3.5일차
3.18 오후 화이트호스 Baked Bakery에서 작성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오로라를 셋째날 밤에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난 막연하게 여기 오면 당연히 오로라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로라를 만나는 건 전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3일동안 머무르면 오로라를 볼 확률이 95%라는데, 정확히 말하면 3일동안 카메라로 오로라를 찍을 수 있는 확률이 95%인 것 같다. 무슨 얘기인지는 아래에 설명하겠음.
<오로라를 보려면?>
오로라(여기선 Northern Lights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를 보기 위해선 두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한다.
1. 날씨가 맑아야 하고
2. 오로라가 강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둘 다 맞는 날이 일주일에 며칠이나 될 지 생각해보면 오로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로라 세기라는 건 날씨와 같아서 불규칙적이고,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매 시간 그 세기가 변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지켜봐야 한다. (오로라 예보는 구글에 aurora forecast + 지역명을 검색하면 나온다)
만약 오로라가 센 날이어도 구름이 많이 끼면 당연히 볼 수 없고, 날씨가 맑아도 세기가 약하면 맨 눈으로는 구름인지 오로라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라서 카메라로 찍어야만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결론은 오로라를 맨눈으로 보려면 날씨가 맑고 오로라가 강한 날을 찾아 추운 밤에 바깥에서 기다리거나,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로라가 뜨면 재빨리 불빛이 없는 것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오로라 투어를 꼭 해야 할까?>
화이트호스에서는 오로라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Aurora Borealis & Northern Lights Yukon (http://www.auroraborealisyukon.com/) 회사가 제일 유명하다. (이 회사 하나만 있을지도..?)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대부분 이 회사로 보내는 것 같다. 오로라 투어를 하면 10시쯤 픽업하러 와서 시내에서 먼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 장소에는 추우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가이드가 오로라를 어떻게 촬영하는지 설명해준다. 그렇게 3~4시간정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는 일정이다.
장점은 편리함이다. 혼자 보려면 숙소에서 오로라 뜨기를 기다렸다가 알람이 뜨면 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서 보거나, 아니면 미리 가서 추위에 떨면서 기다려야하는데 투어를 신청하면 편안한게 볼 수 있다.
단점 : 비싸다. 4시간 투어에 125 캐나다 달러(약 11만원).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비싼 가격이었다.
각자의 경제사정에 맞춰 알아서 선택하길 바람. 여행을 촉박한 스케줄(3일이내)로 왔다면 투어를 추천한다. 맨눈으로 못 보더라도 카메라에는 제대로 된 오로라가 찍히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투어를 하지 않았고, 대신 호스텔 사람들과 같이 마을 주변의 조용한 언덕으로 가기로 했다. 호스텔 매니저 낸시 말로는 오로라 투어는 돈낭비라면서, 차가 없으면 자기가 태워다줄테니 투어에 쓸 돈 다른데 쓰라고 한다. 그 친절함에 또 한번 감동.. 오늘이 바로 오로라가 센 날이면서 날씨도 구름이 적당히 있다고 해서 여유롭게 밤 11시쯤 나가려고 했다.
네브로스가 자꾸 호들갑을 떨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빨리 나가야한다고 보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때까진 그냥 시큰둥했다. 날씨가 좋으면 좀 이따 나가서 보면되지.. 그때 크리스티나가 자기 친구가 지금 오로라를 봤다면서 같이 나가보자고 해서 다들 나갔는데, 앞 집 굴뚝 위로 선명한 오로라가 딱!!
카메라때문에 과장된 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보였다! 마을에서 불빛 위로 저렇게 보일정도면 어마어마한 오로라다! 우리는 119가 출동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빨리 준비했다. 방에 두꺼운 옷으로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차에 올라타고 낸시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까지 달린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오로라를 제대로 마주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무지개처럼 한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초록 띠가 이어져있었다. 하얀 은하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초록 띠가 있는 것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워낙 밝아서 카메라를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도 없이 그냥 찍으면 됐다.
카메라 고급기능을 이용했더니 오로라가 더 밝게 나와서, 오로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처음에 무지개처럼 아치를 그렸던 오로라는 계속 밝기와 모양이 변했다. 좌우로 흔들리기도 하고, 새로운 선이 생기기도 하고, 오로라가 한쪽에서 떠서 하늘을 가로질러서 반대편으로 가기도 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초록가루를 뿌린 것처럼. 계속 모양이 변하니 지루할 새가 없다.
여기 사는 사람들 말로는 날마다 모양이 다르고, 가끔 노란빛이나 핑크빛이 나올 때도 있고, 움직이는 속도도 달라서 매번 볼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그 사이 모양이 변했다.
여긴 반대편 하늘. 이건 보정안하고 찍은 사진이다.
이랬던 오로라가
1~2분 지나니 이렇게 모양이 변했다.
한 시간쯤 보고 나니 오로라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사람들이 몇몇 왔는데, 처음만큼 강한 오로라는 못 봤을 거다. 계속 밖에 서있다보니 추워서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주 운이 좋았고 오로라 관측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유콘까지 온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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