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6 Yukon2016. 3. 18. 16:12

3.14 유콘 여행 3일차

3.17 알래스카 Skagway의 한 카페에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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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화물 지연 처리방법 및 보상받기 모르고 있으면 손해!>

 

1. 공항 Baggage Claim에서 공식적으로 지연신고를 한다. 신고를 하면 신고번호를 주는데, 이 신고번호가 있으면 WorldTracer라는 사이트나 각 항공사 사이트에서 그 수화물이 어디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 신고하면서 OPE(Out of Pocket Expenses)를 요구한다. 이는 항공기 지연에 대한 보상비로, 현금을 일시금으로 주거나 생필품 키트를 주기도 한다.

 

3. 수화물이 오기 전까지 구매한 필수품 (, 세면도구 등) 은 영수증을 챙겨두면 항공사와 보험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옷이 없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옷을 산 다음 나중에 보상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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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갑자기 잠이 깼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잠이 안와서 한참동안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10시여서 정신없이 나왔다.

 

 

 

유심을 사서 인터넷과 전화가 되게 한 뒤 공항에 가려는 계획이었지만 통신사에 갔더니 유심카드는 안 판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발급한 운전면허나 여권, 시민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ㅡㅡ 뭐 이런 경우가... 유심을 못 살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했는데 한방 먹었다. 역시 뜻대로 다 되면 여행이 아니지!

 

 

  심란한 채로 일단 배라도 채우려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여행중엔 현지음식을 고집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도저히 빵을 먹을수가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건 따끈한 국물이었다. 국수 한사발 들이키고 나니 기분이 훨씬 낫다. 이제 결전의 장소(?) 인 공항으로 갈 시간.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간다. 이 동네에 시내버스가 있을 거라곤 기대도 안했는데 노선이 6개나 있고 한시간에 한번이나 다닌다. 시내버스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공항에 갔더니... 카운터에 직원이 없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을 불러 이래저래 설명했더니 나보고 이름과 수화물 번호, 캐리어 모양, 항공편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난 짐이 없으니 신고하려고 하는구나..생각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에서 내 캐리어를 꺼내왔다!! 내린지 44시간만에 내 짐과 다시 만나는 감격적인 순간 ㅠㅠㅠ

 

 

 왜 늦게 왔는지 알아보니, 일단 나는 처리방법 1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내가 밴쿠버공항에서 신고한 것은 분실신고서가 아니라 세관신고서였던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나는 항공사에 분실을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짐 추적도 안 되고 항공사에서 보상비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밴쿠버 공항직원이 분실신고서를 쓰라고 알려줬으면 이런 일 없었을텐테 -_- 그리고 짐을 확인해보니 내 이름이 붙은 태그가 뜯어져있었다.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 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누가 뜯어낸걸까?

 

어쨌든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옷도 갈아입고, 샤워도 제대로 하고, 충전기도 여러 개 꽂고 나니 여행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기쁜 마음에 주말에 닫혀있던 박물관들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니 마을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관광안내소, Klondike , 역사박물관 세 곳을 보러 나갔지만 Klondike호는 아예 겨울에 문을 닫고, 역사박물관은 오늘도 안 한다. 혼자 온 나를 위해 영상을 틀어준 친절한 관광안내소 덕분에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

 

 

 

썰렁한 관광안내소

 

 

이 큰 상영관에서 나 혼자 영상을 봤다.

 

 

 

 

 마을의 토템. 무슨 의미일까?

 

 

 

늦은 점심은 호스텔 매니저에게 추천받은 Burnt Toast Cafe라는 곳에서 먹었다. 화이트호스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맛집이 별로 없다는 것. 다른 레스토랑들은 별로 끌리는 곳이 없다. 여기는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맘에 쏙 드는 곳! 한번 더 와야지.

   

 

 

 이름이랑 컵받침부터 넘쳐나는 센스

 

 

 

  파니니와 샐러드의 궁합!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좋았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아 마을 구석에 있는 도서관과 콴린 던Kwanlin Dun이라는 이름의 문화센터에 갔다.

 

 

별로 기대 안하고 갔는데 캐나다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곳이어서 놀랐다. 도서관은 크기는 작았지만 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나같은 이방인이 들어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지역사회에 기본적인 신뢰가 깔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밤 9시까지 문을 연다는 게 놀라웠다. 화이트호스에서 9시까지 운영이라니! 운영시간에서부터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문화센터는 Kwanlin Dun이라는 전통부족(여기서는 First Nations라고 부른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었다. ‘흐르는 강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부족은 예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개척 초기에 캐나다 탐험가들과 부족 대표가 서로 도와주며 살기로 협약을 맺어서 유혈충돌 없이 공존에 성공했다고 한다. 시내에서 가끔 마주치던 아시아계 사람들이 사실은 이곳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난 항상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학살하면서 서부로 진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형태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도 환경이 너무 열악해 원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자기 할머니가 이 센터를 세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원주민 직원을 보면서 인디언을 피해자로만 바라봤던 것이 내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 문양. 왠지모를 신비감을 주는 게 맘에 들었다. 기념품으로 사려고 찾아봤는데 아직 못 찾음.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오고 짐도 찾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남은 4일을 어떻게 보낼지 본격적으로 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이 없는 게 너무 아쉽다. 가이드북이 없는 게 이렇게 번거로울 줄이야..가이드북 만드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가지며 여행정보를 하나하나씩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화요일은 개썰매, 수요일은 스키, 목금엔 차를 빌려서 목요일은 클루아인 국립공원방문, 금요일은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화이트호스 남부의 카크로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화요일 개썰매 투어까지 예약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아직 렌트카와 다음 숙소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그건 내일 결정하기로 한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다음 편에서..

 

 

 

저녁으로는 기쁜 마음에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나름 그럴듯하게 차려먹으려고 하니 사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갔다...^^ 그래도 뭔가 뿌듯.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니, 이래서 여행이 좋다.

 

 

 

유콘의 지역맥주. 호기심에 하나 구해봤는데 맛있다.

 

  저녁을 먹고나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저녁에 읽으려고 책도 가져왔지만 며칠내내 사람들과 얘기하느라 책은 한 페이지도 안 읽었다. 여행자 한명 한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기 때문에 안 들을 수가 없다. 미국 뉴욕에서 산 차를 끌고 2년 넘게 여행해 여기까지 온 일본 커플,네 달째 일하다 여행하다를 반복하는 독일사람 Nevros, 시애틀부터 알래스카까지 차로 여행하고있는 스위스 친구 둘, 서로의 인생얘기나 여행경험 애기를 나누다 보면 가보지 않은 곳도 갔다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한곳에 모여앉아 세계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게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유다. 

 

  얘기가 끝나고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오로라가 뜬다는 소식에 다들 들떠서 나갈 준비를 한다. 오로라 얘기는 길어서 다음 편에 따로 적어야겠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