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5 Taiwan2015. 3. 12. 16:23

3.10&11 타이완 여행 11&12일차 in 아리산/자이

3.12 집에서 작성

 

  아리산에 오면 해야할 것 중 하나가 아리산 일출열차이다. 가이드북에는 2700m의 산 에서 운해(雲海)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했다. 그래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산악열차를 타고 일출을 볼 수 있는 주산역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해 첫번째 기차를 못 타고 두 번째로 타야 했다.

 

 

 오늘의 일출 시간은 6시33분. 하지만..

 

 

  오늘도 르웨이탄에서처럼 날씨가 돕지 않았다...한 시간동안 구름과 비만 잔뜩 보고, 해가 보이길 간절히 기대했지만 시간이 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허탈하게 숙소로 돌아옴. 같이 올라간 사람들도 다같이 멘붕하고 ㅋㅋ 돌아오는 기차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숙소에서 아침잠을 자고, 이동하기 전에 편의점 앞에서 이런 포스터를 발견했다. 바로 내가 비싼 숙박료를 내고 이곳에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던 이유..바로 오늘이 벚꽃축제였던 것이다!! ㅠㅠ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이런 날에 여길 와서 .. 벚꽃축제 할 시간이었지만 오늘 아리산엔 폭우가 내렸기 때문에 아마 축제는 망했을 것이다.

 

 

 이제는 익숙한 타이완 편의점

 

 

  저 화장품 통들같이 생긴 건 놀랍게도 커피 시리즈인데, TV CF에도 나오고 우리나라 블로그에도 많이 나오는 인기제품 인 것 같다. 맛도 괜찮다! 제일 오른쪽의 밀크티가 제일 맛있음

 

 

  아리산에서 하산해 두시쯤 도착한 곳은 자이라는 타이완 중서부의 도시였다. 교통의 요지라 보통 여행할 때는 잠깐 들렀다 가는게 고작이지만, 이 도시에 한국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살고있었기 때문에 하루 머무르고 가기로 했다.

 

 

  버스를 40분 타고 국립중정대학에 도착! 시골 한가운데에 학교를 지어놔서(국립대학이니까 가능한 선택) 주변에 학교와 관련된 시설(원룸, 식당, 카페 등) 말고는 주변에 정말 논밭밖에 없는 한가한 곳이다.

 

 

  친구들을 만나 드디어 도전한 루웨이. 처음이라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랐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먹을 수 있었다.

 

 

 

  야채와 고기, 면을 골라 직원에게 주면 이렇게 데치고 볶아서 주는데, 원하는 대로 골라먹는게 루웨이의 매력인 듯 했다. 루웨이를 먹고 학교도 둘러보고 밤에 친구 집에서 한국식 술 제조법을 선보이며.. ㅋㅋㅋ 재미나게 놀았다.

 

 

  그렇게 타이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드디어 한국으로 다시 떠날 날이 되었다.

 

 

  시골 기차역 -> 자이 기차역 -> 자이 고속철도역 -> 타오위안 고속철도역 -> 타오위안 공항까지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가며 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KTX도 비싸서 안타는데 여기서 고속철도를 타게 되다니.. 가격은 꽤 되지만 빠르긴 빠르더라. 대만 종단하는데 한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고속철도인 THSR (Taiwan High Speed Rail). 현지에선 가오톄 (高鐵) 라고 부른다.

 

  

  점심으로 모스버거와 춘수이탕 버블티를 먹고,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복병이 많아 생각보다 힘든 이번 여행이었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12. 14:57

 

3.9 타이완 여행 10일차 in 아리산

3.10 아리산 찻집에서 작성

 

르웨이탄의 다음 행선지는 르웨이탄보다 더 남쪽에 있는 아리산이다. (정식명칭은 아리산 국가삼림유락구) 타이완에서 제일 유명한 휴양림인데, 오래된 거목들이 많다는 말에 솔깃해서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기도 했다. 역사의 도시라는 타이중, 맛의 고장 타이난, 항구도시 가오슝 등이 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두 주면 타이완 전체를 일주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듯.

 

 

르웨이탄에서 아리산 가는 버스가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없으면 한참 돌아가야 할 텐데, 역시 이동하긴 참 편하다. 아침 8 9 두 번 21인승 버스가 아리산까지 약 세 시간을 이동한다. 타이완을 한 바퀴 일주한다면, 타이베이 타이중 르웨이탄 아리산 타이난 가오슝 타이둥 화롄 지우펀, 핑시선 타이베이 이렇게 돌면 매끄러운 코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의 안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쾌청한 날씨가 되었다. 일찍 일어나서 일출보면서 호수 산책이라도 할 걸.. 늦게 일어난 나와 일찍 출발하는 버스가 원망스러웠다. ㅠㅠ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버스가 아리산 갔다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야 해서 어쩔 수 없나보다.

 

 

 

 르웨이탄과 아리산을 잇는 길은 절경의 연속이었다. 산악도로를 타고 3천미터가 넘는 고산들을 둘러보면서 가는데다가 버스기사 아저씨가 쉴 새 없이 설명도 해주고(물론 중국어라 못 알아들었다) 관광포인트에서 사진 찍으라고 차도 세워주기 때문에 버스이동 자체가 또 하나의 관광코스여서 좋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산이 바로 타이완의 최고봉, 3952m의 위(玉) 산이다. 작은 섬나라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다니..

 

 

 

 

  르웨이탄과 아리산을 잇는 행복버스

 

 

 

그렇게 쉬엄쉬엄 한 시쯤 아리산에 도착. 평화로울 줄 알았던 아리산에서 예상하지 못한 고난이 있었는데.. 바로 숙소 때문이었다. 가이드북에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저렴한 숙소들이 많다고 해서 걱정 안하고 도착했는데, 근처를 몇 바퀴 둘러보아도 民宿이나 飯店 글자는 보이지도 않고.. 가이드북에 나온 터줏대감이라는 집에서도 숙박은 없다고 한다. 당황해서 호텔이 모여있는 관광안내센터 뒤쪽으로 갔더니 하루 자는데 허름한 1인실이 1800원이라고 한다 1800!! 1800원이면 우리 돈으로 7만원인데 이 돈을 내고 잔다는 건 배낭여행객으로써 굴욕적인 일이었지만..어쩔 수 없었다. 아마 요즘이 성수기인가보다. 평일인데 사람도 많고 방도 꽉 찬 곳이 많아 흥정도 안 되더라. 날씨도 안 좋고 꽃도 덜 피었는데 왜 성수기지?

 

숙소를 다 잡은 줄 알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었던 게, 1800원을 결제하려고 보니 현금이 없어서 ATM에 돈 뽑으러 갔더니 ATM에서 내 카드들을 안 받아주고 숙소엔 카드결제가 안 되서.. 2200원짜리 다른 숙소로 옮겨가야만 했다. 여기서도 첫 번째 카드가 안 되서 당일치기만 하고 마을을 떠야 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까지 갔지만 두 번째 카드가 결제가 되어 나를 살렸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험난한 듯.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도 안 겪은 일을 여기서 겪게 되다니 ㅋㅋ

 

 

이 마을도 르웨이탄처럼 단체관광객 위주라 혼자서 다니긴 너무 심심했다. 식당은 대부분 차이나테이블이라 여덟명이나 네 명씩 앉게 되어있고, 음식은 대부분 2인분 이상 기준이고, 카페도 없고, 혼자 다니는 사람도 없다. 호텔 직원은 내가 예약도 안하고 혼자 왔다고 하니 신기한 야생동물 보듯이 쳐다보더라. 볼 것만 보고 일찍 이 마을을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으로 간단히 먹은 볶음면과 차.

 

산악열차를 타고 가서 시작한 아리산 트레일은 다행히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나라 동네 산 같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쭉쭉 뻗은 나무에 수명이 천 년도 넘는 거목들, 죽은 나무들과 산 나무들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기이한 형상들에 산책하기 좋은 산책코스까지.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다. 제일 오래된 나무는 2500년이나 되었다니, 고조선 시대부터 있었다는 거 아닌가. 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온 몸으로 느끼고 왔다.

 

 

 

 

 

 

 

 

 

 

 

 

점심은 간단히 (다행히도) 2인용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 볶음면을 먹었는데, 딱히 먹고싶은 것도 없고 몸도 개운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마파두부덮밥과 신라면을 사다 먹었다. 신라면이 수출용이라 조금 덜 맵긴 해도 역시 맛있더라. 심심해서 노트북으로 만화나 보다가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들었다. 노트북 안 가져왔으면 큰일 날 뻔. 설상가상으로 현지 핸드폰 유심은 한 번 뺐다가 끼웠더니 인식이 안 되어서 무제한 3G를 못쓰게 되었다. 끝까지 말썽이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10. 16:42

3.8 타이완 여행 9일차 in 르웨이탄

3.10 아리산 찻집에서 작성

 

 

아침 일찍 일어나 르웨이탄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르웨이탄(일월담, 日月潭)은 타이완 중부 산간지대에 있는 두 개의 이어진 호수로, 가이드북에 의하면 하늘이 내린 천혜의 비경이라고 극찬이 되어 있어서 한 번 가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산골에 있어서 그런지 버스로 4시간 가까이 가야 해서 그냥 푹 자면서 갔다.

 

 

  단테 커피에서 먹은 아침. 커피숍에서 이런 것도 판다

 

 

그렇게 두 시쯤 도착한 르웨이탄은 내 생각엔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의 시골마을일 줄 알았지만, 단체관광객들과 관광호텔 그리고 호객꾼들이 넘쳐나는 대형 관광지였다.. 호수를 감상하며 유유자적하면서 쉬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긴 타이완에 처음 오는 나도 여기까지 왔는데 소문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여간 많을까. 게다가 내가 미리 예약하고 온 호텔(Tanxiang Resort)은 사진에서는 호수가 보이는 고급 호텔이었지만, 실제 가 보니

 

 

 

 

??

 

사진을 속여도 이렇게 속일 수가 있나.. 하긴 우리 돈 5만원밖에 안 주고 (이것도 관광지라 많이 낸 돈이지만) 좋은 곳에서 자려는 게 무리한 기대였을 것이다. 안에 들어가니 불친절한 호텔 매니저에, 예약 안하고 오면 1300원인데 예약하고 오니 예약사이트 수수료까지 합쳐 1350원을 내라는 황당한 요금체계에, 돈을 내고 나니 예약수수료 벌려고 예약사이트에서 내 예약을 취소시켜버리는 행동까지..;; 호텔매니저가 자꾸 배 표까지 사라고 강요해서 짜증나서 안 살까 하다가..싸서 그냥 샀다. 부킹닷컴에 불량숙소로 신고해야지

 

 

그래서 얼떨결에 배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게 되었다. 호수변의 세 마을을 왕복하는 배 편은 공식가격은 하루에 300(한국 돈 11000원 정도)으로 정해놓은 듯 하지만, 같은 노선을 10개도 넘는 회사가 운행하기 때문에 다들 호텔과 연계해 암암리에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100원만 주고 샀으니 제 가격 주고 사는 사람만 바보인 셈.

 

 

 

천혜의 비경이 뭔지 한 번 감상해보자! 하고 당당하게 배 타는 곳으로 걸어갔는데 이게 웬 걸, 안개가 짙어 아무것도 안 보인다오늘은 여러 가지로 안 되는 날이구나 싶어 빨리 둘러보고 호텔 앞 스타벅스에서 블로그나 쓰고 싶었다.

 

 

 호수변의 다른 마을들도 길거리음식점들이 많았고, 특히 대나무에 떡을 둘러서 구워 파는 집은 티비에 나왔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 서있는 곳에는 같이 줄을 서라는 격언에 따라 하나 먹어봤지만..그저 그런 맛.

 

 

 

마을들을 둘러보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관광안내센터가 여기도 으리으리하게 크다는 것이었다. 타이베이 교외 도시들도 그랬지만 관광안내센터가 눈에 띌 정도로 큰데, 특히 르웨이탄의 수이셔 안내센터는 무려 지하1층 지상3층이나 되었다.. 지하에 자전거대여소가 있고, 2 3층에는 카페와 지역특산품 판매점이 있을 정도. 필요보다 크게 지어 공간이 남아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타이완정부에서 확실히 관광을 많이 지원해준다는 걸 다시 느낀다.

 

 

돌아오는 길. 역시 안갯속..

 

 

 

 

날씨에 실망하고 호텔로 돌아와 저녁으로 대만 컵라면을 먹어보았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라인과 제휴해 뭔가 이벤트를 하는 중. 저 캐릭터들 네이버 블로그에서 많이 보던 것들인데..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신기하다.

 

 

 

신라면을 팔길래 먹어볼까 하다가 우육면 컵라면에 도전해봤고, 소스도 알차고 고기도 있어서 괜찮은 맛이었다. 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카페인 섭취하고 여유롭게 컴퓨터하면서 하루 마무리.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9. 00:57

3.7 타이완 여행 8일차 in 타이베이

3.8 르웨이탄 스타벅스에서 작성

 

 오전에 여유롭게 위위안 하나 먹고 타이베이로 다시 돌아왔다. 아침에 바다가 보이긴 했지만 하늘이 절대로 맑게 개지는 않는다. 가을에 와야 하늘이 맑게 갠다는데..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원래는 오늘쯤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지우펀 호스텔에서 나오는 아침. 오른쪽은 석가라는 과일인데, 4일 전에 사놨는데 다 안익어서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제서야 먹는다. 달달한 파인애플 느낌인데 맛있음

 

 

 

전에 묵었던 숙소가 별로라 새로 찾은 World Scholar Hostel은 독특한 호스텔이었다. 번화가에 있지도 않고, 호스텔이라고 써있지도 않고 (문에만 A4용지로 쓰여있다), 체크인도 셀프로 해야 한다. 예약전화를 하니 매니저가 그날 자리를 비운다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갈 테니 알아서 체크인하고 돈은 숙박객인 미국사람한테 주면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체크인 하는 건 여행하면서 처음이다. 보아하니 몇 달씩 머무르는 장기체류자들을 위한 호스텔이라 자유로우면서도 삭막한 분위기인듯.

 

 

  이렇게 우편함에 열쇠가 붙어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덮밥과 싱거운 어묵탕.

 

 

 

짐 놓고 낮잠 좀 자다가 펑리수를 사러 나왔다. 저번에 타이베이101에서 샀던 유잔신 말고 치아더랑 써니힐이라는 유명한 펑리수집이 있다길래 펑리수 맛집을 찾아간 것이다. 둘 다 송산공항 근처에 있었는데, 써니힐은 역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 공원 앞에 있었음에도 이미 관광객들로 한가득이었다. 관광객이 택시를 계속 타고 와서 교통정리를 위해 경찰이 한 명 와 있을 정도였다.

 

 

일단 들어가면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에 한 번 감동하고, 시식하라고 차와 펑리수를 주는 정성에 또 한번 감동하고, 펑리수의 부드러운 빵과 한가득 들어있는 파인애플 과육에 세 번째로 감동하게 된다.. 안 사고는 문을 나올 수 없는 마성의 써니힐. 하지만 신맛이 오래가서 내 취향은 아니라..(유자차에 있는 유자를 씹는 맛이었다) 10개짜리 한 박스만 사왔다. 펑리수 한 개에 천원도 넘으니 이 정도면 럭셔리 펑리수.

 

 

또 다른 펑리수 맛집인 치아더는 써니힐과 도보 10분 거리이고 지하철역 근처에 있었는데, 써니힐보다 사람이 많고 현지인들이 더 많이 오는 느낌이었다. 써니힐은 메뉴가 하나인데 여긴 다양한 과일을 넣은 여러가지 종류의 펑리수에다 에그 타르트나 케익도 팔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맛도 써니힐보단 더 입에 맞아서 마음같아선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조금만 샀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시간이 남아 타이베이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용캉지에를 들러보기로 했다. 난 용캉지에가 새로 뜨는 거리라길래 우리나라 가로수길이나 시먼딩처럼 화려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거리일 줄 알았는데, 처음보고 여기가 아니다 싶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생각보다 소박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리단길이나 유명해지기 전의 서래마을 정도 되려나. 작은 골목에 분위기 있는 밥집이나 길거리음식점들이 여기저기 있다.

 

 

  잠시 소화시키려고 단테커피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왔다. 여긴 커피숍인데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차를 판다. 우리나라같으면 차를 시키면 머그잔에 티백 넣어서 그냥 줄텐데, 물론 티백을 넣긴 했지만 폼은 제대로다. 이것도 타이완 사람들의 차 사랑일까?

 

 

  커피숍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스따야시장이 근처라 가보았는데, 여기도 맛집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대체 이 나라 길거리음식의 끝은 어디일까.. 사람들이 여기저기 줄서있는데 호기심이 같이 서서 하나씩 먹다보면 어느새 정신없이 맛집 탐방을 하게되는 마성의 야시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없는 스린야시장보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

 

 

  원하는 재료를 골라 바구니에 담아가면 그 자리에서 데쳐서 담아주는 루웨이. 먹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해서 못먹었다.. 다들 바구니 하나씩 들고 줄 서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여긴 호호미소보로라는 소보로 집이었는데, 유명한 집인지 사람이 30명도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일단 줄이 길면 뒤에 서서 먹어봐야 한다.

 

 

  소보로 사이에 버터를 발라 구웠는데, 짭짤한 빵 반죽에 단 버터가 잘 어우러져서 중독성있는 맛이다. 여기에 밀크티까지 같이 먹으면 최고의 조합이 될 듯.

 

 

  호호미소보로를 먹고 다시 용캉지에로 돌아와, 오늘 저녁을 먹으려고 점찍어두었던 유명한 용캉우육면으로 간다. 겉모습부터 내공이 느껴지는 이 곳은 우육면의 명가. 우육면 하나에 200원(7500원)이나 하길래 왜 이렇게 비싸? 생각했는데 우육면이 나오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단 압도적인 사이즈에, 엄청난 양의 소고기까지! 맛은 육개장보다 약간 덜 맵고 기름진 맛인데, 타이완와서 먹은 면 중에 우리나라 입맛에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사람은 많고 테이블은 적으니 마구 합석을 시켜서.. 혼자 간 나는 왠 서양인이랑 둘이 앉아 뻘쭘하게 우육면을 들이켰다.

 

 

  여긴 용캉지에에 있는 유명한 망고빙수집인 쓰무시 본점. 역시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다.

 

  용캉지에에서 유명한 총좌빙집도 있었는데, 스린역에서 먹은 총좌빙이 쫄깃함과 부드러움에서 한 수 위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놓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시 나왔다. 내가 아는 친구는 한 명이었지만 그 친구가 여러 명을 데리고 나와서 토요일 밤에 같이 술을 마셨다. 타이완 사람들은 술을 잘 안 마셔서 한국에서 술 마시는 얘기를 해 주니 깜짝 놀란다. 새로만난 친구중에 한 명은 한국어학과를 전공해 SK하이닉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외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게 처음이라 신기했다. 영국사람이 나랑 영어로 대화할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싶었다.

 

 

  야식으로 먹은 떠우장과 바오쯔, 부침개(~~빙). 두유같은 떠우장을 많이 먹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 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 타이베이를 떠날 시간이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8. 22:49

3.6 타이완여행 7일차 in 지우펀

3.8 르웨이탄 스타벅스에서 작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비정성시>등 유명한 영화들의 배경이 된 마을 지우펀은 원래 아홉가구가 살던 (그래서 九分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산골마을이었지만 금광이 개발되어서 마을이 커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금광은 폐광되고 관광으로 먹고사는 마을이다.

 

 

  어제 처음 지우펀에 오자마자 산골마을에 멀리 바다까지 보이고, 맛집들이 적당히 몰려있는데다 숨은 골목길들까지 많아 바로 여기야! 싶을 정도로 내 취향엔 딱 맞는 곳이었다. 게다가 침대도 깔끔하고 물도 잘나오고 아침까지 맛있는 Corners Inn이라는 훌륭한 호스텔까지 알아내서 기분좋게 지우펀에 머무를 수 있었다. 만약 지우펀에서 머무른다면 꼭 여기로 가보길

 

 

 

지우펀에는 개별여행객보다는 단체관광객들이 많고, 대부분 오후에 왔다가 저녁에 밥 먹고 돌아가기 때문에 아침~점심시간이 한가하고 좋았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한가한 찻집에서 우롱차 한잔과 함께 바다를 감상하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여기서 장기체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만약 여기 배낭여행족을 위한 어학강좌 같은 배울 것이라도 있으면 여기서 떠돌이 히피라도 되고 싶었다.

 

 

 

 

어쨌든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지우펀의 명물인 어묵탕 위완, 떡을 시럽에 담가먹는 위위안, 땅콩아이스크림, 이름모를 고기떡을 사먹어 보았다. 묽고 단 팥죽 같은 위위안은 진짜 맛있어서 다음날에도 또 먹었고, 땅콩아이스크림은 그 명성에 비해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심심한 맛의 어묵탕 위완

 

 

  달달한 위위안

 

 

  이름을 알수 없지만 여기저기서 팔던 고기떡..속은 고기다진 것인데 겉은 감자떡같아서 오묘했다.

 

 

 

오후들어 사람들이 슬슬 들어올 때쯤 옆마을 진과스를 다녀왔다. 지우펀과 비슷하게 금광으로 흥했다가 금광이 폐광되면서 망해버린 이 마을은 지금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금광을 테마로 한 공원이 되었다. 금광에 뭐가 있겠어? 하면서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금광회사 인부들이 살던 일본식 가옥에 금 박물관, 금을 캐던 터널과 철길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아서 놀라웠고, 이렇게 마을을 다시 살린 주민들의 노력을 생각하니 괜히 짠해졌다. 게다가 박물관들이 전부 무료라 박물관 운영을 무슨 돈으로 하는 건가 싶었다. 이 정도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았으면 돈 좀 받아도 될텐데.. 이렇게 좋은 곳을 무료로 관람하니 기부라도 하고 오고 싶을 정도로 미안해졌다.

 

 

 

 

 

   다시 돌아온 지우펀은 어제 스펀처럼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해가 진 다음 홍등이 켜질때가 바로 지우펀의 하이라이트인데, 홍등을 켜놓은 경사진 가게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아이러니한건 홍등을 애써 켜놓은 식당보다 그 식당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건너편 식당이 더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ㅋㅋ 원래 오전처럼 느긋하게 블로그나 쓰려고 했는데, 찾아간 찻집엔 사람이 많아 혼자 앉아서 차 마시기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아예 밥까지 시켜먹고 사람들을 피해 옛날 영화관으로 갔다. 마침 짧은 단편영화를 틀어주길래 뜻밖의 행운이다 싶어 끝까지 보고, 단체여행객들이 집에 가고 상점들이 문을 닫을 때쯤 천천히 숙소로 돌아왔다.

 

 

 

 

 

 

 

  100% 만족이었던 지우펀과 진과스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8. 22:29

 

3.5 타이완 여행 6일차 in 스펀

3.7 타이베이 용캉지에 카페에서 작성

 

몸이 아프면 여행이 완전 망가진다는 걸 제대로 체험한 하루였다. 새벽 네 시에 갑자기 잠이 깨 몸이 이상해서 화장실로 달려가서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전날 먹은 만두가 원인인 것 같다. 만두에 처음 먹어보는 이상한 야채가 들어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보다. 아침에도 설사를 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없었다. 나름 여행경험이 쌓여 정신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아프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나더라. 세계여행 할 때 인도에서 한번 물갈이 한 것 빼곤 크게 아픈 적 없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느꼈다. 돌아오는 비행기표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일정 취소하고 숙소에서 푹 쉬어야겠지만, 오늘이 바로 정월대보름이 때문에 천등축제를 보러 스펀으로 가야했다. 약먹고 좀 지나면 나을 설사 때문에 두번다시 오지 않을 천등축제를 놓칠 수야 없지 하면서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스펀으로 기차를 타고 향했다. 스펀에는 숙소가 없었기 때문에 근처의 또 다른 유명관광지 지우펀에 숙소를 잡기 위해 먼저 들렀다. 지우펀에 대한 소개는 다음 편에서 하기로 하고, 일단 숙소를 잡은 뒤 핑시를 타고 나왔다. 루이팡역을 기준으로 버스를 타고 바다쪽으로 가면 지우펀과 진과스가 있고, 핑시선 기차를 타고 산쪽으로 올라가면 스펀, 핑시, 후통 같은 핑시선 마을들이 있기 때문에 묶어서 여행하기 좋다.

 

 

 

 스펀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평일이고 행사가 시작하기 너댓시간 전인데도 기차는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역 직원들은 대목(?)을 맞아 분주하게 스펀으로 사람을 실어 나를 버스를 위한 대기줄을 만들고 있었다

 

 

  핑시선 기차에는 스펀 말고도 후통, 핑시 등 여러 작은 마을들이 있는데, 다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후통에만 잠시 들렀다. 작은 산골마을에서 길고양이들을 하나둘씩 받다보니 고양이 마을로 유명해져버린 이 곳은 소문대로 많은 고양이들과 고양이를 테마로 한 기념품 상점 및 카페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다 스펀으로 가는지 여기는 조용해서, 고양이들과 사진 몇 장 찍고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스펀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스펀은 복마전이었다. 1년 중 제일 큰 축제날답게 작은 도로는 서울의 아침지하철처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기찻길에선 다들 천등을 날리느라 분주했고, 길거리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일 년 매출을 오늘 다 해결하겠다는 것마냥 소리를 질러댔다. 원래 스펀에 오면 행운을 비는 의미로 천등을 날려야 한다지만, 혼자 날리기도 민망하고 도저히 힘이 없어 포기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간 축제도 못보고 힘 빠져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체력보충을 위해 역에 한 시간도 넘게 멍하니 앉아있다가 축제가 열리는 천등광장으로 갔다.

 

 

 

 

천등은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 장관이었고, 장관을 보러 온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장관이었다.. 타이완에서 이런 축제를 해서 다행이지, 만약 중국 본토에서 했다면 분명히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천등은 원래 오늘 날려야 한다지만,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지지난주와 지난주 그리고 오늘까지 총 세 번 행사가 있고 오늘이 하이라이트였다. 천등 1400개를 8번에 걸쳐 날리는데 방송에도 나오는지 큰 무대에서 가수도 불러놓고 진행을 한다. 200여 개의 천등이 하늘로 한꺼번에 날아오르는데, 오늘의 고생은 다 잊혀지고 타이완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 사진 잘 찍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야간이라 쉽지 않았다.

 

 

 

 

   

셔틀버스를 타고 막히는 길을 뚫고 루이팡까지 간 뒤, 다시 지우펀 가는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몸도 좀 나아졌으니 내일은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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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5 Taiwan2015. 3. 8. 22:13

3.4 타이완 여행 5일차 in 타이베이

3.7 타이베이 용캉지에에서 작성

 

가족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4일동안 열심히 다녔는데도 아직 못 가본 데가 꽤 남은 걸 보면 타이베이도 볼게 참 많은 곳이다. 어제의 강행군으로 아침엔 푹 쉬고 마지막코스로 중정지니엔탕(중정기념관)에 갔다가 기념품을 사러 타이베이101에 다시 들르기로 했다.

 


 

장제스를 모신 중정기념관은 국부기념관과 함께 타이완의 슬픈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인데, 거대한 장제스 동상이 중국 본토를 바라보고 있는 것에서 역사의 비극이 느껴진다. 죽어서라도 본토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장제스 동상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는 곳이었기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타이완 기념품하면 바로 파인애플빵인 펑리수가 대표적인데, 펑리수도 맛이 제각각이라 싼 걸 사면 퍽퍽하고 맛이 없기 떄문에 우린 유명하다는 유잔신 펑리수를 사기 위해 먼 타이베이101까지 온 것이었다. 단단한 빵에 파인애플 쨈이 한가득! 차와 같이 먹으면 더 궁합이 좋을 것 같다. 여기저기 줄 것 사다보니 어느새 10박스나 되어버림..

 

 

타이베이101에서 아이스몬스터를 먹기 위해 평일 아침이라 썰렁한 백화점 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아이스몬스터라는 이름답게 압도적인 빙수크기와 망고아이스크림, 냉동망고, 망고원액으로 만든 망고얼음까지 진짜 맛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망고얼음이 감동이었다. 망고 제철에 왔으면 하루에 하나씩 사먹었을텐데 그건 좀 아쉬운 부분.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챙겨 부모님과 동생을 공항버스 타는데까지 배웅하고, 그렇게 가족들과의 45일이 끝나고 혼자하는 새로운 78일이 시작되었다. 다시 혼자가 되어 배낭여행객 모드로 돌아오니, 설레고 홀가분한 기분보다는 왠지 허전한 기분이 컸다. 왜 그럴까? 이제 혼자 다니는 것보단 같이 다니는 게 더 좋아서일까? 아니면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걸까? 이 찝찝한 느낌의 정체를 아직도 모르겠다.

 

 

타이베이 사는 친구와 네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전에 새로 숙소를 잡고, 빨래를 맡기고, 유심카드도 새로 사야 해서 바빴다. 새로잡은 숙소는 홀로(holo) 호스텔이라는 타이베이 기차역 건너편 무슨플라자건물 22층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오피스텔의 몇 개 방을 빌려서 운영하는 특이한 구조에다 방 시설도 별로이고 추워서 정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가격은 도미토리인데도 700(우리나라돈으로 25000원정도)으로 왜 이렇게 비싼지.. 위치가 좋아서 그러려니 하고 오늘 하루만 보내고 빨리 벗어나야겠다 싶었다. 원래 가족숙소로 이곳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예약 안 한게 정말 다행이다.

 

빨래방은 찾지 못해 빨래는 못하고 (다음날 아침에 골목길에 숨어있는 코인빨래방을 찾아서 성공했다) 심카드를 샀다. 3g 일주일 무제한에 7천원 통화+문자권이 35000원정도. 역시 인터넷이 되니 길도 찾고 모르는 것 검색도 하고 여행이 훨씬 편해졌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곳은 그 친구가 나온 동오대학. 고궁박물원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대학교였는데 생각외로 그 친구는 여기서 일년만 다니고 시먼딩 캠퍼스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여기 근처는 잘 모른단다 친구는 스린 야시장을 가자고 했는데 내가 이미 갔다왔다고 하니 또 당황.. 그냥 근처에 가서 만두하나 먹고 얘기만 한 다음 일찍 헤어졌다. 반차내고 나 만나러 딴수이 근처 회사부터 여기까지 왔다는데 괜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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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5 Taiwan2015. 3. 6. 23:49

3.3 타이완 여행 4일차

3.6 지우펀 찻집에서 작성

 

지난 3일간의 여행도 강행군이었지만, 오늘은 그 이상의 쉴새없이 바쁜 일정이었다. 매일 이렇게 다니면 몸이 축나겠지만 내일이 떠나는 날이니 내일 푹 쉬면 되니까.. 오늘 하루동안 둘러본 곳만 해도 고궁박물원, 신베이터우 온천, 딴수이 항구, 야시장, 등불축제 다섯 곳이나 된다.

  

 

아침을 먹고 고궁박물원으로 갔다. 고궁박물원은 중국의 역대 보물 70만점을 전시해놓은 곳. 원래 북경에 있었으나 장제스가 대만으로 후퇴할 때 모든 보물들을 다 싣고 와서 베이징 박물관은 텅텅 비어있고 오히려 이 곳에 중국의 진귀한 보물들이 다 있다고 한다. 만약 이 보물들이 중국에 남아있었다면 보관이 잘 안되거나 문화대혁명 때 파괴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이 곳으로 가지고 온 게 장제스의 혜안이자 탁월한 선택이다.

 

 

박물관에는 보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전시하는데, /동기/자기/서화 등으로 코너가 나누어져 있다. 보물 수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옥이나 자기가 친숙해서 그런지 다른 박물관보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박물관의 마스코트이자 하이라이트는 옥으로 만든 옥배추랑 고기 형상을 한 형석이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당황스러웠다.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포기.. 다른 유물들도 오디오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다니니 볼 게 많았고, 제대로 보려면 하루종일 봐도 모자란 정도였다. 하지만 우린 시간이 촉박했으니 후다닥 보고 다음장소로 이동~

 

 

 

박물관 안의 분위기있는 찻집.

 

 

 

점심은 스린역 근처의 유명한 총쟈오빙과 떠우장을 먹었는데, 호떡과 부침개를 반반씩 섞은 중독성 강한 맛이라, 간단히 먹어보려고 두개만 시켰다가, 네 개 먹고 밤에 또 와서 먹었다.. 왕치킨가스, 후쟈오빙이랑 이 총쟈오빙이 대만에서 먹은 길거리 음식 중 제일 맛있는 세 가지로 기억될 것 같다. 이것들만 두 번씩 먹어봤다. 떠우장은 우리나라에 없어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음식이었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두부빙수? 정도 되겠다. 차가운 연두부에 작고 단 떡과 소스를 넣어 시원하고 단 디저트가 되었는데, 총쟈오빙이랑 같이 먹으니 딱 맞았고 너무 달지도 않아서 다음에도 몇 번 먹었다. 이 맛있는 걸 이제서야 먹다니!

 

 

 

신베이터우는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이곳에 온천물이 나오는 데다가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식 노천온천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유명한 노천온천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탕도 작았지만, 좋은 물이겠거니..하고 열심히 몸을 담갔다. 우리나라 온천과는 달리 규율(?)이 엄격한 것이 특이했는데, 탕에 발만 담가도 안되고(!), 세수해도 안되고, 수영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면 신기하게도 관리인보다 먼저 주변 사람들이 지적을 하는 데에서 우리나라와의 문화 차이가 느껴졌다. 이런 조용하고 배려하는 문화는 일본식인데,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예절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온천사진은 찍을 수 없어 생략..)

 

 

 

온천을 끝내고 뜨거운 온천물이 나오는 지열곡까지 보고나니 벌써 네 시가 되었다. 딴수이에서도 볼 게 많지만 시간이 없어 일몰포인트인 항구까지 자전거만 타고 다녀왔다. 자전거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서 뜻밖에 자전거도 타고 좋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답게 환상적인 일몰을 기대했지만구름이 너무 많이 껴서 일몰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ㅠㅠ 다리에서 사진찍는 데 만족.

 

 

 

커플들이 사진을 많이 찍던 사진 포인트.

 

 

타이베이 최대 야시장이라는 스린 야시장에 도착한 건 8 되어서였다. 큰 야시장답게 좁은 골목에 수많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서 있었고, 사람들이 그 좁은 길들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가서 지금까지 안 먹었본 새로운 메뉴들을 찾아 헤맸는데, 철판구이 말고는 딱히 당기는 게 없어서 철판구이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나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등불축제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그저께 타이베이101가는 길에 Taiwan Lantern Festival을 원산공원에서 한다고 하길래 지나가는 길에 볼만하면 한번 들러볼까 했는데, 원산역에서 보니 그냥 잠깐 들러볼 정도가 아니라 이건 꼭 가봐야 해!라고 생각해서 주저없이 지하철에서 내려 축제장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계천에서 등불축제 할 때 비슷한 등불들을 보긴 했지만, 이 곳이 공간도 넓고 더 스케일이 커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양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큰 양도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다 뜯어봤으면 좋겠지만 시간도 늦고 추워서 휙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대만에서의 가족들과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Posted by Joon'
해외여행/15 Taiwan2015. 3. 6. 23:02

 

3.2 타이완 여행 3일차

3.6 지우펀의 찻집에서 작성

 

 

 

여행 3일차는 타이베이에서 멀리 나가 타이완 동부의 타이루거 협곡을 다녀왔다.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반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 두시간 반 가는동안 인터넷이 안되고 책도 없어서 심심했다.. 타이완 기차는 그냥 우리나라랑 새마을호 타는 것처럼 큰 차이가 없었다.

 

 

타이루거 협곡을 여행하는 방법에는 시내버스, 투어버스 등등이 있지만 우리는 네 명이라 택시를 빌려 다니기로 했다. 다행히 안내도 잘해주시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시는 친절한 택시기사분을 만나서 하루종일 알차게 다닐 수 있었다. 협곡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여러 관광포인트를 다니며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시간여유가 있어서 걷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

 

 

시간여유가 있어서 들린 바닷가

 

 

 

타이루거를 가는길에 우연히 공동묘지를 만났는데, 처음보는 묘지 양식이어서 독특했다. 우리나라식 산소도 아니고 화장터도 아닌..사당? 같은 곳이었다. 도로변에 사당 같은 집을 지어놓아 화장한 시신을 모신다고 하는데, 사당마다 제각기 모양과 색과 크기가 달라 묘지가 으스스한 느낌을 주지 않아서 신기했다. 사람을 6년동안 관에 넣어 묘지에 묻어두었다가 화장해 사당에 모신다는데, 이런 장례문화가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본적인 영어회화만 하셨기 때문에..그 이상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ㅠㅠ

 

 

 

 

타이루거의 풍경은 강원도 산골과 중국의 거대한 협곡을 반반씩 섞어놓은 느낌으로, 솔직히 중국 장가계보단 한 수 아래였지만 둘러볼만한 곳이었다. 깎아지른 도로를 만들다가 죽은 인부들을 기리는 탑, 제비들이 사는 바위구멍, 올려다보면 협곡으로 둘러싸인 타이완 모양의 하늘을 볼 수 있는 곳 등등 독특한 풍경들이 많았고, 월요일임에도 단체관광객들이 많아서 주말에 안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많은 사진을 남기고 다시 타이베이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했다.

 

 

 

 

 

  타이루거 협곡의 마지막엔 텐샹이라는 작은 산골마을이 있었는데, 마을이 작고 풍경이 예뻐서 이런곳엔 오래 머물러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골마을이 왜 이렇게 맘에 드는지..

 

 

소시지 먹고있으니 어느새 다가와서 한 입 달라는 동네 강아지들

 

저녁메뉴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였는데, 시먼딩에 있는 마라딩지란 유명한 뷔페식 훠궈집으로 갔다. 가격도 인당 25000원이나 하는 고급 훠궈집. 타이완식 훠궈는 중국훠궈보다 기름이 적고 담백해 우리나라 입맛에 잘 맞았다. 중국 훠궈는 기름이 한가득에다 향이 강해 맥주랑 차의 도움 없이는 먹기 힘들었는데..여긴 대만족! 고급 훠궈집 답게 메뉴도 6종류의 무한리필되는 고기에다 어묵, 소시지, 각종 해물, 야채에 디저트 과일까지 없는게 없어서 뭘 넣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다. 게다가 육수도 5가지 중 두 가지를 골라먹게 되어 있고, 소스도 참기름, 간장, 고춧가루, 파 등 20여 가지 재료를 조합에 내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어 말 그대로 엄청난 곳이었다. 고기가 무한리필인줄 모르고 많이 못먹어서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와보고 싶은 훠궈집이다.

 

이렇게 오늘의 강행군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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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5 Taiwan2015. 3. 6. 22:43

 

3.1 타이완여행 2일차

3,2 저녁 타이베이행 기차 안에서 작성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조식을 먹고 타이베이 북동부에 있는 예리우 지질공원으로 향했다. 타이완, 특히 타이베이 여행의 매력은 근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이베이 도시 자체도 볼거리가 많지만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개성있고 매력적인 마을들이 많아 근교만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모자랄 정도이다. 맘같아선 일정을 길게 잡아 다 다녀보고 싶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45일 중 3일이나 교외로 나가는 일정을 잡았다.

 

 

호텔에 대해 잠시 얘기하자면, 쭝샨역이라는 번화가의 지하철역 옆에 있는 빌딩 8~11층을 사용하는 Royal Inn Taipei Nanxi라는 호텔인데, 시설은 좋지만 조금 추운 게 흠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호텔이 건물 주인이 아니라 건물주 눈치를 보는 듯..

 

타이완 날씨가 18~20도라고 해서 여름같이 푹푹 찌는 날씨일 줄 알고 왔는데, 의외로 봄가을 날씨라 겉옷을 남방과 가디건 두 개만 가지고 온 걸 후회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은 시내온도가 12도까지 내려가 숙소에 가서 한국에서 입은 겨울용 자켓까지 가져왔으니, 옷 선택에는 실패해버린 셈이다.

 

 

 

 

 

이틀째 돌아다녀보니 타이완은 정말 여행자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보다 다니기 편한 곳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한 수 위다. 여행을 가장 편하게 만들어주는 건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티머니에 해당하는 이지카드인데, 교통카드 기능뿐만 아니라 편의점, 근교 버스/기차 결제에 자전거 대여도 결제할 수 있어서 타이베이 근교에서는 거의 만능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하철 화장실 입구에 화장실 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표시해주는 등이 있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도로명표시도 잘 되어있어 길 잃을 걱정 없고, 지하철 역도 간단한 구조로 되어있어 편하고, 곳곳에 관광안내센터가 있어 친절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으니 여행하기 이렇게 좋은 곳이 없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만에 도착한 예리우는 파도가 바위를 깎아내 생긴 독특한 모양의 돌들이 있는 지질공원이다. 날씨가 맑으면 쪽빛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지만, 오늘따라 엄청 추웠다.. 서울에서 입었던 자켓은 여기와서 캐리어 안에만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게 되다니.. 남쪽이라도 북반구라 확실히 춥긴 추운가보다. 독특한 모양의 돌들이 많아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 왔다.

 

  

 

 

 

 

 

예리우 지질공원 근처의 시장 구경. 이것저것 신기한 걸 먹다보니 어느새 금방 배가 불렀다. 해산물 튀김이랑 각종 해물튀김, 순무 케이크(?) 같은 음식들이 있었다.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를 사먹었는데, 2층이 카페처럼 되어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와 역근처에서 유명한 화덕빵인 후쟈오빙을 먹고(진짜 맛있었다), 숙소에서 옷을 더챙긴 뒤 궈푸지니엔관(국부기념관)으로 갔다. 쑨원을 모셔놓은 국부기념관에는 거대한 쑨원 동상과 쑨원의 일생이 설명된 박물관, 갤러리들이 있었다. 쑨원기념관은 중국에도 있다고 하니, 같은 국부를 섬기고 있는 두 나라의 복잡한 역사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 타이베이101로 갔다. 2004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당시 세계최고 빌딩이었지만 곧 버즈 두바이에 밀리게 되었다고.. 8층 탑을 형상화한 동양적인 외관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딤섬으로 유명한 딘타이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딤섬 맛도 훌륭했지만 한국어로 된 대기표에 메뉴판을 주고, 찍어먹는 방법까지 설명해주면서 냄새가 배지 않게 옷에 커버까지 덮어주는 친절함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넷이 배부르게 먹었는데 4만원밖에 안나오는 착한 가격까지 대만족! 쇼핑은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9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