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5 Taiwan2015. 3. 9. 00:57

3.7 타이완 여행 8일차 in 타이베이

3.8 르웨이탄 스타벅스에서 작성

 

 오전에 여유롭게 위위안 하나 먹고 타이베이로 다시 돌아왔다. 아침에 바다가 보이긴 했지만 하늘이 절대로 맑게 개지는 않는다. 가을에 와야 하늘이 맑게 갠다는데..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원래는 오늘쯤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지우펀 호스텔에서 나오는 아침. 오른쪽은 석가라는 과일인데, 4일 전에 사놨는데 다 안익어서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제서야 먹는다. 달달한 파인애플 느낌인데 맛있음

 

 

 

전에 묵었던 숙소가 별로라 새로 찾은 World Scholar Hostel은 독특한 호스텔이었다. 번화가에 있지도 않고, 호스텔이라고 써있지도 않고 (문에만 A4용지로 쓰여있다), 체크인도 셀프로 해야 한다. 예약전화를 하니 매니저가 그날 자리를 비운다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갈 테니 알아서 체크인하고 돈은 숙박객인 미국사람한테 주면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체크인 하는 건 여행하면서 처음이다. 보아하니 몇 달씩 머무르는 장기체류자들을 위한 호스텔이라 자유로우면서도 삭막한 분위기인듯.

 

 

  이렇게 우편함에 열쇠가 붙어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덮밥과 싱거운 어묵탕.

 

 

 

짐 놓고 낮잠 좀 자다가 펑리수를 사러 나왔다. 저번에 타이베이101에서 샀던 유잔신 말고 치아더랑 써니힐이라는 유명한 펑리수집이 있다길래 펑리수 맛집을 찾아간 것이다. 둘 다 송산공항 근처에 있었는데, 써니힐은 역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 공원 앞에 있었음에도 이미 관광객들로 한가득이었다. 관광객이 택시를 계속 타고 와서 교통정리를 위해 경찰이 한 명 와 있을 정도였다.

 

 

일단 들어가면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에 한 번 감동하고, 시식하라고 차와 펑리수를 주는 정성에 또 한번 감동하고, 펑리수의 부드러운 빵과 한가득 들어있는 파인애플 과육에 세 번째로 감동하게 된다.. 안 사고는 문을 나올 수 없는 마성의 써니힐. 하지만 신맛이 오래가서 내 취향은 아니라..(유자차에 있는 유자를 씹는 맛이었다) 10개짜리 한 박스만 사왔다. 펑리수 한 개에 천원도 넘으니 이 정도면 럭셔리 펑리수.

 

 

또 다른 펑리수 맛집인 치아더는 써니힐과 도보 10분 거리이고 지하철역 근처에 있었는데, 써니힐보다 사람이 많고 현지인들이 더 많이 오는 느낌이었다. 써니힐은 메뉴가 하나인데 여긴 다양한 과일을 넣은 여러가지 종류의 펑리수에다 에그 타르트나 케익도 팔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맛도 써니힐보단 더 입에 맞아서 마음같아선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조금만 샀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시간이 남아 타이베이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용캉지에를 들러보기로 했다. 난 용캉지에가 새로 뜨는 거리라길래 우리나라 가로수길이나 시먼딩처럼 화려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거리일 줄 알았는데, 처음보고 여기가 아니다 싶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생각보다 소박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리단길이나 유명해지기 전의 서래마을 정도 되려나. 작은 골목에 분위기 있는 밥집이나 길거리음식점들이 여기저기 있다.

 

 

  잠시 소화시키려고 단테커피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들어왔다. 여긴 커피숍인데도 이렇게 그럴듯하게 차를 판다. 우리나라같으면 차를 시키면 머그잔에 티백 넣어서 그냥 줄텐데, 물론 티백을 넣긴 했지만 폼은 제대로다. 이것도 타이완 사람들의 차 사랑일까?

 

 

  커피숍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 스따야시장이 근처라 가보았는데, 여기도 맛집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대체 이 나라 길거리음식의 끝은 어디일까.. 사람들이 여기저기 줄서있는데 호기심이 같이 서서 하나씩 먹다보면 어느새 정신없이 맛집 탐방을 하게되는 마성의 야시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없는 스린야시장보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

 

 

  원하는 재료를 골라 바구니에 담아가면 그 자리에서 데쳐서 담아주는 루웨이. 먹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해서 못먹었다.. 다들 바구니 하나씩 들고 줄 서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여긴 호호미소보로라는 소보로 집이었는데, 유명한 집인지 사람이 30명도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일단 줄이 길면 뒤에 서서 먹어봐야 한다.

 

 

  소보로 사이에 버터를 발라 구웠는데, 짭짤한 빵 반죽에 단 버터가 잘 어우러져서 중독성있는 맛이다. 여기에 밀크티까지 같이 먹으면 최고의 조합이 될 듯.

 

 

  호호미소보로를 먹고 다시 용캉지에로 돌아와, 오늘 저녁을 먹으려고 점찍어두었던 유명한 용캉우육면으로 간다. 겉모습부터 내공이 느껴지는 이 곳은 우육면의 명가. 우육면 하나에 200원(7500원)이나 하길래 왜 이렇게 비싸? 생각했는데 우육면이 나오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단 압도적인 사이즈에, 엄청난 양의 소고기까지! 맛은 육개장보다 약간 덜 맵고 기름진 맛인데, 타이완와서 먹은 면 중에 우리나라 입맛에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사람은 많고 테이블은 적으니 마구 합석을 시켜서.. 혼자 간 나는 왠 서양인이랑 둘이 앉아 뻘쭘하게 우육면을 들이켰다.

 

 

  여긴 용캉지에에 있는 유명한 망고빙수집인 쓰무시 본점. 역시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다.

 

  용캉지에에서 유명한 총좌빙집도 있었는데, 스린역에서 먹은 총좌빙이 쫄깃함과 부드러움에서 한 수 위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놓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시 나왔다. 내가 아는 친구는 한 명이었지만 그 친구가 여러 명을 데리고 나와서 토요일 밤에 같이 술을 마셨다. 타이완 사람들은 술을 잘 안 마셔서 한국에서 술 마시는 얘기를 해 주니 깜짝 놀란다. 새로만난 친구중에 한 명은 한국어학과를 전공해 SK하이닉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외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게 처음이라 신기했다. 영국사람이 나랑 영어로 대화할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싶었다.

 

 

  야식으로 먹은 떠우장과 바오쯔, 부침개(~~빙). 두유같은 떠우장을 많이 먹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 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 타이베이를 떠날 시간이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