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타이완 여행 10일차 in 아리산
3.10 아리산 찻집에서 작성
르웨이탄의 다음 행선지는 르웨이탄보다 더 남쪽에 있는 아리산이다. (정식명칭은 아리산 국가삼림유락구) 타이완에서 제일 유명한 휴양림인데, 오래된 거목들이 많다는 말에 솔깃해서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기도 했다. 역사의 도시라는 타이중, 맛의 고장 타이난, 항구도시 가오슝 등이 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두 주면 타이완 전체를 일주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듯.
르웨이탄에서 아리산 가는 버스가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없으면 한참 돌아가야 할 텐데, 역시 이동하긴 참 편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의 안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쾌청한 날씨가 되었다. 일찍 일어나서 일출보면서 호수 산책이라도 할 걸.. 늦게 일어난 나와 일찍 출발하는 버스가 원망스러웠다. ㅠㅠ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버스가 아리산 갔다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야 해서 어쩔 수 없나보다.
르웨이탄과 아리산을 잇는 길은 절경의 연속이었다. 산악도로를 타고 3천미터가 넘는 고산들을 둘러보면서 가는데다가 버스기사 아저씨가 쉴 새 없이 설명도 해주고(물론 중국어라 못 알아들었다) 관광포인트에서 사진 찍으라고 차도 세워주기 때문에 버스이동 자체가 또 하나의 관광코스여서 좋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산이 바로 타이완의 최고봉, 3952m의 위(玉) 산이다. 작은 섬나라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다니..
르웨이탄과 아리산을 잇는 행복버스
그렇게 쉬엄쉬엄 한 시쯤 아리산에 도착. 평화로울 줄 알았던 아리산에서 예상하지 못한 고난이 있었는데.. 바로 숙소 때문이었다. 가이드북에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저렴한 숙소들이 많다고 해서 걱정 안하고 도착했는데, 근처를 몇 바퀴 둘러보아도 民宿이나 飯店 글자는 보이지도 않고.. 가이드북에 나온 터줏대감이라는 집에서도 숙박은 없다고 한다. 당황해서 호텔이 모여있는 관광안내센터 뒤쪽으로 갔더니 하루 자는데 허름한 1인실이 1800원이라고 한다 1800원!! 1800원이면 우리 돈으로 7만원인데 이 돈을 내고 잔다는 건 배낭여행객으로써 굴욕적인 일이었지만..어쩔 수 없었다. 아마 요즘이 성수기인가보다. 평일인데 사람도 많고 방도 꽉 찬 곳이 많아 흥정도 안 되더라. 날씨도 안 좋고 꽃도 덜 피었는데 왜 성수기지?
숙소를 다 잡은 줄 알았지만 그것도 끝이 아니었던 게, 1800원을 결제하려고 보니 현금이 없어서 ATM에 돈 뽑으러 갔더니 ATM에서 내 카드들을 안 받아주고 숙소엔 카드결제가 안 되서.. 2200원짜리 다른 숙소로 옮겨가야만 했다. 여기서도 첫 번째 카드가 안 되서 당일치기만 하고 마을을 떠야 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까지 갔지만 두 번째 카드가 결제가 되어 나를 살렸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험난한 듯.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도 안 겪은 일을 여기서 겪게 되다니 ㅋㅋ
이 마을도 르웨이탄처럼 단체관광객 위주라 혼자서 다니긴 너무 심심했다. 식당은 대부분 차이나테이블이라 여덟명이나 네 명씩 앉게 되어있고, 음식은 대부분 2인분 이상 기준이고, 카페도 없고, 혼자 다니는 사람도 없다. 호텔 직원은 내가 예약도 안하고 혼자 왔다고 하니 신기한 야생동물 보듯이 쳐다보더라. 볼 것만 보고 일찍 이 마을을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으로 간단히 먹은 볶음면과 차.
산악열차를 타고 가서 시작한 아리산 트레일은 다행히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나라 동네 산 같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쭉쭉 뻗은 나무에 수명이 천 년도 넘는 거목들, 죽은 나무들과 산 나무들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기이한 형상들에 산책하기 좋은 산책코스까지.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다. 제일 오래된 나무는 2500년이나 되었다니, 고조선 시대부터 있었다는 거 아닌가. 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온 몸으로 느끼고 왔다.
점심은 간단히 (다행히도) 2인용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 볶음면을 먹었는데, 딱히 먹고싶은 것도 없고 몸도 개운하지 않아 편의점에서 마파두부덮밥과 신라면을 사다 먹었다. 신라면이 수출용이라 조금 덜 맵긴 해도 역시 맛있더라. 심심해서 노트북으로 만화나 보다가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들었다. 노트북 안 가져왔으면 큰일 날 뻔. 설상가상으로 현지 핸드폰 유심은 한 번 뺐다가 끼웠더니 인식이 안 되어서 무제한 3G를 못쓰게 되었다. 끝까지 말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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