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7 Spain2017. 12. 25. 16:28

9.28 스페인 여행 Day 1 in 홍콩

 

9.29 밤 스페인 비행기 안에서 작성

 

1.추석 때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을 가게 되었다.

 

 그동안 자잘하게 푸켓, 일본 등 여기저기를 다녀왔지만 3박4일짜리 짧은 여행이라 감상을 남기지는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그냥 흘려보내긴 아까워 부지런히 감상을 남기기로 했다.

 

 


2. 여럿이  가는 여행은 혼자 가는 자유여행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홀로 여행이 마라톤이라면 단체여행은 축구다.

 

핵심은 팀워크. 팀에서 불협화음이 나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이 되는 것이다. 

 

 


3. 부모님이 건강하실때 자주 다녀야겠다.

 

가족여행을 해외로 갈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모두 건강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고, 여유도 있어야 하는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

 

인생에 몇번 오지 않을 축복받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홍콩의 시내의 첫 모습. 왠지 익숙한 풍경이다.

 

 

4. 스페인행 경유지로 들른 홍콩은 2009년 이후 8년만에 방문이다 .

 

그 때도 유럽가는 길에 경유지로 12시간 들렀었는데,

 

첫 배낭여행이라 외국의 하나하나가 새롭고 설레던 때를 생각하니 

 

그동안 많이도 싸돌아다녔구나 싶다.

 

선착장 앞의 시계탑

 

 

5. 2009년 당시만 해도 홍콩 여행의 느낌이 나중에도 생생하게 기억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의 기억은 파편화되고, 왜곡되고, 미화된다.

 

파편이 된 기억은 피크 트램이 고장나서 타고 올라간 2층버스,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박물관, 야간버스 정도.

 

그 당시의 느낌을 더 상세히 적어놓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먹은 샤오롱바오. 난 딘타이펑에서 먹는 샤오롱바오가 더 맛있다.

 

 

6. 가장 미화된 기억은 홍콩의 날씨였다.

 

홍콩의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는 않다' 라고 기억하고 있어서 야심차게 긴바지도 입고,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려고 생각했는데, 9월이 되었는데도 끔찍하게 더웠다. 

 

원래 계획은 시내 중심부와 해변가를 꼼꼼히 돌아보는 것이었지만,

 

더위 떄문에 필요한 사진만 찍고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을 찾아 피신하기 급급했다.

 

그나마 다행히 습기가 낮아 그늘에 가면 시원하더라.

 

 


홍콩 섬의 대관람차. 아쉽게 운행중이지 않았다.

 

7. 홍콩에 가면 가장 독특한 점은 사람이 야외에서 다니기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모든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기본으로 달려있는 우리와는 달리,

 

횡단보도도 드문드문있고, 덥고, 길도 좁다.

 

그 대신 2층으로 다니면 시원하고, 그늘도 있고, 건물끼리 연결되어 있어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마치 공중도시에 사는 기분이다. 

 

날씨가 덥고 땅이 좁은 나라에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

 

관광객에게는 신기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 묘책을 모르고 1층으로 다니다가 엄청 헤매기는 했지만..

 

 

 

피크트램에서 바라본 홍콩 풍경

 

 

8. 12시간 환승이라 1분1초가 아까워 알차게 썼다.

 

원래 계획은 침사추이 구경 - 페리타고 센트럴 이동 - 피크 트램 타고 피크에서 야경 - 공항 코스였는데, 

 

피크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와

 

심포니 오브 라이트 보고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까지 들리는 강행군을 했다 .

 

  홍콩 음식은 역시 기름이 범벅인 북경음식보다 더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았고(조금 짜긴 했지만),

 

2009년에 공사중이었던 피크 타워는 남산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 경치 못지 않았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2009년에도 이렇게 별로였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저녁으로 먹은 완탄면.

 

시내 야경

 

9. 홍콩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서울이 더 볼게 많다'로 정리된다.

 

홍콩의 참맛을 12시간동안 경험하지 못해서 드는 짧은 생각일 수 있으나, 

 

야경이면 야경, 맛집이면 맛집, 서울이 이제는 더 매력적인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 홈그라운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나보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기대 이하였다.

 

저녁으로 먹은 크랩. 술안주로 딱 좋다


 

10. 14년 세계일주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여행에 임하는 자세다. 

 

기존의 해외여행이 게임하듯이 미션을 정해놓고 클리어하는 맛으로 다녔다면, 

 

요즘은  여행이 여유롭다. 일정이 여유롭다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일정이 변경되거나,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런 사건도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11. 홍콩보다 서울이 낫다고는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홍콩에 3~4일정도 있어보고 싶다.

 

이제 주요 관광지는 다 가보았으니 다음에 오면 구석구석 다니면서

 

홍콩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1:05

3.19 유콘여행 8일차

 

드디어 정든 유콘을 떠나는 날.

 

 

차는 밤새 얼어붙어서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 무사히 공항에 도착! 렌터카 업체사람이 바로 조사할 줄 알고 시간많이두고 여유롭게 왔는데, 무인반납함만 있다 -.- 일찍 일어난게 무안해짐

 

 

애증의 에어캐나다. 이번엔 제발 수화물이 나랑 같이 비행기 타고 오기를..

 

 

북쪽 나라를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풍경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밴쿠버공항에서는 의외로 모든게 순조로웠다. 출국수속도 없고, 짐 검사도 금방 끝나서 30분만에 환승이 끝나버린 것이다. 1시간 반이 남아 여유롭게 남은 돈으로 햄버거 하나 먹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도착!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

 

 

이번 유콘 여행에서는 '자연'과 '느림'을 찾아 왔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여름에 다시 와야지!

Posted by Joon'
해외여행/16 Yukon2016. 3. 24. 01:03

 

3.18 유콘 여행 7일차

3.19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작성

 

밤새 눈이 엄청나게 왔다. 아침에도 계속 눈이 오고 있었고 하루 종일 눈이 왔다. 내 차는 반쯤 눈에 파묻혀있었고, 그것은 오늘 계획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의미였다. 원래는 오늘 타키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가서 동물을 보고, 근처 타키니 온천에 들른 뒤 헤인스 정션까지 드라이브를 해 클루에인 국립공원의 전경을 담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노타이어가 없는 내 차는 눈이 치워진 큰 길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고, 헤인스 정션까지 간다 해도 눈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침. 베이글이 질려서 크림스프와 샐러드로 대신했다.

 

 

눈이 5cm는 넘게 쌓였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이정도 눈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 어쩌면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눈을 안 맞은 게 운이 좋은 걸수도 있다. 눈이 왔다면 오로라도 못보고 드라이브도 못 했을 거니까.

 

 

어쨌든 난 한국에서도 안해본 눈길운전을 여기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것도 체인 없이. 우선 시내에 가서 기념품을 샀다. 시내까지 가는 길은 눈을 다 치워놔서 문제가 없다.

 

메인 스트리트에 차를 세우고, 티셔츠와 메이플 시럽,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들을 좀 샀다. 그리고 차를 타러 갔는데, 차에 무슨 종이 한 장이 붙어있네..? 주차딱지다. 주차요금을 내야 되는데 내가 기계에 돈을 안 넣은 것이었다. 오마이갓. 아니 이렇게 빈 땅이 많은데 왜 주차요금을 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영주차장? 같은 빈 공터에도 보니 주차구역마다 시간을 재는 기계가 있는데, 기계는 수십 개지만 차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어쨌든 벌금을 안내면 다음에 캐나다에 들어올 때 공항에서 잡힐 지도 모르니 시청에 벌금을 내러 간다. 그 와중에 사진찍는 나도 참.. 블로그병이 도졌나보다. 시청 직원은 마치 슈퍼마켓 직원처럼 쿨하게 응 벌금 내러왔네? 10달러야! 하면서 경쾌하게 내 돈을 받아간다. 진짜 한국에서 안 해본 것들 여기서 많이 해본다.

 

 

찝찝한 기분을 안고 켄의 집으로 간다. 켄의 집에 가는 길에 결국 눈길에 막혀 중간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했다.

 

 

눈이 많으니 신나긴 하다.

 

 

지나가다 만난 스노바이크 타는 사람.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켄의 집에 다시 간 이유는 이틀간의 환대에 보답을 해 주기 위해서다. 나는 저녁으로 불고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대신 카드를 한 장 써 드렸다. 한국어로 이름도 적어드리고. 그렇게 나는 두분의 한국 아들이 되고, 두분은 나의 캐나다 부모가 되었다. 금새 정이 들어 이 집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는데 이별할 시간이 되다니 너무 아쉽다.

 

 

집 창문. 래나 아주머니는 장식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집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페인트칠도 직접 하셨다고 하니 보통 미적 감각이 아니다.

 

 

념사진을 찍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을 나온다.

 

 

시내에 가서 선물로 가져갈 아이스와인을 사고, 가보고 싶었던 Baked Bakery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시내에 스타벅스 말고 제대로 된 커피숍은 여기밖에 없음. 

 

 

 

마지막 저녁을 먹기 위해 Burnt Toast Cafe에 갔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니 완전 단골이 되었다.

 

 

 

혼자 파스타도 먹고 와인도 마시면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줬는데, 다행히 혼자 밥먹으러 온 사람이 많아 민망함이 덜했다.

 

 

쿨하게 샐러드를 드시는 혼밥족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스충전도 했다. 캐나다에서 가스가 나오는데도 왜 우리나라랑 가격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하루동안 눈길운전을 무사하게 마친 데 감사하면서 집에 다 왔을 때, 결국 방심해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ㅠㅠ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마을로 들어가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우회전을 했는데, 그대로 미끄러져서 흙더미에 박아버린 것이다. 집에 다왔다고 방심해서 미리 속도를 안 줄인게 화근이었다. 차가 말을 듣지 않아 미끄러지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나마 흙더미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돌이나 나무, 혹은 구덩이가 있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져서 견인차를 불러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다. 앞범퍼 오른쪽이 완전히 부서지긴 했지만 나도 멀쩡하고, 차에 다른 부분에는 이상이 없었다. 지나가던 다른 차가 도와준 덕분에 차도 무사히 빼내서 집까지 갈 수 있었다. 다시는 눈길 운전 함부로 하지 않을거다.

    

 

놀란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짐을 쌌다. 공항까지는 500m 밖에 안 되는 직진코스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다.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깊게 깨닫고 일찍 잠이 들었다.

 

뜻대로 되지 않은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지나고 나면 다 여행의 추억으로 남겠지?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