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 스페인 여행 Day 1 in 홍콩
이번 여행은 그냥 흘려보내긴 아까워 부지런히 감상을 남기기로 했다.
나홀로 여행이 마라톤이라면 단체여행은 축구다.
핵심은 팀워크. 팀에서 불협화음이 나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이 되는 것이다.
가족여행을 해외로 갈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모두 건강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고, 여유도 있어야 하는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
인생에 몇번 오지 않을 축복받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홍콩의 시내의 첫 모습. 왠지 익숙한 풍경이다.
그 때도 유럽가는 길에 경유지로 12시간 들렀었는데,
첫 배낭여행이라 외국의 하나하나가 새롭고 설레던 때를 생각하니
그동안 많이도 싸돌아다녔구나 싶다.
선착장 앞의 시계탑
5. 2009년 당시만 해도 홍콩 여행의 느낌이 나중에도 생생하게 기억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의 기억은 파편화되고, 왜곡되고, 미화된다.
파편이 된 기억은 피크 트램이 고장나서 타고 올라간 2층버스,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박물관, 야간버스 정도.
그 당시의 느낌을 더 상세히 적어놓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먹은 샤오롱바오. 난 딘타이펑에서 먹는 샤오롱바오가 더 맛있다.
홍콩의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는 않다' 라고 기억하고 있어서 야심차게 긴바지도 입고,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려고 생각했는데, 9월이 되었는데도 끔찍하게 더웠다.
더위 떄문에 필요한 사진만 찍고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을 찾아 피신하기 급급했다.
그나마 다행히 습기가 낮아 그늘에 가면 시원하더라.
홍콩 섬의 대관람차. 아쉽게 운행중이지 않았다.
7. 홍콩에 가면 가장 독특한 점은 사람이 야외에서 다니기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모든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기본으로 달려있는 우리와는 달리,
횡단보도도 드문드문있고, 덥고, 길도 좁다.
그 대신 2층으로 다니면 시원하고, 그늘도 있고, 건물끼리 연결되어 있어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마치 공중도시에 사는 기분이다.
날씨가 덥고 땅이 좁은 나라에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
관광객에게는 신기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 묘책을 모르고 1층으로 다니다가 엄청 헤매기는 했지만..
피크트램에서 바라본 홍콩 풍경
원래 계획은 침사추이 구경 - 페리타고 센트럴 이동 - 피크 트램 타고 피크에서 야경 - 공항 코스였는데,
피크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와
심포니 오브 라이트 보고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까지 들리는 강행군을 했다 .
2009년에 공사중이었던 피크 타워는 남산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 경치 못지 않았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2009년에도 이렇게 별로였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저녁으로 먹은 완탄면.
시내 야경
9. 홍콩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서울이 더 볼게 많다'로 정리된다.
홍콩의 참맛을 12시간동안 경험하지 못해서 드는 짧은 생각일 수 있으나,
야경이면 야경, 맛집이면 맛집, 서울이 이제는 더 매력적인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 홈그라운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나보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기대 이하였다.
저녁으로 먹은 크랩. 술안주로 딱 좋다
기존의 해외여행이 게임하듯이 미션을 정해놓고 클리어하는 맛으로 다녔다면,
요즘은 여행이 여유롭다. 일정이 여유롭다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일정이 변경되거나,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런 사건도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주요 관광지는 다 가보았으니 다음에 오면 구석구석 다니면서
홍콩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