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22 페루여행 8,9일차 in 리마

1.2 오전 미국 Menifee 이모집에서 작성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페루의 수도 리마. 쿠스코 편에서도 적었듯이 잉카제국 함락 이후 쿠스코에서 반란을 겪은 스페인 군대는 쿠스코를 포기하고 이 곳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했고, 그 이후 200여년 동안 리마는 스페인의 남미 정복을 위한 기지로 성장해 지금은 페루의 수도가 되었다. 남미의 마지막 종착지인 이 곳에서 1박2일을 보내고 드디어 남미를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된다.


  리마가 남미 첫 일정이었다면 의욕적으로 돌아다닐 생각을 했겠지만, 시간도 얼마 없고 마추피추 이후에 남미여행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리마에선 좀 쉬면서 못먹어본 페루 음식이나 많이 먹어보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낮은 지대로 내려오니 사막지대가 눈에 띈다.



  딱 하루 머물렀지만 맘에 쏙 들었던 1900호스텔. 


  리마의 첫인상은 뭐랄까.. 다른 남미 도시들과 비슷하고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서 리마만의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딱 하나 예상 밖이었던 건 생각보다 쌀쌀했던 온도. 난 리마가 남위 13도라 아프리카처럼 푹푹 찌는 날씨일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우리나라 여름보다도 안 더워서 신기했다. 아마 페루 앞바다에서 차가운 해류가 올라와서 여름에도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것 같은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워서 알고만 있었지 해류가 실제로 이렇게 큰 차이를 가져오는 걸 보니 놀랍기만 했다. 



  숙소에 짐을 놓고 가볍게 시내구경 시작. 리마에도 여러군데 추천된 데가 있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미라플로레스같은 신시가지는 안가고 걸어다닐 수 있는 구시가지만 다녔다. 시내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가득이다.



  평범한 거리 모습.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길거리에서 한 퍼레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신부님들이 가마처럼 뭔가를 어깨에 지고 가고 그 위에는 성모마리아 사진이 마치 영정사진처럼 놓여있는 이상한 퍼레이드였는데, 대체 뭘 하는 퍼레이드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점심으로 먹은 로모 살타도. 이 음식은 네번째인가 먹는 것 같은데 유명한 식당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먹으니 같은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맛이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스테이크!



  플라자 데 아르마스에 있던 거대 크리스마스 장식.


  퍼레이드는 여기까지 이어진다.




  이건 아히 데 가이나Aji de Gallina라는 음식. 치킨커리에 아몬드를 갈아넣은 것 같은 오묘한 맛인데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ㅠㅠ


 

  밤의 광장.


  둘째 날도 별로 할 게 없어서 그냥 시내만 생각없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여긴 차이나타운. 역시 중국사람이랑 차이나타운은 어디가나 있더라. 페루에는 Chifa라고 해서 중국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 중국집만큼 많은 듯. 처음엔 신기하고 메뉴가 페루식일까 해서 봤는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먹는거랑 별 차이 없어서 먹진 않았다.



  이건 점심으로 먹었던 뭔지 기억안나는 특이했던 음식.



  한가한 카페에서의 오후. 원래는 호빗 영화를 보고싶었지만 다 스페인어 더빙이라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비행기는 자정) 마지막으로 페루 길거리 음식을 먹고 공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역시 길거리 음식이야말로 현지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첫 타자는 소 심장구이 안티쿠초. 한국사람들에겐 순대 내장이랑 비슷한 맛이라 짭짤하니 입맛에도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는 세비체! 맨날 레스토랑에서만 먹어봤지 이렇게 싸게 먹는건 처음이었는데, 길거리 음식에 어울리게 무난한 맛.




  이건 퓨전요리가 많다는 페루음식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 길거리 음식이었는데, 고기구이에 국수랑 양파도 섞고, 카레가루같은 소스도 섞은 이 음식은 정말 제대로 된 퓨전 음식이었다. 


  만족스럽게 길거리 음식을 다 해치우고, 드디어 리마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다. 


 

 비록 가방도 크고, 하필 러시아워라 사람도 넘쳐났지만 현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했다.




  그렇게 약 7주간의 남미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인도에서 문화를 느끼고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만났다면, 남미여행은 자연 그 자체를 느꼈던 일정이 아니었을까?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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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20 페루여행 6,7 일차 in 쿠스코

1.2 오전 미국 Menifee 이모집에서 작성.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의 아침. 마추피추로 가는 사람들은 아침에 대부분 떠나고 썰렁하고 평화롭다.



  아침 간단히 먹고,



  오얀따이땀보 행 잉카 레일 열차에 탑승. 이게 5만원짜리 열차.. 한 량짜리 열차는 처음 타본다. 한시간 반 가는데 KTX타고 서울부산 가는 돈보다 비싸다니..



  타기 전에는 너무 작아서 실망했는데, 그래도 타 보니 내부 시설도 좋고 경치도 볼만하고 비행기처럼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간식도 줘서 기분은 좋았다.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해 다시 한 시간정도 미니밴을 타고 쿠스코에 도착한 시간은 열두시. 도시로 돌아오니 진짜 마추피추 투어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피곤하고 페루음식도 슬슬 질려가서 (얼마나 한국음식이 먹고싶었는지 한번은 냉면먹는 꿈까지 꿨다) 한번 쯤 한국음식 먹어야겠다 싶어서 찾아간 쿠스코 한국식당 사랑채. 한국식당에서 제대로 먹는건 거의 세달 만이어서, 반찬이 맛이 있고 없고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같이 간 사람들은 김치 맛없다고 안먹었는데 나 혼자 다 먹음. 제육볶음, 불고기덮밥, 라면까지 싹싹 비웠다.



  시내에 있는 이 동상의 주인공은 마추피추를 세웠다고 알려진 잉카 제국의 8?9? 대 왕 파차쿠텍. 이 사람 덕분에 쿠스코가 이렇게 유명해졌으니 이 정도 동상은 당연히 세워줘야 하지 않을까? 


  숙소에 들어가서 잠깐 쉬고, 기념품 사고 시내 구경도 할 겸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차가 아르마스 광장에 있었으니...



  마을버스 ?!

 

  처음 봤을 땐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우리 집 앞에서 보던 그 마을버스다! 뭔지 궁금해서 일단 사진부터 찍고 숙소 와서 찾아봤더니, 은퇴한 한국 아저씨 두 분이 마을버스를 개조해서 세계일주를 다닌다는 것이었다. 페루가 시작이라 아직은 마을버스가 깨끗(?)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각국의 낙서로 도배가 되겠지. 참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라고 다시한번 느끼며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쿠스코에는 관광도시답게 기념품점이 정말 많아서, 발품을 좀 팔아서 작은 골목을 찾아보면 좋은 기념품을 싸게 구할 수 있다.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파차쿠텍 상에서 사진 한장 찍고, 저녁으로 기니피그를 먹으러 갔다. 


  

  기니피그 구이는 진짜 기니피그 모양 그대로 구워져서.. 왜 사람들이 생김새만 보고 안 먹는지 이해가 갔다. 다행히 머리는 잘라놓아서 죄책감(?)이 없이 먹을 수 있었는데, 맛은 그냥 질긴 구이맛이라 다시 먹고싶진 않았다. 



  다음날 오전에 쉬고 1시차를 타고 21시간동안 리마로 이동. 제일 싼 로컬버스라 버스 내 서비스는 당연히 없고, 현지 사람들이 하도 쳐다봐서 동물원에 온 기분이었다.



  휴게소에서 먹은 로모 살타도. Not bad.



 휴게소 모습.



지루한 장거리 버스도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이제 남미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리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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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 18 페루여행 4,5일차 in 잉카 정글 트레일

12.23 저녁 페루 리마 공항에서 작성

 

서양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동양 여행자들에 비해 한 나라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휴가가 길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유행의 차이일까? 왜 다른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잉카 정글 트레일 3일째는 오전에 짚라인을 타고 오후에 철길을 따라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두세시간 정도를 걷는 일정이다. 내일 아침 일찍 마추피추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날에 비해 훨씬 여유롭다.



 잉카 문양이 들어간 침대.

 


항상 뭔가 아쉬운 아침 그리고 코카 차.


 

아침을 먹고 픽업 차를 따라서 짚라인zipline을 하러 간다. 짚라인은 인도에서도 해보고 빅토리아 폭포에서도 해 봐서 안 하고 그냥 걸어가려고 했는데, 독일친구 말린이 아파서 운 좋게도 내가 대신 타러 갈 수 있었다.




어제 내내 보면서 온 협곡을 줄에 매달려 넘어간다. 처음엔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다른 데서 한 것보다 다양한 자세를 시도할 수 있어서 훨씬 재밌었다! 전에는 아래 사진처럼 기본자세만 하라고 했는데,



여기선 이렇게 슈퍼맨도 하고,



뒤집어 물구나무서서 타기도 하고, 마지막에 로프를 타고 레펠처럼 내려가기까지 해서 생각보다 대만족.


 

점심을 먹고서는 기찻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평지라 산길보다 훨씬 지루해서 별 생각없이 갔다.



가끔씩 지나가는 열차.



여기서부터 마추피추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산 꼭대기에 있는 구조물들이 마추피추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일 저기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드디어 오후 세 시쯤 마추피추의 베이스캠프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에 도착했다. 온천이 나와서 그런지 뜨거운 물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마을은 오직 마추피추만을 위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어서, 작은 마을에 온갖 숙소, 레스토랑, 여행사, 기념품 점 등이 몰려 있다.

내일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마을에서 새벽 네시 반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저녁만 간단히 먹고 일찍 자야 한다.



최후의 만찬(?)과 맥주. 아침이면 드디어 마추피추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빨리 끝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게 잠이 들었다.




 

드디어 대망의 D-Day. 네시 반에 호스텔을 나와 네시 50분부터 마추피추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기다린다.



 

  이 사람들은 마추피추에서 6 첫 입장을 하기 위해 산을 올라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마추피추까지는 버스(10달러, 30) 혹은 도보(평지30, 등산1시간) 중 하나를 택해서 가는데, 등산코스가 고도 2000m에서 2400m까지 올라가는 급경사인 오르막길이라 결코 쉽지 않다. 프레더릭은 원래 같이 올라가기로 했는데 뭘 잘못 먹었는지 아프다고 호스텔에서 같이 못 나와서..우리 그룹에서는 네 명이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이런 지형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절대 쉽지 않음.. 처음엔 쌀쌀했는데 조금 올라가자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15분쯤 올라가니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1800개의 계단을 40분 정도 올라가니 드디어 마추피추 입구가 나왔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간식먹는 중. 마을에서 5 출발하는 버스 첫차보다 일찍 왔으니 성공이다. 체력 좋은 사람은 30분이면 오고 저질체력은 두 시간씩 걸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 중간에 버스를 탈 수도 없어서 걸어 올라오다가 체력이 다 떨어지면 완전 고문이다.

내가 먼저 올라와서 30분 정도 나머지 그룹을 기다리다가, 파타고니아와 우유니에서 만났던 형님을 다시 만나서 일행분과 함께 우리 그룹에 같이 끼기로 했다. (가이드 없이 따로 와서 가이드가 필요한 상황) 6시 반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추피추에 입장한다.



마추피추의 첫 모습. 구름이 가득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우기에 오면 구경이 힘들다고 하는구나..해는 이미 떴지만 구름에 가려 마추피추에 뜨는 일출은 볼 수 없었다.ㅠㅠ

 

마추피추Machu Picchu. 잊혀진 공중 도시. 세계 7대 불가사의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진 이 곳이지만 원래 의미는 늙은 봉우리라고 한다. (와이나피추는 젊은 봉우리) 잉카인들은 이 곳에서 산 꼭대기를 깎아 거주인원 300 (최대 2000명까지 수용가능)의 도시를 만들었고, 처음 발견했을 때는 잉카 제국의 수도라고 생각되었지만 조사를 할수록 의견이 바뀌어 지금은 도시보다는 성에 가깝게 본다고 한다.


   마추피추가 놀라운 건 경관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이런 위치에 도시를 지을 생각을 했다는 발상 그 자체 때문인 것 같다. 마추피추 사진은 많이 봤지만 직접 가서 보니 마추피추 주변의 풍경들까지 눈에 들어와서, 마추피추가 얼마나 높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산 아래쪽에 자리를 잡으면 홍수때문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산꼭대기에 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서 농사짓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구름이 걷히고 마추피추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느 유적이나 그렇듯이 가이드의 설명이 없으면 그냥 돌무더기나 흙덩이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마추피추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태양의 신전(맞나?). 달력 역할을 했던 건축물로 해가 제일 짧은 동지에는 왼쪽 문, 해가 제일 긴 하지에는 오른쪽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날짜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건 남십자성Southern Cross를 표시한 돌. 이렇게 과학적인 의미를 가진 유적들이 많다.

 



 여기서 자라는 야마. 마추피추가 원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추피추가 서양에 알려지기 전에는 주민들이 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머물던 집.


  유적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건. 유적 자체는 다른 나라 역사유적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보긴 어려웠지만(과학이나 기술적 발전 측면에서) 유적의 위치 자체가 너무나 놀랍기 때문에 유적들도 대단해 보이는 것 같다.



여기서 공식적인 3박4일간의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정든 가이드랑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퓨마를 닮았다는 성스러운 돌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8시에 와이나피추를 오른다.


  와이나피추는 마추피추 옆에 있는 해발 2600m의 봉우리로, 마추피추 대표사진에서 마추피추 뒤에 등장하는 높은 봉우리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하루 입장객을 400명(200명씩 두 타임)으로 제한해놓았지만, 성수기가 아니라 티켓을 바로 구할 수 있었다(10시 타임은 마감되고 7-8시 타임으로 신청)

  

  오르막길은 마추피추를 한 번 더 걸어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새 말랐던 옷이 다시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이렇게 생긴 길을 40분쯤 올라가니 



간신히 와이나피추 정상에 도착! 얼마나 올라가야되는지 모르니 처음이라 기를 쓰고 올라왔지, 다음에 또 올라오라면 못 올라올 것 같다..


밑으로 보이는 아찔한 협곡.


  여기서 원래는 마추피추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야 했지만, 구름만 한가득이라 마추피추를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구름속에서 기다리다가 조금이라도 마추피추가 보이면 다들 급하게 사진찍고 다시 구름끼면 쉬고.,.그렇게 두 시간도 넘게 쉬면서 와이나피추를 즐겼다.



이게 제일 잘 나온 마추피추 사진.




  날씨가 계속 나아질 줄 알았는데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서 10시쯤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10시타임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찌나 안쓰럽던지..




  내려오니 구름이 걷혀서 처음보다 더 잘 보인다. 산을 깎아 돌로 이 모든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게 볼수록 놀랍기만 하다.



 마추피추에서 제일 잘 나온 사진. 여기서도 와이나피추처럼 구름이 가끔씩만 걷혀서, 사람들이 사진찍기 위해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구름이 걷히는 4~5초동안 급하게 나와서 잔뜩 사진을 찍어댄다 ㅋㅋ 와이나피추가 없긴 했지만 이정도에 만족할수밖에..


 잠깐 화장실때문에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가, 그것도 금방 그칠줄 알았는데 두 시간 넘게 내리는 바람에 더 보지도 못하고 버스타고 마추피추를 내려와야 했다. 역시 여긴 지금 시기에 오기는 무리구나..생각하면서 내려와서 푹 쉬었다.




이렇게 잉카 정글 트레일은 끝. 어느 트레킹이나 그러하겠지만 마추피추라는 목적지 자체보다 그 과정이 마음에 들었던 3박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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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16 페루여행 2,3일차 in 잉카 정글 트레일

12.22 저녁 페루 리마 공항에서 작성

 

페루, 아니 남미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유적이자 나에겐 남미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될 마추피추Machu Picchu를 만나기 위해 34일간의 잉카 정글 트레일Inca Jungle Trail을 떠났다. 마추피추가 쿠스코에 바로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떨어져있는 데다가 생각보다 가는방법이 복잡다양해서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우선 적어본다.

 

*(여행정보)쿠스코에서 마추피추 가는 법

어떤 방법으로 가던 마추피추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라는 마을에서 버스(30)나 도보(1시간 30)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잉카트레일 제외) 쿠스코에서 마추피추를 가는 방법은 곧 쿠스코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가는 방법과 같은 의미이다.

 


 

1.       기차로 당일치기 or 12일 왕복 ( 20~30만원)

가장 편한 방법이자 가장 비싼 방법.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라는 마을로 이동해(1시간정도) 거기서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이동해 마추피추를 보는 루트다. 당일치기를 하면 쿠스코에서 아침일찍 출발해 낮에 마추피추를 보고 돌아오고, 12일을 하면 첫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이동해 하루 자고 마추피추에서 일출을 본다는 점이 차이인 것 같다.

 이 방법의 제일 큰 문제는 말도 안 되는 기차값. 1시간 반 타는데 편도가 50~100달러나 하는 기차 덕분에 왕복+마추피추입장료+가이드 등등 합치면 다녀오는데 인당 20~30만원정도로, 12일 투어가 34일 투어보다 비싼 엽기적인 가격을 볼 수 있다. 높은 가격의 비결(?)은 바로 지형 때문. 오얀따이땀보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는 깊은 협곡으로 이어져있는데, 두 도시 사이에 철도만 깔아놓고 차를 타면 4시간이나 걸려 산을 돌아가게 만들어 놓았다(지도 참고. 심지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차가 바로 들어가지도 못해서 중간에 내려 두세 시간을 더 걷거나 기차를 또 타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페루 정부의 계략이 틀림없다.

 

2.       버스타고 12일 왕복 (10~12만원)

  비싼 기차를 타기 싫고, 오래 걷는데 문제가 없고, 마추피추만 보고싶다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첫 날 미니버스를 타고 산을 돌아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이동하고, 둘째 날 아침 마추피추를 본 뒤 돌아오는 루트.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동+숙식+입장료 포함)이지만, 왕복시간이 12시간도 넘는다. 물론 첫날 버스타고 가서 둘째 날 기차를 타고 오는 것도 가능.

 

3.       걸어가기: 잉카 트레일 (60만원 이상)

마추피추로 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즐기고(혹은 고생하고) 싶은 사람은 걸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물론 쿠스코에서 전부 걸어가는 것은 아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의 한 지점에 내려 걸어서 마추피추까지 가는 것이다. 걸어가는 길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유명한 길이 바로 잉카 트레일Inca Trail이다. 론리플래닛에 따로 섹션이 있을 정도로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걷기코스인 잉카 트레일은 고대 잉카인들이 만들어놓은 길 그대로 잉카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가는 길이 아닌 실제 잉카인들이 쓰던 길로 마추피추로 들어간다고 한다. 페루 정부에서 유적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인원을 500명으로 제한시켜놓는 바람에 캠핑투어임에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쌀 뿐만 아니라 (처음에 가격을 알아봤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5~6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4.       걸어가기: 살칸타이 or 잉카 정글 트레일 (15~20만원)

마추피추까지 걸어가곤 싶지만 잉카 트레일은 비싸고 자리가 없어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짝퉁 루트(?)가 바로 살칸타이Salkantay와 잉카 정글 트레일Inca Jungle Trail이다. 살칸타이루트는 살칸타이라는 6000m가 넘는 높은 봉우리를 돌아 45일을 걷는 캠핑코스로, 트레킹 난이도로만 보면 잉카트레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잉카 정글 트레일은 자전거 + 래프팅 + 짚라인 + 트레킹을 합친 일종의 복합(?)코스라고 할 수 있고, 34일 동안 걷는 시간은 적은 대신 이런저런 액티비티를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네가지가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마추피추 가는 방법은 더 많으니 각자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선택한 루트는 잉카 정글 트레일인데, 그 이유는 시간이 여유로운 나에겐 정글 트레일이 돈도 절약하고 트레킹도 하고 자전거도 탈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였기 떄문이다. 파타고니아를 안 갔다면 고생해서 살칸타이를 갔겠지만, 45일 동안 고난의 행군(?)을 또 하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잉카 정글 트레일을 하는 회사도 워낙 많아서, 가격도 처음엔 250달러에서 시작했지만 발품을 팔아 195달러까지 깎을 수 있었다. (숙식 + 마추피추 입장료 + 와이나픽추 입장료 + 돌아오는 기차티켓포함, 래프팅과 짚라인 제외) 난 학생이라 마추피추 입장료에서 20달러를 더 할인 받아서 175달러! 34일 동안 이 정도 가격이면 아주 괜찮은 가격이라 예약하고 나서 괜히 혼자 뿌듯해했다. 물론 돈을 더 내면 좀 더 좋은 음식과 숙박이 나오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침에 픽업 기다리는 중.. 7 오기로 한 차가 8 넘어서야 도착해서, 아침일찍 준비한 게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34일 동안의 대략적인 일정을 설명하자면 첫날은 자전거를 타고 (저녁에 래프팅 옵션), 둘째 날은 8시간 정도 걷기만 하고, 셋째 날은 오전에 짚라인을 탄 다음 (역시 옵션) 오후엔 걸어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해서 마지막 날 마추피추를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저것 할 수 있어서 아주 대만족이었던 투어! 블로그를 찾아보니 한국사람들이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시간여유가 있다면 꼭 한번 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픽업차량에 첫날 탈 자전거가 실려 있다. 데스로드를 생각나게 하는 자전거들..

잉카 정글 트레일의 첫날 코스는 데스로드랑 비슷하게 4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1500m까지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다. 데스로드와 다른 점은 전부 포장도로라 좀 더 편하고 속도도 낼 수 있다는 것.



쿠스코를 떠나 여러 마을을 거쳐 세 시간정도 이동..



 

자전거를 타고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ㅠㅠ 아직 도로에 적응도 안됐고 고지대라 온도도 낮은데 비까지 오니, 처음 30분 동안은 진짜 데스로드보다 더 무서웠다. 팔다리는 으슬으슬하고 안경에 물 묻어서 멀리 보이지도 않는데 갑자기 반대편 차선에서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거대한 트레일러라도 튀어나오면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물론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또 다른 의미의 데스로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내려오니 비도 그치고 날씨도 저 지대라 따뜻해져서 세 시간 동안은 진짜 재밌게 자전거를 탔다. 속도도 빠른데다가 코너가 많아서 오락실에 있는 오토바이 게임하는 기분! 가이드도 데스로드랑 다르게 도로가 안전해서 그런지 빨리 내려가는 사람 안 잡고 그냥 가게 두어서 나중엔 일행들끼리 서로 무언의 경쟁을 하면서까지 달렸다ㅋㅋ 서로 추월하고 추월당하고..



그렇게 오후 세시쯤 산타 마리아(산타 테레사인지 마리아인지 헷갈린다) 마을에 도착!



이건 점심이다. 약간 양이 적지만 그냥 먹을만함..


점심을 먹고나서 네 시에 래프팅 할 사람은 가고 안 갈 사람은 쉬는 게 공식적인 일정이었는데, 래프팅을 안 하면 작은 마을에서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결국 30달러를 내고 래프팅을 가기로 했다..이건 거의 반강제로 래프팅을 하는 기분.

 

래프팅은 솔직히 우리나라에 있는 래프팅이랑 비슷하거나 그 아래여서 실망스러웠다. 래프팅보다 좋았던 건 래프팅 중간에 강가에 내려서 야생 망고를 따먹은 것 ㅋㅋ 이쪽은 아마존과 비슷한 정글 지역이라 망고나무가 자라서 망고를 직접 따먹을 수 있었는데, 잘 익은 망고는 진짜 신맛이나 비린 맛이 하나도 안 나고 너무 맛있어서 한 10개는 먹은 것 같다. (망고는 우리나라 자두 사이즈)

 

망고말고도 래프팅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모기였다. -.- 그것도 지금까지의 나의 모기에 대한 인식을 모두 바꿔놓은 센세이셔널한 아마존 모기. 처음에 가이드가 모기조심하라고 했을 때 모기가 물어봤자 얼마나 물겠어~ 하고 모기퇴치제 하나 사놓고서 안바르고 래프팅을 갔는데, 래프팅 준비하는 시간 20분만에 이런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파리보다 작은 이놈의 정글 모기는 소리도 없어서 물리고 나서야 물린 걸 알게 되는데, 독이 있는지 물린지 2~3일 지나면 붓기 시작해서 엄청나게 가렵다ㅜㅜ 물린 지 일주일 지난 지금도 다리 긁어가면서 글 쓰는 중.. 래프팅 이후로 교훈을 얻어서 팔은 아예 토시로 가리고 나머지는 모기퇴치제 +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으로 완전 중무장하면서 다녔다. 정글에 대한 로망이 모기 때문에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림.. 역시 이상과 현실을 다르다는 걸 여기서 또 한번 느낀다.


어쨌든 래프팅까지 끝나고 첫 날은 무사히 마무리!



둘째 날 아침. 우리 일행은 나, 한국인 부부, 독일인 여자 둘, 덴마크 남자 하나 총 여섯 명인데, 첫 날은 말도 없고 어색했지만 둘째 날부터는 말도 나누고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인 부부는 영어를 잘 못하셔서 많이 못 친해짐) 그리고 다른 그룹 사람들과도 3박4일 내내 같은 일정을 함께하기 때문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독일인 마리Marie와 말린Maline은 세계여행 중인데, 나랑 루트가 거의 비슷해서 여행얘기를 많이 했다. 이 친구들은 8월말에 독일에서 아프리카로 떠나서 내가 갔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남아프리카 투어를 했고, 브라질에서 시작한 3개월간의 남미여행이 끝나면 일본을 거쳐 인도로 간다고 한다. 덴마크 친구 프레더릭Frederik은 엄청 놀 것 같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고등학교때 국제물리올림피아드도 나가고 현재 의대생인 수재.

 

안타깝게도 말린은 둘째 날 중간부터 아파서 함께 하지 못했다. 금방 나아서 셋째날부터 같이 다닐 줄 알았는데 이유가 뭔지 더 상태가 나빠져서 첫날만 보고 그 이후로는 못 만남..



아침을 먹고 드디어 둘째 날 일정 시작! 개인적으로 마추피추를 뺴면 이 둘째날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걷는 길에서 만나는 경치도 멋질 뿐 아니라 걷기만 하지 않고 중간중간에 쉬면서 정글의 생태나 페루의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머리 속을 새로운 지식으로 꽉꽉 채워 넣었던 둘째 날 코스였다.



정글의 아침. 이번 여행에서는 아마존을 포기해서 정글을 못 갈 줄 알았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정글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다. 잉카 정글 트레일이 이름만 정글을 붙인 줄 알았더니 정말 정글이었다니! 이 지역이 아마존의 발원지 중 하나에 해당하기 때문에 넓게 보면 아마존 정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기의 시작인 12월이라 아침엔 구름이 끼고, 낮에 잠깐 맑았다가 오후와 저녁엔 비가 오는 날씨가 내내 반복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는 날씨.



트레킹의 시작은 치챠Chicha라는 전통 술이었다. 옥수수로 만든 곡주인데, 색은 막걸리같지만 맛과 향은 훨씬 독한 페루의 전통주이다. 건물에 저렇게 빨간 공(?)이 달려 있으면 치챠를 파는 곳이라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왼쪽부터 라임,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나무 (맞나?) 모르고 지나가면 그냥 정글에 있는 나무일텐데, 가이드가 설명해 준 덕분에 각각의 나무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열매가 나는지 알 수 있었고 망고는 제철이라 틈틈이 따먹었다. 우리 가이드 레네이Renee는 말 수도 많고 친절해서 34일동안 이것저것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바나나 나무.



이곳 농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요 이 지역 최고의 스타인 코카 잎. 이 작은 잎들로 인해 생긴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다. (자세한 코카 잎 얘기는 볼리비아 라 파즈 편 참고) 코카 잎은 따서 팔고 코카 열매는 쓸모가 없어서 버린다고 한다.

 


정글 속을 걷기도 하고, 이렇게 절벽에 난 좁은 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레네이가 길을 걷다가 잠깐 멈추더니, 이상한 열매를 따서 얼굴에 각자 페이스페인팅을 해 주었다. 웃긴 모양으로도 그려서 서로 얼굴 보면서 빵빵 터짐 ㅋㅋ




얘는 중간에 쉬는 데서 만난 똑똑한 원숭이. 혼자서 물병도 열어서 먹고 사람 주머니 열어서 돈도 가져갈 줄 안다.. 바나나는 질려서 과자만 먹는다는 특이한 놈.



커피 만드는 기계, 유기농 커피도 이 지역 농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라고 한다. 커피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고 커피도 직접 파는데, 이렇게 단순히 여행사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투어를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누가 기획했는지 좋은 취지에서 참 잘 만든 투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쉼터에서 만난 기니피그와 비버의 교배종.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운 이상한 동물이다. 이 쉼터에서는 오랫동안 쉬면서 페루 전통 옷도 입어보고 전통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페루 전통복이라고 해서 멋진 판초에 모자를 기대했는데..



?! (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



음 이게 아닌데..

 

왠지 모르겠지만 판초는 결혼한 남자만 입고, 총각은 털망토에 이상한 레슬링선수 같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한다.



여기선 뱀술도 마신다!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생겼고 맛도 비슷한데, 우리나라와 달리 독이 있는 뱀은 안 쓴다고 한다.



커피, 카카오, 그리고 각종 풀들. 커피가 볶기 전후에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카카오 콩과 초콜렛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볼 수 있다. 카카오 콩을 간식으로 팔기도 하는데 진짜 쓰고 맛이 없다. 내가 알던 초콜렛 단맛은 카카오가 아니라 설탕이랑 우유 맛이었다니..



 말린 코카 잎. 코카 잎을 씹어서 볼에 물고 있으면 각성효과에 칼로리 보충까지 되어서 옛날 광산 노동자들은 하루에 한끼만 먹고 코카잎을 하루 종일 달고 살았다고 한다. 우리도 트레킹의 피로를 잊기 위해 한 움큼씩 씹기 시작했지만 쓴 맛만 입 안에 한가득



계속되는 레네이의 설명. 이번엔 잉카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이다. 저 그림은 잉카제국의 세계관을 나타낸 그림. 잉카인들은 수도 쿠스코를 중심으로 세계를 네 구역으로 나누었고, 넓은 제국을 다스리기 위해 20000km (4?)가 넘는 길을 닦았는데, 그게 바로 잉카 트레일이다. 마추피추로 가는 길에 있는 잉카 트레일은 수많은 잉카 트레일 중 하나인 셈. 그리고 잉카라는 말은 사실 을 의미하는 것이고, 실제 제국 이름은 잉카제국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고 한다.

 

잉카 사람들은 또한 삶을 태어나기 전, 사는 동안, 삶 이후로 나누어 생각했기 떄문에 삼분법적인사고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태어나기 전은 뱀/작은 코카잎/땅 속/어머니와 대응되며, 사는 동안은 퓨마/중간 코카잎/땅 위, 그리고 삶 이후는 콘도르/큰 코카잎/하늘과 대응시켜 놓았다. 이런 세계관을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목걸이. 가운데 있는 구멍이 세상의 중심인 쿠스코를 뜻한다. (설명을 듣고 맘에 들어서 바로 샀다) 또한 잉카 사람들은 밤하늘에 쿠스코의 머리 바로 위에 뜨는 오리온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오리온자리에 관한 표식들이 많다고도 한다.

 

여기에 잉카 사람들이 문자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끈 묶기), 잉카인들이 왜 멸망했는지까지..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들어서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알찬 설명을 다 듣고 기분좋게 다시 출발! 쉼터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이 음료는 치챠 모라다Chicha Morada, 아침에 먹은 치챠가 발효주였다면 이건 보라색 옥수수로 바로 만든 음료라 알코올이 없고 블루베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묘한 맛을 낸다. 페루사람들의 국민음료!



얘는 중간에 또 들른 커피농장에서 만난 커피 마시는 앵무새. 오늘 별 특이한 동물들을 많이 만난다.



정글을 뚫고 어느정도 올라오니 이렇게 탁 트인 협곡의 전경이 보이고, 잉카 트레일의 한 부분과 만나게 된다.



이 길이 바로 잉카인들이 만든 잉카 트레일. 비록 우리가 갔던 길은 30분정도로 짧았지만 (34일 투어에서 가는 잉카 트레일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30분만으로도 왜 사람들이 그렇게 잉카 트레일을 걷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파른 산에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만든 잉카인들의 발자취, 그리고 그 밑으로 펼쳐지는 협곡과 강.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잉카 트레일이었다. 어차피 걸어가는거 잉카 트레일이나 잉카 정글 트레일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잉카 트레일에서의 사진 몇 장.

 






야생 토마토.



네 시간이 넘는 산행 끝에 만난 점심은 생각보다 양이 너무 작아서.. 마음 같아선 두 그릇정도 더 시켜서 먹고 싶었다.



점심 먹고 해먹에서 잠깐 휴식. 양이 작아도 해먹이 있으니까 그나마 용서한다.. 여기선 다른 그룹에서 잉카 정글 트레일을 온 한국인 한살 위 형님을 한 분 만나서 한국어로 수다를 떨었다.

 


푹 쉰 뒤에 한시간 반 정도 걷고, 케이블 카 를 타고 계곡을 건너고 나니 (케이블 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허접한 이동수단이었다), 바로 오늘의 마지막 일정 온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투어코스를 디자인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8시간 트레킹 뒤에 온천이 나오게 하다니!) 바로 시원한 콜라 하나 사서 온천으로 다이빙~ 그렇게 한 시간도 넘게 온천에서 놀다가 숙소로 가서 저녁을 먹고 바로 뻗었다.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게 너무나도 많아 길게 쓸 수밖에 없었던 잉카 정글 트레일의 첫날과 둘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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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페루여행 1일차 in 쿠스코

12.21 오후 페루 리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작성

 

페루. 쿠스코. 옛 잉카 제국의 수도. 이름만 들어도 괜히 설레는 이 곳. 남미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마추피추가 있는 쿠스코에 드디어 도착했다. 과거 스페인이 잉카 제국 점령 이후에 이 도시를 수도로 삼으려고 했으나, 원주민의 반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자 리마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해버려서 쿠스코는 페루의 한 도시로 남게 되었다. 현재는 인구 30만정도.



국경에서 찍은 사진. 멋지게 디자인된 페루 마크를 티셔츠, 관공서, 버스 등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한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국경을 넘어 세시 반에 푸노에 도착했고 (비자 스탬프 하나 추가!), 바로 네 시에 출발하는 제일 저렴한 20솔짜리 로컬버스를 흥정해서 15솔에 타고 갔다. 흥정하는 것도 처음엔 어렵기만 했는데 갈수록 얼굴에 철판이 두꺼워져서 그런지 점점 더 편해지는 것 같다.


딱 봐도 허름하게 생긴 로컬버스는 중간중간에 틈만 나면 멈추더니, 예상시간보다 세 시간이나 늦은 새벽 한시..에 우리를 쿠스코 버스정류장에 떨궈 놓았다. 내 생각엔 여기도 인도처럼 정해진 정류장에만 서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승객이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주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늦어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잘까 했지만 어차피 그럼 내일 더 귀찮아지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타고 쿠스코의 중심지 플라자 데 아르마스(이 이름은 남미에서 다섯 번도 넘게 본 것 같다)로 간다. 토요일 밤이라 새벽 한시에도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뚫고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 시설은 좋은데 사람은 몇 명 없는 이상한 호스텔이었다.

 

 

 

 

 

다음 날. 마추피추 투어를 빨리 예약하고 마음 편하게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무슨 행사가 있는지 시내를 행군하는 군인들. 관광객을 위한 퍼포먼스일까?



 

발품을 팔아가며 처음에 250달러였던 잉카 정글 트레일을 180달러에 예약했고 (잉카 정글 트레일에 대한 정보는 다음 편에서), 기분 좋게 쿠스코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론리플래닛에 추천된 씨씨올리나Cicciolina라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평소엔 싸게 밥을 해결하더라도 가끔씩은 가이드북에 강력추천된 고급 식당에 들러 현지의 고급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코스다.



식전 빵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 맥주는 쿠스코에서 파는 쿠스케냐Cusquena라는 맥주를 시켰는데, 남미에서 먹어본 맥주 중 칠레 Austral 다음으로 맛있었다. 페루에 있는동안 내내 쿠스케냐만 먹음.




애피타이저로 시킨 오리고기+빵과 새우튀김.




같이 간 한국인 부부는 양고기구이와 소고기구이를 시키고, 나는 직원이 추천한 이름모를 세비체 비슷한 양념 회를 먹었다. 전반적으로 양보다는 맛과 비주얼로 승부하는 집이라 눈과 입은 즐거웠지만 배는 뭔가 허전한 기분이었다.

 


쿠스코 시내는 생각보다 볼 게 많지 않았다. 성당과 박물관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광장 주변만 둘러보는 게 전부.

 


광장 주변은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아기자기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숙소에 들어가 잠시 밀린 블로그도 올리고 좀 쉬고 난 뒤에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역시 점심에 먹은 양이 적어서 금방 배가 고파왔다. 이번엔 숙소 근처에 있는 가격 1/4짜리 서민(?) 식당으로. 한끼에 15(6000)정도인데 이 것도 관광지에 있어서 관광객 가격이지 실제 페루사람들이 먹는 식당에선 10솔 미만이라고.


  페루 식당들은 전채요리+본요리+디저트+음료까지 코스로 나오는 요리를 많이 파는데, 신기한 건 이렇게 시키는게 단품으로 요리 하나 시키는 것보다 더 싸다.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음..



전채로 시킨 스프와 샐러드. 전채인데도 단품요리처럼 양이 많이 나온데다가 스프가 꼭 우리나라 라면이나 짬뽕국물 맛이랑 비슷해서 정신없이 먹었다. 페루음식은 향신료도 많이 쓰고 매콤달콤해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잘 맞는 것 같다.



고기와 양파, 토마토, 감자 등을 볶아 밥과 같이 먹는 페루의 대표 음식 중 하나,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페루에서 뭘 먹을지 모를 때 이 메뉴를 시키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어디서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음료로 나온 피스코 사워까지! 완벽한 저녁이었다.



밤의 광장 모습. 도시에서 조명이랑 간판 규제를 하는지 가게 간판들이 다 도시 분위기에 맞춰서 되어있고(스타벅스도 초록색이 아닌 갈색/검정색이다) 조명도 은은해서 더 분위기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미에서 본 여러 광장 중에 여기가 최고!

 

오늘 못본 건 마추피추 다녀와서 보기로 하고 짧은 쿠스코 구경을 마친 뒤, 내일 아침일찍 마추피추로 향하는 34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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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3 볼리비아 여행 8&9 일차 in 티티카카 호수

12.20 밤 페루 리마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작성

 

볼리비아에서 페루로 넘어가기 위해 한번쯤은 들리게 되는 곳, 티티카카 호수. 피아노학원 이름 같은 이 호수는 해발 3800m에 위치하고 반경이 100km쯤 되어서 마치 바다같다고 한다. 볼리비아 쪽(코파카바나)과 페루 쪽(푸노)에서 모두 티티카카 호수를 감상할 수 있지만 왠지 볼리비아 쪽이 끌려서 코파카바나에서 12일을 하고 페루로 넘어가기로 했다.

 

라 파즈에서 아침에 시외버스 타고 출발! 여긴 시외버스가 여행사처럼 아침에 호스텔로 픽업도 온다. 신기한 곳이야 현지인들은 버스터미널에서 타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여행객들한테는 돈을 더 받는 것 같다.

 


슈퍼에서 잉카콜라 발견! 페루에서만 나는 특산품(?) 콜라라는데 볼리비아에도 있길래 바로 샀다. 맛은 사이다에 버블껌을 섞은 것 같은 오묘한 맛이라..한 두번 먹고서는 별로 손이 안 갔다.



한 시간 정도 가서 티티카카 호수에 도착! 호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호수변 도시인 코파카바나에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 한시간을 더 가야 한다.



버스는 가라앉을 것만 같은 나무배에 타고, 승객들은 다른 페리(이름은 페리이지만 그냥 나무배)에 타고 간다.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 사진에 보이는 부분이 10분의 1은 될까?



현재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에게 투표하라는 마크. 도시든 농촌이든 가릴 것 없이 어디에나 칠해진 저 표식에서 볼리비아의 뜨거운 정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코파카바나에 도착! 태양의 섬(Isla del sol)과 달의 섬(Isla del Luna)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이 마을은 딱 봐도 여행자 위주의 관광마을이다. 마을도 아름답지만 마을보다는 섬에 가려고 왔기 때문에, 섬으로 가는 표를 끊고 호수가 보이는 식당에서 호수에서 잡았다는 생선요리를 먹는다.




페루에 가까워질수록 음식에 향신료가 늘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

 

고지대라서 해가 있으면 덥고 해가 없으면 쌀쌀한 날씨. 한시 반에 태양의 섬으로 가는 페리 탑승! 태양의 섬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수 안의 큰 섬이라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설레는 곳이다. 반경 10km도 넘는 섬이고 주민도 2500명이나 된다.



저 멀리 보이는 태양의 섬~ 보기엔 가까운데 페리가 느려서 찬바람 맞으면서 한 시간 반이나 가야 했다..



이 곳이 호스텔과 식당이 몰려있는 중심지인 남쪽 항구. 괜찮은 호스텔을 잡기 위해선 언덕 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고도 3800m에서 언덕을 올라가려니 그냥 언덕 올라가는 것보다 두 세배는 힘들다.. 고작 이걸 배낭을 못 매고 올라가겠어? 하고 짐 들어준다는 당나귀랑 사람 다 무시하고 배낭매고 올라갔는데 진짜 힘들었다..배낭 무게가 두 배로 느껴짐. 산악인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느끼며 전망좋은 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잠시 쉬고 나서 섬을 한바퀴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편도 12km정도라 두 시간 반정도 가서 올 때는 배를 타고 오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섬의 풍경이 걷는 내내 펼쳐졌고, 당나귀나 양을 키우는 목동(?)도 틈틈이 만날 수 있었다.



 

호수인데 파도가 일어 마치 바다처럼 느껴지는 이 곳.



가뿐히 섬을 반 바퀴 돌아 북쪽 항구에 왔는데, 이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돌아가는 배가 없다는 것이었다! ㅠㅠ설마 했는데 정말 없다니.. 뭐 그래도 해지기 전까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고 해지면 헤드라이트 키고 가면 되니까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쿠르릉 쾅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섬 남쪽의 구름은 갑자기 번개가 치는 먹구름으로 바뀌었고,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이렇게 하늘을 찢어버릴 만큼 번개랑 천둥이 많이 치는 건 처음 봤다. 비 오기 전에 사람사는 마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 괜히 무리햇으면 폭우 속에 갇힐 뻔 했다. 번개 때문에 전기가 다 나간 상태에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마을에 있는 호스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혹시 이 사람들이 섬에서 못나가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괜한 의심을 품어 봤지만 친절한 분들이었다.




번개치는 모습. 



전기 들어왔을 때 찍은 방 사진. 허름한 방에서 으스스하게 나 혼자 잤다.

 


다음 날 아침의 숙소 사진. 원래 머무르던 숙소에 있는 일행들이 있었기에 일행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날엔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동이 트자마자 걸어서 원래 숙소로 돌아갔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어제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태평한 야마들.


 

숙소에 도착해 일행들 안심시키고, 아침 먹고 빨래 말리고 열시 반 페리를 타기 위해 다시 항구로 나왔다.



잉카 유적이 있던 섬이라 이렇게 잉카 상징물을 세워 놓았다.




페리를 타고 나와 어제 먹었던 바로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또 생선이었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페루로 갔다.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볼리비아의 마지막 일정, 태양의 섬에서의 1 2일은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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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볼리비아 여행 7일차 in 라 파즈-데스로드

12.14 오후 페루 쿠스코 Chakana 호스텔에서 작성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데스로드(Death Road, Ruta de la Muerta). 안데스산맥을 넘어라파즈와 볼리비아의 저지대를 잇는 이 도로는 폭이 좁고 낭떠러지가 바로 옆이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높은 도로이고, 현재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개통해서 주로 관광객들의 자전거투어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만 봐도 데스로드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라 파즈에 오면 꼭 해봐야 한다는 유명한 코스라 주저없이 신청했고, 우리가 선택한 el solario여행사는 중간급 자전거로 350볼이었다. 가격대는 자전거 브레이크 성능에 따라300볼부터 500볼까지 다양한데, 제일 싼 기계식 브레이크 자전거는 잘 하지 않고 보통 중간급인 유압식 브레이크나 최고급 풀 서스펜션을 많이 선택한다. 코스가 40km정도 계속 내리막길이라 브레이크가 고장났다간 그대로 여행이 끝나버릴수도..;;

 

 

 

 

라 파즈에서 아침에 떠나 먼저 4700m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12km정도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내려간 뒤, 36km정도의 비포장길(!) 1200m까지 내려가는 게 오늘의 일정. 그런데 아침부터 슬슬 비가 오더니 산 정상에 가니 저렇게 눈이 오기 시작했다..반바지 입고 왔다가 얼어죽을뻔 함.

 

 

 

 

길가에 있는 십자가가 이 도로에서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보면 섬뜩함.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일행은 한국인 셋(나 포함), 독일인 셋이었는데, 독일인들이 겁을 먹었는지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 솔직히 눈이 오긴 해도 심하지 않고(산 정상이라 그렇지 조금만 내려가면 비가 내릴 것이었다) 차 타이어도 새거라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는데, 우리의 진상 독일인들이 환불해달라, 매니저 바꿔라 등등 난리를 치는 바람에 30분 동안 돌아갈지 안 돌아갈지 정상에서 계속 헤매기만 했다

 

 

결국 내려가다가 있는 검문소 같은 곳에 독일인들을 내려줘서 택시를 타고 라 파즈로 다시 보내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5km정도 가서 검문소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아주 자전거 타기 쾌적한 날씨가 되었고 독일친구들은 할 말을 잃고 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

 

 

 

자전거 장비를 풀로 착용하고 데스로드를 내려가기 시작!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안전했다. 내리막길이라 조금만 브레이크를 덜잡으면 금방 가속도가 붙어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길이 비포장도로라 온몸이 덜덜덜 떨리면서 내려가야 했다. 나중에는 엉덩이랑 손이 너무 아파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럼에도 안심하면서 내려갔던 건 도로가 찻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넓었고 위험한 곳에는 펜스가 있어서였다. 데스로드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역시 사람다니는 길이라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안데스의 풍경이 멋져서 중간에 쉴 때마다 감탄하면서 경치를 감상했다.

감탄하다가 아래를 쳐다보면 낭떠러지..

 

 

자전거를 타고 절벽을 거쳐,

 

 

 

 

비가 많이 와서 생긴 폭포들도 지나고,

 

 

 

 

간식도 먹으니  

 

 

드디어 마지막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걸린 시간은 네 시간 정도? 도착하니 비와 계곡 때문에 온 몸이 다 젖어서 잔뜩 피곤했지만, 점심먹고 샤워도 하고 나니 금방 개운해졌다.

 

조금 쉰 다음 다섯시 쯤 출발해 여덟 시쯤 돌아왔다. 원래는 돌아갈 때 새로 생긴 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새로 생긴 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든 차들이 다 옛날 도로(데스로드)로만 가야 해서 덕분에(?) 특이한(그리고 아찔한) 광경을 많이 보게 되었다. 데스로드는 차가 왕복으로 다니는 길임에도 너비가 1차선밖에 안 되서, 가끔 트럭이나 화물차가 지나가면 도저히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도 화물차와 승용차가 낭떠러지를 바로 옆에 두고 서로 엇갈려 지나간다. 그리고 조금만 핸들을 잘못 꺾으면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좌측통행을 해서 운전사가 밖을 보며 안 떨어지게 라인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포장도로에 들어서자 엄청난 추월 레이스가 시작되었는데, 무슨 레이스라도 하는 것처럼 앞 차가 자기보다 조금만 느리면 바로 추월을 해 대서, 라 파즈 올 때까지 추월한 차가 30대도 넘는 것 같다. 트레일러끼리 서로 추월하기도 하니 이 나라는 교통매너라는 게 별로 없는 듯. 이런 운전습관 때문에 데스로드에서 더 사람이 많이 죽은 게 아닐까..? 가시거리 20m도 안 되는 짙은 구름 속에서도 꿋꿋이 앞 차를 추월하려는 우리 드라이버 때문에 가는 내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ㅜㅜ..

 

 

 

숙소에 와서 짐 놓고, 오피스 가서 티셔츠 바꾸고 먹은 저녁. 비싼 가격에 비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맛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데스로드는 끝이 났다. 내려갈 때는 바로 앞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올라오면서 보니 길 옆으로 끝없는 절벽과 낭떠러지가 있어서, 경치는 좋지만 다음에 다시 하라고 하면 주저할 것 같다. 그래도 인생에서 한번쯤은 해볼만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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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볼리비아 여행 6일차 in 라 파즈

12.14 오후 페루 쿠스코 Chakana 호스텔에서 작성

 

평화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높은 수도 라 파즈(La paz). 우유니에서 12시간동안 열심히 비포장도로를 달려 아침 일찍 라 파즈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는 시내구경을 하고 다음날 데스로드라는 유명한 자전거 코스를 탈 계획. 라 파즈는 위도상으로는 일년 내내 더워야 정상이지만 3600m 고지대에 있어서 한여름인데도 우리나라 가을날씨랑 비슷하게 쌀쌀하기만 하다.

 

 

 

라 파즈는 시내구경보다도 도시 주변 산들의 트레킹으로 유명하지만(6000m가 넘는 와이나 포토시라는 산 정상까지 등반할 수도 있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트레킹은 접고 데스로드 투어만 알아보고 다녔다. 데스로드 얘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발품을 팔아 데스로드 투어를 알아보고 예약까지 마친다음, 로컬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스프에 고기조금 + 디저트까지 나오는 점심 코스메뉴가 25(4000원정도)니 확실히 물가가 싸졌다는 걸 느낀다. 저 스프는 야채를 이것저것 섞은 것인데 어느 식당에 가나 있어서 볼리비아 여행 내내 자주 먹었다.

 

 

라 파즈의 시내 모습. 빵빵거리는 차들과 알수없는 향신료 냄새에서 오랜만에 인도의 향기를 다시 느낀다. 인도 냄새라는 게 설명하긴 어려워도 맡는 순간 ! 인도 냄새~ 하게 되는데, 라 파즈의 시장 골목에서 풍겨오는 이 냄새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아마 나는 인도의 10년 후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라 파즈 중앙광장?의 산 프란치스코 대성당 겸 박물관을 보고, 시장 골목에 있는 코카 박물관을 찾아갔다. 론리 플래닛에서 보자마자 이거야! 전 세계에 여기밖에 없을 것 같은 이곳! 하고 꽂혀서 찾아갔는데, 규모는 집 한 채 밖에 안되는 작은 박물관이었지만 알차고 멋진 곳이었다. 라파즈에 왔으면 꼭 들리길 추천!

 

 

 

 페루와 볼리비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코카는 마약인 코카인과 코카콜라의 주 성분이라고 한하는데, 코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코카인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코카 관련 협회 (볼리비아 코카 연구 협회 같은 단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들이 돈을 모아 만든 박물관이다. 우유니부터 코카잎이나 코카차는 계속 먹었었는데, 왜 이게 코카콜라랑 연관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작은 집 안에 코카잎을 씹어 의료나 종교에 쓰던 코카의 기원부터 식민지 시대에 업무향상 수단으로 쓰던 역사, 위험성 때문에 생산이 제한된 이유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었고, 사실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건 2층에 있는 코카 카페였다! 코카잎이 들어간 여러가지 음식을 파는데, 코카 차, 코카커피에다가 코카케익까지 없는 게 없는 신기한 카페다.

 

 

코카 엑기스가 들어간 코카 차를 한번 마셔 보았다. .. 마시자마자 약간 기분이 들뜨면서 머리가 띵 한게 에너지드링크를 마신거랑 비슷. 코카 엑기스를 한번에 많이 마시면 코카인 마약이랑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한다. 엑기스를 한번 먹어보니 그 뒤로 먹은 코카 차는 계속 싱겁게만 느껴졌다.

 

 

 

5시쯤 미니버스 (9~10인승 밴을 개조해 만든 학원차 같은 버스다)를 타고 케이블카인 텔레페리코Teleferico를 타러 갔다. 이 독특한 케이블카는 사실 가이드북에 없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같이 다니는 형님이 다큐멘터리에서 봤다고 해서 알게 되었다.

 

 라 파즈에 케이블카가 생기게 된 사연은 라 파즈의 독특한 도시 지형 때문인데, 라 파즈는 거대한 분지 모양으로 되어있고 분지에는 시내와 고급 주택이, 그리고 분지를 둘러싼 언덕에는 달동네처럼 집들이 산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큰 도로를 만들 수 없어 출퇴근시간이 서너시간씩 걸리는 최악의 교통체증에다가 산이라 지하철도 만들 수 없는 이 곳에서 볼리비아 정부가 낸 아이디어가 바로 이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라 7개월만에 500만명이 이용했고, 현재 3개 라인에 앞으로 4개 이상을 더 증축할 계획이라고.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라 파즈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벌써 소문이 났다고 한다.

 

 

 

케이블 카의 웅장한 모습. 스키장 한복판에나 어울릴 것 같은 최신 곤돌라가 후줄근한 도시 한복판에 있으니 이질적이다.

 

 

출퇴근 시간이라 현지인들이 한가득. 8인승 케이블카가 쉴새없이 오는데 계속 사람들로 꽉 찬다.

 

 텔레페리코를 타고 올라가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케이블카라는 아이디어 하나가 서너시간씩 걸리던 도시의 교통체증을 20분으로 줄이고, 지역간 교류를 활성화시켜 빈부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백인과 원주민간의 갈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언덕 위에 별장을 짓고 살던 부자들은 케이블카 때문에 사생활이 사라져 집을 팔아야 했다) 나중에 이런 행정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생각하면서 타고가는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케이블카 의 마지막 역에서 바라본 시내의 전경. 아직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역도 공사중이고 역 근처에 편의시설도 별로 없었지만, 케이블카를 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이 정책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야경도 감상하고,

 

 

저녁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핫도그랑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한 사람당 10, 2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시내 곳곳에 이런 포장마차들이 많았다.

 

숙소에 들어가 내일 대망의(?) 데스로드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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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9 볼리비아 여행 4,5 일차 in 우유니

12.12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작성

 

12 8. 오늘의 계획은 하루종일 푹 쉬다가 저녁 8 버스를 타고 라 파즈로 가는 것이었다. 우유니는 나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이미 물찬 우유니는 포기한 상태. 오전에 천천히 일어나 마을구경도 하고 기념품도 몇 개 샀다.

 

 

 

 

그런데 지나가다가 만난 한국인으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바로 어제 우유니에서 물 찬 사진들을 찍었다는 것!! 우리가 봤을 때는 메마른 사막밖에 없었는데.. 알고보니 소금사막에는 1년 내내 물이 차 있는 저지대가 있는데 23일 투어나 당일투어는 그곳을 지나가지 않고, 선라이즈나 선셋투어를 해야지만 그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미겔을 향한 묘한 배신감을 느끼며 버스를 하루 늦추고 오늘 저녁에 선라이즈, 내일 새벽에 선셋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행사가 문 열기를 기다리며 동네 꼬마랑 놀아주는 중.. 네시에 선셋투어가 출발인데 세시에 여행사가 문을 열어서 다행히 한 시간 뒤에 탈 지프를 구할 수 있었다. 이 곳 투어 시스템은 7인승 지프 하나에 700볼이라 사람을 많이 구할수록 싸지는데, 다행히 마침 선셋을 하러 온 한국인 셋을 만나 여섯 명이 한 팀을 만들 수 있었다.

 

 드디어 선셋투어 출발! 네시에 출발해 사진찍다가 일몰보고 아홉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정말 물 찬 곳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기대했던 우유니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역시 우유니! 물이 찬 우유니는 내가 어제 봤던 우유니랑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땅이 사라지고 눈이 가는 모든 곳이 하늘로 되어버린 우유니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하늘이 땅에 비치는 것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짧은 고찰을 한 뒤, 물 만난 고기처럼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우유니에서 멋진 작품사진을 찍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으면 잘 나올 줄 알았는데.. 경험상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물이 넓게 퍼져 있어야 하고, 물이 너무 깊으면 안 되고 (너무 깊으면 물결이 생겨서 그림자가 번지는 것 같다) 바람이 없어야 하는데, 건기라 물이 많이 없어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는 가이드가 최적의 장소를 찾아줘야 하지만, 우리 가이드는 급조되어서 그런지 사진 잘 찍기로 유명한 브리사 투어의 가이드였는데도 그냥 차 안에서 쉬기만 해서 -.- 우리가 직접 다른 지프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요구한 다음에야 다른 가이드들이 찾은 좋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아래는 해질녘에 찍은 사진들.

 

 

 

 

 

 

해가 지고 난 다음에는 별을 보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완전히 깜깜해지길 기다렸다. 불빛이 완전히 없는 우유니에서 바라본 별 또한 환상적이었고, 몇몇 별들은 물에 비쳐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카메라가 안 좋아 사진을 못 남긴 게 아쉬울 뿐..) 구름이랑 바람이 없었다면 더 놀라운 풍경을 보았을 텐데, 자연의 경이로움을 제대로 만끽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9 돌아와서 네 시간 정도 자다가 새벽 두 시 반에 다시 선라이즈 투어를 출발. 별과 일출을 보고 일곱 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내심 다른 가이드가 오기를 기대했지만 어제랑 똑 같은 가이드 다행히 브리사 투어에서 한 팀이 더 가는데 그 가이드는 경험이 많은 것 같아 같이 따라가보면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유니 사막 안으로 들어가서 어제 밤과 같은 쏟아지는 별들을 기대했지만, 우리를 맞이한 건 환한 달이었다..ㅠㅠ보름에서 이틀정도 지난 날에 갔기 떄문에, 해가 뜰 때까지 달이 머리 위를 비추고 있어서 밝은 별들만 보이고 나머지 별들은 달빛에 가리고 말았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서 그냥 동틀 때까지 차 안에서 두 시간정도 대기. 자이살메르 사막에서도 보름달이라 별 구경을 못했고 아프리카에서도 달 때문에 별을 많이 못 봤는데, 아무래도 별과는 인연이 없나보다.

 

우유니에 동이 트기 시작하고.. 해질녘과는 또 다른 우유니의 모습을 감상한다.

 

 

 

마침 우리랑 같이 간 다른 팀의 가이드가 브리사의 사진장인으로 유명한 조니(죠니?)였다!

덕분에 장인의 손길로 다양한 포즈의 컨셉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막상 찍어보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ㅋㅋ 게다가 조니는 장인답게 한 번의 완벽한 사진을 얻기 위해 10번 이상 사진을 찍어댔고, 그래도 고생한 덕분에 멋진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선라이즈 투어도 끝나고 기분좋게 자다가 푹 쉬고 맛있는거 사 먹고 저녁 8에 라 파즈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아름다운 우유니를 볼 수 있어서 운이 정말 좋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1월이나 2월에 한번 더 오고싶다. 남미에서 최고의 여행지를 꼽으라면 나에겐 파타고니아, 우유니, 그리고 마추피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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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 볼리비아 여행 1~3일차 in 우유니

12.9 저녁 우유니에서 라파즈로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 작성

 

볼리비아 남쪽, 해발 약 3600미터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 곳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신이 내린 선물 등등 온갖 극찬이 가득한 남미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이렇게 유명한 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아따까마에서 우유니로 넘어가는 투어를 시작했다.

 

* (여행정보) 아따까마에서 우유니로 넘어가기

아따까마에서 우유니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어느 하나가 낫다기보다 취향에 맞춰서 골라가면 되는 것 같다.

 

1. 23일 지프 투어

 아따까마에서 6인승 지프를 타고 23일동안 우유니로 가는 코스. 이틀동안 우유니 남서부의 사막과 호수들을 보고 셋째날 우유니 사막을 보는 코스로 우유니에서 출발하는 23일 투어랑 방향만 다르고 거의 비슷하다. 장점이라면 우유니를 보면서 이동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절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돈이 비싸고 고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고산병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격대는 85000페소부터 100000페소까지.

론리플래닛에 추천되어있어서 서양인들은 많이 가는 것 같은데, 한국인들은 보통 루트가 우유니에서 아따까마로 가는 경우가 많고 넘어오더라도 깔라마에서 버스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 지프 다이렉트

 아따까마에서 바로 지프를 타고 우유니로 가는 코스. 별도로 있는 코스가 아니라 아따까마에서 우유니가는 23일 투어랑 같이 출발해서 국경을 넘고, 우유니에서 출발해 돌아가는 23일 지프로 갈아타서 가는 일정이다. 우유니 남서부지대에 관심이 없다면 지프로 가는 것도 한 방법. 가격대는 25000~30000페소 정도 하는 것 같고 여행사들을 돌면서 디렉토 있냐고 물어보고 다니면 된다. 지프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운이 필요한 듯.

 

3. 깔라마에서 우유니 직행버스 타기

 아따까마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버스 중심지 깔라마Calama 에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가격이 저렴한데 비해(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름) 깔라마에서 새벽6에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하루를 버릴 수 있고 전날 깔라마에서 하루 자야되는 등 시간여유가 필요하다. 아따까마에 있는 Atacama 2000회사에서는 일주일에 네번만 가는데 (아마 월,,,) 깔라마에만 오피스가 있는 Cruz del sur에서는 매일 출발한다고 한다.

 

 

 

나는 시간이 부족하고 + 어차피 23일 우유니 투어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1번을 선택했다. 우유니에서 출발하는 23일 투어가 더 싸긴 하지만 (700볼정도), 우유니까지 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투어는 7 출발이었고, 마을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칠레국경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은 뒤 한 시간 정도를 더 가서 볼리비아 국경에서 입국스탬프를 찍는다. 볼리비아 국경은 내가 본 국경 중에 제일 허름했다. 화장실 건물인 줄 알았는데 저게 국경사무소라니..

 


 

 

국경을 건너 6인승 지프로 갈아탄다. 우리와 3일을 함께한 지프와 가이드 미겔Miguel, 이번일정에는 나, 한국인 부부, 프랑스 커플, 그리고 브라질 교민인 한국인 형이 같이 다니게 되었다.

 


 

 

아따까마가 약 해발 2000미터였는데, 갑자기 4000미터까지 올라가니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게 고산증 증세가 오는 것 같다. 가이드가 이렇게 코카잎을 씹으라고 나눠주는데, 코카잎을 씹으면 산소를 평소보다 많이 흡입하게 되어서 고산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맛은 녹차잎 씹는맛..

 

지프차는 이제 계속 4000~5000미터의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를 달리게 된다. 고산증이 워낙 복불복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첫 날 뒷목이 좀 아프고 약간 술취한 기분이 드는 약한(?) 증상 말고 큰 문제는 없었다. 같이 간 브라질 형님은 아예 첫날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누워만 계시고 한국인 부부도 계속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프셔서 고생 많이하셨다.


 

 

우유니로 가는 길에 첫 번째로 들린 곳은 라구나 블랑코Laguna Blanco. 흰색 호수라는 이름의 이 곳은 미네랄이 많아 호수가 하얗게 보이고 마치 우유니처럼 하늘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유니에서 본 하늘보다 훨씬 선명하게 비친 것 같다.

 


 


 

가는 길에 짧게 미니온천 체험도 하고,


 


 

간헐천도 들른다.

 

 

첫날 묵은 호스텔, 6 1실인데 정말 잠만 자는 곳.. 점심과 저녁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좋았다. 볼리비아로 넘어오니 음식 맛이 약간 우리나라랑 더 가까워진 느낌

 

 

 

 

마지막으로 숙소 근처의 붉은색 호수로 가서 호수와 플라멩고들을 관찰했다. 아프리카에서 봤던 플라멩고들이 깜찍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곳에는 엄청난 숫자의 플라멩고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붉은 호수와 붉고 하얀 플라멩고가 어우러져서 장관을 만들어낸다.

 

 

 

첫 날 투어를 끝낸 소감은 생각보다 여유로운 일정이네? 였다. 패키지 투어처럼 여러 중요 포인트를 빨리 찍으면서 다닐 줄 알았는데, 우리가 가이드보고 먼저 가자고 보챌 정도로 시간을 넉넉하게 준다.. 고산병에 적응하라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빠듯하게 다닐 만큼 볼 게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둘째 날.

 

오늘도 역시 라군과 안데스 고원, 사막의 반복이다. 라군도 처음에는 엄청 멋있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지루해져서..나중에는 미겔보고 10분만 보고 가면 안되냐고 투정까지 부림.

 

 

 

같은 코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다. 식사와 숙소에서 차이가 나는 듯.

 


 

야마llama 발견! (라마 아님) 여기 오기 전까진 보기 힘들었는데 고지대에 오니 다양한 색깔의 야마들이 많다. 야생인 줄 알았는데 대부분 누군가의 소유물이라고.

 

 

 

아래는 사진 몇 장.

 

 

 

 

 

 

 

 

 

자연이 만들어 낸 풍경에 무감각해질 때쯤,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에 사람이 만들어낸 기찻길이 등장했다.

 

 

 

 

우유니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열차인데,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아 일주일에 두번 정도만 운행한다고 한다. 남미를 다니면서 열차시스템이 버스에 비해 너무나 부실해서 항상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지형이 기차에 안 맞아서 일까 아니면 역사적/정치적인 문제일까?

 

 

오늘은 보름달이 뜬 날.

 

 

기대 이상의 소금호텔에서 저녁 만찬을 즐긴다. 우유니 사막 근처에는 소금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은 호텔이 10개정도 있는데, 그 중 진짜 모든 걸 소금으로 만든 호텔은 하나만 있는 것 같고 우리가 잤던 소금호텔은 시설을 전부 다 소금으로 만들진 않았다. (100% 소금호텔은 낭만은 있지만 엄청나게 춥다고 한다..)

 

 

 

어느 새 투어 셋째날.

 

우유니 사막 안에서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네시 반에 일어나 다섯 시에 출발해야 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빨리 일어날 일이 있으면 긴장해서 그런지 알람 없어도 저절로 일어나진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갈색 사막을 지나 드디어 우유니 소금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우유니의 첫인상은 뭐랄까..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유명한 사진들처럼 물이 가득 차서 하늘이 땅에 비치는 우유니를 기대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건 건조한 흰색의 끝없는 소금사막뿐이었던 것이다ㅠㅠ 물론 끝없는 흰색의 지평선도 아름답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는 힘들었다.

 

 

 

 

 

사진 몇 장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 우유니 사막 자체가 우리나라의 한 도정도 되는 엄청난 크기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사막을 다니면서 주요 장소들을 들렀다.

 

먼저 간 곳은 우유니 사막 정 가운데 있는 . 평평한 사막 한가운데 이런 섬이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섬 위에서는 우유니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선인장들도 볼 수 있다. (어디서 온 선인장인지?) 섬 꼭대기에서 우유니를 둘러보며, 만약 우기에 와서 이 모든 곳이 물로 가득 차 있다면 엄청난 풍경일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미겔이 준 엄청나게 긴 자유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우유니에서 누구나 찍는다는 착시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소품 선택부터 구도 잡기에 완벽한 사진을 찍기 위한 여러 번의 시행착오까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착시사진이었다. 장인정신과 팀워크를 발휘해 착시사진 찍기 성공! 소품이 많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같이 간 외국 친구들도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다. 서로 소품도 돌려가면서 쓰는 훈훈한 모습 ㅋㅋ 이렇게 쉽지 않은 사진찍기가 끝나고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미겔 공책에 그려진 지우 ㅋㅋ 미겔은 일본인인줄 알았다는데 한국사람이라고 정정해 줬다. 어떻게 최지우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소금 호텔과 그 앞에 있는 각국 국기들.

 

 

다카르 팻말. 그 유명한 다카르 랠리가 여기서도 열리는지, 마을 곳곳에서 다카르 랠리의 마크를 찾아볼 수 있었다.

 

 

 

 

기차무덤(오래된 기차를 모아놓은 곳) 에서 찍은 사진. 누가 기차에 상대성이론 공식을 적어놓았을까?

 

 

투어를 함께한 네 명의 한국인들.

 

 

  마지막으로 기념품 시장에 들러 기념품을 보고 점심을 먹은 후 두시 반쯤 우유니 마을에 도착. 예전엔 광산이나 소금으로 먹고살았는데 15년 전부터 관광이 활성화되더니 지금은 관광이 주가 된 작은 마을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쉬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우유니를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는 안오고,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절대 비가 안 올 거라고 하니.. 우유니와는 이번엔 인연이 없구나 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표를 끊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으니.. 반전 얘기는 다음 글에서!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