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 18 페루여행 4,5일차 in 잉카 정글 트레일
12.23 저녁 페루 리마 공항에서 작성
서양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동양 여행자들에 비해 한 나라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휴가가 길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유행의 차이일까? 왜 다른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잉카 정글 트레일 3일째는 오전에 짚라인을 타고 오후에 철길을 따라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두세시간 정도를 걷는 일정이다. 내일 아침 일찍 마추피추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날에 비해 훨씬 여유롭다.
잉카 문양이 들어간 침대.
항상 뭔가 아쉬운 아침 그리고 코카 차.
아침을 먹고 픽업 차를 따라서 짚라인zipline을 하러 간다. 짚라인은 인도에서도 해보고 빅토리아 폭포에서도 해 봐서 안 하고 그냥 걸어가려고 했는데, 독일친구 말린이 아파서 운 좋게도 내가 대신 타러 갈 수 있었다.
어제 내내 보면서 온 협곡을 줄에 매달려 넘어간다. 처음엔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다른 데서 한 것보다 다양한 자세를 시도할 수 있어서 훨씬 재밌었다! 전에는 아래 사진처럼 기본자세만 하라고 했는데,
여기선 이렇게 슈퍼맨도 하고,
뒤집어 물구나무서서 타기도 하고, 마지막에 로프를 타고 레펠처럼 내려가기까지 해서 생각보다 대만족.
점심을 먹고서는 기찻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데, 평지라 산길보다 훨씬 지루해서 별 생각없이 갔다.
가끔씩 지나가는 열차.
여기서부터 마추피추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산 꼭대기에 있는 구조물들이 마추피추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일 저기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드디어 오후 세 시쯤 마추피추의 베이스캠프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에 도착했다. 온천이 나와서 그런지 ‘뜨거운 물’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마을은 오직 마추피추만을 위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어서, 작은 마을에 온갖 숙소, 레스토랑, 여행사, 기념품 점 등이 몰려 있다.
내일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마을에서 새벽 네시 반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저녁만 간단히 먹고 일찍 자야 한다.
최후의 만찬(?)과 맥주. 아침이면 드디어 마추피추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빨리 끝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게 잠이 들었다.
드디어 대망의 D-Day. 네시 반에 호스텔을 나와 네시 50분부터 마추피추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기다린다.
이 사람들은 마추피추에서
이런 지형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절대 쉽지 않음.. 처음엔 쌀쌀했는데 조금 올라가자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15분쯤 올라가니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약 1800개의 계단을 40분 정도 올라가니 드디어 마추피추 입구가 나왔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간식먹는 중. 마을에서
내가 먼저 올라와서 30분 정도 나머지 그룹을 기다리다가, 파타고니아와 우유니에서 만났던 형님을 다시 만나서 일행분과 함께 우리 그룹에 같이 끼기로 했다. (가이드 없이 따로 와서 가이드가 필요한 상황) 6시 반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추피추에 입장한다.
마추피추의 첫 모습. 구름이 가득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우기에 오면 구경이 힘들다고 하는구나..해는 이미 떴지만 구름에 가려 마추피추에 뜨는 일출은 볼 수 없었다.ㅠㅠ
마추피추Machu Picchu. 잊혀진 공중 도시. 세계 7대 불가사의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진 이 곳이지만 원래 의미는 ‘늙은 봉우리’라고 한다. (와이나피추는 ‘젊은 봉우리’) 잉카인들은 이 곳에서 산 꼭대기를 깎아 거주인원 300명 (최대 2000명까지 수용가능)의 도시를 만들었고, 처음 발견했을 때는 잉카 제국의 수도라고 생각되었지만 조사를 할수록 의견이 바뀌어 지금은 도시보다는 성에 가깝게 본다고 한다.
마추피추가 놀라운 건 경관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이런 위치에 도시를 지을 생각을 했다는 발상 그 자체 때문인 것 같다. 마추피추 사진은 많이 봤지만 직접 가서 보니 마추피추 주변의 풍경들까지 눈에 들어와서, 마추피추가 얼마나 높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산 아래쪽에 자리를 잡으면 홍수때문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산꼭대기에 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서 농사짓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구름이 걷히고 마추피추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느 유적이나 그렇듯이 가이드의 설명이 없으면 그냥 돌무더기나 흙덩이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마추피추의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태양의 신전(맞나?). 달력 역할을 했던 건축물로 해가 제일 짧은 동지에는 왼쪽 문, 해가 제일 긴 하지에는 오른쪽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날짜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건 남십자성Southern Cross를 표시한 돌. 이렇게 과학적인 의미를 가진 유적들이 많다.
여기서 자라는 야마. 마추피추가 원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추피추가 서양에 알려지기 전에는 주민들이 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머물던 집.
유적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건. 유적 자체는 다른 나라 역사유적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보긴 어려웠지만(과학이나 기술적 발전 측면에서) 유적의 위치 자체가 너무나 놀랍기 때문에 유적들도 대단해 보이는 것 같다.
여기서 공식적인 3박4일간의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정든 가이드랑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퓨마를 닮았다는 성스러운 돌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8시에 와이나피추를 오른다.
와이나피추는 마추피추 옆에 있는 해발 2600m의 봉우리로, 마추피추 대표사진에서 마추피추 뒤에 등장하는 높은 봉우리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하루 입장객을 400명(200명씩 두 타임)으로 제한해놓았지만, 성수기가 아니라 티켓을 바로 구할 수 있었다(10시 타임은 마감되고 7-8시 타임으로 신청)
오르막길은 마추피추를 한 번 더 걸어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새 말랐던 옷이 다시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이렇게 생긴 길을 40분쯤 올라가니
간신히 와이나피추 정상에 도착! 얼마나 올라가야되는지 모르니 처음이라 기를 쓰고 올라왔지, 다음에 또 올라오라면 못 올라올 것 같다..
밑으로 보이는 아찔한 협곡.
여기서 원래는 마추피추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야 했지만, 구름만 한가득이라 마추피추를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구름속에서 기다리다가 조금이라도 마추피추가 보이면 다들 급하게 사진찍고 다시 구름끼면 쉬고.,.그렇게 두 시간도 넘게 쉬면서 와이나피추를 즐겼다.
이게 제일 잘 나온 마추피추 사진.
날씨가 계속 나아질 줄 알았는데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서 10시쯤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10시타임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찌나 안쓰럽던지..
내려오니 구름이 걷혀서 처음보다 더 잘 보인다. 산을 깎아 돌로 이 모든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게 볼수록 놀랍기만 하다.
마추피추에서 제일 잘 나온 사진. 여기서도 와이나피추처럼 구름이 가끔씩만 걷혀서, 사람들이 사진찍기 위해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구름이 걷히는 4~5초동안 급하게 나와서 잔뜩 사진을 찍어댄다 ㅋㅋ 와이나피추가 없긴 했지만 이정도에 만족할수밖에..
잠깐 화장실때문에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가, 그것도 금방 그칠줄 알았는데 두 시간 넘게 내리는 바람에 더 보지도 못하고 버스타고 마추피추를 내려와야 했다. 역시 여긴 지금 시기에 오기는 무리구나..생각하면서 내려와서 푹 쉬었다.
이렇게 잉카 정글 트레일은 끝. 어느 트레킹이나 그러하겠지만 마추피추라는 목적지 자체보다 그 과정이 마음에 들었던 3박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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