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볼리비아 여행 6일차 in 라 파즈
12.14 오후 페루 쿠스코 Chakana 호스텔에서 작성
평화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높은 수도 라 파즈(La paz). 우유니에서 12시간동안 열심히 비포장도로를 달려 아침 일찍 라 파즈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는 시내구경을 하고 다음날 데스로드라는 유명한 자전거 코스를 탈 계획. 라 파즈는 위도상으로는 일년 내내 더워야 정상이지만 3600m 고지대에 있어서 한여름인데도 우리나라 가을날씨랑 비슷하게 쌀쌀하기만 하다.
라 파즈는 시내구경보다도 도시 주변 산들의 트레킹으로 유명하지만(6000m가 넘는 와이나 포토시라는 산 정상까지 등반할 수도 있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트레킹은 접고 데스로드 투어만 알아보고 다녔다. 데스로드 얘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발품을 팔아 데스로드 투어를 알아보고 예약까지 마친다음, 로컬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스프에 고기조금 + 디저트까지 나오는 점심 코스메뉴가 25볼(4000원정도)니 확실히 물가가 싸졌다는 걸 느낀다. 저 스프는 야채를 이것저것 섞은 것인데 어느 식당에 가나 있어서 볼리비아 여행 내내 자주 먹었다.
라 파즈의 시내 모습. 빵빵거리는 차들과 알수없는 향신료 냄새에서 오랜만에 인도의 향기를 다시 느낀다. 인도 냄새라는 게 설명하긴 어려워도 맡는 순간 ‘아! 인도 냄새~’ 하게 되는데, 라 파즈의 시장 골목에서 풍겨오는 이 냄새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아마 나는 인도의 10년 후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라 파즈 중앙광장?의 산 프란치스코 대성당 겸 박물관을 보고, 시장 골목에 있는 코카 박물관을 찾아갔다. 론리 플래닛에서 보자마자 ‘이거야! 전 세계에 여기밖에 없을 것 같은 이곳!’ 하고 꽂혀서 찾아갔는데, 규모는 집 한 채 밖에 안되는 작은 박물관이었지만 알차고 멋진 곳이었다. 라파즈에 왔으면 꼭 들리길 추천!
페루와 볼리비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코카는 마약인 코카인과 코카콜라의 주 성분이라고 한하는데, 코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코카인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코카 관련 협회 (볼리비아 코카 연구 협회 같은 단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들이 돈을 모아 만든 박물관이다. 우유니부터 코카잎이나 코카차는 계속 먹었었는데, 왜 이게 코카콜라랑 연관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작은 집 안에 코카잎을 씹어 의료나 종교에 쓰던 코카의 기원부터 식민지 시대에 업무향상 수단으로 쓰던 역사, 위험성 때문에 생산이 제한된 이유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었고, 사실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건 2층에 있는 코카 카페였다! 코카잎이 들어간 여러가지 음식을 파는데, 코카 차, 코카커피에다가 코카케익까지 없는 게 없는 신기한 카페다.
’코카 엑기스’가 들어간 코카 차를 한번 마셔 보았다. 음.. 마시자마자 약간 기분이 들뜨면서 머리가 띵 한게 에너지드링크를 마신거랑 비슷. 코카 엑기스를 한번에 많이 마시면 코카인 마약이랑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한다. 엑기스를 한번 먹어보니 그 뒤로 먹은 코카 차는 계속 싱겁게만 느껴졌다.
5시쯤 미니버스 (9~10인승 밴을 개조해 만든 학원차 같은 버스다)를 타고 케이블카인 텔레페리코Teleferico를 타러 갔다. 이 독특한 케이블카는 사실 가이드북에 없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같이 다니는 형님이 다큐멘터리에서 봤다고 해서 알게 되었다.
라 파즈에 케이블카가 생기게 된 사연은 라 파즈의 독특한 도시 지형 때문인데, 라 파즈는 거대한 분지 모양으로 되어있고 분지에는 시내와 고급 주택이, 그리고 분지를 둘러싼 언덕에는 달동네처럼 집들이 산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큰 도로를 만들 수 없어 출퇴근시간이 서너시간씩 걸리는 최악의 교통체증에다가 산이라 지하철도 만들 수 없는 이 곳에서 볼리비아 정부가 낸 아이디어가 바로 이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라 7개월만에 500만명이 이용했고, 현재 3개 라인에 앞으로 4개 이상을 더 증축할 계획이라고.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라 파즈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벌써 소문이 났다고 한다.
케이블 카의 웅장한 모습. 스키장 한복판에나 어울릴 것 같은 최신 곤돌라가 후줄근한 도시 한복판에 있으니 이질적이다.
출퇴근 시간이라 현지인들이 한가득. 8인승 케이블카가 쉴새없이 오는데 계속 사람들로 꽉 찬다.
텔레페리코를 타고 올라가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케이블카라는 아이디어 하나가 서너시간씩 걸리던 도시의 교통체증을 20분으로 줄이고, 지역간 교류를 활성화시켜 빈부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백인과 원주민간의 갈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언덕 위에 별장을 짓고 살던 부자들은 케이블카 때문에 사생활이 사라져 집을 팔아야 했다) 나중에 이런 행정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생각하면서 타고가는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케이블카 의 마지막 역에서 바라본 시내의 전경. 아직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역도 공사중이고 역 근처에 편의시설도 별로 없었지만, 케이블카를 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이 정책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야경도 감상하고,
저녁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핫도그랑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한 사람당 10볼, 2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시내 곳곳에 이런 포장마차들이 많았다.
숙소에 들어가 내일 대망의(?) 데스로드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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