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 볼리비아 여행 7일차 in 라 파즈-데스로드

12.14 오후 페루 쿠스코 Chakana 호스텔에서 작성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데스로드(Death Road, Ruta de la Muerta). 안데스산맥을 넘어라파즈와 볼리비아의 저지대를 잇는 이 도로는 폭이 좁고 낭떠러지가 바로 옆이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높은 도로이고, 현재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개통해서 주로 관광객들의 자전거투어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만 봐도 데스로드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라 파즈에 오면 꼭 해봐야 한다는 유명한 코스라 주저없이 신청했고, 우리가 선택한 el solario여행사는 중간급 자전거로 350볼이었다. 가격대는 자전거 브레이크 성능에 따라300볼부터 500볼까지 다양한데, 제일 싼 기계식 브레이크 자전거는 잘 하지 않고 보통 중간급인 유압식 브레이크나 최고급 풀 서스펜션을 많이 선택한다. 코스가 40km정도 계속 내리막길이라 브레이크가 고장났다간 그대로 여행이 끝나버릴수도..;;

 

 

 

 

라 파즈에서 아침에 떠나 먼저 4700m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12km정도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내려간 뒤, 36km정도의 비포장길(!) 1200m까지 내려가는 게 오늘의 일정. 그런데 아침부터 슬슬 비가 오더니 산 정상에 가니 저렇게 눈이 오기 시작했다..반바지 입고 왔다가 얼어죽을뻔 함.

 

 

 

 

길가에 있는 십자가가 이 도로에서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보면 섬뜩함.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일행은 한국인 셋(나 포함), 독일인 셋이었는데, 독일인들이 겁을 먹었는지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 솔직히 눈이 오긴 해도 심하지 않고(산 정상이라 그렇지 조금만 내려가면 비가 내릴 것이었다) 차 타이어도 새거라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는데, 우리의 진상 독일인들이 환불해달라, 매니저 바꿔라 등등 난리를 치는 바람에 30분 동안 돌아갈지 안 돌아갈지 정상에서 계속 헤매기만 했다

 

 

결국 내려가다가 있는 검문소 같은 곳에 독일인들을 내려줘서 택시를 타고 라 파즈로 다시 보내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5km정도 가서 검문소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아주 자전거 타기 쾌적한 날씨가 되었고 독일친구들은 할 말을 잃고 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

 

 

 

자전거 장비를 풀로 착용하고 데스로드를 내려가기 시작!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안전했다. 내리막길이라 조금만 브레이크를 덜잡으면 금방 가속도가 붙어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길이 비포장도로라 온몸이 덜덜덜 떨리면서 내려가야 했다. 나중에는 엉덩이랑 손이 너무 아파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럼에도 안심하면서 내려갔던 건 도로가 찻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넓었고 위험한 곳에는 펜스가 있어서였다. 데스로드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역시 사람다니는 길이라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안데스의 풍경이 멋져서 중간에 쉴 때마다 감탄하면서 경치를 감상했다.

감탄하다가 아래를 쳐다보면 낭떠러지..

 

 

자전거를 타고 절벽을 거쳐,

 

 

 

 

비가 많이 와서 생긴 폭포들도 지나고,

 

 

 

 

간식도 먹으니  

 

 

드디어 마지막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걸린 시간은 네 시간 정도? 도착하니 비와 계곡 때문에 온 몸이 다 젖어서 잔뜩 피곤했지만, 점심먹고 샤워도 하고 나니 금방 개운해졌다.

 

조금 쉰 다음 다섯시 쯤 출발해 여덟 시쯤 돌아왔다. 원래는 돌아갈 때 새로 생긴 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새로 생긴 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든 차들이 다 옛날 도로(데스로드)로만 가야 해서 덕분에(?) 특이한(그리고 아찔한) 광경을 많이 보게 되었다. 데스로드는 차가 왕복으로 다니는 길임에도 너비가 1차선밖에 안 되서, 가끔 트럭이나 화물차가 지나가면 도저히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도 화물차와 승용차가 낭떠러지를 바로 옆에 두고 서로 엇갈려 지나간다. 그리고 조금만 핸들을 잘못 꺾으면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좌측통행을 해서 운전사가 밖을 보며 안 떨어지게 라인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포장도로에 들어서자 엄청난 추월 레이스가 시작되었는데, 무슨 레이스라도 하는 것처럼 앞 차가 자기보다 조금만 느리면 바로 추월을 해 대서, 라 파즈 올 때까지 추월한 차가 30대도 넘는 것 같다. 트레일러끼리 서로 추월하기도 하니 이 나라는 교통매너라는 게 별로 없는 듯. 이런 운전습관 때문에 데스로드에서 더 사람이 많이 죽은 게 아닐까..? 가시거리 20m도 안 되는 짙은 구름 속에서도 꿋꿋이 앞 차를 추월하려는 우리 드라이버 때문에 가는 내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ㅜㅜ..

 

 

 

숙소에 와서 짐 놓고, 오피스 가서 티셔츠 바꾸고 먹은 저녁. 비싼 가격에 비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맛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데스로드는 끝이 났다. 내려갈 때는 바로 앞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올라오면서 보니 길 옆으로 끝없는 절벽과 낭떠러지가 있어서, 경치는 좋지만 다음에 다시 하라고 하면 주저할 것 같다. 그래도 인생에서 한번쯤은 해볼만한 좋은 경험이었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