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브라질 여행 4일차
11.14 저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카페에서 작성
브라질 국민들은 ‘브라질’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소속감을 느낄까? 우리나라야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인종적으로도 오래 전부터 ‘한 나라’였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없지만, 독립한지 200년 정도 되고 이민자들이 주가 되는 브라질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동질감 혹은 소속감을 느끼는 지가 궁금했다. 브라질 사람과 직접 얘기해 볼 기회는 없어 못 물어봤지만, 오늘 여행을 다녀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월요일인 오늘은 아침에 예수상을 간 뒤, 마라카낭 경기장을 갔다가 시간이 되면 시내를 둘러보고 시간이 없으면 삼바클럽이 모인 라파지역을 가는 일정이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브라질 사람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톨릭교, 브라질 사람들의 또다른 종교라는 축구, 브라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삼바를 모두 맛보게 되는 일정이어서, 나름 브라질의 3대 종교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아침은 마테차랑 츄러스로 시작. (진짜 아침이 아니라 아침먹은 뒤의 간식)
거리마다 이렇게 츄러스 포장마차?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갓 구운 츄러스에 초콜렛이나 캬라멜을 넣어서 준다.
이틀 뒤에 열릴 폴 매카트니 옹 공연. 얼마전에 우리나라에 오려다가 아파서 못 왔는데, 다시 나으셨나보다.
먼저 예수상을 찾아간다. 월요일이라 사람도 없고, 마침 날씨도 리우에 있는 4일중 제일 좋아서 딱 이때다 싶었다.
입구.
역시나 관광객들로 바글바글. 한시간 정도 트램을 기다려야했다.
트램에 내리니 예수상의 뒷모습이 보이고..
실제로 정면에서 보니 정말 웅장하고 크다.
바닥에 누워 사진찍기에 정신없는 사람들. 나도 그 무리에 동참했다.
리우 예수상의 매력은 예수상 그 자체만이 아니라 예수상에서 보이는 리우의 아름다운 전경과 예수상을 보러온 사람구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브라질월드컵때 예수상 - 마라카낭이 한번에 보이는 투샷이 인상깊어서 예수상에서 마라카낭을 꼭 보고 싶었다.
예수상 아래에는 작게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기도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랜드마크 찍기 성공! 여긴 생각을 많이 하러 왔다기보단 사진을 많이 남기러 온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의 샌드위치와 과라나. 과라나는 탄산사과주스?랑 비슷한 맛인데 브라질에서 콜라나 사이다만큼 잘팔리는 국민음료라고 한다.
다음은 한시간정도 걸려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에 도착. 축구가 브라질의 종교라면 마라카낭은 브라질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메카 신전이 아닐까? 마라카낭은 브라질 축구의 영광스럽지만 아픈 역사를 담은 곳이고, 얼마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바로 그 장소여서 더 가보고 싶었다.
여유롭게 다니다 보니 마라카낭에 네시반이 되어서야 도착했고, 다행히 5시에 하는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여기서도 학생증을 제시하니 반값 할인!
입구엔 브라질 월드컵의 영웅들과 마라카낭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코, 가린샤, 펠레부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그리고 바로 옆에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었다. 자신들의 축구 성지에 브라질 축구역사상 가장 큰 치욕을 안긴 독일팀 사진을 걸어놓아야만 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다. 혹시 독일 축구저지를 입고온 사람이 없나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한 용감한 사람은 다행히도 없었다. (아마 입고왔어도 입구에서 제지당하지 않았을까?) 전에 시내에서 독일유니폼 입은 사람 한번 본 적은 있는데...아직도 브라질에서 잘 살아있는지 궁금하다.
드디어 먹은 Pao de Queijo (빵 지 끼소 비슷하게 읽는다. 제대로 발음하는데 한참 걸림)! 브라질에서 유명한 빵이라 먹고싶어서 벼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처음 먹게 되었다. 치즈를 섞은 빵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깨찰빵이랑 비슷한, 중독성있는 맛이다.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 마라카낭은 원래 18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축구장이었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사를 해 현재는 78000(?)명이 정원이라고 한다. 정원이 줄어든 이유는 공사 전 좌석들이 의자가 없는 그냥 콘크리트 계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곳이 바로 독일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메시가 무표정으로 MVP를 수상했던 그 장소이다.
사진 찍고,
감독인 척 폼잡기.
패배를 해명해야 하는 감독의 고통.
한시간 가량의 마라카낭 투어는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원래는 축구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아쉬웠다,.
7시쯤 시내로 돌아와 시내구경을 하고 삼바클럽이 모인 라파로 향한다.
츄러스와 쌍벽을 이루는 타피오카 포장마차.
틀에 타피오카랑 녹말을 구워서 시럽이랑 같이 주는데, 너무 달아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님
석양 무렵의 브라질 대성당
브라질 센트로(시내) 지역은 오히려 부산보다 서울을 더 닮아 있었다. 종로를 연상케 하는 큰 거리, 그 사이사이로 직장인들이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골목, 시끌시끌한 명동같은 골목, 한국은행 건물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 같은 브라질은행까지. 시내 거리를 걸으며 서울 생각이 많이 났다.
삼바 클럽에 도착한 것은 7시 반이었고, 내가 첫 손님이라서 좀 뻘쭘했다...너무 빨리온 것 같다. 고기를 시키고 안절부절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곧 많이 와서 맘 편히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2시간정도 작은 공연이 끝나고 실제 본공연은 9시 반쯤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삼바랑 너무 달라서 놀라우면서도 좀 아쉬웠다. 물론 흥겨운 삼바 리듬은 기대하던 대로였지만, 문제는 이 사람들이 연주를 쉬지를 않는다.. 거의 한 시간정도를 쉬지 않고 연주하는데 어떻게 한시간 동안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한 체력이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도 아플 지경이었다. 사람들도 별로 흥겹게 일어나 춤 추는 것 같지도 않고..전체적으로 좀 다운된 분위기였다. 오히려 예수상 올라가는 트램에서 보통 사람들이 흥얼거리던 삼바 멜로디가 더 기억에 남는다. 삼바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숙소엔 11시쯤 돌아왔다. 갈수록 밤길에 자신감(?)이 생겨 점점 늦게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리우에서 볼 만한 중요한 것들은 다 보고 리우를 떠나지만, 리우는 나중에 꼭 다시와서 오래 지내고 싶은 도시이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버스를 타고 이과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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