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아르헨티나 여행 8일차 in 엘 칼라파테
11.28 밤 칠레 산티아고 Forestal 호스텔에서 작성
오늘의 일정은 말만 들어도 설레이는 빙하 트레킹이다. 파타고니아 지방은 남극, 알프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지대이고, 엘 칼라파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페리토 모레노 빙하라는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큰 빙하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빙하 위를 걷는 것이다! 아침일찍 출발해 저녁 7시쯤 돌아오는 이 투어의 가격은 무려 1680페소(한국돈 약 16만원). 입장료까지 합하면 18만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돈때문에 할까말까 고민했지만 이런 경험은 두번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손을 덜덜 떨면서 거금 16만원을 냈고, 돈이 아깝지 않은 결정이 되길 바랬다. 빅 아이스 'Big Ice' 라는 이름의 이 투어는 Hielo y adventura라는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는데, 왜 독점을 하는진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 같다. 사실 투어의 질은 16만원짜리는 아닌데..(심지어 점심도 안 준다)
아침에 픽업버스를 타고 출발. 점심에 먹을 후지김밥 특제 주먹밥도 싸간다.
좀 자다보니 저 멀리 빙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전망대에서 30분정도 둘러볼 시간을 주었는데, 전망대로 내려가자마자 정말 어마어마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와우. 우리나라에 입이 떡 벌어진다는 표현이 있는데(영어로도 Jaw-Dropping이라고 하더라), 정말 빙하를 보고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보면 빙하의 장엄한 모습에 압도되어 버린다.
대부분의 빙하가 녹고있는 것과 달리,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온 이 빙하는 매일 2미터씩 흘러내린다! 하루 2미터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매일매일 빙하의 모습이 변하는 셈이다. 실제로 빙하 앞에 서면 주기적으로 빙하에 균열이 생기며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빙하조각이 떨어져 내리는 것도 운 좋으면 볼 수 있다. 나도 직접 봤지만 카메라를 꺼내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감상을 마치고 빙하에 오르기 위해 이동한다. 코스는 한시간정도 빙하 옆의 계곡을 타고 올라간 뒤 빙하장비를 착용하고 한시간 반정도 빙하 안쪽으로 이동,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다. 왕복 다섯시간에 실제 빙하에 있는 시간은 세시간정도. 빅아이스 말고 미니트레킹도 있지만, 하는 걸 보니 실제 빙하에 있는 시간은 30분도 안 되는것 같아 보였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동안에도 바로 옆에 빙하가 있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날씨가 구름이 많아 오히려 빙하를 보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다.
신발에 아이젠을 차고 빙하를 걷기 시작. 일반 아이젠과 달리 뾰족한 부분이 훨씬 깊게 되어있다. 걷는 느낌은 눈이 얼어버린 곳을 걷는 것 같은데, 좀 이상해도 묘하게 기분이 좋다.
빙하 사진 몇 장.
빙하를 감상하면서 걸어가는데 엘 찰텐 트레킹때문에 발이 아픈건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 걷다보면 이렇게 크레바스에 물이 고인 것도 감상할 수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크레바스에 갑자기 빠지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란다. 빙하 틈이 파랗게 보이는 건 미네랄 때문이 아니라 빛의 파장 중 빨간 빛은 얼음을 통과하고 파란빛들이 얼음에 반사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저기 보이는 물은 안데스 빙하 청정수이기 때문에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완전 시원하고 맛있음
빙하 위를 걷고 있으니 마치 설국열차나 남극탐험 다큐멘터리를 찍는 느낌. 매일 빙하가 변하기 떄문에 가이드도 정해진 루트로 가지 않고 큰 방향만 잡아놓고 그때그때 빙하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간다. 점심도 그냥 끌리는 곳에서. 우리 팀은 다들 잘 걸어서 다른 팀에 비해 멀리까지 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총 인원을 여러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다닌다) 나랑 한국인 일행 형 둘이 주먹밥을 먹는데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 남극탐험대같다. 멀리서 사람을 볼 때마다 사람이 자연에 비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낀다.
풍경 이외에도 빙하에 생긴 균열, 물이 고이는 이유, 빙하가 녹는 속도, 빙하 표면의 구멍등에 대해 가이드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트레킹을 다 마치고 마지막으로 빙하 사진 한 장.
투어를 마치면 열쇠고리와 브라우니, 그리고 그 유명한 빙하얼음을 띄운 위스키를 준다. 설마 정말 빙하얼음을 쓸까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뜰채로 빙하얼음을 뜨는 직원을 보고 ㅋㅋㅋ 진짜 빙하라는 걸 알았다. 100% 수작업으로 얼음을 뜰 줄이야...
빙하의 여운을 가지고 숙소에 7시쯤 돌아왔다.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날이라 빅 아이스 같이한 세명이서 돈을 모아 다른 숙소 사람들이랑 고기파티를 하기로 했다. 고기의 천국 아르헨티나 답게 소고기 안심이 1킬로에 만원도 안해서 양고기 + 소고기 + 와인까지 푸짐하게 사서 배터지게 먹었는데도 돈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고기를 정육점에서 사서 후라이팬에 구웠을 뿐인데 왜 이렇게 고기가 입에서 녹는건지..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풀 뜯으면서 자란 행복한 고기라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의 마지막 날은 끝이 났다. 빙하 위를 걸어보고, 바람을 느끼고, 빙하물을 마시고, 빙하를 만져보기까지, 정말 오감을 만족시킨 빙하트레킹이었다. 이정도면 인생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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