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아르헨티나 여행 7일차 in 엘 찰텐

11.28 저녁 칠레 산티아고 Forestal 호스텔에서 작성


  아침에 일어나니 발이 욱신욱신 쑤시는걸 보니 어제 많이 걷긴 걸었나보다. 그나마 다리가 안 아픈게 다행. 9시쯤 빵과 우유로 늦은 아침을 때웠는데, 이날은 정말 돈이 없어서 간신히 밥을 해결했다. 이미 엘 찰텐에 도착했을때 수중에 2만원밖에 없었고, 그 중 절반은 어제 점심/저녁과 우유, 휴지, 물을 사는데 써버려서 여행 시작이후 처음으로 만원도 안 남은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ㅠㅠ 마을에 하나 있는 ATM은 이미 돈이 다 떨어진 듯 돈을 뱉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아침에 먹고 어제 사고남은 사과와 과자, 빵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5000원 정도 남은 걸로 저녁을 먹는게 오늘의 계획. 저녁버스를 타고 엘 칼라파테까지 가면 해결될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만 버텨보기로 했다.

 

  오늘도 역시 어제랑 비슷하게 하루종일 걷는 일정. 저녁 6시반 버스를 타기 전에만 마을에만 돌아오면 된다. 


  인구 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라 보면 볼수록 아담하고 정이 많이 간다.



  오늘 갈 곳은 라구나 토레(Laguna Torre), 토레 호수라는 곳이다. 어제 간 피츠로이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면 여긴 토레 산은 두번째 정도?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니고 산이 잘 보이는 호수에 가는 거라 어제보다도 쉬운 코스다. 권장시간은 왕복 8시간이지만 어제 속도를 생각하면 6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마을의 전경.



  어제랑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풍경 속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걸어가는데 방해꾼이 있었으니..바로 파리.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걸어가면서 박수를 치면 손에서 파리가 죽어나가는 걸 볼 수 있는 정도 (실제 시험해 봄)이다 -.- 같이 찰텐 온 형님 말로는 뉴질랜드도 그렇고 노르웨이도 비슷하다고 하니, 파리 많은 건 이런 지역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파리만 없었다면 아름다운 숲을 천천히 느끼면서 갔겠지만, 엄청난 밀도의 파리때문에 (사람을 피해가지도 않고 그냥 몸에 앉는다) 빨리 빠져나가야만 했다.

  


  파리숲을 빠져나와 강을 지나서 드디어 목적지인 호수에 도착했다. 실제 걸어간 건 세 시간이나 되지만 어제보다 풍경이 별로라 사진을 많이 찍진 않고 계속 걷기에만 집중했다. 바람도 적당하고 날씨도 선선해서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



  확실히 어제의 호수보다는 아쉬운 느낌이다. 여기서 한시간을 더 가면 저 멀리 보이는 빙하에 가까이 갈 수 있었지만, 어차피 내일 빙하에 갈거니까 굳이 가지 않고 돌아왔다.



하산길. 알프스랑 뉴질랜드 남섬, 노르웨이도 이런 비슷한 느낌일까?




 시간이 남아 마을 남쪽의 왕복 두시간거리에 있는 전망대를 다녀오기로 했다. 실제로 한시간 반도 안걸림. 마을 입구에 있는 엘 찰텐 환영 표지. 피츠로이 모양의 간판 뒤로 진짜 피츠로이가 보인다. 저렇게 맑게 피츠로이가 보이다니..피츠로이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 올라가야 했던 것인데ㅜㅜ..  오늘 올라간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피츠로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망대에서 큰 호수가 보인다길래 기대했지만 큰 호수가 '저 멀리' 보이는 전망대였다.. 



  원래 피츠로이를 보기 위한 전망대는 아니었지만, 마을 근처의 산 전체가 이렇게 한 눈에 들어와서 좋았다. 피츠로이 머리 위에는 저렇게 하루종일 모자같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저녁으로 먹은 시금치와 호박이 들어간 이상한 파이.


  돌아오는 버스에선 정신없이 잤고, 열시가 다 되어서 도착한 엘 칼라파테에서는 시내의 모든 ATM이 내 카드를 거부했다. 울상이 되어 후지민박으로 돌아왔는데 다행히 매니저님이 한국돈을 보내주면 페소로 바꿔준다고 하셔서 11만원을 페소로 바꿀 수 있었고, 이정도면 내일 국립공원 입장료, 칠레넘어가는 버스, 숙박료 등을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후지민박 정진우 매니저님 감사합니다(꾸벅). 게다가 우연히 남미사랑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서 맘편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일의 빙하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