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케이프타운에서의 네번째 날

 

10.14 밤 LSB 발코니에서 작성

 


 

  아프리카에 온 며칠동안 느낀것 중 하나는 흑인들이 흥(?)이 참 많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자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는다. 버스 안에서 흥얼거리며 노래부르는 아주머니(하지만 역시 흥얼거리는 노래에 엄청난 그루브가 담겨있다), 노래에 맞춰 춤추는 청소부, 케이블카안에서 안내방송으로 농담을 건네는 안내원, 떠들썩하게 웃는 식당아주머니, 주문할 때마다 문제 없냐면서 엄지손가락을 드는 웨이터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든지 즐거움을 찾는 이런 문화가 웃음이 인색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니 부러웠고, 그것이 아프리카인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 아침은 역시나 소시지와 콜라. 늦은 아침이라 아점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겠다.


 

 시티버스투어 이틀째. 오늘은 근교로 나가 식물원과 와인농장을 보고, 물개섬을 갔다가 저녁에 일몰투어를 하는 빠듯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다.

 이 황량한 곳은 District 6 라는 곳으로 한글로 번역하면 제6구역쯤 되는 장소인데, 예전에 흑인 거주구역이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인해 흑인들이 강제이주당한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다시 한번 인종차별의 폭력성을 느끼면서 근교로 드라이브를 나간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커스텐보쉬 식물원. 아침에 게으름피우는 바람에 식물원에 11시쯤 도착했다.

 

  남아공,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물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은 식물원은 재미없다는 내 고정관념을 싹 바꿔놓은 곳이 되었다.  

식물을 만져보고 직접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가든도 있었고,

팻말에는 꽃 이름만이 아닌 이 꽃의 특징은 무엇이고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적혀있다.

테이블 마운틴을 배경으로

이렇게 그늘에 앉아 자리깔고 누워있을 수도 있고,

숲속길을 걸어볼 수도 있었다.

 

 커스텐보쉬에 와서 느꼈다. 케이프타운은 5일정도면 된다는 생각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 축보받은 자연환경만큼 관광지로 개발이 잘 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도 관광하면서 시간보내기에 좋은 곳들이 너무나 많다. 식물원만 해도 빨리 둘러봐서 두시간밖에 안 걸렸지만 여유롭게 돌면 하루종일 봐도 되는 곳이고, 와인농장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시내투어도 박물관 둘러보면 하루종일 걸리고, 워터프론트도 하루, 희망봉도 하루,... 나중에 시간되면 한달정도 유유자적하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은 곳이다. 늘어지기만 하면 바라나시 못지않게 늘어질 것 같은 매력적인 케이프 타운.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겨 와인농장은 흐룻 콘스탄시아 (Groot Constantia)로 갔다. 네덜란드 사람이 만들어서 G를 'ㄱ'발음이 아닌 'ㅎ'발음으로 읽는게 특이했다. 

 

 

 남아프리카에 약 300년 전 처음으로 설립된 이 와인농장에선 산책을 하거나 와인투어를 할 수 있는데, 시간상 와인투어만 하기로 했다. 시간이 남아 점심을 위해 와인농장이 보이는 분위기좋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혼자 그럴듯하게 스테이크써는건 아무렇지도 않다. 한국에서 비싸서 못먹는 스테이크 많이 먹다 가야지

와인투어는 와인이 어떻게 제조되고 숙성되는지 한시간 정도 설명해주는 투어였다. 아래 사진은 저장고

 

  제일 기대되었던 건 와인 테이스팅. 색깔, 향, 맛 3단계로 와인을 느껴야 한다고 가이드가 계속 강조해서 와인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포도랑 이스트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포도종자와 육성 및 숙성방법에 따라 다양한 과일향과 향신료향이 난다는 게 신기했다.

 

와인 매니아였다면 몇군데 와인농장을 더 들러서 더 많이 시간을 보냈겠지만 와인에 대해선 별로 아는게 없어서..사진만 몇장 찌고 패스~

 

후트 베이라는 곳을 가서 물개투어를 하려 했지만 시간이 늦어서 실패.. 어제 Camp's Bay가 너무 멋져서 여긴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늦게 간 관계로 일몰투어도 못해서 (저녁 사러 갔다온 사이에 투어 버스가 떠나버렸다..) 혼자 밖에서 새우튀김이랑 생선튀김, 감자튀김까지 튀김3종세트를 먹고 운하투어로 대신했다. 일몰투어는 내일해야지..

  케이프타운에는 보트쇼가 한창 진행중이었는데, 보트쇼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지만 코엑스같은 곳에서 하는 보트 전시회에 가까운 것이어서 가지 않았다. 운하투어를 기다리는 중에 울산과 거제도에서 3년간 일했다는 남아공 아저씨를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자기 현대에서 일해서 한국에 다녀왔다고 말하는데 괜히 반가우면서 으쓱해졌다. 이렇게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알아줄 때마다 뿌듯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에서는 더욱 더.

 

 운하투어는 워터프론트 근처에 만들어진 운하를 따라 고급 호텔들이나 컨벤션센터를 둘러보는 짧은 일정이었다. 이쪽에 있는 고급 호텔이나 아파트들은 다 부자들 소유라고. 운하도 수송목적이 아니라 주로 부자들의 레저를 위해 쓰이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 피씨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와이파이는 아무래도 인터넷이 느려서 혹시 좀 빠를까 하고 가봤는데 그래도 맘에 들진 않고, 특히 업로드하는데 오래걸려서 블로그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그리고 핸드폰번호 살리려고 Tworld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비밀번호를 5번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한참 고생했다..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하려면 본인인증을 받아야 한다는데 핸드폰인증은 정지시켜놨으니 당연히 안되고, 공인인증서를 범용을 써야한다고 해서 액티브엑스 간신히 깔아서 들어갔더니 발급받으려면 직접 접수하라고 해서 포기 ㅠㅠ 전화로 하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아서 대화가 안된다.. 아마 핸드폰번호는 한국 입국전까지 못 살릴 것 같다. 나라 옮길때마다 필요하면 심카드 사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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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