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 10.9 in 케이프타운
10.11 밤 Long St. 인터넷 카페에서 작성
드디어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큰 컨셉 중 하나는 '이번에 못가면 평생 못 가볼 것 같은 곳'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도저히 아프리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크게 유럽문화와 아랍문화가 섞인 북부아프리카(모로코,튀니지,알제리 등), 피라미드와 해양레저로 유명한 이집트, 세렝게티와 킬리만자로가 있는 탄자니아, 빅토리아 폭포 아래의 남부아프리카가 있다. 요즘 에볼라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는 서아프리카는 관광지보다는 선교활동을 많이 하러가는 것 같은데 관광지로 개발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북부아프리카는 나중에 스페인이랑 묶어서 가려고 뺐고, 이집트는 왠지 위험할 것 같고 별로 흥미가 없어서 제외, 동부아프리카(탄자니아)와 남부아프리카중에 왠지모르게 남부아프리카가 끌려서 케이프타운까지 오게 되었다.
아프리카는 아무래도 혼자 다닐 엄두가 안나서 케이프타운에서 3주동안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오버랜드 트러킹(Overlanding Trucking) 투어를 신청했고 (투어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자세히..), 그 전 일주일동안 케이프타운에 머무르면서 조금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간다고 하니 에볼라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에볼라가 문제가 됨에도 남부아프리카를 비교적 안심하고 선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1. 서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라고 하면 마치 한 나라처럼 생각하지만, 이는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려는 것만큼 무지한 것이다. 동아시아, 동남아, 인도, 중동이 서로 다르듯이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서아프리카는 전부 다르고, 지리적으로 및 문화적으로 많은 거리가 있다. 서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거리는 대략 우리나라와 인도정도의 거리. 게다가 서아프리카는 프랑스어를 쓰는 프랑스 문화권이고 남아프리카는 영어를 쓰는 영어/네덜란드 문화권이다. 그러니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로 바이러스가 넘어오기보다는 유럽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오히려 유럽국가들이 남아프리카보다 더 심한 에볼라의 위협을 받고있는 것이다.
2, 에볼라는 치사율은 높지만 감염이 잘 되지 않는다.
에볼라가 유명해진 것은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라는 사실 때문인데, 간과하기 쉬운 점 중 하나는 감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안나지만 어떤 외국 의사가 쓴 글에서 본 것인데,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기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신체접촉으로만 감염이 된다고 한다. 내가 만약 에볼라 환자랑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재채기를 해도 내가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현재 서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에볼라 걸린 것은 죽은 시체를 만지는 장례풍습 때문이거나, 치료 중에 감염된 몸에 손을 대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조심할 것은 에볼라 걸린 사람과의 직접적인 신체접촉과 에볼라에 걸린 동물(대부분 감염지역에 산다)에 물리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고려할 때, 내가 남부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에볼라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과감하게(?)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이상 아프리카에 오게 된 이유였고... 여행기 계속
케이프 타운 국제공항은 첫인상이 깔끔하니 좋았다.
처음 공항 문을 나와서 느낀 케이프타운의 첫인상은 '춥다'는 것이었다. 남반구라 우리나라랑 계절이 반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프리카니까 덜 춥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긴바지에 바람막이를 껴입어도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길에 몸이 으슬으슬했다. 온도가 10~15도 사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로 느낀 건 '깔끔하다'는 것이다. 사실 길거리나 버스 안이 쓰레기나 먼지, 오물 없이 깨끗한 건 당연한 것인데,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 + 인도에서의 더러운 생활 때문에 깔끔한 환경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공항도 깔끔하고, 버스정류장도 깔끔하고, 버스도 너무 정비가 잘 되어있다!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교통시스템을 많이 손봐서 그런지, 시내 곳곳에 고급(?) 시내버스가 많이 운행된다.
케이프타운이 2014년 디자인 수도라고 한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서 디자인 정비가 진행중이고, 저 마크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서울도 얼마 전에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 마크가 왠지 반가웠다.
역시나 깔끔한 시내의 버스 정류장. 우리나라 버스와 달리 지하철처럼 버스정류장에 먼저 카드를 찍고 들어간 뒤 버스를 타는 시스템이라 언제 돈을 내야 할지 몰라서 조금 헤맸다.
버스에 내려 여행자 거리인 Long Street 에 있는 Long Street Backpackers로 무사히 찾아왔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론리플래닛 추천 숙소중 제일 싼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다룬 한국 가이드북은 당연히 없다). 별 기대 안하고 왔는데 의외로 시설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만족! 론리플래닛에 나온 곳이라 그런지 유럽사람들만 가득하고 동양인은 나 혼자인 것 같다..
이렇게 당황스러움 반과 설레임 반인 상태로 얼떨떨하게 케이프타운의 첫날을 보냈다.
둘째날.
첫 날이라 할일이 제법 많았다. 먼저 다음주에 시작할 투어를 위해 나미비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심카드도 사서 핸드폰으로 데이터도 써야되고, 여기서 쓸 돈도 뽑아야 하고, 여행사에 들러 투어신청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도 받아야 하고, 따뜻한 옷도 사야했다. 긴바지가 등산바지 하나밖에 없어서 청바지를 하나 사는게 좋을 것 같았다.
케이프타운은 마치 유럽의 한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거의 400년동안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지였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직도 아프리카와 현대적인 도시의 조합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심카드를 산뒤, ATM에서 돈 뽑고 나미비아 신청까지 성공. 그러고 나니 오전이 다 지나갔다.
점심으로 먹은 커피 + 수제버거 + 칩. 우리돈으로 7000원정도 한다. 여긴 물가가 유럽처럼 비쌀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우리나라 물가의 반 정도밖에 안된다. 아메리카노 1500원, 샌드위치 2000원, 정도니 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사람들에겐 여기가 정말 최고의 휴양지가 아닐까? 환경도 비슷하고, 날씨도 훨씬 좋고, 물가까지 싸니..
부인 청부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사람. 요즘 핫이슈인지 신문 일면에 실려있다.
아침 겸 점심처럼 버거를 먹고 옷을 사러 버스를 타고 워터프론트로 갔다.
V&A 워터프론트는 빅토리아 여왕과 아들 알프레드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항구로, 옛 대영제국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수에즈운하가 개통하기 전까진 엄청나게 큰 항구였으나 운하개통 이후에 규모가 줄어들었다가, 90년대 초에 쇼핑몰로 탈바꿈해 지금은 케이프타운의 인기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다.
워터프론트의 제일 큰 매력은 옛날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양식을 유지하면서, 실제로 항구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살아있는 항구를 유지한 채 쇼핑몰을 지어놓았으니, 밖을 보면서 배가 다니는 모습을 보는게 매력적이다.
내부는 그냥 우리나라 유명 쇼핑몰들과 비슷. 여기서 바지랑 니트를 하나씩 사서 도시여행모드?로 갈아입었다.
항구, 바다, 산이 어우러진 경치가 워낙 뛰어나서 어떻게 카메라를 대든 멋진 풍경이 나온다.
길거리 공연.
이곳은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 마운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곳이다. 테이블 마운틴은 얼마전에 신7대불가사의(New 7 Wonders)로 선정되었는데, 그 이후로 케이프타운 시에서 엄청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이 새로운 7대불가사의에 들어가있는데,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이슈가 되었던 게 생각난다.. 여기서도 정체모를 곳에 헛된 돈 쓴다는 비판이 있었을까?
어쨌든 배경이 너무 예뻐서 사진 몇장을 찍고,
손이 가는 곳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길거리의 체스판
운하로 지나가는 배들.
남아공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기념하는 Nobel Square. 네 명 다 인종차별 반대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맨 오른쪽이 유명한 넬슨 만델라.
워터프론트를 다 둘러보고 저녁은 푸드코트에 가서 스테이크를 시켜먹었는데, 다섯시가 지나니 상점들이 다 문을 닫기 시작하는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같으면 한창 피크타임일 시간에 문닫고 집에가다니..
어쨌든 다 먹고 무사히 돌아와 좀 일찍 잠들었다.
케이프타운의 첫인상은 너무나 좋다. 날씨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고,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에 첫눈에 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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