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2014. 9. 11. 13:01

 

 

9.9 & 9.10 낙타 사파리 이후 자이살메르부터 조드푸르까지

9.11 아침 고팔호스텔 옥상레스토랑 에서 작성

  낙타 사파리를 갔다온 다음에 모두 넉다운이 되어 방안에 쓰러져 잤다. 밤에 제대로 잔 사람이 없었으니..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난 몇일동안 나를 괴롭히던 피곤함과 무기력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드디어 발견했다. 바로 변비였다. 설사를 치료하려고 지사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변비가 걸린 것이다-.- 생전 변비에 걸려본 적도 없어서 이 찝찝한 느낌의 정체가 변비인 줄도 몰랐는데, 영섭이가 그런 느낌이 바로 변비라고 알려줘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변비가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이번에 크게 느꼈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막에서 이렇게 더위를 피해다니다간 인도에 적응 못하고 돌아갈 것 같다. 진정한 현지화가 되기 위해선 이런 더위도 즐길 줄 알아야지!' 그래서 패기있게 노트북을 들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있을 환경이 아니었다. 10분만에 땀이 비오듯 흐르고 노트북은 금방이라도 고장날 것처럼 뜨거워져서, 이러다간 더위먹고 쓰러질것 같아서 다시 내려왔다. 방에선 아무리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밖에 안 나와서 삼부자네 에어컨방에서 잠시 쉬다가.. 네시나 되어서야 방에 갈 수 있었다. 그런게 그것도 하필 정전이 되어서, 발코니로 나왔다.

 

 발코니 바람이 훨씬 시원해서, 한두시간정도 밖에서 바깥구경을 했다. 시간을 낚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딱 그 말에 알맞는 시간이었다. 풍경을 잠깐 보면 사진처럼 한 장면만 눈에 들어오지만, 10분 20분씩 보고있으면 풍경 속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놀이터에서 그네타는 아이들, 모래를 포대에 담고 있는 사람들, 버스밖에 서있는 버스기사, 옥상에서 사리를 너는 여인들, 구멍가게 주인아저씨를 차례차례 보면서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상을 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여섯시. 성 안에 리틀 이태리라는 유명한 이태리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그 곳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이드북에 있는 위치에 갔는데..레스토랑이 없는 것이다. 물어보니 자이살 이태리라는 식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그 곳으로 가라고 했다. 간신히 식당에 도착해서 기대에 부풀어 알리오 올리오, 올 아라비아타, 하와이안 피자를 시켰다. (성용 영섭 나 셋이 갔다) 하지만 맛을 보고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면 알리오 올리오는 갈릭이 하나도 없이 싱거운 볶음면 맛이 났고, 올 아라비아타는 불어터진 3분요리 스파게티 맛, 하와이안 피자는 파인애플 파이 맛이었다.. 가지에게 물어보니 얼마전까진 맛있었는데 사장님이 바뀐다음 맛이 변했다고..역시 자이살메르에서는 가지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경치가 좋아서 사진은 몇장 찍어놓았다.

   원래 계획은 파스타를 먹고 과일을 잔뜩 사와서 맥주과일 파티를 하는 것이었지만, 과일이 바나나만 맛있어서 바나나 한송이만 사고 끝이었다. 돌아와서 맥주하나씩 시켜서 얘기 좀 나누다가 들어와서 잤다. 사실 자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발코니에 나와서 한시간정도 비몽사몽 있다가 잤다. 진지하게 침낭가지고  발코니에서 잘까 고민했다. 사막에서도 잤는데 발코니쯤이야..

 


   다음날은 드디어 자이살메르에서 떠나 조드푸르로 가는 날이었다. 버스가 워낙 많다고 해서 미리 예매 안하고 여유롭게 일어났다. 아침에 깼는데 마치 집에서 일어난 느낌처럼 개운한 것이 예감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변비가 해결이 되었다. ㅋㅋ 정말 다시 살아난 기분, 에너지가 100%가 된 기분이어서 너무 행복했다.

 

   짜이와 토스트, 바나나로 아침을 먹고 가지한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하나 주었다. 4일동안 많이 의지가 되었는데, 가지에게 나는 수많은 게스트 중 한 명이겠지? 

 

 체크아웃하고 기념사진 한 장.

  버스정류장에서 가지갓이랑 마지막 사진. 가지가 버스타는 곳까지 태워다주었다. 나중에 영섭이가 말해준건데 가지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가족의 가장이라고 한다. 가지도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고, 가지 형 재키도 자식이 셋, 가지 동생 하지도 최근에 딸을 하나 낳았다고 한다. 가지 형제네 가족 15명정도가 이 게스트하우스 덕분에 먹고산다는 얘기. 거기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다른 분들도 생각하면 족히 30명도 넘는 사람들이 이 게스트하우스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얘기가 된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돈으로도 생활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가지 형제는 학교도 잘 못 마쳤다는데, 가지네 게스트하우스가 더 번창해서 자이살메르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가지는 떠나고.. 250루피짜리 버스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반 걱정반에 차 있었다.

 멧돼지...가 음식찌꺼기를 먹고다닌다. 멧돼지는 처음봐서 좀 무서웠다.

 버스는 생각외로 꽤 괜찮았다. 난 일반버스보다 훨씬 안 좋고 사람도 꽉 찬 그런버스를 생각했는데, 자리도 넓은데다가 놀라운 건 저렇게 침대칸도 있다는 것이었다. 침대칸인 SLEEPER CLASS를 예약할걸 후회를 많이 했다. 

 사람이 꽉 차면 이렇게 된다. 일층 슬리퍼칸은 원래 주인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지하철처럼 앉아서 가는 용도로 쓰인다.

(시끄러운 버스안)

  가는 동안에 할게 없어서 진짜 고생했다. 처음엔 자려고 했는데 앞사람이 창문을 크게 열어놓아서 바람이 센 데다가 차 소리가 시끄럽고 자리도 불편해서 전혀 잘 수가 없었다. 책을 보자니 책은 이미 큰가방에 집어넣어서 트렁크에 있고, 인터넷도 안되니 스마트폰도 못 쓰고... 정말 5시간 반을 멍때리면서 잡생각하는 상태로 보낸 것 같다. 버스가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바람이불어서 괜찮았고, 멈춰있을 때만 좀 더웠다.

  한국에서 6시간 여행한다고 하면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는데 여기선 별로 안 길게 느껴졌는데,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선 시간단위로 쪼개가면서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6시간이 길었지만 여기선 하루단위로 살다보니 6시간이 짧게 생각되는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지루하니 다음부터는 야간버스나 야간열차를 자주 이용해야겠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머리날리는 걸 막기 위해 이러고 계속 갔다.

   이제는 중독되어버린 망고주스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서 5시쯤에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선 김종욱찾기라는 영화 덕분에 유명해진 도시라고 한다. 사설 버스라 이상한데 내려줘서 내리자마자 10명의 릭샤왈라들이 붙어서 서로 자기네 릭샤를 타라고 난리를 쳤는데, 다행히 버스에서 만난 호주여행자 두명이랑 같이 쉐어해서 큰 돈 안내고 왔다. 가지네가 소개시켜주고,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고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이렇게 한국어로 된 간판이 날 반겨준다.

   이 곳은 대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인데(역시 인도 어디에서나처럼 가족 비즈니스다) 40대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사장이고, 부인, 어머니, 동생, 동생부인, 조카 둘, 아들 둘 이렇게 운영하는 것 같다. 내가 갔을 땐 사장님이 없어서 아들이 요리도 하고 방도 안내해줬다.

방이 넓고 괜찮다!

저녁은 야채볶음국수를 시켰는데, 면발은 라면에 소스는 약간 매콤한? 스파게티같은 맛이다. 해가 질 때 성을 보면서 감상하는 풍경이 일품이었지만, 벌레가 너무 많아서 밥만 먹고 빨리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이동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저녁먹으면서 쉬기만 하고, 관광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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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