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여행 일주일 째.
9/7 아침 자이살메르 가는 야간열차 2등석에서 작성
오늘은 사진을 찍을게 없어서 안 찍음.
인도의 공식 슬로건은 Incredible! India다. Incredible은 직역하자면 거짓말 같은, 놀라운 이란 뜻이 있는데, 정말 이 단어는 인도를 설명하는데 완벽한 단어다. 긍정적으로 놀랍다는 뜻도 있지만, 상식 밖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Incredible할 때가 더 많다. 오늘도 이런 Incredible한 경험을 몇 번 겪게 되었다.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깼다. 몸이 으슬으슬한게 열이 난 게 분명하다. 땀이 안 나고 춥기만 해서 열이 날 땐 더 덥게 만들어서 땀이 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침낭 안에 들어가서 다시 잤다.
두 번째 깬 건
정신을 차리니 11시쯤 되어 숙소에 물어봐서 괜찮다는 병원으로 갔다. 의사아저씨가 몇 가지 물어보더니 탈수증세가 있다며 링겔을 놓아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링겔 주사였다. 링겔까지는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싶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약도 먹고 병원에서 쉬는 동안 의사랑 인도에 대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덕분에 인도에 대해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먼저 인도의 교육에 대해 얘기를 했다. 얘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사선생님이 인도에 Education level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인도에 대학가는 학생들이 60%정도 되는데, 그 중 10%만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갖고, 나머지는 대학을 나왔어도 안 나온 사람과 별 차이 없이 장사를 하거나, 수리공이 된다고 한다. 또한 인도 IT Service가 발달되어 있긴 하지만, 임금이 그렇게 높진 않다고 불평했다. 보통 한 달에 2만루피(4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월급이 15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니 저임금이긴 하다. 우리나라랑 참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하면서 들었다.
그리고 인도의 정치에 대해서도 약간 얘기를 했는데, 현재 내가 머무르고 있는 지역은 구시가지, 올드 델리를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이곳이 위치가 좋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만도 한데, 문제는 재개발을 하면 돈 많은 부자들이 높은 건물들을 지을 것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쫒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쪽 건물주들이 현재 집권당인 BJP를 지지하기 때문에 급격한 개발은 일어나지 않지만, 부자들이 이 근처 땅들을 천천히 사들이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재개발 문제는 어디 가나 똑같구나..싶다가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하자고 하면 급속도로 개발이 진행되는데 반해 (요즘 말고 80~90년대 서울 재개발 할 때) 여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정부가 Powerful하냐고 물어봤더니 정부가 Not active하다고 했다. 정부가 어떤 걸 추진하려고 하다가도 종교단체, 특히 무슬림이 반발하면 정부가 손을 뗀다고 한다. 정부가 종교적 문제를 큰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별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하긴 인도 역사를 보면..종교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만도 하다. 오히려 카스트는 할당제 덕분에 많이 해결이 된데 반해, 종교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이것이 인도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의사선생님은 내 피검사를 했으니
한국 식당에 물어보니, 보통 링겔맞고 치료받으면 300~400 루피정도 하는데, 이 병원에서는 4000루피를 요구한다고 했다 ㅋㅋ 숙소들이랑 모종의 계약을 맺고 아픈 여행자들을 그 병원으로 보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었다. 어쩐지 병원에 환자가 나 밖에 없어서 이상하다 했지..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500루피 이상은 안 줄 생각하고 세시에 다시 갔다. 의사선생님이 인자한 표정으로 검사결과를 설명해주시고 (박테리아 감염이라고 한다) 약을 주시더니 나에게 3000루피(5만원정도)를 달라 하신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링겔맞고 치료받아도 1000루피 밖에 안 내는데 물가가 싼 인도에서 이러는 건 말도 안 된다. 나 의사친구 약사친구 많아서 다 안다. 500루피 넘게는 못 주겠다고 하니 의사가 화를 내면서 내 진료가 어떻게 500루피밖에 안 하냐고 그건 나에 대한 모욕(Insult)라면서 그냥 돈 내지 말고 가라고 한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 ㅋㅋㅋ 500루피 진짜 안 받을거냐고 3번 물어본 다음 정말 병원에서 나왔다. 한국인 여행자들은 다시 진료 안 할거라고 하시니 앞으로 여행할 한국분들에게 도움도 되고 일석이조. 사기꾼을 알려주신 인도방랑기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인도방랑기에서 좀 쉬다가 3시 반쯤 출발했다.
지하철 한정거장 가는데 한시간이 걸렸고, 세시반에 출발했는데 이미 네시반이 되었다. 진작 지하철탈걸…후회하면서 나는 그냥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1km정도 되는 거리지만, 주말저녁의 강남대로처럼 사람들로 막혀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에서 20kg 짐을 매고 가려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지나고 나면 이것도 다 추억이겠지만, 정말 힘들었다. 20분정도 걸어서 다행히 길 안 잃고 올드 델리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어지고, 힘도 없어서 플랫폼 바꾸는 육교도 못 올라가고 5분 정도 앉아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엔 땀에 쩔은 거지처럼 보였을 거다.
무사히 역에 갔지만 기차를 찾는 것도 고생이었다. 인도는 우리나라처럼 어느 기차가 몇번 플랫폼에 도착하는지 미리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때그때 전광판을 보고 확인하거나, 점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난 9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해서 9번 플랫폼에 앉아있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타야 될 14659열차가 아닌 11117 열차의 앞부분이 있는 것이다. 난 그 열차가 떠나고 14659가 오겠지 싶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발 5분전까지 그 열차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패닉에 빠져서 설마 다른 플랫폼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싶어 돌아다녀 봤는데, 알고보니 내가 본 11117은 그 차량의 번호였고, 열차번호는 차량 벽면에 조그만하게 붙어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20분정도 내가 타야 할 기차의 기관차 앞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좋은 칸을 예약해서 침대도 넓고 쾌적했다. 하지만 아직 설사는 안 나아서 저녁은 못 먹었다.
5시 40분쯤 출발했고, 나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누워서 잠만 잤다. 인도가족들이 내가 자고 있는 밑에 1층에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길래 가볍게 인사 한번 해 주고 다시 잤다. 11시쯤 세 명이 탔는데, 셋 다 한국 분이었다!! 이렇게 피곤할 때 한국사람을 만나니 정말 좋았다. 아버지와 아들 둘이 9월 1일부터 여행하는 중이었고, 델리에서 자이푸르를 거쳐 나랑 똑같이 자이살메르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심지어 똑 같은 숙소에서 묵는다. 혼자 여행하다 보니 한국인 여행자처럼 반가운 사람이 또 없었다. 그리고 설사 걸렸다는 애기를 했더니 현지 설사약이 잘 듣는다며 현지 약을 하나 주셨고, 덕분에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다. 이제 무사히 자이살메르에 도착만 하면, 가지 사장님 (게스트하우스 주인)도 만나 픽업도 받고, 샤워도 하고, 한식도 먹고, 혼잡스럽지 않은 사막 마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것이다… 아니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여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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