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2014. 9. 14. 16:54

9.12 인도여행 10일째.

9.14 낮 푸쉬카르 파라마운트 호텔 옥상에서 작성


  인도에 온지 꼬박 열흘이 되었다. 난 인도에 왜 왔을까? 델리에서 사설 여행사에 끌려갔을 때 여행사 직원이 나에게 Why do you come to India? 라고 물어봤었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답을 못 했던 기억이 있다. 남미는 자연환경과 음식, 유적들을 보기 위해서 가고 아프리카는 사파리를 하면서 자연을 보려고 가는데 인도는 어떤 이유로 온 것인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났던 것이다. 그떄 난 얼버무리면서 그냥 이유 없이 오고싶어서 왔다고 싱겁게 대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냥 한번 인도에 와보고 싶었다. 인도의 문화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인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직접 가서 한번 느끼고 싶었다.

   인도에서 시간을 보낼 수록 시간관념이 없어지고 느긋해지는 기분이다. 미리 일정을 짜고와도 결국은 다 틀어진다는게 무슨 말인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계획을 세우지 않는게 바로 계획이라는 '무계획의 계획'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조드뿌르에서 우다이뿌르를 갔다가 푸쉬카르를 갈지, 아니면 그냥 푸쉬카르를 갈지 고민하다가 우다이뿌르는 생략하기로 했다. 우다이뿌르는 너무 남쪽에 있는데다가 가이드북을 읽어보니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였다. 갔다온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안 갔다와도 별로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의 빌리지 사파리가 전부이다. 나 혼자라면 사파리를 못 갔겠지만 영섭이네 삼부자랑 같이있어서 사파리를 갈 수 있었다. 네시버스를 타고 조드뿌르에서 푸쉬카르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전에 사파리를 하고 잠시 쉬다가 이동하기로 했다. 사파리는 비슈노이(Vishnoi)족들의 마을을 둘러보는 것인데, 비슈노이 족이란 500년 전쯤 비슈노이라는 사람을 따라 친환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슈노이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은 살생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채식과 농사, 수공예를 하며 살아간다. 주 수입원은 농작물과 유제품 판매, 수공예품 판매, 그리고 사파리 수수료인 것 같다. 말은 빌리지 사파리지만, 사실은 빌리지 투어에 더 가까운 일정이었다.

  7시 반에 일어나서 지프차에 탑승하고 한시간 정도를 이동했다. 이제 한시간 이동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인도의 소 떼가 반갑게 맞아준다.

 처음 찾은 곳은 전통 방식으로 살아가는 집이었다. 흙으로 지은 가옥에 우물이 있고, 조그만한 방에서 가족들이 소랑 염소와 함께 살아간다.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 나름의 삶의 방식이니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미 사파리 투어 여행객들을 많이 만나봤는지 자연스럽게 구걸을...했다. 당연히 돈은 주지않았고, 펜이 있으면 하나 줬을텐데 펜도 없었다. 

 

여기서 버팔로 우유와 그 우유로 만든 짜이를 한 잔 마셨다. 버팔로 우유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우리가 먹으면 적응이 안되서 설사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이는 못 마셨다. 짜이값으로 돈을 좀 주고 나왔다. 

   다음은 사원을 갔다. 마하라자에게 희생된 비슈노이들을 기리는 곳이었다. 비슈노이들이 삶에서 아주 중요시하는 나무가 있는데, 마하라자가 그 나무들을 베려고 하자 몇몇 비슈노이들이 자기가 대신 죽겠다며 희생했다고 한다. 그렇게 죽어간 비슈노이들을 기리는 사원이라 마을 한가운데에 있을 줄 알았더니, 주변에 학교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좀 놀랐다. 사원 안에는 공작이 살았는데, 신기하긴 했지만 동물원 공작보다 색이 화려하진 않아서 아쉬웠다.

 

  인도 아이들은 카메라가 가는 곳마다 신기하게 따라온다.

  겨울이면 타지키스탄에서 온 철새로 가득하다는 호수도 잠시 들렀다. 그리고 가는 길에 가젤을 찾는다고 숲을 돌아다녔지만 한마리도 보지 못하고 소랑 염소만 잔뜩 봤다 ㅋㅋ

다음에 이동한 곳은 블럭 프린팅을 하는 곳. 다른 곳에서 면을 가져와 전통 방식으로 염색을하는 가게였다.

 이렇게 블럭을 이용해 염색을 하는데 그 방법이 독특하다. 예를 들어 파란 바탕에 빨간색 무늬를 놓고 싶다면 (아래 사진의 밑에 깔린 천의 무늬), 먼저 빨간색 염료를 블럭에 발라 면에 칠한다음 햇볕에 말린다. 그 다음 진흙을 블럭에 발라 그 위에 다시 칠하고, 그 면 전체를 파란 염료에 담가 염색하면 진흙부분만 염색이 안된다. 그 다음 물로 씻어내면 진흙이 씻겨나가면서 원하는 무늬가 나오는 것이다.

  직접 체험을 해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는 없었고, 가게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을 팔았지만 사지는 않았다. 천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면서 어떤 카스트의 여인이 어떤 옷을 입는지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목장일을 하는 카스트는 붉은색에 흰무늬, 목수 카스트는 보라색 이런식으로. 카스트라는 개념이 상하 계급 뿐만이 아니라 직업 구분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직업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하는데 남자에게는 이런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찾은 곳은 카펫을 만드는 가게. 이렇게 베틀같이 생긴 도구를 이용해 한땀한땀 카펫을 만든다. 카펫 하나를 만드는데 열흘도 넘게 걸린다고 한다. 실을 한 줄씩 수놓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건 직접 체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잠깐 만들어 봤다. 손에 착착 감기는게 재밌었지만 내가 오래 만지면 작업을 망칠 것 같은지 많이 시키진 않았다.


 

  그리고 역시 카펫 판매 시간을 가졌는데, 솔직히 말하면 수작업으로 만드는 방식이 인간의 노동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있으나 카펫의 질을 높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손으로 만들면 카펫 질은 몰라도 가격은 확실히 비싸지는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그 다음 이동한 곳은 토기 공예품 만드는 곳.

 우리나라랑 같은 방식으로 회전하는 판 위에 진흙을 놓고 손으로 모양을 만드는데, 단지 판을 돌릴때 처음에 막대기를 이용하고, 만드는 중에는 판을 돌리기 위해 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역시나 한번 체험해 보았지만,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 별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가네샤 상을 하나 살까 고민하다가 부딪히면 부서질 것 같아서 사진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12시. 네시간 정도 사파리를 했는데 500루피 낸 것 치곤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냥 근교에 다녀왔다는 것 정도.


 제일 맛있었던 메뉴인 치킨볶음면을 먹고, 숙소에서 잠시 버스를 기다린다.

  어느 장소나 그렇지만,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조드푸르에서는 숙소 주인가족들이 제일 정도 많이 들고 오래 생각날 것 같다. 시크한 표정으로 우리 숙소 홍보좀 해달라고 하던 주인아저씨, 귀찮은 표정으로 정성껏 요리해주던 사장님 아들, 밤에 물리 숙제 베끼다가 우리한테 걸린 ㅋㅋ 셋째, 항상 아침마다 나마스떼라고 인사하면 받아주시던 주인아주머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꼬맹이가 있다.

  주인집 막내인데, 첫날부터 내가 밥먹는데 와서 스파이더맨과 슈퍼맨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줄기차게 괴롭혔다. SPIDERMAN 이라고 혹시 내가 모를까봐 스파이더맨 철자를 하나하나 불러주지 않나, 유튜브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자기가 직접 주소를 치지를 않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아이였다. 그리고 크리쉬(Krrish)라는 인도버전 배트맨의 가면을 쓰고다니면서 자기가 크리쉬인 것처럼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그 다음부터 그 녀석의 이름은 크리쉬가 되었다.

학교에 갔다와도 지치지도 않고 계속 놀아달라고 돌아다닌다.

놀아달라는 표정 ㅋㅋㅋ 형들이랑 나이차이가 7살도 넘게 나서 형들이 잘 안놀아주니, 여행 온 사람들이랑 같이 노는 걸 즐기는 것 같았다. 우리가 떠날 때 되게 아쉬워했다.

 

 

크리쉬 포즈!

  가져온 책갈피를 하나 주고 고팔 게스트하우스를 떠나왔다. 이번엔 우등버스에 해당하는 A/C Volvo 버스를 타 보기로 했다.

역시 내가 조드뿌르 올 떄 타고온 버스와 달리 에어컨도 나오고 의자도 좋아서 아주 쾌적하다. 한가지 단점은 크랙션을 너무 많이 울려서 잠을 계속 깨웠다는 것. 시설은 우리나라 일반버스랑 똑같았는데, 그정도만 해도 인도에선 최고급 버스였다. 푸쉬카르는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아즈메르(Ajmer)라는 큰 도시에 가서 다시 시내버스를 탔다. 아즈메르는 큰 영화관과 아파트, 빌딩도 있는 인도에서 처음 본 현대적인(?) 도시였다. 푸쉬카르가는 시내버스는 30분정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들어갔고, 숙소에서 픽업을 나와 따라가서 체크인을 했다. 옥상에서 주변 풍경이 다 보인다고 했지만, 한밤중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냥 짐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아즈메르의 야경. 처음으로 도시적인 야경을 보았다.

내가 머물렀던 방. 역시 한방에 300루피로 나쁘지 않았다 (화장실도 있음)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