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첫날 & 둘째날 (9/3, 4)
9.5 인도 빠하르간즈 Namaskar 2층 11호에서 작성.
인도에서 이틀을 보내고 난 소감은..정말 정신없다. 무슨 느낌이냐면, 용산 전자상가나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니면 상인들이 계속 붙으면서 말을 걸고 살거 없냐고 물어보는데, 여긴 도시 전체가 큰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이다. 관광객만 지나가면 온갖 사기꾼, 장사꾼, 택시기사들이 들러붙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가이드북에서 인도를 복마전이라고 표현했는데, 딱 그 말이 맞다. 여행의 제일 중요한 원칙인 '아무도 믿지 말라'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 이런 혼란 속에서 인도 나름의 매력을 찾아보려고 한다.
인도 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에 도착한 건 12시쯤. Jet Airways 를 타고 왔는데, 저가항공인줄 알았더니 그냥 일반 항공사라서 서비스가 의외로 괜찮았다. 공항에 도착할때, 그리고 뉴델리 메트로역에 도착할 때 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기가 인도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시설이 좋다.
메트로 역 안에 인사하는 소녀 모형이 있다.
뉴델리역에 내려서 드디어 헬이 시작되는데... 내가 처음 맞이한 광경은 이렇다.
뉴델리 메트로역 출구로 나오면 뉴델리역을 들어가서 육교로 건너가야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즈에 닿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육교라는 것이 기차를 타기 위한 플랫폼으로 가는 길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내문에는 플랫폼으로 들어가야 반대편 출구로 나갈수 있다는 말 자체가 없어서..난 별도의 육교를 찾기 위해 역 안을 헤매고 다녔고, 역 호객꾼들은 이때다 싶어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면 숙소 예약증이 있어야 한다는 등, 티켓을 사야한다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서 정신없게 만들었다. ㅠㅠ 가이드북 안보고 왔으면 그대로 속을 뻔.. 플랫폼 들어갈 때 짐 검사를 하는데, 이것때문에 괜히 쫄아서 더 못들어간 것 같다..나중에 보니 짐검사는 어디서나 다 하던데 그것도 모르고.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역 티켓창구 사람에게 물어봐서 제대로 건너올 수 있었다.
빠하르간즈 들어와서도 내가 배낭을 매고 있으니 온갖 사람들이 달라붙어 자기네 숙소로 오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숙소를 찾아냈다. 두세군데 숙소를 비교해본 다음, Hotel Namaskar라는 곳으로 들어왔다. 에어컨 없는 방은 400루피(6500원)정도, 에어컨 있는방은 650루피(11000원) 정도 하는데, 난 에어컨 있는 방으로 했다. 주변 호텔들에 비하면 시설은 좀 안좋아서 싸다. 싱글룸이 편하긴 한데, 침대가 쓸데없이 크다. 싱글룸과 더블룸의 구별이 없어 난 2인실을 혼자 쓰고 있다. 둘이오면 숙박비가 반값이 되네 ..
어쨌든 짐을 풀고 한국식당인 인도방랑기에 가서 정보를 좀 얻고 유심도 개통했다. 심카드도 현지인한테 개통하면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분한테 부탁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가서 냉면도 한그릇 먹고, 자이살메르에서 숙소 운영하시는 가지 사장님도 만났다. 요새는 시즌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하신다.
숙소 돌아와서 빨래 맡기고, 너무 피곤해서 좀 자고일어났다.
저녁먹고 거리도 구경할 겸 밖으로 나왔다. 낮에는 습하고 더워서 정말 나와있기가 싫었는데,밤이 되니 시원하고 좋다.낮에는 그냥 밖에 다닐 생각을 안 하는게 좋은 것 같다. 거리 느낌은 여행자 거리라 그런지 카오산 로드랑 비슷한데, 조금더 넓고, 현지인들이 엄청나게 많다. 델리는 여행자들이 많긴 하지만, 그에 비해 현지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서..여행자 찾아보기가 의외로 힘들었다. 방콕엔 여행자들이 꽤 많았는데.
숙소 앞에 있는 유명한 만수네 짜이 집에서 짜이(차에 향신료와 설탕을 넣고 달인 것)을 한잔 마셨다. 달달하고 맛있다. 한잔에 10루피(170원). 그리고 배가 고파서 인도식 백반이라고 하는 탈리를 먹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현지인이 많이 먹고 있는 집이 있어서 용감하게 들어가 보았다.
메뉴판은 이렇게 생겼다. 파니르, 탄두리 난 등 몇개 익숙한 음식이 보인다. 여긴 수도라서 모든 지방의 음식들이 다 모여있다고 한다. 나는 60루피짜리 탈리랑 15루피 물을 주문.
이게 천원짜리 한 끼 식사다. Wow. 맛은 의외로 심심해서 놀랐다. 예전에 하이데라바드에서 먹었던 커리들은 향이 강했는데, 외국인 거리에 있어서 그런지 맛이 심심하다. 방콕갔을때 물가가 우리나라의 절반이라서 놀랐는데, 델리 오니 물가가 방콕의 절반인것 같아 한번 더 놀란다. 델리 밖으로 나가면 또 절반이 된다고 하니, 여기서 생활할 때 하루 만원이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첫날엔 숙소비도내고, 유심도 사고, 한식도 먹느라 돈이 생각보다 많이나갔다. 난 하루 예산을 3만원 정도로 잡고있는데, 아직까진 훨씬 초과..시간이 지날수록 적응되면 싸게 다닐수 있겠지?
(물 사진. 인도 물은 믿을수 없어 항상 생수를 사 마셔야 한다)
맛있는 탈리를 먹고 숙소앞 가게에서 라씨도 한잔 먹으니 하루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그리고 방 들어와서 정리하고 취침.
둘째날은 인도의 역사유적과 구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서 아침먹으려고 나왔다가 학교가는 학생들을 보았다.
(가방이 너무 커서 무거워보인다)
인도에서 먹는 아침은 특별한건 없는것 같고, 그냥 서양식이다. 짜이가 있다는게 좀 차이점. 아침을 먹고나서 집에서 좀 쉬고 메트로를 타고 두정거장 거리인 찬드니 촉으로 이동했다. 어제 고생했던 뉴델리역은 이제 가볍게 패스~
(메트로 노선도)
원래는 옛 왕궁이었던 레드 포트을 보고 큰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를 간 뒤 간디를 화장한 곳인 라즈가트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이클릭샤를 만나서 일정이 틀어지게 되었다. 내가 붉은성을 가기 위해 걸어가려고 하는데, 계속 사이클릭샤가 붙길래 물어봤더니 자기가 시장 투어도 시켜주고 자마마스지드도 데려가 준 다음 레드 포트까지 가주겠다고 한다. 좋은 루트인거 같아서 흔쾌히 올라탔는데.. 가격을 협상안하고 탄게 큰 잘못이었다. ㅠㅠ 일단 기분좋게 투어는 시작했다.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난 뒤에 앉아서 구경하고 사진만 찍으면 된다.
이런저런 사람이 많았고, 드디어 가다가 소님 발견. 인도에서 소는 길거리에서 방황만하는 줄 알았더니, 여기선 이렇게 노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소랑 다르게 엄청 말랐다..
분주한 시장을 둘러보고 다음으로는 큰 무슬림 사원은 자마 마스지드 (Jama Masjid)로 이동했다. 생각했던 대로 이슬람 사원은 터키에 있는게 훨씬 좋다. 블루모스크를 보고나니 이런 이슬람사원은 별로 감흥이없다..여행을 여러군데 다니게 되면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좋은 건 시간절약을 할 수 있다는 거고, 안 좋은 건 유적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어렵다는 것.
자마 마스지드에 카메라를 들고가면 300루피를 내야된다. 300루피씩이나 냈으니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야지 해서 사진을 몇 개 찍었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 둘을 만나 사진찍는걸 부탁했다. Hola, como estas? 라고만 해도 엄청 좋아한다. Mi estudio Espanol un poco 라고 되도않는 스페인어 써가면서 ㅋㅋ 얘기좀 했다.
그리고 아래 보이는 미나레트(첨탑)에 올라갈 수 있다길래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100루피. 1700원이라고 하면 무지 싸게 느껴지는데 100루피라고 하면 엄청 부담스럽다.
위에 올라가면 이런 모습. 사이클릭샤를 대기시켜놓고 나왔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여유롭게 둘러보진 못했다. 사실 별로 볼것도 없었다. 다시 내려와서 붉은 성으로 이동.
사이클릭샤가 레드 포트 앞 까지는 잘 데려다 주었으나, 돈을 줄 때 문제가 생겼다. 난 150~200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600을 달라는 것이었다! 거기서 흥정을 좀 했어야 되는데 마침 잔돈도 다 떨어지고 해서 그냥 600을 줘버렸다 ㅠㅠ 인도사람들이 사이클릭샤 빌려도 한 시간에 450이라는 말도안되는 얘기를 어쩔수없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부턴 꼭 타기전에 정하고 타야지.. 인도 적응 수업료라고 생각하자. 구경도 괜찮게 했으니.
아래 사진이 바로 무굴 제국의 궁전이었던 레드 포트, 즉 붉은 성이다. 붉은 벽돌로 지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고, 무굴제국이 멸망하면서 안에 있던 귀중품은 다 약탈당해서.. 귀중품은 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입구는 코끼리가 바로 성문으로 돌진하지 못하게 옆으로 들어가게 해 놓았다. 우리나라의 수원화성도 이렇게 되어있던가? 하여튼 우리나라의 어떤 성과 비슷하다.
관광객들이 참 많았는데, 삐끼들이 없어서 편했다. 안에서 인도사람만 보면 나한테 말 걸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안에서는 맘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입구. 입구부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소나기가 엄청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인도는 우기가 그치지 않아서, 평소에 엄청 습하다가 습기가 차면 소나기가 내리고, 소나기가 그치면 엄청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반복된다. 인도사람들은 비가오자 자연스럽게 실내로 피신. 우산 가지고온 사람은 나랑 여행자들밖에 없었다. 우산쓰고가면서 튀니지에서 치대를 다니는 여학생 셋을 만났는데, 두명은 프랑스 사람처럼 생겼고 한명은 아랍사람처럼 생겼다. 한국드라마 본다고 해서 잠깐 얘기하다가 비가 그쳐서 빠이빠이했다.
이 장소에 원래 보석으로 꾸며진 공작좌와 온갖 호화물품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비온 뒤의 건조한 날씨. 의자가 비온지 30분만에 다 말라있다.
다른나라의 왕궁과 비교하면 터키에서 봤던 왕궁이랑 제일 비슷한 것 같다. 벽돌을 흰색으로만 바꾸면 이스탄불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 태국보다 건물 사이의 공간이 넓어서 좋았다.
열두시쯤 나와서 찬드니 촉에 있는 유명한 잘라비집을 갔다. 찬드니 촉은 왕궁앞의 도로로, 델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 중 하나다. 사람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 비유하자면 평일 낮인데도 주말 저녁의 강남대로 정도로 많다. 잘라비는 인도 과자? 라는데 엄청 달다고 한다. 저렇게 기름에 바로 반죽을 부어서 만든다.
3분정도 기다리면 아래와 같은 과자가 된다.
실제 먹어보면 엄청 기름지고 달아서, 많이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맛있긴 맛있었다.
잘라비 하나로는 끼니가 안되기 때문에 사모사라는 빵과 라씨를 시켰다. 역시 만족스러운 맛! 잘라비와 사모사를 먹고 나서 길을 가다가 길거리 주스집을 발견해서 하나 사먹었다. 근데 먹고나서 생각해보니, 되도록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주스를 먹지 말라고 되어있던게 기억났다! 위생상 안 좋기 때문에 폭풍설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스는 심지어 찝찔한게 별로 맛도 없었다.
다음은 간디 박물관으로 이동. 사이클릭샤를 50루피에 구해서 갔다. 엄청 나이든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끌고가는게 괜히 죄송스럽더라. 팁으로 10루피 더 드렸다. 간디 박물관 전에 간디를 화장한 라즈 가트(Raj Ghat)를 가려고 했는데, 왠일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ㅠㅠ 그래서 어쩔수 없이 근처의 간디 박물관으로 갔다. 여기선 간디와 관련된 물품과 사진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입구
실제로 간디가 사용했던 지팡이
간디의 일대기가 사진으로 정리되어 있다.
볼게 많이 없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화려한 박물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도에서 간디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후회할 만한 방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토릭샤를 타고 코넛 플레이스로 이동. 여긴 신시가지에 있는 큰 쇼핑몰인데, 가운데공원을 중심으로 상점들이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온갖 유명 브랜드 들이 가득하다. 백화점처럼 한 건물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들이 다 따로 되어있다. 혼자다니니 은근히 릭샤돈이 많이 들어간다. 되도록이면 걸어서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난 쇼핑엔 관심이 없었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다. 밀크쉐이크가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이름이 케벤터즈에서 쉐이크 스퀘어로 바뀌어서 찾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사람들이 앞에 바글바글해서 이곳이구나 하고 알수 있었다.
명성대로 밀크쉐이크랑 샌드위치의 맛이 훌륭하다. 쉐이크 50루피(850원), 피자샌드위치40루피(700원) 생각할 수록 놀라운 가격이다. 코넛 플레이스는 번화가답게 호객꾼들이 많다. 자꾸 Hello? Where are you from? Where are you going? 하고 자꾸 물어보는데, 대답을 하면 자꾸 달라붙어서 이상한 데로 데려가려고 한다. 그런데 무시하는 것도 스트레스고, 대답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 가뜩이나 더운데 땀에 쩔어서 다녔다.
여긴 코넛 플레이스 가운데 있는 센트럴 파크. 이 더운 날씨에서도 커플들이 삼삼오오 애정행각을 하고 있다. -3-
코넛플레이스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순간, 방심한 나머지 현지인에게 한번 당하고 말았다. 돈은 안 잃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한 경험이었다. 센트럴파크에서 메트로로 가는데 길을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어디 가냐고 물어봐서 메트로 타러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길을 안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그 사람이 나보고 어디사냐, 직업은 뭐고 전공이 뭔지 물어보길래 귀찮아서 이것저것 답해줬다. 그랬더니 자기도 Government Officer라고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래서 믿고 따라갔는데, 이 사람이 신분증을 위조한 건지, 아니면 부패한 관료인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멍청하게도 그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어서 잠깐 시간되면 같이 얘기나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좋은 곳을 안다며 어디론가 데려가더니, 나를 여행사 사무소로 데리고 갔다.. 이때부터 아차싶어서 정신 똑바로 차리기 시작했다. 사실 안들어가도 되었는데 괜한 호기심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보자'하고 들어간 것도 있다. 안에서 직원이 자꾸 나보고 니가 가는 숙소 안좋다고, 버스예약하라고 자꾸 부추기길래 단호히 생각없다고 했다. 내가 바싹 긴장하고 있으니 긴장풀라고 농담도 시키고 했는데, 받아치진 않았다. 마지막에 나올 때만 내가 돈은 안털렸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하고 농담을 받아줬다.
멘탈이 너덜너덜해 진 상태로 빠하르간즈에 오니 다섯시. 메트로에는 왜 이렇게 또 사람이 많은지.. 메트로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오더니 내 헤나를 보고 너무 멋있다고 어디서 했냐고 물어보고, 사진까지 찍어갔다. -.- 내 헤나를 맘에 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얘네만 아니라 빠하르간즈에서도 헤나 괜찮다는 말 많이 들었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그냥 말 붙여보려고 하는 사기꾼이겠지만.. 그래도 얘네는 이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서 같이 이렇게 사진도 찍었다. 그냥 타투를 좋아하는 애들 같다.
빠하르간즈에 도착해서, 이제는 안심했다 싶어서 방심했더니 바로 숙소앞 골목에서 또 바가지를 쓰고 말았다. ㅠㅠ 지금 생각해도 수법이 참 교묘하다. 처음엔 날 부르더니 잠깐 앉아서 얘기만 하자고 한다. 자기는 바라나시에서 왔고 마날리로 갈 것이라면서 인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주면서 같이 먹잔다. 현지인이 주는 건 절대 먹지말라고 해서 안먹는다고 했더니, 자기가 먼저 먹는걸 보여주길래 그냥 한 입같이 먹었다. 여기까지는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외국인과 인사하는 걸 보고서 "아 얘는 여기 사람들이랑 친한가보다"라고 생각해서 그만 마음을 놓고 말았다.
그래서 나보고 그렇게 입고다니면 인도사람같이 안 보이니까 인도 옷을 사야된다고 했다. 뭐 틀린말은 아니니까 그냥 듣고 있었다. 그 다음 여기 빠하르간즈 옷들은 별로 안좋으니 자기가 아는 형네 집에서 옷을 사자고 한다. Good Quality를 연발하며 꼭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지금생각해보면 참 멍청하다 ㅠㅠ 물건을 사려면 이것저것 알아보고 사는게 기본인데..자기가 옷 골라준 다른외국사람 사진까지 보여주길래 믿어버렸다. 구석으로 데려가길래 바짝 쫄아있었는데 의외로 옷 색깔이 맘에 들어서 입어보고 얼만지 물어봤다. 난 300정도에 사려고했는데 2000이라고 해서 말도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1500에 주겠다고 했지만, 난 최대한 해도 1000이상은 살 생각이 없어서 1000이 내 maximum budget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어쩔수 없는 척 1000에 주겠다고 해서 1000에 샀다. 그러나 호텔 주인한테 물어보니 그런 옷은 500이면 충분하다고...ㅠㅠ
이미 사버렸으니 잘 입고다니긴 해야겠지만 너무 아깝다. 예상보다 너무 과소비를 하고 있다.
집에오니 5시반. 망가진 멘탈을 집에서 추스르고 인도영화를 보러갔다..
가는 길에 맛있는 망고라씨 하나 사먹고 영화관에 도착. 40루피밖에 안 한다. 겉모습은 우리나라 70년대 영화관이랑 똑같다. 영화관이 2층이나 되어서 생각보다 컸는데, 의자는 전혀 관리가 안되있고 더러웠다.
내가 본 영화는 이상한 힌디어 이름을 가진 영화여서 이름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줄거리는 꽤 재밌었다. 영화시작할때 남자랑 여자가 길을 가다가 부딪히는데 갑자기 즉석에서 사랑에 빠진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남자가 여자의 친구한테 집적대는 것을 보고(사실은 오해였다) 여자가 삐지자 남자가 위로해준다. 그 다음 악당으로 비행기 납치범이 등장하는데, 알고보니 비행기 납치이 여자주인공을 좋아했다 ㅋㅋㅋ 여자주인공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자 남자주인공이 혼자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총도 안맞고 악당들을 다 쓰러트린다. 그리고 악당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 남자주인공을 죽이려 하지만 여자주인공을 좋아하는 비행기 납치범의 변심으로 주인공 커플이 이겨서 해피엔딩이 된다.
이렇게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이 휘파람 불면서 춤을 춘다. ㅋㅋ
정말 싸구려 3류영화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지만, 이것이 인도영화구나 하고 볼만은 했다. 왜냐하면 영화의 핵심은 줄거리보다 사이사이에 나오는 춤과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도사람들이 단체로 춤추고 노래부르는 것을 기대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몇명 없었고, 아저씨 한 명만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춤을 췄다. 나중에 사람많을 때 다시한번 봐야겠다. 영화 중간에 쉬는시간이 5분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영화가 끝나고 인도방랑기 사장님이 추천해준 탈리집을 갔다. 힌디어로만 메뉴가 써져있는 걸 보니 정말 현지인만 찾는 집인 것 같았는데, 60루피짜리 탈리가 정말 말도안되게 훌륭하게 나왔다. 맛도 매콤한게 딱 한국인 스타일. 옆에 앉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길래 몇 마디 주고받았지만 영어로 대화가 안되어서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혼자는 못다니겠다 싶어 한국인식당에 가서 일행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도방랑기에는 이미 사람이 없었고, 그 대신 쉼터에서 한국인 한명과 일본인 한명을 만났다. 둘다 인도 경험이 있어서 유용한 정보들을 들었지만, 이미 델리를 많이 다녀봐서 내일 같이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두명 다 나한테 북쪽 지역을 가라고 강력하게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네팔을 포기하고 대신 마날리-다람살라-쉼라쪽을 갈까 고민중이다.
다음날 아침에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오늘 일정 끝. 첫날 부탁한 빨래가 왔는데 전체가 합쳐서 20루피인줄 알았는데 one piece 20 rupee라고 180루피를 달란다.. -_- 끝까지 바가지네. 앞으로 손빨래해야지
정말 다이나믹한 인도에서의 첫날이었다. 오늘 느낀 건, 사람을 믿으면 정말 안된다는 것. 착한 현지인을 만나서 인도에 대해 정말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은게 여행자의 마음이지만, 그런 현지인을 만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렇다고 아예 현지인들과 대화를 끊자니 그것도 아쉽고.. 내 생각엔 대화는 하고 싶은 때 하고 이상한 쪽으로 가려고 하면 과감히 끊어내야 할 것 같다. 난 과감하게 잘 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쉽지 않았다. 오늘은 수련했다고 생각하고 내일부터는 좀 잘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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