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2014. 9. 5. 17:16

인도여행 셋째날. 9월 5일

9월 5일 오후 Namaskar 호텔 2층 12호에서 작성

9월 7일 오전 Jaisarmer 행 야간열차에서 수정

  여행이란 세계를 잘게 나누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기 전 지도를 보면 큰 덩어리 몇개로만 보인다. 세계지도를 본다면 유럽·아시아·아프리카·북미·남미같이 큰 대륙 위주로 보이고, 좀더 자세히 보아도 유럽은 서유럽·동유럽·북유럽, 아시아는 동아시아·동남아·남아시아·중동 이렇게만 보일 것이다다. 하지만 여행을 할 수록 같은 지역이라도 나라마다 그 특색이 다르고, 같은 나라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고, 같은 도시라도 구역마다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게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인도에 오기 전엔 인도가 한 나라라는 것 때문에 인도 전체가 비슷비슷할 것이라는 미련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다니는 사람을 하나둘씩 만나고, 정보를 모으면서 인도가 명목상은 한 나라이지만 사실 몇개 나라를 합쳐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쪽 라자스탄주, 북쪽 펀잡주, 델리, 델리 동쪽의 바라나시, 동부 지역, 남부 지역 각각 다른 나라인 것처럼 자연풍광, 사람, 음식, 문화양식들이 다르다. 그리고 직접 다녀보면 또 같은 주 내에서도 도시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오전에 일어나긴 빨리 일어났지만, 아침약속이 10시라 블로그 글좀 쓰고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빨리빨리 돌아다니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어제 그렇게 했으니 오늘은 좀 여유롭게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은 Indian Cafe라는 건물 옥상에 있는 카페에서 130루피를 주고 먹었다. 점심저녁보다 아침을 더 비싸게 주고 먹는것같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숙소로비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 한명(역시 스페인어를 쓰니 엄청 좋아했다), 아침먹다가 만난 프랑스 사람과 일본 사람 두명 해서 세명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스페인 사람은 짐이 비행기에서 아직 안와서 바라나시에 가서 받을 거라 했고, 일본사람은 도쿄에서 와서 10일동안 몇군데 도시를 여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이 제일 특이했는데, 난 처음에 그사람이 왔을때 현지 사람인줄 알고 합장을 했을 정도로 현지화가 잘 되어있었다. 민소매옷을 보고서야 현지사람이 아니구나..했을 정도. 이 40대정도로 보이는 여자분은 예전에 9년동안 인도에서 살았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6개월째 다니는 중이라고한다. 엄청난 포스.. 얘기를 많이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렇게 인도에는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북쪽에 가면 히피들이 엄청 많다는 얘기도 들었고, 이스라엘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군복무를 마치면 6개월정도 국가에서 휴가를 보내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마리화나랑 물담배를 하러..인도로 모여든다고 한다.

  아침은 어제 만났던 한국사람, 일본사람과 같이 먹었다. 한국에서 온 나랑 동갑인 이성용 씨는 작년에 인도 왔다가 올해 다시 오셨고, 북쪽 지역인 레·라다크·다람살라·마날리 를 적극 추천해 주셨다. 나보다 하루먼저 자이살메르로 떠나시기 때문에 아마 또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온 유키는 외국어대학에서 힌디어와 인도경제문화를 전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벌써 인도는 5번째 여행이고, 첫번째는 수도권, 두번째는 동쪽, 세번째는 북쪽, 네번째는 서쪽 이렇게 다니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남부 도시들을 다녀왔다고 한다. 유키는 한국인 식당에 신라면을 먹으러왔다가(ㅋㅋㅋ) 이성용 씨를 만났고 마침 내가 어젯밤에 그 식당에 가서 셋이 만나게 된 것이다. 인도와 일본,한국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이렇게 오전에 갖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두 분의 조언을 받아 에어컨있는 방에서 에어컨없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옮기고 보니 굳이 에어컨이 없어도 선풍기가 있기 때문에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 650루피 방에서 400루피(6400원) 하는 방으로 옮겼다. 인도에 적응할수록 생활비가 점점 줄어들것 같다.

 

집에와서 블로그까지 쓰고 편하게 나갔다. 나가다 보니 또 배가 고파서 카트만두 식당이라는 곳에 들어가 카레랑 밥을 먹었다. 인도 음식이 고기가 별로 없고 거의 다 채식 위주라, 먹으면 소화가 금방 되어서 자꾸 먹게 된다. 카트만두 식당에선 팔릭 파니르 (시금치 카레)를 시켰다. 인도에선 카레라는 메뉴가 없고 재료 이름만 나와있어서, 그걸 시키면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카레가 나온다. 예를 들어서 팔릭 파니르라고 하면 팔릭(시금치)와 파니르(치즈의 한 종류)가 들어간 카레를 말하는 셈이다. 카트만두 카페에서는 레(Leh)에 가는 한국인 한 명과 일본인 세 명을 만났다. 레에 가려고 비행기를 예매했는데 계속 천둥번개가 계속 쳐서 이틀째 캔슬되었다는데..지금쯤은 레에 잘 도착하셨기를 바란다.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계속 그쪽으로 갈지 안 갈지 고민이 된다.

점심을 먹고 꾸뜹 미나르를 갈 지 인디아게이트와 후마윤 무덤을 갈지 고민하다가 날씨가 선선하니 좋아서 인디아게이트를 먼저 가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인디아게이트쪽은 햇볕을 피할 데가 없기 때문에 더운 날에는 가지 말라고 되어 있었기 떄문인데,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 되었다. 인디아게이트를 가려면 Central Secretariat 이라는 정부관공서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내려 1.5km정도를 걸어가야한다. 코넛 플레이스, 센트럴 세크리태리엇, 인디아게이트가 정확히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뉴델리는 계획도시라 그런지 이렇게 정확한 대칭에서 오는 조형미가 볼 만 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많은 인도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인도 다른지역에서 델리로 관광 온 것 같았다.

 

 

 

 

 

점점 인디아게이트에 가까이 접근.

.

 

 

가까이 가보니 정말 웅장하다. 인디아게이트는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으로 참전해 전사한 인도인들의 위령탑? 같은 것인데, 85천여명의 이름이 벽 전체에 새겨져 있다. 인도인들은 영국이 전쟁에 참여하면 독립시켜준다고 해서 참전한 것인데,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인디아게이트는 인도의 슬픈 역사를 담게 되었다. 인도 사람들은 영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일본에게 40년정도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독립 이후에 우리 문화를 비교적 쉽게 찾아올 수 있었지만, 인도나 남미처럼 200년 이상 지배를 받아온 나라들은 지배국가의 유산이 너무 깊게 남아있어 빠져 나오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인디아게이트에서 셀카봉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더니, 사람들이 다들 신기해한다. ㅋㅋ 어떤 아이는 어디서 샀냐, 얼마나 샀냐 하면서 유창한 영어로 물어봤다. 영어를 잘 하는 걸 보니 교육을 많이 받은 부잣집 아이인가보다 해서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참고로 인도에서는 고등교육을 잘 받아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수준에 따라 그 사람의 교육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인디아게이트 구경을 마치고 원래 국립박물관을 가려고 했지만 다섯 시까지만 한다고 해서 다음에 오기로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올걸..그래서 뿌라나 낄라라는 또다른 옛 왕궁으로 갔다. 이제 되도록 릭샤는 안타고 1km정도의 짧은 거리는 걸어다니기로 했다. 이 곳은 붉은 성보다 규모도 작고 덜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나 혼자였다. 붉은 성처럼 건물들 간의 거리가 넓고 정원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족을 만나 같이 사진도 찍었다. 나랑 사진을 찍자고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수줍어하시는 데다가 가족끼리 왔으니 사기꾼은 아니어 보였다. 외국인이라서 신기해서 사진을 찍은 걸까? 이유는 안 물어봤지만 재미나게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간 장소는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마윤의 무덤. 무굴제국의 왕 후마윤이 죽은 뒤 부인과 아들이 완성했다고 하는데, 타지마할의 모델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타지마할에서 보이는 완벽한 대칭성, 아름다운 정원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일몰 때 가면 좋다고 해서 해 지는 시간 맞추어서 갔다.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 사람은 대칭으로 생긴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완벽한 좌우대칭이나 상하대칭을 만나게 되면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낀다고 한다. 후마윤의 무덤에 와서 이 문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정사각형인 정원 안에 정사각형인 건물이 있고, 정원은 또한 여러 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누어져 우기에는 정원 사이로 물이 흐른다. 위에서 보면 큰 바둑판같이 보일 것이다. 무덤이 있는 건물 또한 사각형이고, 안에 들어가면 무덤이 있는 부분은 완벽한 정팔각형으로 되어있고, 돔 또한 정확한 반구형이라고 하는데, 300년도 전에 이런 양식을 생각하고 실제로 만들었다는 것이 참 대단했다.

 

 

 

 

 

 

 

 

 

7시쯤 해가 져서 일몰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지니 걸어가기는 무서워서 오토릭샤를 타고 인디아게이트까지 가자고 했다. 인다이게이트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생각해보니 사진 몇장만 찍으면 될 것 같아 릭샤왈라(왈라는 ~~하는 사람이란 뜻)에게 인디아게이트에서 사진만 찍고 코넛플레이스로 가달라고 했다. 이제 릭샤 시세도 감 잡았기 때문에 무리없이 흥정할 수 있었다. 인디아게이트에서 사진 몇장 찍고 코넛플레이스로 갔는데, 재밌는건 이 릭샤왈라가 코넛플레이스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ㅋㅋㅋ 난 분명히 G block으로 가 달라고 했는데 자꾸 이상한 데로 돌길래 내가 직접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려줬다. ^^

 

 

 

코넛플레이스로 가서 유명한 남인도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Dosai라는 음식이었는데, 난 인도버전의 크레페라고 해서 프랑스에서처럼 작은 사이즈일줄 알았다. 그래서 두개를 시킬까 하다가 하나만 시켰는데.. 이런 게 나왔다.

 

 

 

인도에서 본 음식중에 가장 훌륭한 비쥬얼이었다. 큰 도사이 안에는 감자샐러드 같은게 들어있고, 앞의 카레소스는 왼쪽부터 양파, 칠리, 고수나물, 코코넛이다. 도사이를 조금씩 잘라서 원하는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양파 칠리소스는 맛있었는데 오른쪽 두개는 너무 밋밋했다.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어제 먹었던 밀크쉐이크를 또 먹고싶어서 다시 쉐이크 스퀘어로 갔다. 이번엔 망고쉐이크를 먹었는데, 역시 맛있음.

 

그리고 메트로를 타고 숙소로 왔다. 이상하게 많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몸이 나른하고 피곤해서 일찍 잤다. 하지만 이게 안 좋은 징조일 줄이야..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