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2014. 9. 23. 14:55

 

9.15 인도여행 13일 째 in 푸쉬카르

 

9.18 아침 반디구리 Akash 집에서 작성

 

9.19 낮 자이푸르 Akash 집에서 수정

 

처음에 인도에 올 때는 현지 사람과 이렇게 깊은 관계를 맺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운 좋게도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오늘 자이푸르로 떠날 지 내일 떠날 지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루 더 남아있었던 게 잘한 결정이었다.

 

 

아침에 다시 바나나 무슬리를 먹고 (여기서 먹을 만 한 건 이것밖에 없다) 영섭이네랑 작별을 했다. 영섭이네는 오늘 밤기차를 타고 델리로 가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밤 한국으로 떠난다. 영섭이는 이제 일주일 뒤면 군대로 가는데잘 다녀오길ㅠㅠ

 

원래 내 계획은 어제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잉여롭게 블로그나 쓰다가 저녁쯤에 석양을 보러 나가는 것이었다. 푸쉬카르가 그렇게 석양이 예쁘다고 하는데, 첫날은 밥 먹느라 못보고 어제는 요리강좌 듣느라 못 봐서 오늘은 꼭 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방에서 블로그를 쓰고있는데..갑자기 Akash한테 전화가 왔다. 놀러가자고 ㅋㅋ 솔직히 나가기 진짜 귀찮았는데, 그래도 왠지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아카시의 바이크를 타고 아카시와 사랍이 머물고 있는 친구네 집을 갔다. 원래는 푸쉬카르 시내에서 주스나 마시면서 노닥거리려고 했는데 아카시가 타투해줄 손님이 있다면서 친구네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먼저 집이 아닌 친구네 사무실(?)로 갔다. 이 친구는 이름이 Rahul인데, 23살인데 10명도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페인트회사 사장이다. 페인트회사도 하고 공예품도 팔고 비단도 만드는 데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 같다. 인도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스럽게 장사도 하고 돈도 버는구나..싶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건 12시쯤이었기 때문에 다들 더워서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얘가 영어를 잘 못해서 (영어를 해도 발음이 이상해서 내가 못 알아듣는다) 사랍이 통역을 해 주었고, 처음에는 장사에 관한 애기를 했다. 한국에서 인도 공예품이 얼마나 알려져 있냐, 사람들이 인도 상품에 대해 관심이 많냐 등등물어봤는데 솔직히 인도 상품은 캐시미어 숄밖에 몰라서(캐시미어가 인도에서 직접 나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Made in China는 많은데 Made in India는 별로 없다고 얼버무려 말해주었다.

  그러다가 정치 얘기로 넘어왔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는 BJP(Bharatiya Janta Party, 인도의 현재 집권당)의 열성 당원이었다. 내가 BJP나 모디, 간디 패밀리 같이 인도 정치에 대해서 아는 걸 말해줬더니 엄청 놀라면서 갑자기 엄청 친절해졌다. 자기 말로는 원래는 비즈니스맨이었는데 Now we become real friend라고 ㅋㅋㅋ. 인도의 독특한 점은 학생 때부터 마치 보이스카웃이나 아람단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마다 정당과 연계된 학생단체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단체에 들어가는 것이 미래의 리더로 키워지기 위한 첫 단계? 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로 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학교마다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셈이다. Rahul BJP산하 학생단체인 RSS에 가입해서 쭉 활동을 해 오고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도 계속 BJP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쩄든 기분이 좋아진 Rahul 덕분에 Rahul네 집으로 가서 부모님이랑 가족들도 만나고 밥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Rahul네 집

 

아카시는 타투를 하느라 바쁘다 

 

 

집에서 먹은 짜파티와 커리

 

밥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와서 사랍이 영화를 옮겨준다고 해서 영화를 받고 좀 노닥거렸다. . 토렌트에서 받는 영화가 1.5 TB나 있었지만 용량이 부족해서 인도의 국민배우인 샤룩 칸이 나온 영화만 몇 개 받아왔다. 예전에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를 본 다음에 샤룩 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몇 개 더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받고 있는데 영섭이한테 연락이 왔다. 아즈메르에 가긴 했는데 할게 없어서 밤기차 타기 전까지 다시 우리랑 놀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즈메르에 영섭이를 데리러 갈 수는 없어서 영섭이보고 버스타고 푸쉬카르로 오라고 했고, 그래서 다시 극적인 상봉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아카시도 타투가 끝나서, Rahul한테 인사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점심먹을 겸 파스타집을 갔는데, 이상하게 한국사람이 많이 보였다. 내가 간 집에도 한국사람이 네명 있었고 길거리에서도 10명정도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파스타 집에 있던 한국 어르신께 물어보니 같이 패키지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랑 코스가 비슷해서 앞으로 몇 번 만날지도..?

 

 파스타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체스판이 있어서 체스를 시작했다. 아카시는 갑자기 체스판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는데, 영섭이랑 하는 걸 보니 실력이 꽤 되는 것 같았다. 영섭이는 처참하게 지고나랑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체스를 잘 해서 깜짝 놀랐다. 체스 같은 게임이랑은 거리가 멀어보였는데..지고 말았다. 체스 잘 안 지는데..ㅋㅋ좀 분했지만 나보다 확실히 한 수 위의 실력인 것이 분명했다. 물어보니 아카시네 아버지가 체스 고수라서 틈만 나면 집에서 아버지나 컴퓨터랑 체스를 한다고 했다.

 

파스타 먹으러 왔지만 파스타는 맛이 없었고 체스만 열심히 한 셈이 되었다. 다 먹고나니 네시쯤 되어서 잠시 집에 가서 씻고 쉬다가 저녁때 석양을 보러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영섭이는 이미 체크아웃 한 뒤라 내 방에서 같이 쉬면서 이런저런 얘기 좀 했다. 자세한 얘기는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생략

날씨가 시원해진 다음 석양이 잘 보이는 자이뿌르 가트로 갔다. 원래는 자이뿌르 가트 앞에 있는 선셋 카페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점심을 늦게 먹어서 저녁을 바로 먹을 순 없었고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서 놀았다.  

 

 

 

 

 

가트는 사람도 별로 없고 구경하러 온 여행자들만 있어서 아주 평화로웠다. 해 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도의 카스트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했다. 주된 질문은 카스트가 지금도 심각하냐, 다른 카스트끼리는 결혼도 못 한다던데 정말이냐, 이런 것들 이었는데, 아카시와 사랍 말론 Bullshit이라면서 ㅋㅋ 그건 80년대 얘기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물론 카스트에 대한 자부심으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고, 결혼에 관해서도 다른 카스트랑 결혼하거나 심지어 국제결혼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카시랑 사랍이 계속 강조한 것은 인도에는 Standard life가 없고 각자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도에는 12.5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을 일반화하려는 시도는 의미 없는 것이라고.

가트 앞의 가네샤 상

해가 지고 나서 저녁과 술을 먹으러 갔다. 첫날 갔던 바에서 칠리 치킨을 시켰는데, 우리나라 양념치킨이랑 비슷한 맛이라 영섭이랑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치맥을 먹었다. ㅠㅠ얼마만에 배부르게 먹는 고기인지.. 고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고기를 안 먹는 사랍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지..고기 맛을 아직 몰라서 그러는 것이 틀림없다. 바에서는 인도의 음악방송을 보면서 가수에 대한 얘기를 했다. 아카시와 사랍은 요요 허니 싱(yoyo honey singh)이라는 힙합과 인도뽕짝이 반반씩 섞인 음악을 하는 가수를 엄청 좋아한다. 지금까지 인도 고전음악?만 들어서 그런지 인도의 트렌디한 음악들은 꽤 세련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듣는 팝송 70%에 인도느낌(특이한 박자, 콧소리 등) 30%쯤 섞인 음악들이었다. 아카시와 사랍이 자꾸 어떤 가수가 제일 예쁘냐, 저 사람은 어떠냐 물어봤는데 별로 예쁜사람이 없어서답해주기가 좀 민망했다.

바에 좀 오래 있으려고 했는데, 옆자리에 취객이 자꾸 우리보고 외국인을 왜 데리고 왔냐,어느 나라냐 시비를 걸어서 그냥 나왔다. 체스를 한 판 하고 (낮의 복수를 하려고 했지만 또 졌다..) 영섭이를 보내야 해서 같이 아즈메르로 가기로 했다. 아즈메르와 푸쉬카르는 작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30분정도 산을 넘어가야 했는데, 산 꼭대기에서 보는 아즈메르의 야경이 멋져서 중간에 잠시 내려 풍경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감상했다.

 

바이크를 처음 탈 때에는 좀 무서웠는데, 그냥 자전거를 빨리 타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고, 머리 망가지고 약간 정신 없는 것만 빼면 즐길 만 했다.

 

아즈메르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역 앞에서 짜이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얘네는 진짜 짜이를 하루에 몇 잔을 먹는 건지.. 푸쉬카르에서 아즈메르 올 때만 해도 출발하기 전에 한 잔, 중간에 휴게소에서 두 잔, 역 앞에서 한 잔, 벌써 네 잔 째다. 난 한두잔은 먹겠는데 너무 달아서 많이는 안 먹었다.

  역 앞에선 연애얘기를 했다. 아카시와 사랍은 딱 빅뱅이론에 나오는 하워드와 라지랑 똑같았다. ㅋㅋㅋ 차이가 있다면 아카시는 하워드보다 여자를 훨씬 잘 만나고 사랍은 여자 앞에서도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아카시는 여자친구가 푸쉬카르에도 있고, 고향집에도 있고, 자이푸르에도 있다. 아카시 말로는 자기는 관심있는 여자가 있으면 Just go and talk 한다고 했다. ㅋㅋㅋ 솔직히 아카시 외모가 잘생긴 편은 아닌데 자신감이랑 말빨, 스타일(패션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이 먹히는 듯.

사랍은 모쏠이었다. 자기 말로는 인생의 참된 사랑을 찾지 못해 여자친구를 아직 못 만나고 있다고 내 생각엔 그냥 쑥맥이다. 더 웃긴 건, 사랍이 True Love를 찾기 위해 하는 것은온라인 화상채팅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인도 사람이 아닌 외국여자랑 ㅋㅋㅋㅋㅋ 사랍이 자기는 눈 뚜렷하고 피부 하얗고 얼굴이 갸름한 서양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그 중 러시아 여자가 제일이란다. 사랍을 처음 만났을 때 국제정치에 관심도 많고 다른 외국어도 잘 해서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외국여자랑 대화하기 위해 공부한 것이었다.. 사랑은 참 위대하구나. 사랍은 터키여자랑 만나면서 터키의 역사, 지리 공부를 했고 스페인 여자와 얘기하기 위해 스페인어도 배웠고, 러시아 여자랑 만나기 위해 러시아 SNS에도 가입했다. ㅋㅋㅋㅋ 진지하게 러시아로 여행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는데, 웃기면서도 뭔가 안쓰럽지만 이상한..묘한 느낌이었다. 빅뱅이론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라지를 보는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 것이다..난 인도에서 라제쉬를 실제로 만났다.

 

아즈메르의 야경

 새벽 한 시쯤 영섭이네 기차타는 걸 배웅해주고 다시 아즈메르로 돌아왔다. 밤이라 날씨가 약간 쌀쌀한 것이 좋았다. 오면서 짜이를 또 한잔 하고 ㅋㅋㅋ 두시쯤 오자마자 피곤해서 곯아떨어졌다.

 

역시 여행의 최고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