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2014. 9. 17. 03:24

9.14 인도여행 12일차 in 푸쉬카르

9.22 밤 바라나시 레바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작성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푸쉬카르 일지를 쓰는 건 일주일동안 와이파이가 너무 느린데만 있어서 그렇다.. 도저히 사진이 올라가질 않아 오프라인으로만 쓰다가 바라나시와서 좀 쓸만한 와이파이 존에 왔다. 그럼 다시 연재 시작~

 

 전날 일찍 잔 데다가 낯선 데서 자는 바람에 이상하게도 새벽 다섯시에 눈이 떠졌다. 계속 잘까 하다가 시바뜨리 사원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해서 한번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 시바뜨리 사원은 창조주 브라마의 부인인 시바뜨리를 모신 사원으로, 브라마 사원이 시내에 있는 것과 달리, 약간 떨어진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시바뜨리 사원까지는 도보 30분 정도였는데 길이 간단해서 어두워도 길을 잃을 것 같진 않았다.

 

 일출 전의 푸쉬카르는 참 고요했다.


 한 사원은 이 시간에도 문을 열고 있었다. 24시간인지 아니면 아침일찍 문을 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이 사원까지 올라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불빛을 볼 때는 아름다웠지만 저걸 따라 언덕을 올라갈 생각을 하니 왠지 불안해진다.. 

슬슬 동이 트고.

언덕 올라가기 전인 사원 입구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에는 시바뜨리 사원까지 30분이라고 되어있는데, 입구까지 30분이었나..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ㅠㅠ 언덕이 가파른데 돌아가는 길은 없고, 능선을 따라 바로 올라가야했다.  

언덕 중간에서 쉬면서 바라본 푸쉬카르의 새벽 풍경. 가운데 호수가 있는 부분이 푸쉬카르 시내이다.

정상에 거의 다 오자 꼭대기 사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사원 바로 아래에서 찍은 사진. 이 풍경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이걸 보러 푸쉬카르에 왔구나!' 였다. 정말 사진으로 보는 건 반의 반도 안 되고, 실제로 보면 산과 호수, 숲, 몽환적인 안개, 새소리가 어우러져서 질리지 않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드디어 사원에 도착. 서너번 쉬면서 30분정도 올라왔는데, 오랜만에 등산하려니 진짜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ㅠㅠ 그리고 물도 안가지고 그냥 올라와서 목이 너무 말랐지만, 설사할까봐 물이 바로앞에 있는데도 약수물을 먹을 수가 없어서 두배로 고통이었다..

사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한 건 바로 Hill Top Cafe. 커피랑 물을 판다고 써있었는데 문을 열지 않아...희망고문이었다 ㅠㅠ

일요일인데도 오늘 내가 제일 먼저 올라온 것 같았다.

사원 앞을 지키고 있는 개들. 얘네가 날 자꾸 쫒아내려 해서 들어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안개가 걷히면 정말 숨막히는 광경이 펼쳐질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안개와 구름때문에 제대로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ㅠㅠ

이 두 인도사람은 사원 올라오는 길에 만났는데, 처음에 신나게 뛰어올라가면서 나를보고 비웃다가 나중에 체력이 방전되서 ㅋㅋㅋ 나보다 10분은 늦게 올라왔다. 푸쉬카르 주민이라는 데, 자주 여기 와서 풍경을 감상한다고 한다.

 

20분정도 쉬다가 7시가 되자 사원에서 아침 예배를 알리는 요란한 종이 울렸다. 난 뭔지도 몰랐는데 같이 올라온 친구들이 Dont miss it 이라고 해서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의식은 별 특별함 없이 일반 힌두 사원처럼 진행되었지만, 사원이 떠나가도록 울리는 종소리가 귓가에 오래 남았다 (나중에 동영상 첨부되면 올리겠음) 사진은 찍었는데 사제가 지우라고 해서 ㅠㅠ 남아있지 않다.

  다시 밖에 나와서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안개와 구름이 없을 때 완벽한 푸쉬카르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해가 떴지만 이렇게 구름 뒤에 숨어있다..

여기서 기다리면서 운 좋게 사원을 구경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 인도사람 무리(?) 도 그 중 하나다. 예배가 시작할 때쯤 사원에 올라와서 나랑 같이 예배를 드리고 나왔는데, 내려갈 생각을 안 해서 나랑 같이 놀았다. ㅋㅋㅋ 영어를 잘 못해서 대화는 많이 못 나눴지만, 엑 포토(사진 한장?) 면 다 통하기 때문에 사진찍으면서 친해졌다.

처음에는 몇명만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점점 많아져서..

나중엔 이렇게 되었다 ㅋㅋㅋ왜 이렇게 얘네는 사진찍히는 걸 좋아하는지.. 그 와중에 나는 등산의 후유증으로 땀에 쩔어있다. ㅠㅠ 

그 와중에 분위기 잡고 있는 잘생긴 동네 형(사진 오른쪽) 실제로 보면 배우뺨치게 생겼다.

주로 얘네 둘이 나랑 놀아줬는데, 특히 왼쪽 친구가 아주 ㅋㅋ 끼가 넘쳐서 빵빵 터진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는 Feel.

마침 7시부터 힐탑카페도 문을 열어서 모닝짜이 한잔하고 물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30분정도 있었다. 나보고 같이 춤추자고 해서 인도음악 틀어놓고 같이 춤도 췄다. ㅋㅋ

그리고 작별의 시간 ~

기다리는 동안 인도 가족들 몇 팀과 포르투갈-프랑스 팀을 만났고, Malik이라는 이스라엘 사람도 만났다.

Malik은 딱 생김새부터 베테랑 여행자의 포스가 났는데, 저 정체모를 파이프는.. 악기로 쓴다고 한다. 개와 원숭이 쫒는 데 최고라고. 인도에서 처음 만난 이스라엘 사람이었는데, 다람살라가 좋아서 두달동안 있다가 하산(?)했다고 한다. 나이 어릴줄 알았는데 35살이나 되어서 조금 놀람..

여기 사원에 오래 있으면서 발견한 건 원숭이들이 진짜 많다는 것이었다. 야생 원숭이인줄 알았는데 여기서 키우는 것이라고. 원숭이도 소만큼은 아니지만 신성시되는 동물이라서 함부로 다루진 않는 것 같다.

원숭이들이 참 태평하게 앉아있다. 내가 원숭이를 보는 건지 원숭이가 나를 보는 건지.. 다양한 야생(?) 원숭이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오래 관찰한 건 처음이었다.





누가 견원지간 아니랄까봐 원숭이랑 개들이랑 똑같이 사원에서 살면서도 서로 사이가 엄청 안좋은 것 같다. 개들이 쫒아다니고 원숭이들은 약올리면서 도망치기 바쁘다.

오늘의 베스트컷 ㅋㅋㅋㅋ 푸쉬카르 호수를 찍으려고 했는데 마침 점프하는 원숭이를 같이 찍었다!

한시간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원하는 풍경이 나오지 않아 아쉽게 산을 내려가야 했다 ㅠㅠ

작별 인사를 고하고


힐탑 카페 주인이랑 셀카도 찍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고 사원의 사제는 아니라고 했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도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간단히 콘플레이크와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 뒤 (다른 메뉴는 하나같이 맛이 없다) 밀린 블로그를 쓰며 세시까지 시간을 보냈다. 호텔 레스토랑이 맛은 없지만 침대도 있고 경치도 끝내주고 시설이 좋아서 더운 방 대신 시간때우기에 최고였다.

 

 

세시쯤 블로그를 다 쓰고 요리 강좌를 듣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푸시카르에서 뭘 할지 Tripadvisor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강좌인데, 전화해서 물어보니 오후에 신청자가 나 밖에 없어서 ..요리 강좌가 아닌 요리 과외가 되어버렸다. 어쨋든 기대를 잔뜩 하고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로 찾아갔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1층은 주방 겸 강좌 장소로, 2층은 남편이 하는 Textile Museum(직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의 선생님 Mrs. Shivani. 외국인을 위한 요리강좌를 20년 넘게 진행해오신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나 혼자라서 좀 민망했는데 아주머니가 워낙 친절하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얼마전까지 허리가 아팠는데 한국산 마사지 기계를 사서 다 나으셨다면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셨고, 남자 혼자 요리강좌를 들으러 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신기해하셨다.

요리강좌에서는 짜이를 포함해 총 6가지의 요리를 만들었는데, 달, 난, 사모사, 알루 고비, 팔락 파니르 였다.  

먼저 짜이를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짜이의 맛의 비결이 차 가루..에 있었다는 것ㅠㅠ물을 끓인 뒤 아이스티 가루같은 차가루를 잔뜩 넣은 다음에 향신료를 몇가지 넣고 설탕도 잔뜩 추가하면 항상 먹는 짜이맛이 났다.. 한국에 가서 하나 구해봐야지

 오늘 요리에 쓰일 향신료다. 종류만 무려 15가지.. 우리나라에 있는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말로 번역이 안된 정체모를 향신료도 많다. 왼쪽은 약한 향신료고 오른쪽은 강한 향신료라서 왼쪽에 있는 걸 많이넣고 오른쪽에 있는 건 적게넣는다. 기억나는 대로 적자면 왼쪽통의 흰색은 설탕, 설탕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춧가루, 강황(Tumeric), 커민, (기억안남), 고수나물 씨다. 가운데는 뭔지 모르겠다..  각각의 역할이 다 다른데, 고수나물 씨를 넣으면 카레가 걸쭉해지고, 설탕을 넣으면 달게, 고춧가루는 맵게, 강황은 텁텁하게 한다. 그래서 취향에 따라 향신료 비율을 조절해 가면 되는 것이다.

 오른쪽 향신료들은 생강, 각종 씨앗 등인데 이름은 다 생강 빼곤 다 처음 듣는거라 까먹었다. 한 요리에 한두알 씩만 넣는다. 

먼저 난 반죽부터 시작했다.

밀가루에 기름이랑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고 반죽을 한다.

빵 반죽도 제대로 해 본적 없는데 난 반죽이라니.. 어쨌든 성공적으로 반죽을 하고 (물론 아주머니가 조금 도와주셨다) 발효를 위해 보관해 두었다.

다음 요리는 렌틸 콩으로 만든 달. 우리나라로 치면 콩죽?이랑 제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생긴 압력솥을 사용하는데, 우리가 쓰는 밥솥이랑 똑같아서 반가웠다.

먼저 콩을 압력솥에 찐 뒤 향신료를 넣어 볶아주면

이렇게 생긴 달 완성! 조금 시식만 하고 나중에 난이랑 같이 먹기 위해 보관해 놓았다.  

다음 요리는 알루 고비. 감자(알루)와 콜리플라워(고비)를 이용한 커리이다.

먼저 기름에 재료와 강한 향신료를 넣어 볶은 다음,

물과 약한 향신료를 넣고 다시 볶아주면

알루 고비 완성! 내 취향따라 고춧가루를 많이 넣었더니 맛이 아주 맘에 들었다.

다음은 팔락 파니르. 시금치와 인도식 치즈(우유를 끓여 지방성분만 걸러냈다고 한다) 가 들어간 커리이다. 아래 보이는 초록색이 시금치를 갈아서 보관한 것이고, 빨간색은 토마토다.

역시 순서는 똑같다. 기름 + 재료 + 강한 향신료 를 넣고 볶다가 물 + 약한 향신료 를 넣고 더 볶으면

팔락 파니르 완성!

두개 만들어 보니 이제 어떤 재료로도 커리를 만들 수 있을것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커리마다 제조법이 크게 다른 줄 알았더니 재료와 향신료 비율의 차이였다!

다음은 사모사라는 음식이었는데, 우리나라 만두랑 비슷하지만 만두를 싼 뒤 기름에 튀긴다는 것과 모양이 세모라는 게 차이다. 먼저 마늘, 석류와 향신료를 이용해 사모사에 넣을 속을 만든다. 후르릅챱챱

슬슬 야매요리를 연재하는 기분이 든다. 

사모사를 쌀 피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만두 만드는 거랑 완전 똑같아서 신기했다. 반죽을 펴서

속을 넣고

튀기면 완성!

명절때 만두만들던 실력으로 사모사를 만들었더니 아주머니가 어디서 배웠냐면서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

마지막으로 후라이팬으로 난을 만들었다. 기름을 깔지않고 반죽을 올리면 10~20초 뒤에 거품이 올라오는데, 그때 딱 뒤집어주면 된다.

다 구운 뒤 기(Ghee)라는 버터와 비슷한 기름을 바르면 완성!

 

세시간 가까운 노력 끝에 그럴듯한 탈리(백반)가 완성되었다! 점심을 늦게 먹는 바람에 많이 못먹어서 아쉬웠지만 ㅠㅠ 인도에서 먹은 탈리 중에 단연 최고였다.

이렇게 식판에 담아서 먹으면 된다.

내가 한 요리로 나도 먹고, 아주머니도 먹고, 아저씨도 먹고, 일하는(?) 아이도 같이 먹었다.

 

아주머니네 가족 사진. 오른쪽 아이가 아들이냐고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아이가 없어서 오른쪽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  1200루피가 처음엔 비싼 돈이라고 생각했지만, 끝나고 나니 돈을 더 주고 싶을 정도로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끝나니까 해가 져서 아저씨가 바이크로 시내까지 태워다 주셨다. 사랍과 아카시, 영섭이를 선셋카페에서 만나 잠시 얘기 나누고 일찍 집에 들어가 잤다.

 

느긋하면서도 알찬 Day12 끝.

'해외여행 > 14 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Day14 (푸쉬카르, 자이푸르)  (0) 2014.09.23
인도 Day13 (푸쉬카르)  (0) 2014.09.23
인도 Day11 (푸쉬카르)  (0) 2014.09.14
인도 Day10 (조드뿌르,푸쉬카르)  (0) 2014.09.14
인도 Day 9 (조드뿌르)  (0) 2014.09.14
Posted by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