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 ~ 10.4 인도여행 28일부터 32일차 in 바라나시
10.4 오후 바라나시 레바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작성
10.7 오후 카타르 도하 그랜드리갈호텔에서 수정
굿모닝 바라나시!
예로부터 바라나시엔 철학자가 많다고 했다. 처음엔 철학자들이 바라나시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지내다보니 바라나시의 토양이 여기 살아가는 사람들을 철학자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에서 쉼없이 흐르는 강을 보고있으면 누구나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 바라나시에 점점 정이 들어서 떠나는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여기를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지..
9월 30일 아침엔 보트를 탔다. 저번에 자느라 놓쳤기 때문에 이번엔 꼭 타고 말거야 하고 다짐하면서 전날에도 빨리 자고, 알람도 맞춰놓고, 혹시 다시 자면 못일어날까봐 네시반에 깼을때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일층에서 기다렸다. 결국 다섯시반에 보트타기 성공!
다섯시반인데도 동이 터오는 중이라 하늘이 어둡진 않았다.
보트를 타고 나니 어느새 이렇게 밝아졌다.
보트를 타고 맞이하는 갠지스강의 일출.
아침이라 가트는 한적하고,
가끔 목욕하는 사람들만이 보인다.
우리는 동쪽을 바라보며 해가 모습을 드러내길 고대했지만, 안개 뒤에 숨어 한시간 넘게 나오질 않았다.
아침이라 다들 잠이 덜 깨서 멍하니 강이랑 가트만 바라보고 있고.. 조금씩 해가 뜨기 시작했다.
카메라만 갖다대면 그림같은 풍경이 나온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서 설정샷도 몇 장 찍고,
해가 모습을 드러내지 다들 해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바라나시의 아침은 보트타는 여행객들과
목욕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새벽6시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아침보트는 한시간 남짓 타고 끝났다. 다들 철수씨 보트를 저녁에 탄 분들이기 때문에 설명은 많지않았다. 주로 철수씨 가정사(?) 얘기를 많이 했는데, 철수씨 집안이 바라나시에서 대대로 집을 지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철수씨네 7남매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던 얘기, 열심히 일해서 이제는 형제들 모두 각자 자리잡았다는 얘기(첫째형은 가업을 이어받았고, 둘째인 철수씨는 보트, 셋째 만수씨는 찻집, 넷째 세창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누나둘과 여동생은 결혼), 이제는 바라나시가 유명해져서 임대료 많이 올랐다는 얘기 등등... 다른 사람한테 들었는데 철수씨 조카가 공부를 잘해서 가족들끼리 돈모아서 대학도 보내줬다고 한다. 인도와서 몇번이고 느끼는 거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30년 전 모습을 보는것만 같다.
아침으로는 진리의 찬단 레스토랑을 먹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한다. 인도가 축제기간이라서 사람이 많다. 축제를 한다고는 하는데 대체 뭘 하는건지..모르겠다. 사원이나 집에서 하나?
아침을 먹고 아침보트의 후유증으로 좀 자고 난 다음 동진이 머리 자르는 거 구경하러 갔다. 어제 내가 머리 자르는 걸 보더니 믿음이 생겼는지 아예 머리도 자르고 면도도 받겠다고 했다.
미용실 벽에 이렇게 배우들 얼굴이 잔뜩 있는데, 우리나라 배우들도 있다. 저렇게 해달라고 하면 그대로 해주나?
긴장한 동진이 ㅋㅋ
면도도 정성스럽게 하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투블럭 컷으로 자르고 싶다고 했는데, 인도 미용사들이 투블럭이 뭔지 당연히,..알 리가 없어서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설명하는데 한참 걸렸다. ㅋㅋ 손짓발짓으로 설명하고, 급기야 미용실에 있는 미용사들이 토론까지 해가면서.. 인도산 투블럭컷을 완성시켰다. 완성본은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생략
처음 왔을땐 긴장해서 몰랐는데 이런 간판도 있었네
쉬바신 그림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그토록 먹고싶었던 치킨과 치킨버거를 먹었다. 머리자르기 전에 시켜놨는데 한 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한 치킨.
늦게 와서 조금 불만이 있었으나, 치킨버거를 한 입 물고 나니 모든게 다 용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치킨버거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맛있는 Bangs 버거!
다 먹고나서 오후엔 뭐 했는지..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그냥 노닥거린 것 같다)
저녁에 식신원정대는 다시 원정을 떠난다.
이번 원정의 컨셉은 인도 길거리 음식 탐방! 바라나시에서 4일간 인도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은데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첫 타자는 모모! 자이푸르에서도 먹어봤지만 우리나라 만두랑 별 차이 없다. 만두피가 좀 두꺼운 것 정도?
에그롤, 모모, 초우멘(티벳식 볶음면)을 파는 집
에그롤도 꽤 괜찮은 맛이었다. 에그롤이 뭔가 궁금했는데 계란반죽을 팬에 부친다음 야채랑 볶음면 등을 얹어서 말아놓은 음식이었다.
1차로 에그롤과 모모를 클리어하고(에그롤에 초우멘이 들어갔으니 초우멘도 클리어했다고 할 수 있다) 2차로 도사가 맛있어보이는 집을 갔다.
내가 시킨건 우타팜. 남인도식 빈대떡이라는데 맛은 두꺼운 부침개랑 비슷하다. 코코넛소스나 매운소스를 뿌려먹으면 인도스러운? 맛이 난다.
이것은 초콜릿 바나나 도사. 생긴건 마치 태워먹은 것처럼 맛없어 보이지만, 저 검은 것이 초콜릿 가루인지 몰라도 먹어보면 엄청 맛있다. 초콜릿 바나나 크레페 맛 그대로! 역시나 사진을 찍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음식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건 매기(Maggy?)라는 인도라면을 볶은 것인데, 그냥 사진을 봤을 때 상상되는 맛 그대로이다..우리나라 볶음면이랑도 좀 비슷.
도사 집 아들. 카메라 갖다대니 저렇게 똥폼잡고 앉아있다 ㅋㅋㅋ
그렇게 배가 빵빵해진 채로 식신원정대의 마지막 밤은 마무리되고..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캔씩 하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동진이는 아그라로, 경택이형은 네팔로 떠나는 날이다. 창형누나는 원래 꼴까따로 가려고 했는데 표가 없어서 하루 늦게 가기로.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식신원정대답게 레바에서 먹어보지 못한 마지막 메뉴인 닭백숙과 닭볶음탕을 시켜보기로 결정.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고스톱을 쳐서 ㅋㅋㅋ 한판당 진팀이 10루피씩 내서(나중에 30루피로 올랐다) 백숙과 볶음탕 값을 내기로 했다. 숙소에 며칠전에 오신 인순옥 누님과 옆 숙소에서 지내는 유진씨도 같이해서, 2인1조로 세팀이 두시간도 넘게 고스톱을 했다.
열정적인 고스톱판!
동진이가 제일 타짜처럼 보이지만, 룰이 익숙하지 않은 고스톱초보..
신기하게도 나중에 다 내고보니 거의 1/3씩 나눠서 낸 셈이 되어서 기분좋게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 닭볶음탕은 주문 실수로 못 시켰지만...이정도 퀄리티의 백숙을 먹을수 있다는 데 우리모두 감동한 나머지
역시 금방 해치워버렸다. 닭볶음탕 시킬 돈으로 라볶이랑 볶음밥도 주문.
남는 뼈는 동네 강아지들 식사로 준다. 숙소에서 닭 먹으면 그날은 강아지들이 포식하는 날이다 ㅋㅋ 원래 닭뼈는 주면 안된다지만.. 시체도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닭뼈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스톱 무사히 끝낸 기념?으로 단체사진 한방! (사장님 특별출연)
작별의 마지막은 보나카페에서 디저트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동진이랑 순옥누님을 보내고 나니 뭔가 허전했고, (경택이형은 밤에 떠난다) 나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보트를 한 번 더 타고 싶어졌다. 이번엔 철수씨 말고 선재네 보트를 타 보기로 했다.
선재네 멍 카페. 이름이 멍때리고 있으라고 지어놓은 건지 멍 카페다
두번째 타는 보트라 이번엔 좀 더 풍경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선재씨 설명이 철수씨랑 완전히 달라서 주의깊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철수씨가 가이드북처럼 중요 포인트를 찝어주는 반면, 선재씨는 스토리텔링 위주로 갠지스강이나 가트, 신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편이었다. 아쉬운 점은 선재네보트는 화장터랑 메인가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다는 점..나는 개인적으로 철수씨가 좋았다(선재씨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미리 듣고가서 편견이 생긴걸지도..)
보트사진 몇장.
7시쯤 돌아와 술한잔하면서 경택이형을 네팔로 떠나보냈다..
저녁은 전날 먹었던 도사집에 가서 이름모를 음식을 시켜보았다. 저 음식의 정체는 카레에 빵을 넣은 카레빵맛...콜라의 힘으로 다 먹어치웠다.
다음날, 10월 2일 아침.
오늘은 빨리 일어난 관계로 드디어 BHU(베나레스 힌두 대학)을 가 보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BHU가려고 노래를 불렀건만 항상 아침에 늦게일어나고, 귀찮아서 못 갔었는데 오늘 아니면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보았다.
아침은 쉬바 레스토랑의 네팔식 조식. 감자와 오믈렛에 향신료가 들어가서..네팔식 아침이 되었다.
BHU로 출발!
BHU는 영국식민지 시절에 힌두교의 정신을 살리고자 지은 대학교로, 방사형으로 계획된 넓은 캠퍼스가 일품이다. 박물관과 사원이 유명해 두 군데를 가 보기로 했다.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학이 아닌 공원에 온 느낌이다.
박물관에 갔는데, 하필 인도 연휴라...폐장..
중앙도서관에도 가봤지만 여권을 안 가져와서 바깥구경만 하고 왔다.
다음은 사원. 연휴라 대학교 다른곳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지만, 이 사원은 유명한 관광지인지 입구에 먹을거 파는 곳도 있고 여행객들이 꽤나 많았다.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사진은 못 남겼지만, 현대적으로 지은 사원이라 다른 힌두사원과 달리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시간도 안되는 짧은 BHU 투어는 끝...가는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딱 맞는 날이었다. 그냥 갔다왔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겠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되었으니...바로 이곳!
오픈핸즈 카페라는 아씨가트 근처의 카페였는데, 가이드북에 추천되어있어 별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우리나라 홍대 카페 뺨치는 곳임을 알게되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무엇보다 케익이 수준급이라서 커피랑 같이 먹으니 인도에서의 묵은 때가 다 가시는 느낌이었다. 이런 보석같은 곳을 진작 알았다면 자주 왔을텐데..
혼자 먹기 아쉬워서 치즈케익을 사와서 숙소분들이랑 같이 나눠먹었다. 오픈핸즈 카페 강추!
물도 많이 빠지고, 연휴라 그런지 가트에 산뜻한 색을 입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여기는 배 만드는 곳
빨래를 저런식으로 말린다. 먼지가 많아서 더럽지 않을까..? 싶다가도 어차피 더러운 갠지스 강물에 빤 옷이니 그러려니 한다.
창형누님과도 이렇게 마지막 만찬?을 함께하고 처음부터 같이 다니던 네 명 중에서 나 혼자 남게 되었다.
밤에 새로 온 분들, 옆 숙소 분들이랑 보드카랑 맥주를 한잔 했지만, 나도 떠날 때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마음 어딘가가 허전했다.
나는 10월 4일 밤기차를 타고 델리로 갔는데, 10월 3일과 4일은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보냈다. 이제 갈 데도 없고,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레바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틀동안 다 읽었다. 맘잡고 읽으면 하루면 될 책인데 뒹굴거리면서 봐서 좀 걸렸다. 정말 먹고 책보는 게 전부
숙소와 가장 가깝지만 아무도 추천하지 않아 안가봤던 앙키타 레스토랑에선
맵게 절인 무를 김치라고 볶아놓은 김치볶음밥을 먹었고
인도 신문도 한번 보고
모나리자 카페에서 제일 맛있었던 라파도 한번 더 먹었다.
숙소에선 옆 숙소분들이 파파야를 사와서 (이분들도 이날 밤에 네팔로 갔다) 처음으로 파파야를 먹어봤는데, 안좋은 냄새가 난다는 악명과 달리 잘 익어서 그런지 냄새도 괜찮고 맛있었다.
저녁은 라볶이 . 그리고 스카이프를 하고 하루 끝.
마지막날 드디어 체크아웃을 했다. 12일을 잤지만 3000루피(5만원)밖에 안하는 놀라운 가격. 정든 방을 떠나 짐을 싸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차피 저녁 7시반기차라 빨리 가도 할 게없었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침을 마지막으로 찬단에서 먹고, (새로온 분들에게 추천해주면서 같이 먹었다)
정든 레몬티도 한잔
점심은 스파이시 바이트 레스토랑에서 유명하다는 고로케를 먹었는데, 꽤 성공적이었다.
역시나 정든 레바게스트하우스 마루..누가 만들었는지 참 좋은 아이디어다
축제라서 이 골목까지 사람들이 북을 매고와서 북을 치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폭죽을 터트린다.
마지막으로 레바 사장님이 해주시는 김치볶음밥을 먹고 그렇게 바라나시를 떠났다.
메인가트에서 퍼레이드를 시끄럽게 해서 역까지 가는데 좀 걸렸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렇게 퍼레이드를 크게 하는 걸 알았으면 어제 갔다올 걸..
사진은 다음날 핸드폰을 잃어버린 관계로 남아있질 않다 (자세한 핸드폰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바라나시에서 12일을 보낸 소감은...아직까지는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큰 도전이었다.
아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바라나시에서의 생활이 추억이 될 때에야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4일정도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나는 여행에서 맛과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바라나시에서의 생활이야말로
맛과 사람에 충실한 여행이 아니었을까..라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인도여행의 1/3을 차지했던 바라나시 여행이 막을 내리고, 델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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