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6 Yukon

유콘 Day 1 - 캐나다와의 첫 만남

Joon' 2016. 3. 14. 09:38

3.12 유콘 여행 첫째 날

3.13 오후 화이트호스 스타벅스에서 작성

 

  5일 휴가를 운 좋게 쓰게 되었다. 주말을 끼면 8박9일이 되는데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태국? 러시아? 쿠바? 인도?

시원한 곳을 가고 싶어서 몽골이나 러시아 바이칼 호를 알아봤더니, 3월에 갔다간 시원한 게 아니라 얼어죽겠더라.

 

  캐나다중에서도 머나먼 유콘 주까지 오게 된 것은 티비에서 우연히 본 '걸어서 세계속으로' 덕분이었다.

유콘 주 기행이 나왔는데, 때묻지 않은 대자연에 골드러시 시대의 건물들, 겨울스포츠, 오로라까지 보자마자 꽂혀버렸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닌 것 같지만 완전 내 취향저격!

그렇게 북위 60도, 캐나다 서북쪽 유콘 주의 수도인 화이트호스에서만 꼬박 한 주를 보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에 패기있게 출발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비행기는 내가 타본 항공편중에서 가장 험난했다. ㅠㅠ 빨리 간다고 환승시간을 짧게 잡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인천에서 화이트호스까지 비행기를 세 번을 탔는데(인천-베이징-밴쿠버-화이트호스), 베이징에서 국제선 환승을 한시간 15분, 밴쿠버에서 국내선으로 환승을 한시간 반 안에 끝내야 했다.

 

일단 인천에서 15분 늦게 출발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스튜어디스에게 말해서 제일 먼저 내리긴 했는데, 공항 직원이 환승급한사람 모아서 간다고 날 잡는 바람에 10분 대기(이때 그냥 무시하고 갔어야했다). 간신히 짐 검사하러 내려갔더니 짐 검사는 왜 이렇게 느리고 깐깐한지 간신히 출발 시간에 탔다. 미리 발권 안했으면 큰일날 뻔.. 그래도 늦은 승객을 위해 출발 안하고 기다려 준 데에서 중국의 만만디 정신을 느끼고 간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기내식 라면 한사발

 

  밴쿠버 공항에서는 한시간 반이라 여유있을 줄 알았는데 상황이 더 안좋았다. 국내선으로 환승이라 입국수속도 밟아야 하고 짐을 찾고 다시 부치기까지 해야했기 때문이다. 상큼하게 내려서 입국수속까진 무사히 밟았는데... 짐이 안나온다.. 내 짐은 분명히 제일 먼저 꺼내달라는 태그가 붙어있는데.... 짐 나오는 곳 앞에 서서 30분도 넘게 기다렸다. 점점 불안해지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짐이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못 탔단다 ㅎㅎ 이때부터 멘탈이 슬슬 나가기 시작. 간신히 멘탈을 붙잡고 짐 못찾았다는 신고서를 쓴 때가 출발 20분 전이었다.

 

 

  하지만 아직 짐 검사가 남아있었으니... 열심히 달려서 공항직원에 사정사정해 짐 검사 줄로 들어갔다. 15분 전. 그 줄 안에서도 앞 사람들한테 양해구해가면서 제일 앞줄에 섰다. 그런데 앞에서 짐검사 받고 있는 아줌마 가방에서 액체류가 계속 나온다...ㅠㅠ 나좀 빨리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10분 전... 내 짐은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더니 면세품으로 산 로션을 안 뜯어보면 되는데굳이 뜯어보겠다며 뜯어 테스트까지 하고 스티커를 붙이려는데 스티커가 없어서 창고에 스티커를 가지러 갔다오신다 ...ㅎㅎㅎ 한가닥 남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출발 5분 전에 전속력으로 게이트까지 도착했다. 다행히 아직 출발 안 했더라.

 

  게이트가 바로 보안검색대 앞이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달리다가 떨어진 내 표를 주워준 한국사람이 아니었다면 난 첫날 밤을 밴쿠버에서 보냈을 것이다. 밴쿠버에 사시는 이름모를 한국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이 풍경을 보고 드디어 왔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짐은 중간에 걸렸어도 나는 제대로 도착한 것이다.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화이트호스에 도착했을 때는 312일 오후 네시였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훅 느껴지는 찬바람이 도착을 실감나게 한다. 일단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호스텔로 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천원이면 갈 거리인데 여기선 2만원이다. ㅠㅠ 택시 무지 비쌈

   

 

시골 터미널 같은 공항

 

 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아직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당장 급하게  

1. 식재료 (조식제공이 안된다) 2. 입을 옷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티셔츠가 땀에 절어 있었다) 3. 샴푸와 바디워시를 사야해서, 한 시간도 안되서 방을 나왔다. 옷을 못 갈아입으니 누워있기가 너무 찝찝하더라. 그나마 겨울 외투를 짐에 안부치고 혹시 몰라서 들고 온 게 신의 한수였다.

 

   

 아직 진정되지 못한 내 마음과 다르게 화이트호스 시내는 정말 조용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한가했다. 토요일 오후라 상점들은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사람들도 드문드문 지나간다. 건물들은 듬성듬성 있고, 공터도 많다. 괜히 지나가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진다. 서울과 정반대되는 풍경에 낯설지만, 천천히 익숙해지기로 한다.

 

 

 

 

 

 

 

  썰렁한 건물들을 지나 좀 더 걸어가니 은행도 나오고, 레스토랑도 나오고, 스타벅스도 나온다. 하지만 '다운타운'이라는 곳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만도 못하다. 시간이 있으면 좀 여유롭게 구경하려고 했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6시에 문 닫는 곳이 많아 마음이 급하다. 이럴 땐 해가 져도 밤 늦게까지 하는 서울의 상점들이 그립다. 기념품 샵에 가서 티셔츠 하나 사고, 마트에서 먹을 것과 씻을 것을 좀 산 다음 서브웨이에서 저녁까지 사서 돌아왔다. 기대도 안했는데 시내버스도 있었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그나마 살 것 같다. 저녁 먹으면서 백팩커즈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좀 나누었다. 밴쿠버에서 일주일 여행 온 엄마와 아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긴 여행을 온 커플,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온 여자, 손님이 별로 없어서 썰렁하다. 밀린 피로와 못잔 잠이 몰려와서 투어에 대해 검색 좀 하다가 바로 잤다.

 

 

 

냉장고 한 칸에 쌓아놓은 식량

 

 

전쟁같은 첫날은 이렇게 간신히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