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Day 8&9 (리마) - 남미여행 종착지에서의 맛 탐방
12.21~22 페루여행 8,9일차 in 리마
1.2 오전 미국 Menifee 이모집에서 작성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페루의 수도 리마. 쿠스코 편에서도 적었듯이 잉카제국 함락 이후 쿠스코에서 반란을 겪은 스페인 군대는 쿠스코를 포기하고 이 곳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했고, 그 이후 200여년 동안 리마는 스페인의 남미 정복을 위한 기지로 성장해 지금은 페루의 수도가 되었다. 남미의 마지막 종착지인 이 곳에서 1박2일을 보내고 드디어 남미를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된다.
리마가 남미 첫 일정이었다면 의욕적으로 돌아다닐 생각을 했겠지만, 시간도 얼마 없고 마추피추 이후에 남미여행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리마에선 좀 쉬면서 못먹어본 페루 음식이나 많이 먹어보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낮은 지대로 내려오니 사막지대가 눈에 띈다.
딱 하루 머물렀지만 맘에 쏙 들었던 1900호스텔.
리마의 첫인상은 뭐랄까.. 다른 남미 도시들과 비슷하고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서 리마만의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딱 하나 예상 밖이었던 건 생각보다 쌀쌀했던 온도. 난 리마가 남위 13도라 아프리카처럼 푹푹 찌는 날씨일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우리나라 여름보다도 안 더워서 신기했다. 아마 페루 앞바다에서 차가운 해류가 올라와서 여름에도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것 같은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워서 알고만 있었지 해류가 실제로 이렇게 큰 차이를 가져오는 걸 보니 놀랍기만 했다.
숙소에 짐을 놓고 가볍게 시내구경 시작. 리마에도 여러군데 추천된 데가 있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미라플로레스같은 신시가지는 안가고 걸어다닐 수 있는 구시가지만 다녔다. 시내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가득이다.
평범한 거리 모습.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길거리에서 한 퍼레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신부님들이 가마처럼 뭔가를 어깨에 지고 가고 그 위에는 성모마리아 사진이 마치 영정사진처럼 놓여있는 이상한 퍼레이드였는데, 대체 뭘 하는 퍼레이드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점심으로 먹은 로모 살타도. 이 음식은 네번째인가 먹는 것 같은데 유명한 식당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먹으니 같은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맛이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스테이크!
플라자 데 아르마스에 있던 거대 크리스마스 장식.
퍼레이드는 여기까지 이어진다.
이건 아히 데 가이나Aji de Gallina라는 음식. 치킨커리에 아몬드를 갈아넣은 것 같은 오묘한 맛인데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ㅠㅠ
밤의 광장.
둘째 날도 별로 할 게 없어서 그냥 시내만 생각없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여긴 차이나타운. 역시 중국사람이랑 차이나타운은 어디가나 있더라. 페루에는 Chifa라고 해서 중국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 중국집만큼 많은 듯. 처음엔 신기하고 메뉴가 페루식일까 해서 봤는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먹는거랑 별 차이 없어서 먹진 않았다.
이건 점심으로 먹었던 뭔지 기억안나는 특이했던 음식.
한가한 카페에서의 오후. 원래는 호빗 영화를 보고싶었지만 다 스페인어 더빙이라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비행기는 자정) 마지막으로 페루 길거리 음식을 먹고 공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역시 길거리 음식이야말로 현지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첫 타자는 소 심장구이 안티쿠초. 한국사람들에겐 순대 내장이랑 비슷한 맛이라 짭짤하니 입맛에도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는 세비체! 맨날 레스토랑에서만 먹어봤지 이렇게 싸게 먹는건 처음이었는데, 길거리 음식에 어울리게 무난한 맛.
이건 퓨전요리가 많다는 페루음식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 길거리 음식이었는데, 고기구이에 국수랑 양파도 섞고, 카레가루같은 소스도 섞은 이 음식은 정말 제대로 된 퓨전 음식이었다.
만족스럽게 길거리 음식을 다 해치우고, 드디어 리마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다.
비록 가방도 크고, 하필 러시아워라 사람도 넘쳐났지만 현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했다.
그렇게 약 7주간의 남미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인도에서 문화를 느끼고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만났다면, 남미여행은 자연 그 자체를 느꼈던 일정이 아니었을까?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