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Bangkok

출국 + 방콕 Day 1

Joon' 2014. 9. 1. 15:06

9/1 Nappark 211번 침대에서 작성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인천에서 20시 5분에 출발하는 제주항공 비행기였다. 5월에 프로모션 가격으로 편도 15만원만 주고 샀다. 짐은 며칠 전 부터 싸 놓았기 때문에 아침에 성당도 가고 여유롭게 있다가 집에서 출발했다.

(도이터 55+10L 큰 가방 + 키플링 작은 가방 + 복대로 매고다님)


공항에 5시 반에 도착하는 바람에 체크인을 엄청 빨리 했다. Landside(입국심사 바깥쪽)은 지난번에 다 둘러보았기 때문에 이번엔 Airside(입국심사 게이트 안쪽)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안쪽 4층에 푸드코트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그 전에는 안에 들어가면 식사는 못 하는 줄 알았다.) 4층 라운지에 엄청 좋은 의자들이 갖춰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저녁으로 오랫동안 못 먹을 것 같은 한식을 먹고, 비행기에 탑승. 방학시즌이 끝나서 그런지 비행기에 사람이 텅텅 비었다. 한줄에 여섯명이 앉는 비행기였는데 내 줄에는 나 혼자..그래서옆 자리들도 같이 썼고, 심지어 비행기 세 자리를 차지해 누워자는 -.- 사람도 있었다.


방콕에는 23:59에 도착예정이었으나, 20분정도 빨리 도착했다. 아마 도착해서 비행기 나오는 시간까지 생각해서 12시 도착이라고 해 놓은 제주항공의 배려가 아닐까? 

 특이하게 생긴 태국어가 내가 방콕에 왔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태국 수완나품 공항(Suvanabhumi Airport) 은 황금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맞나?) 무사히 입국심사를 하고 빠져나왔지만, 제일 큰 문제는 내가 밤 12시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이라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행사로 온 사람들은 다 공항으로 픽업을 나왔지만, 난 혼자 온 여행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아침까지 노숙을 해야만 했다. 배가고파서 공항에서 간단히 야식을 먹었는데, 공항이라 그런지 물가가 꽤 비싸다. 쌀국수 하나 시키고 싱하 생맥주 하나 시켰는데 360 THB (만천원정도)..지금 생각해보면 말도안되는 가격이다. 30분정도 공항을 둘러보다가 좋은 장소를 찾아서 침낭을 깔고 누웠다.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다행. 그렇게 첫 날은 노숙자가 되어서 잤다. 



생각보다 밋밋했던 쌀국수.

 공항 의자


다음 날 새벽 5시 기상. 공항의자가 불편해서 한 시간 간격으로 눈이 떠지고,. 세시간 밖에 못잤다. 아침 첫차가 시작하자 마자 6시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 목적지는 카오산 로드였다. 배낭여행지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Thanon Khao San)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고, 숙소도 여기에 잡기로 했다. 미리 알아본 숙소로 찾아가봤는데, 다행히 미리 예약하지 않았는데도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카오산 로드 근처에 있는 냅파크 (Nappark) 호스텔에 묵게 되었다. 싼 방이 없어서 한 방에 550 바트(17000원) 씩이나 하는 곳에서 자게 되었지만, 시설은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내가 론리플래닛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은 호스텔이라 그런지,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인 두명 본 것 빼곤 다 유럽국가에서 온 사람들이어서 조금 민망했다. 하지만 방 같이 쓰는 사람들과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냅파크 호스텔 로비 


카오산 로드의 아침. 엄청 조용하다


숙소에서 두시간정도 시간을 보내며 방콕에 대해 검색하다가, 먼저 왕궁만 둘러보고 체크인하러 다시 오려고 나갔다. 하지만 왕궁 근처에 볼 것들이 많아서 결국 다 둘러보고 네시쯤 돌아왔다. 왕궁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였다. 처음이라 적응이 안되서 무서웠고 길도 중간에 잃어버렸지만, 결국은 잘 찾아갔다. 왕궁에는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왕궁과 왓 프라깨우라고 불리는 에메랄드 사원을 한꺼번에 둘러보았다. 

태국의 현재 왕조는 300년정도 지속되어 왔고, 라마 1세부터 시작해 지금 왕 푸미폰 아둔야뎃이 라마 9세이다. 시내 곳곳에 왕과 왕비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서 태국에서 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 수 있었다. 왕궁 사진들 몇장 투척.

 

왕궁에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다채롭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물들에 비해 훨씬 색이 화려하고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건물들은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게 미덕이라면, 여기 건물들은 눈에 잘 띄고 화려한 것이 미덕인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붕의 모서리 부분이 둥글둥글한데 비해, 태국 왕궁의 지붕 모서리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다. 이러한 다채로움, 컬러풀함은 왕궁 뿐만 아니라 방콕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음식, 사람, 건물 모든 것들을Colorful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왕궁에서 사진을 디카로 찍을 지, 핸드폰으로 찍을 지 고민을 많이 했다. 카메라를 쓰자니 핸드폰 쓰기가 번거롭고, 핸드폰을 쓰자니 편하긴 한데 도난당할까봐 불안하고.. 그냥 핸드폰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디카는 꼭 필요할 때 써야지. (필요하게 되긴 할까..? 아마 핸드폰으로 사진이 잘 안 나올때?) 



왕궁의 하이라이트인 에메랄드 불상.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왕궁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으나 200바트의 가치를 하진 못했다. 차라리 밥이나 사먹을걸.. 왕궁 입장료도 500바트 (15000원정도)나 했는데,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여행 초반인데 벌써 매너리즘에 빠진건가 ?? 싶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배가고파서 그런 거였다.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조상님들의 가르침이 맞다. 아침을 못 먹고 가니 집중이 잘 안되고 빨리 점심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왕궁 앞에있는 똠얌꿍을 파는 식당으로 갔다.


태국음식에 대해 지금까지 알게 된 건 생각보다 간이 약하고, 양이 정말 적다는 것이다, 간이 셀 줄 알았는데 음식에 직접 간을 하기 보다는 소스가 많아서 취향껏 뿌려먹을 수 있다. 특히 매운 고추 소스는 진짜 맵다. 그리고 양은 정말 적다.. 내가 2인분 먹으면 딱 배부른 정도. 싸긴 하지만 2인분씩 먹어줘야 될 것 같다.

식당에서 앉아서 먹는 요리는 100~150바트정도. 우리나라에서 3천원~5천원 사이인데, 생각보다 비쌌다. 길거리 음식이 50바트정도로 훨씬 싼데, 난 그것도 모르고 계속 앉아서 먹고 있었다. 똠얌꿍 식당은 외국인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맛도 밋밋하고 별로였다. 

처음 먹어본 똠얌꿍. 달고 시고 맵고 짠 알수없는 맛이 나지만, 중독성있다.

원래는 왕궁을 다 둘러보고 숙소로 오려고 했지만, 근처에 왓 포(Wat Pho) 사원이 있다고 해서 거기를 들려보기로 했다. 누운 불상이 있는 사원으로 유명한데, 가는 길에 큰 시장이 있어서 둘러보면서 갔다. 그리고 중간에 두리안을 사먹었다. 두리안을 과일로 사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맛있었다! 맛이 참 오묘하다.. 내 생각엔 이 과일의 매력은 단맛보다는 씹는 느낌인것 같다. 마치 카스테라를 씹는것처럼 부드럽다. 지금까진 썩은기름냄새같은 향 때문에 기피했는데, 몇번 더 시도해봐야겠다.

두리안을 이렇게 잘라서 판다.

왓 포 사원은 왓 프라깨우 사원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난 왓 포 사원이 더 좋았다. 왜냐하면 왓 프라깨우 사원은 관광객용으로 디자인된 사원이라면, 왓 포 사원은 실제로 사람들이 와서 생활하는 사원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현지인들이 직접 생활하는 걸 보는 데 큰 흥미가 있는 것 같다. 왓포 사원에는 와서 기도를 드리는 불교 신자들도 많았고, 특히 스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인상깊었다. 우리는 불교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믿는 종교라는 인식이 강한데, 여긴 정말 불교가 도심곳곳에까지 퍼져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승불교 계열이고, 태국은 소승불교라서 그런지 절의 분위기나 구조가 다르고 부처님의 자세도 다르다. (대승불교/소승불교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나라에 따른 차이인가??) 찾아보니 대승불교보다 소승불교가 스승-제자간의 관계를 중요시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절에 와서 설법을 듣는 학생들이 많은가보다. 



전형적인 태국 불상

신자들의 기도하는 모습

스님의 강의를 들으러 모인 학생들

스님에게 배우고 있는 학생들

 누워있는 불상


길거리의 스님들


왓 포에서 유명한 타이 마사지를 받았는데, 만원도 안하는 가격에 30분. 정말 최고였다. 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 타이 마사지를 직접 강습도 받을 수 있다는 데 나중에 배워봐야겠다. 이곳은 명성이 있는 곳이라 260바트 씩이나 하지만 카오산 로드에서는 한시간 받아도 6천원정도밖에 안 한다. 

잠깐 쉬면서 먹은 Thai Tea. 태국 스타일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밀크티였다. 


잠시 근처에서 쉬면서 차를 한잔 먹고, 세시쯤 강건너 왓 아룬(Wat Arun)으로 갔다. 새벽사원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새벽에 보면 아름답다고 한다. 왓 아룬은 엄청 작았고, 입장료도 50바트밖에 안했다. 재밌는 건 사원 탑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해놓아서 위에 올라가서 경치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계단이 정말 아찔해서 사고날 것만 같다. 계단위에서 밑을 보고있으면 오금이 저려온다.

방콕은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강과 운하가 발달해 있고, 실제로 강으로 다니는 버스도 많다. 난 왓 아룬 사원을 갈 때랑, 왓 아룬에서 카오산 로드로 돌아올 때 버스를 이용했는데, 강 주변에 볼 게 별로 없어서 경치는 한강이나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에 비하면 훨씬 떨어졌다. 하지만 실제 강을 이용하는 정도는 최고인 것 같다. 

수상버스를 이용하면서 왜 우리나라는 수상택시나 수상버스가 많이 없을 까 생각해봤는데, 접근성 때문인 것 같다. 태국 수상버스 승강장은 관광지나 유명지역이랑 내리면 3분거리에 바로 연결되어있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강에 공원을 꾸며놓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깔아놓았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결성이 부족하다. 강변에 유명관광지보다는 아파트가 많아서 많이 이용할 것 같지도 않고.. 우리는 수상택시와 버스를 포기한 대신 멋진 한강공원과 편리한 도로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강 건너에서 본 왓 아룬

왓 아룬의 아찔한 계단

여행자용 수상버스






네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바로 체크인을 하고 짐을 갖다놓은 뒤 땀에 쩐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그 다음 저녁때까지 로비에서 푹 쉬면서 사람구경하고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이랑도 얘기를 좀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 귀찮기도 하지만, 잘 맞는 사람 만나면 얘기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사람은 엄청 많이 만나겠지? 

나랑 방 같이 쓴 룸메이트는 파리에서 온 Arnold와 아일랜드에서 온 lola였고, 로비에선 Canada에서 온 Alan 을 만났다. 동남아 사람처럼 생겨서 말 걸었는데, 원래 부모님은 마카오 사람인데 한 살때 토론토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서울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걸 보고 말을 걸었는데, London에서 온 Humayoon이라고 했다. 생긴건 완전 아랍사람이었는데, 물어보니까 부모님이 Iran에서 살다가 86년에 런던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런던 Imperial College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친구로,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독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음주에 서울로 간다고 한다 (복잡해..) South Korea와 North Korea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해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 대해 물어봤는데 Thats not so cool as Korean Issues라면서 답을 별로 안 했다. 영어로 이런 어려운 대화하는 게 참 어렵다.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이상한 단어들 써가면서 말했지만 Native English 인 이 친구는 다 이해해 주었다. 서울에서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저녁은 똠얌꿍이랑 푸팟뽕커리(게 카레) 를 시켰다. 점심의 똠얌이 너무 기대이하여서 참된 똠얌꿍의 맛을 찾고자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았는데 엄청 비싼데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래서 600바트나 내고 똠얌이랑 푸팟뽕커리 + 맥주 5병을 먹었다. 내가 거의 다 먹어서 내가 다 내고, Humayoon이 길거리 음식을 사 주기로 했다. 밤의 카오산 로드는 아침과는 정반대여서, 호화롭고 온갖 살거리 먹거리들이 가득한, 정말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었다. 거기서 코코넛 아이스크림, 팟타이, 바나나구이(?)를 먹고 돌아왔다. Sky Bar에도 갈까 생각해봤지만 너무 멀고 피곤해서 10시에 바로 잠들었다. 태국여행 첫날은 다이나믹하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