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Day6&7 (자이살메르 낙타사파리)
9.8 & 9.9 자이살메르에서의 낙타 사파리.
9.10 조드뿌르 고팔 호스텔 방에서 작성
장기여행의 첫 여행지를 인도로 잡은 건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태국은 논외로 치고)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난감한 상황들 - 질병,사기,도난 - 등을 제대로 겪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서 예방주사 역할을 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곳에서는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겠지만, 인도보다는 낫겠지..싶다
오늘은 내가 자이살메르까지 온 이유이기도 한 낙타 사파리를 하는 날이다. 세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10시쯤 돌아오는 코스. 그래서 열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아침으로 물냉면을 시켜봤는데, 그럴듯하다. 간이 약한게 좀 아쉬움. 아침에 일어나서 짐도 싸고 빨래도 했다. 델리에서 옷하나당 20루피라 비싼 줄 알았더니 여기도 그렇다..그래서 손빨래를 하는데, 덥고 건조해서 빨래가 두세시간이면 말라서 좋다. 원래 라자스탄은 건조한 지역이라 물을 많이 쓰면 안된다던데..지금은 우기라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사막, 낙타사파리의 도시답게 낙타모양 후추통이 있었다)
냉면 먹고 시간을 좀 보내면서 한국분들을 세 분 만났다. 그중 두 분은 커플이었는데, 이곳 자이살메르에서 삼년 전에 만났고 이번에 삼주년 기념여행으로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다른 한 분은 학기는 다 마쳤는데 졸업과 취준 전에 잠깐 인도여행을 오셨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을텐데, 그것도 전부 들으려면 하루종일 들어도 모자랄 것이다. 한 곳에서 오래 체류하는 여행자들은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기듣는 재미에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닐까?
겨울엔 한국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여름인데다가 방학도 아니라서 여기서도 한국인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다시한번 낙타 사파리를 하게 되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기에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를 안 한 사람 네명을 만나다니! 나중에 성용이한테 들은 얘기인데, 인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왔을 때는 2005년쯤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국인이 오히려 적은 편이고, 그 때는 길거리에서 한국인 보는 경우가 흔했다고. 10년 전에 무슨 붐이 불어서 다들 인도로 왔는지 신기하다.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유행했을 때가 아닌지 추측해본다. 나중에 집에가면 한번 읽어봐야지.
(오전의 가지식당 옥상 풍경)
아침을 먹고 열두시 너머까지 있다가 너무 더워서 밑으로 내려왔다. 여긴 건조해서 그런지 야외에 있으면 건식 사우나에 온 기분이다. 목도 계속 타서 물을 끊임없이 마셔줘야 하는데, 하루에 2리터도 넘게 먹는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밖에 나가자고 했지만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는 건 자살행위인 것 같아서 그냥 실내 일층에서 쉬기로 했다. 잠깐 자이살메르에서 풍력발전기를 담당하는 꼴까따 출신 사람과 얘기를 나누었다. 꼴까따에서 왔다고 했다. 인도의 제일 동쪽에서 제일 서쪽까지 오다니.. 사막지역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풍력발전기가 꽤 많아서 주변 풍경과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관광객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현지인 입장에선 무엇보다도 소중한 장치일 것이다.
더운데 기다리기 지루해서 호텔 로비에서 고스톱을 쳤다..ㅋㅋ 점당 10루피씩(170원) 결국 정산은 안했지만, 덕분에 시간은 금방 갔다. 세시가 되어서 드디어 출발! 출발하기 전에 짐을 챙기고, 가지가 한 명씩 터번을 씌워주었다. 씌우는 과정이 신기해서 비디오도 찍어놓았는데, 한국가서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나는 델리에서 바가지쓰고 산 옷들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터번만아니라 상하의도 풀세트로 하고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 되었다.
터번 + 상의 + 하의 세트
쨍쨍 내리쬐는 햇볕아래 자이살메르 근처 한시간정도 거리에있는 낙타사파리 마을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천안 사이 거리지만 여기선 근교 마을이라고 부르니 엄청 가깝게 느껴진다.
로컬버스 위에 있는 저 희고 검은것들은 다 사람이 앉아있는 것이다... Incredible India..
지나가다가 작은 마을좀 들리고,
드디어 대기장소에 도착! 낙타몰이꾼 셋과 낙타 다섯이 일박이일을 함께할 일행이다.
(내리기 전 지프에서 찍은 사진, 테러집단같다..)
(신발만 슬리퍼신고왔으면 거의 현지인)
얘가 나를 한시간 반 동안 태워줄 낙타다. 진짜 못생겼다... 계속 뭔가를 씹고있는데, 아마 낙타밥 같다. 등에 혹이 있기 때문에 갈 때 안 아프게 저렇게 안장을 만들어 놓았다.
(낙타의 무심한 표정..)
(낙타 일어날 때. 조금 무섭다)
낙타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말 탈때랑 높이는 비슷한데, 낙타는 등에 혹이 있고 뼈가 튀어나와서 더 아픈 것 같다. 처음엔 신나게 타고갔는데 가면갈수록 엉덩이랑 허벅지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낙타와 사막이 있으면 어떻게 사진을 찍던 그림같이 나온다. 그래서 조금은 무섭지만 디카를 손에 걸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사하라사막처럼 모래로 된 사막을 생각하지만, 연강수량 500mm인가? 이하면 전부 사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간 곳도 이름은 사막이지만 풀도 있고, 가끔 큰 나무랑 꽃도 보이는 곳이었다. 물론 근처에 모래사막도 있었다. 한시간 반의 낙타 라이딩 끝에 우리 숙소에 도착. 숙소라고 하긴 좀 초라하지만..저렇게 조그만 집 하나에 침대 몇 개 준비되어 있고, 저렇게 밖에 침대를 놓고 자면 된다. 몰이꾼과 낙타는 옆에 따로 숙소가 있다.
다리가 저려서 한번 누우니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몰이꾼이 물과 시원한 음료까지 같이 가져와서, 사막에서 펩시콜라를 마시는 사치를 누릴 수 있었다.
이 아이들 중 왼쪽은 낙타 몰이꾼 중 한 명인 알리바바이고, 오른쪽은 알리바바 조카? 사촌? 이라고 했다. 알리바바는 16살인데 어엿한 낙타 몰이꾼이고 한국말도 곧잘 해서 기특하다. 그리고 오른쪽 아이는 갑자기 사막한가운데에서 나타났는데, 물어보니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길이라고 했다. 학교부터 집까지 10km 거리인데 맨날 걸어다닌다고...예전에 우리나라 학생들도 산넘고 들넘어 학교 다녔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펜이 부족하다고 들어서 펜을 하나 선물로 주었다.
해가 지기 전에 사진을 많이 찍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모래, 낙타, 하늘 3박자가 어우러진 멋진 그림이 나온다.
(제일 맘에 드는 마지막 사진. 사진찍어준 성용이에게 감사..)
숙소 근처에 모래언덕이 있다고 해서 좀 걸어나갔다.
모래언덕에서 사진을 찍는게 진짜 사막같이 나와서 좋았다. 원피스에 나오는 알라바스타에 온 기분ㅋㅋ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고, 모래에서 달려도 봤다. 미끄럼틀처럼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냥 앉아서 내려올 순 없었다..단단한 판을 하나 구해야 했지만 그건 귀찮아서 안했다.
(나는 아니지만 잘 나온 영섭이)
(리오의 예수상같은 자태)
해가 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일몰때 해가 보였으면 멋있었을텐데, 오늘도 구름에 가려 제대로 된 석양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기본메뉴는 탈리였지만, 150루피를 추가하면 치킨바베큐를 먹을 수 있어 미리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저녁 먹기 전 많은 고민을 한 게 있었는데, 바로 염소를 잡을까 말까였다. 3000루피만 주면 염소 한마리를 잡아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데, 몇 시간동안 고민하다가 염소를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살아있는 염소를 잡아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경험을 어디가서 해보겠냐가 주된 이유였다.
정글 영화에서처럼 모닥불에 둘러앉아서 염소를 구워먹는걸 기대했으나, 현실은 역시 달랐다. 일단 귀여운 새끼염소를 데려온 순간부터 아차싶었다. 생각보다 염소가 너무 작아서 귀여웠고, 저게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먹을 수 있을지 고민부터 되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나와 영섭이는 염소의 최후를 함께 지켜보면서 명복을 빌어주기로 했고, 다른 세 명은 차마 못 볼 것 같다고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염소는 갔을 때 몰이꾼이 죽여놓아서 죽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진 않아도 되었지만, 그 뒤에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빼내고 고기로 만드는 과정까지 생생히 옆에서 지켜보았다.
살아있는 동물이 고기가 되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참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염소 죽이는 과정이 징그러워 보기 싫다는 생각도 나면서, 한편으로는 어차피 이 염소는 내가 죽인 셈인데 안보고 고기만 먹으면 눈가리고 아웅이자 너무 위선적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난 그냥 보는게 낫겠다 싶어 그 곳에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생물학 시간에 생물 해부를 보는 느낌뿐이라서 이런 내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염소잡는 사진은 안 찍었다.
불이 없어서 이렇게 물통 밑에 라이트를 켜놓고 전등 대용으로 썼다.
염소고기.
염소고기와 치킨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저렇게 호일에 싸서 모닥불에 하나하나씩 구워주는데, 모래가 좀 씹히긴 해도 오랜만에 고기를 제대로 먹는지라 신경쓰이지 않았다. 맥주에 위스키까지 곁들여가면서 밤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오늘은 추석이었기 때문에 집 생각도 많이 나고 한국이 그립다는 얘기들도 했다.
재밌는 건 사막 한가운데에 이상하게도 인터넷이 빵빵하게 터져서 3g로 보이스톡도 된다는 사실. 그래서 난 사막에 누워서 충주에 가있는 가족들에게 즉석으로 전화도 했다. 왜 내 통신사는 도시에선 안되는데 여기선 잘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달이 밝아 별은 잘 안보였고, 구름도 많이 껴서 밤하늘에서 은하수와 수많은 별을 감상하는 건 어려웠다.. 그런건 겨울에 와야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가 있는 숙소엔 해가 져도 바람도 하나도 안불어서 후덥지근 하다가 비가 온 다음엔 훨씬 쾌적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자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사막에서 비를 맞다니.. 잠깐이긴 했지만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러고 잔다)
여기까지는 사막의 낭만이었지만, 자는 도중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벌레와 개. 파리와 모기, 벌이 계속 주위를 돌며 앵앵거리는 데다가 우리 숙소를 지키는 개랑 다른 개가 싸움이 나서 밤새 큰 소리로 짖어대는 바람에 잠에서 계속 깼다. 나는 그나마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있어서 그런지 모기는 안 물렸는데, 모기물린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아침이 되었을 때에는 아무도 세시간 이상 제대로 잔 사람이 없었다. 내가 그나마 제일 많이 잤다. 잠자기 전까진 정말 좋았지만, 잠자는 환경은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하루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 시간 먼저 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빵과 쨈, 바나나와 짜이 등을 훌륭하게 먹고 출발했다. 아침 메뉴는 기대이상으로 괜찮았다. 낙타도 올 때는 지름길로 왔는지 한시간정도밖에 안 걸리게 차에 도착했다.
(일출)
(쇠똥구리가 있어서 구경했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사파리를 끝낸 우리는
팁을 전체 10%정도 주고 (인당 100루피씩 줬다)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푹 늘어지게 쉬기로 했다.
낙타 사파리의 총평은 : 꼭 한번은 해볼 만 하지만 두 번부터는 피곤할 것 같다. 다음에 은하수 보일 때 꼭 다시오고 싶어진다.
돌아오는 길에 염소? 양떼가 있어서 사진한장. 이 동네 사람들은 풀을 바로 못먹어서 그런지 저렇게 소와 양, 염소들을 키운다.
이렇게 우여곡절 낙타사파리는 끝! 이제 하루정도 쉬었다가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
지금 너무 졸려서 까먹은 내용 있으면 일어나서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