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

인도 Day33~35 (델리)

Joon' 2014. 10. 10. 15:04

10.5 ~10.7 인도여행의 마지막 33~35일차

 

10.7 밤 도하 그랜드리갈호텔에서 작성

10.10 아침 케이프타운 LSB 방에서 수정

 

 인도에 처음 올 때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그 많은 사람들은 다 뭐 하면서 먹고 살까?' 라는 것이었다. 중국이야 이제 경제가 많이 발전해서 Made in China가 안 들어간 곳이 없지만, Made in India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여기서 한 달간 지내다보니 인도 사람들은 우리나라라면 생각지도 못할 다양한 직업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인도 길거리에는 몸무게를 재 주면서 한번에 2루피(40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같으면 집집마다 거의다 체중계가 있겠지만, 여기는 체중계를 마트에서 안 파는건지, 아니면 집집마다 있는데도 사람들이 밖에서 재는건지.. 누구를 위한 체중계인지 알 수 없지만 체중계 하나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정말로 존재한다. 그 밖에도 길거리에 짐꾼들이 정말 많고, 우리나라라면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고, 굳이 필요없을 것 같은 일이나 (예를 들면 시내 큰 상점마다 문에 서있는 경비원), 한 명이 하면 될 일을 여러명이 하기도 한다. 처음엔 힘든 일을 하니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인도사회가 발전해서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밤기차를 타고 델리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둔 라즈 마할 호텔에 도착했다. 마지막 이틀이기 때문에 에어컨 나오는 좋은 방에서 사치를 좀 부리기로 했다. 오전엔 방에서 좀 자다가 한국식당 인도방랑기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돼지고기가 너무 먹고싶었기 때문), 거기서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동진이와 순옥누님을 만났다!! 델리에 있을 줄 모르고 연락도 안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반가운 만남이어서 좋았다. 원래 둘은 조드뿌르에 가기 전 짐을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중에 나랑 만난 것인데, 난 이미 불고기덮밥?을 시킨 뒤라 내가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동진이가 알아놓은 샐러드바를 찾아갔지만 일요일이라서 closed.. 어디갈까 방황하다가 우연히 뷔페라고 써있는 곳에 들어갔는데, 정말 인도스럽지 않은 호텔 뷔페였다 ! 빵빵한 에어컨에, 은은한 조명에, 잘 세팅된 의자에, 맛있는 음식까지! 가격은 인당 800루피(14000원)정도로 인도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난 아쉽게도 점심을 먹고 온 뒤라 많이먹진 못했지만 ㅠㅠ 이것만 해도 만족. 이 레스토랑에 가득찬 인도사람들을 보면서 인도의 빈부격차를 다시한번 실감했다. 한끼를 200원부터 20000원 사이에서 골라먹을 수 있는 인도. 



  밥 먹으면서 인도에서 찌든 때를 빼내고, 후식으로 밀크쉐이크집에 가는 길에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ㅠㅠ 나에겐 이런 일이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밀크쉐이크집에서 둘은 밀크쉐이크를 사고 나는 배가불러서 뒤쪽에 서 있었는데, 핸드폰을 쓰려고 보니 핸드폰이 없어져있었던 것이었다.. 밀크쉐이크집 올때까지 내가 길을 안내하고 두명이 따라왔기 떄문에 그 사이에 흘리거나 도난당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밀크쉐이크집에서 내가 뒤에 서있는 동안 주머니 밖으로 나온 핸드폰을 누가 가져간 것 같다..

  잠시 패닉상태였지만, 미리 동기화를 시켜놓아서 사진이랑 연락처는 다 그대로 있고(델리사진은 동기화를 못시켜서 없다..), 인도 심카드를 썼기 때문에 한국 심카드는 나한테 있고,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좀 수습이 되었다. 다행히 핸드폰을 잃어버리긴 했는데 그렇게 심각한 손해는 아니었던 것이다. 내일 경찰서가서 Police Report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핸드폰을 새로 사서 쓰거나 그냥 핸드폰 없이 지내거나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멘탈을 수습하고, 어차피 지금 숙소에 가봤자 할 일도 없고 우울해지기만 할 것 같아서 원래 계획대로 악샤르담으로 향했다. 악샤르담(Akshardham)은 인도의 한 단체?에서 지은 엄청나게 큰 힌두교 사원인데, 힌두교의 한 구루에게 헌정된 사원인 것 같다. 2005년에 완공된 현대식 사원으로, 사원에 푸드코트, 영화관, 보트투어까지 갖추어진 힌두교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다. 규모가 정말 타지마할 못지않아서 계속 감탄하면서 다녔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사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델리에서 시간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길 추천. 


  아쉽게 일행들을 보내고, 망고랑 사과를 사서 방에 들어왔다. 맛은 그럭저럭


 

 호화로운 방 사진 



 다음날은 할 일이 많았다. 히말라야 화장품 사서 한국으로 소포도 부쳐야되고, 보험사 서류도 써야되고, Police Report도 받아야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인도에서 유명한 히말라야 샵을 갔다. 저렇게 풋크림, 영양크림, 핸드크림, 립밤, 샴푸를 잔뜩 샀는데 고작 1700루피(30000원). 이래서 사람들이 인도에서 돌아갈 때 히말라야를 잔뜩 사가는구나 싶었다. 소포는 하나에 1200루피정도로 꽤나 비쌌다.


 서류를 출력하고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경찰서로..


 

 

 이건 공항철도에 있는 화장실인데, 너무 깨끗한게 신기해서 찍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깨끗함과 더러움의 극과 극을 만나게 되면 놀라운 생각이 안 들수가 없다.


 경찰서 가서 Police Report를 무사히 받고(경찰이 핸드폰번호를 알려주면 찾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찾을 거라는 기대는 버린지 오래..보험금만 받으면 된다), 호화로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비리야니를 시켰는데, 이렇게 먹으려고 했더니

 

 점원이 친절히 엄청 큰 앞접시에 담아줬다. 난 저게 쟁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앞접시... 

  밥먹고 카페에서 서류 작성. 와이파이가 안되서 좀 불편했다.


  길거리의 이발사


  


  다시 빠하르간즈로 돌아왔다. 마지막 고민은 핸드폰을 새로 사느냐 마느냐였는데, 핸드폰 가게에 한번 들어가서 봤을 때 싼 스마트폰이 고작 4000~5000루피(7~8만원)밖에 안 했다! 원래는 스마트폰을 안사고 핸드폰에서 벗어난 나만의 여행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가격을 들은 순간 헛된 결심이 되고 말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4200루피를 주고 인도산 Micromax 스마트폰을 구입. Micromax는 나름 인도의 삼성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브랜드인듯.  7만원밖에 안하니 좀 쓰다가 한국가면 바꿔야지라는 생각으로 샀다. 당연히 사양은 훨씬 안좋지만, 인터넷 되고 앱 받을 수 있으면 충분했다. 

 

  제법 모양은 그럴듯하다. 안좋은 점은 내장메모리가 너무 작아서(100MB밖에 없다..) 앱을 몇개 깔 수 없다는 것과 여분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을 자주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카메라 성능도 안 좋아서 앞으로는 디카로 사진을 찍기로했다.


 스마트폰 세팅을 마치고 인도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바에 들렀다.


 

 

 

 궁상맞게 혼자 커틀릿에 맥주를 먹고 있는데, 바가 작아서 주인이 마음대로 합석을 시켜주는 바람에...뜻 밖의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 사람. 델리에서 살고 있는 작가 겸 저널리스트라는데, 오늘까지 연휴라 술 마시러 왔다고 한다. 내가 몇마디 힌디어 했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자기는 인도의 부패한 정부가 싫고 대만에 꼭 놀러가고 싶다는 얘기, 자기 회사 주변에 한국 사람들은 많지만 다들 끼리끼리 몰려다녀서 한국사람이랑 얘기하는 건 내가 처음이라는 얘기, 저널리즘에 대한 얘기 등등.. 이 사람도 인도는 자유로운 나라라면서 인도에선 너가 원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사랍이 한 말이랑 놀랍게도 똑같아서 좀 신기했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나?


 

나보고 더 술을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이 사람이 아직 수상하기도 하고, 내일 갈 짐도 싸야되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공항에 6시까지 가기 위해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못 일어날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빨리 깼다.

 빠하르간즈의 조용한 새벽 길거리. 하지만 이 시간에도 릭샤왈라들은 돌아다닌다.

 

 카타르항공에 가서 표를 받고,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해놔서 금방 했다)

 

 

 남은 인도루피를 다 쓰기 위해 도미노 피자도 먹고

  스타벅스 커피도 마셨다

  그렇게 인도를 떠나 경유지 카타르로 출발~~





 이렇게 인도에서의 5주 여행은 끝이 났다. 혼돈 속의 질서, Incredible,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되는 곳. 등등 여러가지 인도에 대한 수식어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느낀 건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이었다. 내가 나름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무의식중에 만들어 놓았던 벽들이 이 곳에서 산산이 부서졌고, 덕분에 인도여행은 다양성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카레는 당분간 입에도 대기 싫겠지만 인도는 다시 오고싶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