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Day19 (카주라호)
9.21 인도여행 19일차 in 카주라호
9.24 오후 바라나시 레바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작성
카주라호는 인구는 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에로틱한 조각상이 있는 힌두교 사원들로 유명한 곳이다. 아마 카주라호라는 이름은 못 들어봤어도, 이렇게 생긴 조각상은 다들 한번쯤 보지 않았을까?
카주라호에는 30분정도 딜레이되어서 오전 7시쯤 도착했다. 처음으로 에어컨 안 나오는 Sleeper Class 를 타 봤는데, 잘 때 자꾸 바깥바람이 들어와서 좀 불편했다.. 딱 잠만 자긴 괜찮은데 오래갈땐 역시 에어컨나오는 칸을 타야겠다 싶었다. 카주라호 역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한 숙소 픽업을 받고 숙소에 짐을 풀고, 밤기차 타기전까지 방을 300에 준다고 해서 OK하고 좀 잤다.
카주라호는 마침 축제기간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는데, 힌두교의 유명한 성자? 구루?가 산스크리트 경전을 9일 안에 다 읽어내는 축제라고 했다. 그게 왜 축제인지는...모르겠지만 ;;;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방송사에서 라이브 중계까지 하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았다. 힌디어라 뭔소린지 하나도 몰라서 사진만 찍고 왔다.
드디어 사원에 입장. 사원관광객이 마을의 주 관광수입원인 만큼 숙소와 사원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여긴 한국인이 엄청 많이 오는지 한국 간판도 많고, 한국 음식점도 많고, 심지어 길거리에 한국말 하는사람도 진짜 많았다.
사원은 사원이요, 풀은 풀이다
셀카 하나 찍고
사실 나의 목적은 사원을 보는 것이 아닌 사원에 새겨진 에로틱한 미투나상들을 찾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그라에 타지마할을 보러 가는 것처럼 카주라호에는 미투나상이 핵심이다) 미투나상들을 찾아헤맸다. 처음 간 사원의 벽면에는 비교적 정상적인 조각들만 있었다.
정교한 사원조각들을 보니 조각한 사람들이 정말 세심하게 조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을 파고들어가서 조각한 걸까 아니면 따로 조각을 만들어서 저 위치에 갖다놓은 걸까?)
내가 찾는 에로틱한 조각들은 사원의 윗부분이 아닌 기단 부분에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어있었는데, 그 수위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어서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냐면..
이정도..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맡기겠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누구는 설렌다고 하고 누구는 부수고 싶다고 한다. 이런 비슷한 사원이 6~7개정도 있는데, 어디가나 비슷한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다.
신기한 건 조각상들이 똑같아보이지만 표정이나 자세등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런 에로틱한 미투나상을 만든 원인은, 남녀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남녀가 성교를 통해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힌두교의 가르침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힌두교의 가르침을 신성한 사원에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사원을 지은 왕이 변태였다고 생각한다. 왕은 사원을 만들면서 장난을 치고 싶었고, 힌두교의 가르침을 변태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책들에 보면 마치 옛날 사람들은 모두 고상하게 살았던 것처럼 표현되어 있지만, 옛날에도 분명히 변태적인 사람들이 있었을 거다.
어쨌든 두시간정도 서부 사원군 구경을 마쳤다. 입장료 250루피는 사원의 질이나 규모에 비하면 좀 비싼 것 같다..
점심먹을 시간이 되어서 식당을 찾아갔다. 많은 한국식당이 영업중이지만 그중 최고는 전라도밥집이라고 해서 전라도밥집을 찾아갔는데,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이런 간판을 보게될 줄이야..)
문을 닫았다. ㅠㅠ 비수기라 점심시간에는 안 하나보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추천된 라자 카페라는 곳을 갔다.
헝가리식 고기스튜라는 굴라슈를 시켜 먹었는데, 맛은 약간 오리고기랑 비슷한 맛이었다. 닭으로 만들었는지 돼지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고기를 먹으니 힘이 나고 좋았다. 그리고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먹을 수 있어서! 맘같아선 오후내내 여기 앉아있고 싶었다.
축제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외국인을 처음보는 사람들이 많은지 날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이 쳐다봤다.
1시부터는 더워서 밖에 있기가 싫어서 호텔방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누워있었다 (당연히 에어컨같은 사치는 없다) 다섯시쯤 동부사원을 갈 겸 나왔는데, 현지인들이 너무 귀찮게 굴어서 완전히 질려버렸다. 어느 정도냐면 인도 제일의 껄떡도시라는 별명답게 '친구, 어디가요~' '우리 집 와서 보고가요' '그쪽 아니에요' 같은 유창한 한국말로 계속 말을 거는데, 처음엔 웃으면서 받아줬지만 1분에 한번씩 모든 사람이 이러니 나중엔 짜증이 솟구쳐서 집에 빨리 돌아가고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필 길도 잃어버려서 그냥 동부사원은 멀리서만 보고 저녁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호텔 안에만 있었다.
다행히 다른 한국식당에서 먹은(해진 뒤에 가니 전라도밥집은 문을 닫아서 시골밥상이란 이름을 가진 곳으로 갔다) 닭볶음탕이 수준급이라 마음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카주라호는 안 좋은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숙소에서 밤기차를 기다리다가 역에 가서 바라나시행 11시 30분 기차를 탔다. 인도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도시인 바라나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