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Day18 (아그라)
9.20 인도여행 18일차 in 아그라Agra
9.24 낮 바라나시 레바 게스트하우스에서 작성
여행자가 아그라에 오는 이유는 대부분 타지 마할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에게도 아그라는 곧 타지 마할이었고, 역시 기대했던 만큼 타지마할은 놀라웠다.
사쿠라 호텔에서 8시쯤 일어났다. 원래는 6시쯤 일어나서 아침에 파테뿌르 시크리라는 근교의 유적을 보려고 했지만, 감기기운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패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타지마할까지 릭샤를 타고 간다음 걸어서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호텔에서 오토릭샤를 하루 빌려서 다녀도 650이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따로따로 이동할때의 릭샤값이랑 흥정하는 번거로움 등을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먼저 아그라역을 가서 카주라호가는 밤기차를 끊고(원래 어제 카주라호가는 기차를 탔어야 했지만 자이푸르로 가는 바람에 어제기차를 포기했다) 타지마할로 갔다. 인도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대리석 건축물답게 인도 전역과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입구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현지인이면 50루피도 안내고 들어가는 것 같지만 외국인은 750루피(13000원 정도)라는 말도안되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인도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여행자들은 입장료가 얼마든 상관없이 반드시 표를 끊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비싼 가격을 책정해 놓았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대신 물도 한 병씩 주고, 별도 라인으로 입장을 시켜줘서 현지인들과 달리 입장대기시간은 거의 없다.
드디어 타지마할 정원에 입장!
입장하면 바깥정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저기 보이는 문이 본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저 문을 지나면, 웅장한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크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었다. 시야 전체에 꽉 차게 타지마할이 들어오고 그 앞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정원이 펼쳐지는데, 정말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지은 건축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터키에서 블루모스크나 아야소피아 성당을 봤을 때보다 훨씬 큰 경외감을 느꼈다.
중앙 연못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
중앙연못에서 찍은 정원사진 (타지마할을 등지고 찍은 사진이다). 역시 완벽한 대칭에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타지마할 안에 들어가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멀리서는 타지마할의 크기와 웅장함이 놀랍다면, 가까이서 볼 때에는 세심한 장식무늬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건물을 볼 때의 느낌을 글로 설명한다는 게 참 어렵다..나는 중요한 사진 몇장만 찍고 감상하기에 바빴다.
타지마할 내부는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외부만큼 아름답진 않다.
타지마할 뒷쪽으로 나와 잠시 쉬고있는데 역시 관심을 보여온 현지인들..
이젠 이런일이 다반사라 아무렇지도 않다.
타지마할에서 가장 큰 과제(?)는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최고의 포토존인 중앙연못에 있는 대리석 의자를 차지해야 했다. 예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이 곳은 다이애나 의자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으려고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 대체로 인도인 가이드들이 큰소리를 치면서 돌아가면서 찍는 것 같았다.
처음 타지마할 들어왔을 때 사진을 남기고 싶었으나 찍어줄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타지마할을 보고 난 뒤 꼭 사진을 남겨야겠다 싶어 5분정도 기다려서 한 중국인 아주머니한테 사진기를 맡긴 다음 잽싸게 의자를 차지해서 제대로 된 사진을 하나 남길 수 있었다! 인도인 사진사들이 뭐라 해서 오래 앉아있진 못했지만, 인도에서 해야 할 것 중 큰일 하나를 해낸 느낌이었다.
릭샤 운전수랑 한시반에 만나기로 해서 그 전까지 구석구석 둘러보고 그늘진데 앉아서 타지마할을 감상하며 쉬었다.
그렇게 타지마할 관람 끝!
릭샤 운전사가 추천한 집에서 탈리를 먹고(분명히 운전사랑 모종의 계약을 맺고있는 음식점 같았지만 인도사람도 많고 음식이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타지마할과 함께 아그라 관광의 Big 2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아그라 성으로 갔다.
아그라 성은 무굴제국의 옛 수도로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라던데, 이미 델리의 붉은 성을 보고 난 뒤라 별로 감흥도 없고 너무 더워서.. 사진만 몇장 건지고 나왔다. 이제 성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딱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아그라 성에서 타지 마할을 보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타지마할을 지은 샤 자한이 이곳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죽어갔다는 생각을 하니 마치 샤 자한이 된듯 잠시 상상에 빠졌다.
한 시간만에 짧게 관광을 마치고 리틀 타지마할이라는 곳을 갔다. 더워서 쉬기만 했을 뿐, 별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마지막 코스는 메탑 박이라는 타지마할의 강 건너편에 있는 공원이었다. 여기서 해질때까지 있다가 숙소로 돌아가면 오늘의 일정이 끝나는 것이었다. 너무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잔디밭에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강 건너편에서 본 타지마할은 또 다른 경외감을 안겨주었다.
메탑 박에는 근처 꼬마들이 몇 명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줬다. 그런데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한다.. 갑자기 씁쓸해졌다.
이 소녀도 염소를 안고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달라 하더니, 사진값을 내라고 독촉했다.
사진값을 달라면서 뻔뻔하게 초콜렛과 펜, 돈을 달라고 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찝찝함과 불쾌함의 정체가 무엇이었을까.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인도의 이면을 본 것에 대한 불쾌함이었을까? 아니면 이 아이들에 대한 동정이었을까? 어쨌든 자연스럽게 여행객들과 어울리며 구걸을 하고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았다.
해가 지면서 하늘이 붉어질 때의 아름다운 타지마할을 기대했지만, 오늘은 날씨도 아닌 것 같았고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경찰이 밖으로 나가라고 내보냈다. 숙소까지 무사히 온 다음 릭샤에게 돈과 팁을 주었다. 원래는 팁을 잘 안 주는 편인데 나랑 같이다닌 릭샤운전사는 인상도 좋고 친절해서 왠지 팁을 많이 주고 싶어졌다. 메탑 박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을 만나서 더 인도사람들에 대한 동정이 생긴 걸까?
그렇게 아그라 당일치기 여행은 끝나고, 감탄과 불쾌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밤기차를 타고 카주라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