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India

인도 Day16&17 (반디쿠이,자이푸르)

Joon' 2014. 9. 23. 20:32

 

9.18, 19 인도여행 16,17일차

9.24 아침 바라나시 레바 1층에서 작성

 

  어느 여행을 가던지 현지 언어를 조금만 알아도 현지인들의 태도가 훨씬 친절하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에서도 역시나 기본적인 힌디어를 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사랍과 아카시라는 좋은 힌디어 선생님을 만나 발음을 교정받은 덕분에 앗차(좋다), 스와디쉬(맛있다), 단야밧(감사합니다), 보훗(아주), 엑 차이(짜이 한잔), 멩가헤(비싸요), 싸나헤(싸요) 정도는 그럴듯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내가 힌디어를 할 줄 아는 줄 알고 힌디어로 말을 걸어오는 게 문제..

 

 여덟시쯤 일어나서 아침에 늦장을 좀 부렸다. 배가 고프긴 했는데, 얘네는 아침을 원래 잘 안먹는지 자연스럽게 차랑 과자만 몇개 먹길래 아침을 달라고 할 순 없었다.

 어느 집에서나 이렇게 아침마다 향을 피워 집안 곳곳을 정화(?)시킨 뒤 향을 꽂아두는 것 같다.

저 마크는 나치마크처럼 생겼지만 힌두교를 의미하는 성스러운 표시라고 한다. 사랍 말로는 나치마크가 힌두교 상징에서 유래한 것이라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준 아카시, 사랍과 그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책갈피랑 줄을 몇 개 골라가라고 했다. 둘이 신나게 고르는 모습. 사랍은 전통부채와 부처 책갈피를 골랐고 아카시는 카사노바답게 한복입은 커플 책갈피를 골라서 자기 열쇠고리에 걸어놓았다

  아침부터 크리켓 경기 보는데 열중하고 있는 두 사람. 아직도 크리켓 룰을 잘 모르겠다..

아카시 어머니랑 같이 찍은 사진. 어머니가 학교로 출근하셔야 해서 먼저 인사를 드렸다.

  오늘의 원래 계획은 여기서 아그라로 가는 것이었는데, 아카시와 사랍이 반드시 자이푸르 야경을 봐야한다면서 가지 말라고 하길래.. 카주라호 보는 것보다 얘네랑 하루 더 노는 게 훨씬 기억에 남을것 같아 흔쾌히 하루 더 남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엔 좀 쉬다가 오후에 아바네리(Abaneri)라는 반디쿠이 근처의 유적을 들리고, 저녁에 자이푸르로 넘어가 야경을 보고 내일 아그라로 가게 되었다.

  아바네리를 보고 사랍네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해서 왠지 전통의상을 입으면 좋을 것 같아 갈아입어보았다. 몇번 입지도 않았는데 바지 주머니가 구멍이 나서 바지에 아무것도 넣을 수 없게 되었다.. 역시 저질 옷이었어

  아바네리라는 곳은 왕이 여름 휴양지로 지은 곳인데, 계단들이 기하학적으로 독특하게 지어져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아직 관광지로는 많이 개발되지 않아 유명하진 않지만 한창 개발중이라고. 사랍 말로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감옥이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 거라는데, 솔직히 별로 비슷하진 않았다..   

실제로 보면 정말 웅장하고 알수없는 경외감이 든다. 네 면의 우물처럼 되어있는데 한 면은 왕이 쉬는 거처와 공연 무대가 있고(아래 사진) 나머지 세 면은 계단이다. 계단의 목적은 귀족들과 휴양객들이 공연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왜 하필 저런 모양으로 지어놨을까 궁금했다. 아래 초록색은 물인데, 예전에는 깨끗한 물을 담아놓아서 목욕도 하고 씻었다고 한다.

 여느 힌두 사원처럼 벽에 힌두교 신들이 조각되어 있지만, 무굴 제국때 파괴되어서 제대로 남아있는게 별로 없다

 

 

 

가이드 해 주신 분이랑 한 컷.

사랍이랑도 한 컷.

 

전설에 의하면 계단을 내려가면 절대로 똑같은 길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직 개발 초기라서 많은 설명을 못 들어서 아쉬웠지만, 좀 더 개발되면 좋은 관광지가 될 것 같았다.

 

잠시 짜이를 먹으러 들린 근처의 휴게소. 사랍은 틈틈이 아카시랑 외국인 여자를 구경하러..ㅋㅋㅋ여기와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여기선 동네 주민들이 사원에서 쓰이는 단 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사랍네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사랍네 집도 역시 대가족이었다. 한지붕 안에 22명이나 살고, 부엌이 다섯개에다가 욕실은 10개도 넘는다고 했다. 처음에 작은 집이었다가 계속 증축을 했기 때문에 집안 구조가 미로같았다.

역시나 훌륭했던 탈리. 깨끗이 먹어치웠다. 아쉬운 건 사과를 생으로 먹고 싶었는데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셨다는 거다 ㅠㅠ 여기선 채소나 과일에 소금후추를 항상 뿌려먹는 듯. 심지어 바나나에도 뿌린다! 

밥먹기 전에

사랍과 어머니.

 밥을 먹고 사랍네 집을 한 바퀴 돌면서 집안 식구들과 다 인사를 했는데, 누가 누군지 헷갈려서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사랍 삼촌네 가족과 함께.

사랍의 작은삼촌네 가족이랑. 작은삼촌은 모스크바에서 80년대말-90년대초에 의료계통 전공으로 유학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결혼해 이 마을에 정착해 있다고 한다. 한 때 러시아 여자와 깊은 사랑에 빠져서 결혼전까지 갔다는데, 그 당시에는 국제결혼이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포기했다고. 그래서 러시아 여자를 좋아하는 사랍은 삼촌을 친척 중에 제일 부러워했다.

작은삼촌은 두 딸이 있었는데 (이제 인도에서도 자식들을 많이 안 낳고 두세명만 낳는다) 작은 딸이 IT경시대회? 를 준비하길래 책을 잠깐 봤다.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궁금해서 책들을 몇 개 구경했는데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는 게 특이했다. 산스크리트어가 현재 쓰이는 언어는 아니지만 힌디어의 기초가 되어서 배운다고 했다. 우리가 한자 배우는 것이랑 비슷한 의미인 듯.

 들어가는 방마다 짜이를 권해서 집 안에서만 짜이를 다섯 잔이나 먹고.. 네시쯤 자이푸르 가는 차를 탔다.

  아카시네 집을 찾아갔는데(아카시는 오전에 일 때문에 먼저 자이푸르로 왔다), 아카시는 아버지와 형제들과 같이 자이푸르 외곽의 신도시에 살고 있었다. 원룸도 안 되는 조그만한 방이었는데, 거기서 아카시 아버지도 만나고 형제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났다. 나하랑가르 성에 야경을 보러 가는 길에 헬멧 안쓴 바이크 단속하는 경찰들이 너무 많아서 야경을 갈지 아니면 그냥 안전하게 바에 가서 술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야경이 여기 온 목적이니만큼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직 야경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저녁 겸 모모(만두)를 먹고 자이푸르 시내의 제일 큰 몰을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갔다.  

World Trade Park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진 몰이었는데, 크기는 우리나라의 보통 백화점정도? 많이 크진 않았지만 인도에서 이런 현대적인 몰을 본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랍은 푸쉬카르같은 시골도 인도지만 이곳도 인도라면서 인도엔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강조했다.

푸드코트에 앉아서 콜라를 마시면서 크리켓을 봤는데, 유럽 컨셉으로 디자인 된 건물이라 롯데월드같기도 하고 좀...안어울렸다.

사랍 아카시 투샷

여기서도 크리켓을 보길래 너무 궁금해져서 크리켓 룰을 찾아서 읽어보니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야구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묘한 게임이다.

 

 11시쯤 야경을 보러 출발했다. 사랍 아카시만 간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같이가서 일행은 총 8명이 되었다. 인당 1.5병씩 맥주도 사가고 가는길에 치킨도! 사서 야경을 보면서 치맥을 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먹은 판paan이라는 간식. 달긴 했는데 민트향이 너무 강해서..다 먹기 힘들었다)

 

나하랑가르 성까지는 바이크로 한시간 정도 거리였다. 우리로 치면 관악구에서 북한산을 올라가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가는 길은 좀 지루했지만.. 올라가서 본 자이푸르의 야경은 대단했다.

야경과 함께 맛있는 치맥을 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영어를 못해서 주로 힌디어로 얘기하고, 나는 혼자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다. 아카시는 술을 잘 못해서 맥주 750ml 두병 먹고 완전히 맛이가서 ㅋㅋ 토까지 하고 술을 깼다. 얘기가 안 통하니 재미도 없고 슬슬 졸려서.. 좀 졸다가 네시쯤 하산한 것 같다. 쉬엄쉬엄 왔기 때문에 (새벽에 돌아올때도 쉬면서 짜이를 먹었다.. 짜이집은 문을 안 닫나?) 아카시 집에는 여섯시쯤 들어갔다. 사실 다섯시 반쯤 도착했지만 여섯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밖에서 좀 노닥거렸다.

 

 

 

  다음날 12시도 넘어서 일어났다. 아침 버스를 타고 아그라로 가려는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가고, 대신 저녁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음주로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서너시까지 아카시네서 쉬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일주일을 보낸 정든 친구들과 이별할 시간. 

아카시의 바이크

점점 더 현지화가 되어가고 있는 초췌한 모습이다...

기차역 앞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고, 사랍과 같이 기차를 탔다. 아카시랑은 bye bye. 사랍은 다시 반디쿠이로 돌아가야 해서 나랑 같은 기차를 타고간다. 아버지 가게를 좀 봐준다음 내일 델리로 가서 직장을 알아볼 거라고 한다. 사랍은 그동안 너무 틀에 얽매여 완벽을 추구하면서 살았는데 (직장도 보수가 맘에 안들어 몇 번 때려쳤다고 한다..능력에 비해 눈이 높은 듯), 나랑 영섭이를 만나면서 틀에서 벗어나 인생을 좀 더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 육식도 할거냐? 물어봤더니 그건 좀 고민해 보겠다고...ㅋㅋㅋ

 기차 안에서도 짜이. 가이드북에서 기차에서 짜이를 시키면 티백을 넣어주는 만행을 저지른다고 봤는데, 실제로 우유에 티백을 넣어서 줬다.. 근데 의외로 맛은 괜찮음. 사랍이 말이 많은 편이라..같이 오는데 얘기들어주느라 좀 힘들었다 ㅠㅠ 사랍은 반디쿠이에서 내리고 그대로 아그라까지 고고.

기차 안에서 초코파이를 팔길래 신기해서 사 봤는데, 우리나라 초코파이보다 사이즈는 좀 작지만 맛은 똑같아서 반가웠다.

 

 아그라 가는 기차는 힘들었다. 감기에 걸렸는지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이 나기시작하는데, 창문이 안닫혀서 찬바람은 썡쌩 들어왔다. 게다가 아홉시에 아그라에 도착하기로 했던 열차가 두시간이나 연착이 되어서 그동안 기차 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리고 열한시에 아그라에 도착. 사쿠라 호텔에 미리 연락을 해놓아서 다행히 픽업을 받아 편히 갈 수 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