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5 California

미국 Day 7 (LA) - 문화가 가득한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Joon' 2015. 1. 13. 04:54

12.30 미국여행 7일차 in LA

1.12 오전 샌프란시스코 Adelaide 호스텔에서 작성



  미국 와서 며칠동안은 사소한거 하나에도 괜히 긴장되고 기가 눌려있었다. 예를 들면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버스기사에게 말할 때도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 건가? 틀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움츠러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현지에 적응하느라 그런건 줄 알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느낀 긴장감과는 전혀 달라서 이 불안함의 정체가 뭔지 한참동안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잘 사는 나라라 여행자와 현지인의 구분이 없다는 점 + 내 무의식에 있는 영어공포증이 합쳐진 결과 같다. 이 두 가지는 미국여행이 다른나라 여행과 가장 달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인도, 남미, 아프리카에서는 여행자와 현지인의 삶이 구분되어 있었다. 현지인이 먹는 레스토랑과 외국인이 먹는 레스토랑이 다르고, 여행자 지역엔 외국인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현지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말하자면 어디서나 '특별대접'을 받아왔던 것이다 (물론 돈을 더 내야되고 바가지도 가끔 쓴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굳이 여행자/현지인을 구분지을 필요도 없고, 한국인들이 워낙 많아 내가 여행객처럼 보이지도 않아서 나를 위한 특별한 배려따위는 없었다. 고생하면서 다니려고 여행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여행자를 위한 특별배려에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반성해야지 ..

  

  여기에 영어공포증까지 합쳐지니 상황은 더 악화되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야 영어를 쓰는 나라가 아니니 영어가 맞든 틀리든 그냥 자신감있게 내 맘대로 썼지만 여기는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미국식 영어를 쓰는 미국이 아닌가. 나는 나름대로 이제는 영어 쓰는데 두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랜 학습효과 때문인지 사소한 단어나 문법 하나에도 틀리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쨌든 이건 미국 처음 왔을 때 얘기고, 지금은 좀 괜찮아지고 있다.



  LA 공항으로 도착은 했지만 일주일만에 본격적으로 LA를 구경하게 되었다. 사촌형은 직장이 LA에 있어 LA 코리아타운에 아파트를 빌려 살고 있다. 전날 마트에서 장봐서 해먹은 아침. 저지방 우유라 문제없을줄 알고 사먹었는데 유당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하루종일 장이 가만히 있질 않아 고생좀 했다..ㅠㅠ 



  집 앞. 캘리포니아는 참 날씨가 좋다. 연말인데도 우리나라 쌀쌀한 가을날씨에다가 건조하기까지 해서 왜 캘리포니아가 살기 좋다고 하는지 느낄 수 있음. 오늘은 걸어서 시내구경을 다니기로 했다.


 

  LA 중심부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난 LA에 한국인이 많이 살거라고는 생각했지만 50만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경악했다. 50만이면 청주나 전주같은 우리나라의 중대형 도시에 약간 못 미치는 인구인데, 이 많은 사람이 LA 지역에 살고있다니...이 정도면 독자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게 여기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코리아타운을 걷고있으니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 CGV도 있고, 뚜레주르도 있고, 설렁탕집도 있고, 한국사람들만 대상으로 해도 충분히 장사가 되는 상점들이 수두룩했다. 거리는 외국인데 간판은 한국인 이질적인 풍경에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명동교자까지!


 

  코리아타운 중심부의 윌셔Wilshire 거리를 걷다보니 총영사관도 만날 수 있었다. 

  


  코리아타운에서 메트로를 몇 정거장 타고 다운타운으로 와서 한가한 시내를 돌아다녀본다. 주요 시설들이 다 몰려있어서 걸어다니기 편했다. 물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좀 으스스하긴 했다. 다 차 타고 다니나..



  시내에서 만난 대성당. 이름만 보고 오래된 성당을 기대했지만 초현대적인 성당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LA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월트 디즈니 홀. 일단 겉모습부터 압도적이고, 안에서 무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한 투어를 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가 없다면 그냥 건물이구나~ 하고 말겠지만 건물 구석구석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가면서 구경하니 좋다. 




  거리의 쓰레기통에서 미국이 다인종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특히 LA는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고 한다. 여러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이름 아래 같이 모여 살아가는 곳. 이 사람들을 한데 묶는 '미국'이라는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시청 꼭대기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청계천. 로스앤젤레스 강과 자매결연(?)이 되어있나보다.



  걷다보니 El Pueblo라는 멕시코 지역까지 왔다. 스페인어를 들으니 괜히 반가워서 스페인어도 써보고 싶어졌다.



  간식으로 먹은 부리또. LA만 그런지 몰라도 타코나 부리또같은 멕시코 음식이 참 많다. 특히 타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밥먹는 것처럼 안에 이것저것 맘에드는 걸 넣어 먹는 가장 흔한 음식이라고.

 


  LA의 중앙역인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 고풍스러운 건물이 맘에든다. 여기서 메트로를 타고 신시가지? 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와 LA Live로 갔다.




 농구를 보는 사람들에겐 뜻깊은 장소였겠지만 농구에 관심이 없기에 사진만 찍고 패스..



  LA Live에 있는 그래미 박물관Grammy Museum이 오늘의 마지막 코스였다. 음악의 역사, 장르부터 역대 그래미 상 수상자들의 노래와 공연들, 팝송을 어떻게 만드는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까지, 규모가 작은 박물관이라고 무시했는데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알차서 두 시간이 아쉽게 금방 지나갔다. LA에 가면 시간이 없어도 꼭 가볼만한 곳이다. 특히 음악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은 건물에서 하루종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은 사촌형과 집 근처에 있는 '한밭설렁탕'이라는 맛집을 갔다. 사촌형이 한국에 왔을 때 열 달 동안 여기보다 더 나은 설렁탕집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꼭 먹어봐야 된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했는데, 정말 먹어보니 놀라운 맛이었다. LA에 이렇게 제대로 된 진국 설렁탕이 있다니! 사촌형은 나에게 한국에서 더 맛있는 설렁탕을 찾으라는 특명을 내려주었다.


  그렇게 LA에서의 첫날은 끝. LA는 박물관 하나하나가 내공이 느껴지는 문화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짧게 돌아보지만, 맘만먹으면 하루종일 볼 수 있는 훌륭한 박물관들이 많아서 여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