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Day 20 (San Francisco) - 출국 전 날.
1.12 미국여행 20일차 in 샌프란시스코
1.20 작성
출국 전 날이 오고야 말았다. 처음 한국을 떠날 때도 비행기 타기 전까지 실감 안 났는데, 지금도 내가 이틀 뒤면 한국에 있을 거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오늘은 낮에는 컴터하면서 푹 쉬고 오후에 알카트라즈Alcatraz 섬을 다녀온 뒤 저녁에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 하는 건 뭐든지 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어색하기만 하다. 마지막 크레페, 마지막 석양, 마지막 저녁 등등.. 여행 평생 안 할 건 아니니까 마지막이라는 이름은 되도록 안 붙여야지..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숙소 앞에 있는 크레페집. 유명한 곳인지 사람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길래 궁금해서 한번 가 봤다.
크레페는 왠지 안 내켜서 팬케익을 시켰는데 성공적이었다.
호스텔에서 쉬는 중. 호스텔 로비가 맘에 들어서 오래 있으려고 했는데,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한시간도 넘게 쉬지 않고 떠드는 바람에.. -.- (이상한 점성술에 관한 내용이었다. 너의 점괘에 사자자리가 있으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말) 아쉽게도 빨리 나왔다.
이건 태국음식점에서 먹은 팟타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태국음식점이 더 많은 것 같다. 태국에서 팟타이 먹은 이후로 완전 팟타이 중독됨.
100년쯤 된 것 같은 전차를 타고 죄수들의 섬 알카트라즈로 가기 위한 페리를 타러 갔다. 옛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이 오래된 전차가 실제로 교통수단으로 운행되고 있다. 여기 도로를 보면 차, 버스, 트램, 전선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움직이는 구형버스, 자전거, 케이블카 등등이 범벅이라 정신이 없다.
웅장한 피어 33.
이 배를 타고 출발했다. 알카트라즈는 원래 새들의 섬이라는 뜻인데, 샌프란시스코 만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 전략적인 위치에 있어 처음엔 군사기지로 쓰이다가 20세기 중반에 감옥으로 사용된 곳이다. 미국 최고의 흉악범들만 모아놓은 데다가 절대로 탈옥을 할 수 없는 악명높은 감옥이었기 때문에 많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많은 감옥 관련 이미지들의 원조가 여기구나 알게되었다. 예를 들면 숟가락으로 벽을 파내서 탈출하는 죄수나(실제로 유일하게 탈옥에 성공한 죄수가 이 방법으로 탈출했다), 탈옥 후 바다를 건너 헤엄치는 탈옥수 이야기가 다 이곳에서 나온 얘기였던 것이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알카트라즈 섬과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옛 건물들
감옥에 왔다고 하니 왠지모를 위압감이 느껴진다.
입장!
처음 만난 건 죄수들의 샤워실이었다.
'브로드웨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거리(?) 여기가 바로 수감동이다.
난 여러명이 같은 방을 쓸 줄 알았는데, 여기는 흉악범들이 많아서 그런지 따로 방을 쓰게 했다고 한다.
교도관 말을 잘 안들으면 암실 독방으로.
야외 운동장. 이 섬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역설적으로 너무 아름답다. 샌프란시스코 만과 바다,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황금같은 전망 포인트였던 것이다. 여기서 밖을 바라보면서 죄수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건 실제 생활모습을 재현해놓은 방이다.
여기가 바로 유일한 알카트라즈 탈옥수의 방. 실제로 탈출 당일 저렇게 침대에 비누와 여러 재료로 만든 모형 머리를 놓고 벽에 있는 구멍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탈옥은 성공했지만 아마 헤엄치다가 익사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샌프란시스코, 미국, 아니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석양을 감상한다. 전망이 좋은 이 섬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금문교 너머로 지는 석양
시청 건물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배를 타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7시가 넘은 뒤였다. 이제 미리 예약해놓은 자르디니에레Jardiniere에 갔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좋은 식당에 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이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미슐랭 원스타도 받은 레스토랑이라 잔뜩 기대하고 입장!
매니저가 나를 2층 사람들 많은 한 가운데에 앉혀놓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까지 혼자 여행한 내공으로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옆 테이블에서 다 격식있게(?)먹는데 나 혼자 배낭여행 티날까봐 조마조마하고, 괜히 주문할때도 자신있고 여유롭고 이 레스토랑에 대해 많이 아는 척 ㅋㅋㅋ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니 민망하네.
식전빵과 쉐프의 특별 버섯차.
애피타이저로 시킨 야채수프. 짭쪼름한 ? 맛이었다.
메인으로 나온 와규. 양이 작았다..ㅠㅠ 처음에 웨이터가 메인메뉴 두개 시킬거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하나만 시킨다고 했는데, 양이 작아서 그런거였구나.. 게다가 감자같은 사이드요리가 따로 안 나와서 브로콜리 튀김을 시켜 먹었다. 물론 와규맛은 최고! 진짜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소고기보다도 부드럽고 감칠맛나는 맛이었다.
사이드메뉴로 나온 브로콜리 튀김
극장컨셉인지 인테리어가 정말 예술적이다.
식전빵, 전채, 메인, 커피까지 나름 코스요리처럼 푸짐하게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지나온 여행들을 하루하루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 이젠 정말 돌아갈 때가 되었다며 정리를 했다. 정말로 내일이면 한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