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4 Southern Africa

남아공 Day3 (케이프타운)

Joon' 2014. 10. 15. 02:29

10.10 남아공 여행 세번째 날(시티투어) in 케이프타운


10.14 밤 남아공 LSB 방에서 작성



  며칠 있으면서 느낀건데 이곳엔 아시아 사람이 정말 없다. 백인과 흑인은 엄청 많지만 아시아사람이 드문 이런 환경은 생각해보니 처음이다. 예전 유럽갔을 때에도 한인민박에서 자고 친구들과 같이 다녔으니... 숙소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소수자 Minority가 되면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별로 받지 않아(?) 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음 맞는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 외롭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셋째날부터는 조금씩 케이프타운 분위기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근처 식당에서 3천원 짜리 훌륭한 아침을 먹고


버스투어를 신청하러 갔다. 많은 숙소와 여행사, 식당들이 다 같은 Long street에 있어서 다니기가 편하다. 시티투어를 신청할 지, 아니면 따로 다닐지 고민하다가 같이주는 여러 다른 투어(도보투어, 일몰투어, 운하투어등)에 끌려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과적으로 하길 잘한게, 만약 안했으면 인도에서의 습관이 남아 엄청 게으르게 다녔을 것이다.

 

이곳 간판에는 이렇게 영어, 네덜란드어, 아프리카어로 표현되어있다. 아프리카어(Afrikaan)라고는 하지만 아프리카 부족마다 각자의 언어가 따로 있어서, 아프리카어가 뭘 의미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남아프리카에는 줄루(Zulu)족이 21%, 코사(Xhosa)족이 18%정도 사는데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참 복잡하다.

버스안에서 한국인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케이프타운에서 만나는 첫 번째 한국인! 여기서 백인 남자와 결혼해 사는 분이고 더반에서 온 친구들을 여행시켜주는 중이라고 하신다. 두 아들이랑 같이 탔는데 한명은 엄마를 닮고 한명은 아빠를 닮아 형제가 서로 생김새가 다른 것이 신기했다. 저런 가정에서 자라면 나중에 크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11시에 도보투어를 신청했는데 시간이 남아 짧은 시티투어코스를 택해 둘러보기만 했다.


Castle of Good Hope


11시에 도보투어 시작. 롱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유적지들을 둘러보는 한시간 반짜리 코스였다.

St. George Cathedral.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가 대주교로 있던 곳이라고 한다. 나중에 미사드리려고 한번 찾아가봤는데, 카톨릭이 아닌 성공회여서(영국 영향을 받아서 그런 듯) 미사 방식이 다를 것 같아 안 갔다.

이 의자는 옛 인종등록사무소? 앞에 놓여져 있던 의자이다. 남아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인데, 그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상징물이었다. 처음엔 백인, 흑인, 아시아인, Coloured(백인과 흑인의 중간쯤)로 나눴는데 나중에 이민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구분이 11개까지 늘어났다고 하니, 사람을 인종으로 차별하는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새삼 느낀다. 


 

  오늘의 가이드 Rico. Rico는 어렸을 때 인종차별정책이 어떤 것인지 몸소 겪었고, 실제로 젊었을 때 인종차별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인종차별정책을 책에서만 읽다가 직접 어떤 장소에 허가없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것, 직업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들으니 왠지 숙연해졌다.

 

  물론 넬슨 만델라 이후 인종차별정책은 문서상에서 사라졌지만, 30년도 넘게 시행되었던 정책은 이미 사회곳곳에 뿌리깊게 남아있다고 한다. 그 당시의 백인거주구역과 흑인거주구역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어있고, 빈부격차로 인한 경제적 계급차이가 인종차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길거리의 거지들이나 청소부등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흑인이고, 보수가 높은 직업은 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핸드폰가게나 작은 통신사가게에 가면 인도인들도 많이 보인다. 학교도 백인학교와 흑인학교가 암묵적으로 나뉘어져 있는것 같고(따로따로 몰려다닌다), 흑인과 백인이 자주 가는 술집도 다른걸로 봐서는 아직 완전히 인종차별이 가신건 아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예전보단 낫다며 앞으로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여긴 옛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만든 정원 (Company Garden). 케이프타운 곳곳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흔적이 참 많다. 건물도 그렇고, 지명도 네덜란드식과 영국식이 반반씩 섞여있다.(가끔 아프리카식도) 

 


이곳은 예전 노예들의 거래장소. 오른쪽 아래 검은 돌들이 기념석이다. 영국사람들과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옛 식민지에 와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할까 아니면 옛날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반성할까? 아니면 둘 다?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가 없기 때문에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내용이다..나중에 유럽사람이랑 많이 친해지면 물어봐야지.

이곳은 넬슨 만델라가 27년만의 수감생활 이후 처음으로 연설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무려 10만명도 넘는 흑인들이 이자리에서 복수의 날이 선포되길 기다렸지만, 정작 넬슨 만델라는 용서와 화해를 강조해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27년을 가둔 사람들에게 용서라니. 넬슨 만델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 사실만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의 만델라 사랑은 대단해서, 캐리커쳐도 많고 지폐에도 전부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인도에서 간디가 추앙받는 것만큼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할 주제를 잔뜩 안겨준 짧고 굵은 도보투어는 끝.

점심을 먹으러 론리플래닛에 추천된 아프리카 카페라는 곳을 갔지만 저녁에만 한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리코가 추천해준 Boerwoer라는 아프리카식 소시지를 먹으러 갔다.

하지만..사실 수제소시지랑 크게 다른점이 없는데.. 서구화가 되어버린건지 아니면 아프리카 토종음식이 원래 드문건지, 아프리카음식이라고 당당하게 내건 음식점을 찾아보긴 힘들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 마운틴으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구름한점 없어서 올라가긴 딱 좋아보였다.

해발 300m에서 해발 1000m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예전에 가봤던 중국의 장가계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장가계가 무림을 헤치고 나아가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산 위에서 탁 트이는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상 도착!! 사진으로 보이는 건 정말 실제 느껴지는 풍경의 반의 반도 안된다! 정말 자연의 경이로움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느끼면서, 이런 놀라운 풍경을 담지 못하는 내 사진기를 원망하며ㅜㅜ 사진을 찍고 지우기만을 반복했다. 산과 바다 그리고 맑은 날씨. 이 세가지를 다 갖추어서 이곳을 축복받은 땅이라고 부르나보다. 실제로 남동풍을 테이블마운틴이 다 막아주기 때문에 산 서쪽은 항상 쾌적해서 고급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Dassie라는 야생동물, 이렇게 귀엽게 생겼지만 가장 가까운 친척이 코끼리라고 한다.


 

테이블 마운틴의 정상을 따라 걸으면서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경치가 만들어질 수 있지?'라고 감탄하고 눈앞의 풍경을 머리속에 깊게 담아두었다.


더 있고 싶었지만 갈 곳이 있었기에 하산. 투어버스가 7시면 다 끝나서 빨리빨리 돌아봐야한다.


다음 간 곳은 산 서쪽에 있는 Camp's bay.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이곳에서 테이블마운틴이 왜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지 느꼈다. 이 풍경에서 뒤에 산을 빼면 그저 평범한 해변에 불과하지만, 뒤에 1000미터나 되는 산이 떡하니 서 있으니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치가 되는 것이었다!




아름답다.

 

가끔 다친 고래가 해변가에 떠밀려오기도 하고, 상어가 공격해서 죽는 사람도..종종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일몰을 보고 싶어서 좋은 2층 카페에 자리를 잡고,

 


혼자 궁상맞게.. 스테이크를 썬다. 스테이크가 싸니 자꾸 시켜먹게 된다

 

지는 해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할게 없어서 MAMA Africa라는 숙소 앞 바에 갔다.

 

숙소에서는 외국애들이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 있으니 끼기도 애매하고, 바에 가도 다들 짝지어 와서 얘기할 사람도 딱히 없어서.. 혼자 음악감상만 신나게 하다가 옴. 대단한 노래실력이었는데 인터넷이 느려 동영상을 못 올리는게 아쉽다. 역시 흑인의 소울! 하면서 감탄하면서 듣다가 돌아왔다. 


숙소에서 맥주한잔 하다가 만난 스코틀랜드 출신 Malcolm 아저씨. 은퇴하고 마누라가 여행이나 가라고 해서 ㅋㅋ 예전에 자주 놀러왔던 케이프 타운으로 왔다고 한다. 글래스고 출신이라 셀틱의 기성용 아냐고 물어봤더니 기성용이 좋은 선수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하지만 차두리는 누군지 모르신다..), 이번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얘기를 했더니 나쁜 잉글랜드 놈들이 파운드화 못쓰게 한다고 빨간 얼굴로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이제 막 독립운동이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꼭 독립할 거라고 한다.

 

그렇게 또 인연을 하나 만들고 오늘 일정은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