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Day3 (소쉬스블레이)
10.19 트럭킹 여행 5일차 & 나미비아 3일차
10.22 오전 스와콥문트 아만푸리 호스텔 로비에서 작성
Clemente 가족은 포르투갈에서 왔다. 부모님과 딸 셋이 여행을 왔는데, 셋 다 영어를 잘 하고 여행을 많이 다닌 걸로 봐서 잘 사는 가족인 것 같다. 나랑 동갑인 딸 에네Ana는 암 연구를 하는 생물학자이고, 지금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해서 샤닌하고 전공분야에 있어서 얘기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오신 부부처럼 에네의 부모님도 겸손하시고, 항상 남을 도와주려고 하신다. 아버님은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려고 하고, 한번은 어머님이 혼자 버스를 청소하시려고 해서 도와드린 적도 있다. 그리고 나랑 같이 있을 때에는 가족들끼리도 서로 영어로 대화해서 나를 배려해주려고 하는 점이 고마웠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랑 비슷한 나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음식이나 문화, 언어가 스페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랑 대화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유럽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시아국가들만 중국어를 배우는 줄 알았는데,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가릴 것 없이 점점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돈 많은 중국인들이 전세계에 회사를 차리고 자산을 사들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런던에 중동 오일머니와 중국돈이 몰려들고 있어서, 조금 있으면 런던에 영국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을 거라고 씁쓸한 농담도 한다.
오늘의 일정은
빡빡했다. 일정이 많다는 건 그만큼 보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막에 있는 거대한 모래사구인 Dune 45 (듄 45)에 올라가 일출을 보기 위해
덕분에 1등으로 도착! 사진에 보이는 모래산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높지는 않았지만, 올라갈 때마다 모래 때문에 발이 푹푹 빠져서 일반 등산보다 두세배는 힘들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중간에 쉴 수도 없고..
다행히 해가 뜨기 전에 정상에 도착! 때마침 해가 떠서 다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투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답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었다. 끝없는 사막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사구의 부드러운 곡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무와 풀 그리고 동물들.. 역시 아프리카의 매력은 자연이구나.
풍경에 압도되어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찍었다. 모래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내려왔는데,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올 때에는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구에 발자국을 남기지만, 해가 지고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면 강한 바람이 불어 다시 사구를 원래 모양대로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듄 45 정복기념. 가이드가 자꾸 듄 45를 준 45라고 발음해서 들을 때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란다.
듄 45를 마치고 데드블레이Deadvlei로 가기 전 이곳에 대해 설명해주는 우리의 가이드 드완다
데드블레이는 원래 강이 흐르던 곳이었으나 모래가 강을 막아 오아시스가 되었고, 오아시스가 말라 죽은 나무들만이 앙상하게 남아있는 죽음의 땅이다. 말라비틀어진 몇백년 된 나무들과 강바닥이었던 하얀 흙이 데드블레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사구와 어우러져 숨막히는 풍경을 만들어냈고, 이렇게 죽음의 땅은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잔뜩 끌어모으는 명소가 되었다.
모래의 붉은색, 하늘의 파란색, 땅의 흰색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놀라워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놀랍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
이렇게 소쉬스블레이(데드블레이로 가기 전 모래사구로 둘러싸인 지역을 말한다)와 데드블레이 구경을 마치고 계속 북쪽으로 이동. 여전히 사막에 있어서 사막스러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막 캠프에서 캠핑을 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여운 화장실 마크
현지 가이드는 사막에서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어머니가 부시맨이라 부시맨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었다. 부시맨이 부시(덤불)에서 살아서 부시맨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침입자들을 부시에서 나타나 독화살로 죽였다고 해서 부시맨이 된 것이었다. 다이아몬드가 나는 지역에 살던 부시맨들은 다이아몬드를 찾아나선 서양인들에 의해 쫓겨나 지금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점점 서구문화에 동화되어 전통문화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사막에 잡초들이 잔뜩 자라고 있었는데, 이건 이년 전에 많은 비가 내려서라고 한다. 사막에서 비가 오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비가 오면 사막에 사는 곤충들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다 타 죽거나 큰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이번 투어에서 자연을 많이 관찰하면서 자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자연에서 자란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식탁에 올라오는지, 동물과 사람이 다른 점은 무엇인지, 사람이 얼마나 자연 속에서 작은 존재인지 등등..
석양이 질 때쯤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소 옆에 있는 작은 우물에서 얼룩말 몇 마리와 오릭스가 물 먹는걸 신기하게 관찰했다. 나중에 에토샤에서 본 동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동물들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어서 놀라운 경험이었다.